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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 2017 개정신판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평점 :
이 책은 '국가 폭력에 대한 비판'을 명분으로 자신의 과거 폭력적 가해 행위를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하려는 표리부동한 도덕적 변명으로 읽힐 여지가 다분하다는 비평을 받는다.
1984년 '서울대 민간인 감금·폭행 고문 사건'(일명 서울대 프락치 사건)의 주모자 중 한 명으로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던 저자의 이력을 감안하여 이 책을 비평하면 다음과 같다.
1. 가해 행위의 은폐와 '피해자'로의 프레임 전환
• 폭력의 가해자가 논하는 정의: 1984년 사건 당시, 유시민은 서울대 복학생협의회 회장으로서 민간인을 정보기관 프락치로 오인하여 감금, 폭행, 고문하는 사건에 주도적으로 가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책 전반에서 그는 국가의 폭력을 비판하며 '바람직한 국가'를 논하는 도덕적 지식인의 위치를 취한다. 이는 자신의 과거 폭력 행위를 정의로운 투쟁의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희생'으로 축소하려는 심리적 피해의식의 발로로 볼 수 있다.
• '항소이유서'의 연장선: 옥중에서 쓴 항소이유서를 통해 자신의 행위를 민주화 운동의 일부로 서사화했던 것처럼, 이 책에서도 국가의 부당성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가해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2. 가해자 중심적 역사 인식 (프락치 프레임)
• 사건의 왜곡: 피해자들은 평생의 아픔과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피해자 중 한 명은 유시민이 사건을 왜곡 표현해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책에서 그는 자신의 폭력 가해 사실은 가리거나 언급하지 않은 채, 오로지 군사정권의 불법적인 국가 권력만을 비판하고 있다. 이는 자신이 저지른 실제적인 물리적 폭력을 가상의 '더 큰 폭력' 뒤에 숨기는 위선적인 태도로 볼 수 있다.
3. '목적론적 국가론'의 위험한 자기합리화
• 선의를 가장한 폭력: 유시민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국가론을 인용하며 '선(善)을 실현하는 국가'를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가해자가 '더 높은 목적'을 위해 타인의 인권을 짓밟아도 된다는 식의 논리, 즉 자신의 폭력 행위를 '민주화라는 정의로운 목적'을 위해 저지른 행동이었다고 합리화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1984년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들은 잔인하게 구타당했으나, 가해자는 그것이 '학생운동을 위한 행동'이었다는 논리로 은연중 합리화 해왔다.
4. 도덕적 고지(Moral High Ground)를 향한 피해의식
• 위선적 글쟁이 변신 비판: 일부 비평에서는 당시 폭행 후유증으로 인생이 불구가 된 피해자들이 있음에도, 유시민이 화려한 언변으로 표리부동한 인생을 숨긴 채 도덕적 지식인 행세를 한다고 비판한다. 이는 가해자가 스스로를 정의로운 피해자로 규정하고, 자신이 가한 피해를 망각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가해자의 (뻔뻔한) 피해의식'으로 해석된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국가의 권력 남용을 비판하는 외연을 가지고 있으나, 1984년 민간인 고문 사건의 주도자라는 배경에서 보면 자신의 과거 폭력적 행동에 대한 진정한 성찰보다는, 국가를 악(惡)으로 규정하여 가해자인 자신을 상대적인 정의의 편으로 위치시키려는 변명이라는 평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