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제대로 화내고 싶다 - 철학자들이 알려주는 화의 잠재력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서연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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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구조는 누가 봐도 단순하다. 저자가 언급하는 구조는 다음과 같다. 

 제1장에서 화의 본질을, 제2장에서는 화의 종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나서 제3장에서는 화의 사용법(의사소통의 도구로 활용하는 법)을, 제4장에서는 화내기 위한 각오를, 제5장에서는 이 책의 핵심인 제대로 화내는 법에 대해 말한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의견 또는 이 책의 대략적인 흐름을 나름대로 성급하게 요약해본다면 아래와 같이 말할 수 있다.

 저자는 "분노는 철학이다."며 화를 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화를 내더라도 반드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지혜롭게, 끈기를 가지고 화를 풀어나가야 함을 역설한다. 다시 말하면 자연스럽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말고 풀라는 것이다. 방법과 조절의 문제일 뿐, 얼마든지 좋게 해소(또는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하에 "왜 화를 내느냐?"는 사람들을 향한 반론의 자료들, 생각의 근거들을 철학적 관점에서 펼쳐내보여준다. 철학자답게 논리적으로 차근차근히 화에 대한 기성의 생각에 반론을 펼친다. 그런 다음 자신의 의견을 설명을 통해 펼쳐나간다. 그런 다음 이 책의 제목이자 백미(白眉)라 할 수 있는 '화를 잘 내기 위한 6가지 방법'(p.199~219)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마무리 한다. - 성질급한 분들은 이 방법만 발췌하여 읽어도 무방할 듯하다.


 제3~4장은, 약간 이성을 잃은 듯이 일갈하기도 하고, 저자의 개인적 취향마저 읽을 수 있으며, 저자의 분노가 많이 가미되어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내용은 여기서는 스킵한다. 또 제5장이야 이 책의 제목을 생각해 볼 때 핵심적인 내용-저자의 의도를 추측해보면, 이런 말은 궁색한 것 같기도 하고, 과연 그런지 의문이 들지만- 이랄 수 있기에 당연히 구매해서 읽어봐야하지 않을까. 

 여기서는 제1~2장에 대해서만 간단히 이야기하겠다.


 제1장 : 화의 본질


 '화'가 날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첫째, 화를 억누르거나 아예 화가 나지 않도록 스스로를 다스리는 방법이 있다. 이는 종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안이다. 저자는 이에 반대한다. 이러한 주장의 대표격인 "스리랑카의 원시불교 장로인 알루보물레 스마나사라"와,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 "쓰쿠요미지 주지 고이케 류노스케"에 대해 격렬한 반대의 목소리를 드러낸다.

 둘째, 화를 내는 것이 있다. 이것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화가나는 대로 화풀이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능숙하게 감정을 조절하며 논리적 언어로 자신의 화를 표현하는 것이다. 당연히 저자는 후자를 '바르게 화내기'라고 말하며 지지한다. 그리고 전자에 대해서는 온갖 악담을 퍼붓는다.

 가령, 이성을 잃고 증오속에 폭언과 폭행을 동반하여 화를 내는 것에 대해 저자는 아래와 같이 분석한다. 

 

 ☞ 의지 · 행동 · 자신감 부족 → 모험 기피로 이어짐.

 ☞ '상처받는 성장과정'이 없었던 과보호의 비극, 

 ☞ 실력은 없으나 자존심만 강한 것 → 칭찬은 많지만 지적은 없었던 결과

 ☞ 기질적으로 유약함.  

 

 저자는 주로 이런 식의 화내기는 일본의 청년세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의 이력을 다시 살펴본다. 

 저자는 교토대 법학부를 졸업하여, 인간문학으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회사원 · 프리랜서 · 공무원을 거쳐 지금은 공공철학과 정치철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교수다(p.147에 보면 저자가 왜 '공공철학'을 전공으로 택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1970년생(한국 나이로 44세)인 그가 일본 청년세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p.158 이하(또는 이를 포함한 제4장)의 내용을 읽으며 상상해보면 나름 흥미롭다. 

 

 제2장 : 화의 종류


 다음으로, 저자는 "감정이 드러나는지와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지의 2가지 지표에 근거하여" 화를 4가지로 분류한다. 

 

 ①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문제 해결로 이끌지도 못하는 화 : 자폭형. 테러리스트나 무차별 살인사건의 범인이 많다고 한다.

 ② 감정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문제해결로 이끄는 화 : 근면형, 요령이 부족한 독선적인 자선활동가들 중에 이런 유형이 많다고 한다

 ③ 감정을 드러내지만 문제 해결로 이끌지 못하는 화 : 나팔형, 자신의 발언에 만족해하는 평론가들 가운데 이런 유형이 많을지 모른다고 한다.

 ④ 감정을 드러내고 문제 해결로도 이끄는 화 : 실무형.

