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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는 현대 사회의 가짜와 진짜 사이의 경계를 파고드는 작품이지만 문학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비판적 요소가 있다할 것이다.
1. ‘진짜’와 ‘가짜’ 이분법의 피로감
소설은 30년 차 박수무당 문수가 신기를 잃고 ‘가짜’로 전락하는 과정이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감독의 팬덤 이야기를 통해 정체성의 혼란을 다룬다. 그러나 ‘진짜(혼모노)’라는 키워드를 지나치게 직접적으로 투사하다 보니, 독자가 스스로 발견해야 할 함축적 의미를 작가가 미리 규정해 버린 듯한 설명적 전개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2. 장르적 흡인력과 문학적 깊이 사이의 불균형
배우 박정민이 "넷플릭스 왜 보냐"고 평했을 만큼 서사가 매우 드라마틱하고 속도감이 넘친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물스러운 고자극 설정은 자칫 인물의 내면적 성찰보다 외부적 사건의 자극성에 매몰되게 만들 수 있다. 일부 평론에서는 결말이 지나치게 작위적이거나 갑작스럽게 정체성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흘러가, 인물의 일관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3. 세태 풍자의 평면성
지역, 세대, 팬덤 등 한국 사회의 갈등을 선명하게 묘사하지만, 이는 때로 전형적인 세태 소설의 범주에 머물기도 한다. 특정 집단(예: 무속인, 극성팬)을 다루는 방식이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을 전복하기보다는 이를 그대로 활용해 갈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문학적 새로움보다는 대중적 익숙함에 더 기댄 인상을 준다.
요약하자면, 『혼모노』는 동시대의 갈등을 흡인력 있게 담아낸 작품임은 분명하나, 극적인 재미를 위해 인물의 정밀한 심리 묘사나 서사의 여백을 희생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세태 풍자를 빙자한 또하나의 통속 문학의 범주라고나 할까.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