 


 이렇게 나열해보면 저자가 어떤 화를 선호하는 지 알 것이다. 위 '4가지 화'중 저자의 집중공격 대상은 나팔형이다. 이의 이유 역시 -p.119 이하를 읽으며- 상상해보면 흥미롭다. - 뿐만 아니라 저자는 화의 대상을 기준으로 개인적 화와 사회적 화로 나누며 후자를 높이 추켜 세운다.

 저자가 말하는 '실무형 화'를 내는 이들의 특징에 대해서 말하자면, 화를 내도록 만드는 근본원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즉, 자기 탓이나 남탓을 하기보다 문제의 근본원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애쓴다. 원인을 찾은 뒤에는 구체적인 대책을 세운다. 필요한 경우에 상대나 주위 사람들을 납득시키기 위해 온화하나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이러한 화의 강점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긍정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해 주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와) 끈기를 만들어 주며, 난관을 돌파하도록 돕는다. 또한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고, 안전기지를 마련해 주며, 다른 사람을 편안하도록 해 준다. 게다가 원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게 해 주고 고독을 극복하게 도와주며, 폭력을 예방한다."

 

 과연 화를 내게 되는 상황에 맞닥뜨려 이러한 화를 낼 수 있을까. 특히나 혈기왕성한 사람들, 또는 전두엽이 노화되거나 미성숙하게 발달한 사람들이? 의문이다.

 또, 이 책에서 제6장까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며 제대로 화내는 법에 대해 이리저리 기술할 때 쓰는 용어를 보라. 철학자의 그것답게 다소 추상적인 용어가 많다. 그에 비해 우리의 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매우 구체적이며, 직접적이고, 다양하다. 때로는 즉각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것도 꽤 있다. 몇가지 면에서 살펴보면, 저자의 분노 해소법이 제대로 통용되는 경우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토론이나 논쟁이 벌어졌을 때라 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하여도 화에 대한 우리 사회에 있어서의 답답한 접근법을 생각해볼 때, 저자의 시각과 의견은 -한편으로는 생각가능한 범위내에 있으나- 신선하고 통쾌하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분노'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 폭발력은 어마어마하기에 곧잘 문제가 되곤 한다. 분노의 주체 역시 이러한 '화' 앞에서는 통솔력을 잃기 쉽다. 이 3가지 요건만으로 인간 사회에서 '화' 또는 '분노'라는 감정은 골치 아픈 존재로 인식되곤 했다. 화를 내고 돌아서면 화를 낸 주체도 뉘우치곤 하지 않은가. 또는 주체의 사후 반응과 무관하게 화풀이의 대상, 또는 그것을 바라보는 이들의 평가는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만다. 

 그러나 문제는 해결하면 더 이상 문제가 될 수 없다. 이 책은 그 해결법의 단초를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괜찮은 책이다. 더 이상 화를 삭히거나 화가 나는 자신을 탓하지 말고 제대로 화를 내어보자. 시원하게 화내기보다, 바르게 화내는 것이 관건이다. 이 책은 화내는 것에 철학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화낼 때의 마음가짐이나 그 방법까지 제시해준다.


 다만, 위와 같은 장점에도 이 책을 추천하기에 망설여지는 이유가 있다. 아래와 같이 눈쌀찌푸려지는 대목이 그것이다. 이러한 소소한(과연?) 내용만 스킵(skip)할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지 않을런지.

 

☞ 망언제조기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에 대한 찬사(p.119~120) : "차분히 들어보면 그의 말은 대부분 합리적이다."

☞ 무라카미 류의 소설 《반도에서 나가라》와 관련한 이야기 속에 그에게 드리워진 듯한 음험한 이미지(p.140) : 저자는 나중에 이르러 국가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인에게 사회문제를 내맡긴 사회적 태도와 개인주의로 흘러가는 세태를 이 용어들을 빌려 비판하기 위한 것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 "국가는 애국심이라는 인륜을 기초로 한다" (p.148) - 공공심으로 둘러대지만 역시...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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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다 - 어떻게 세상은 움직이는가?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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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재미있다. 여러가지 영양소가 담긴 균형적인 식단의 식사를 한 뒤와 같다. 더구나 맛도 다양하다.

 물론 이 책은 서명에 나오듯, -독자와 함께- "패턴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어보는 책이다. '패턴'의 사전적인 정의는 "어떤 형태, 유형, 양식 등이 만들어내는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현상"이다. 자연계와 인간계, 인간이 고안해낸 사유의 체계 등에서 인간이 중요시 여기는 것이 바로 패턴이다. 고수는 이 패턴을 간파하고 이를 공식 또는 이미지나 음, 문장, 율동 따위로 표현한다.

 이렇게 개념화 또는 표현된 패턴들을 7가지 주제하에 분류하여 대표적인 것을 소개하고 있는 게 이 책이다.

 즉, 인간의 사유 또는 그것을 통해 도출된 것들을 소개하고, 이를 이야기해준다. 근데 저자가 소개하고 설명해주는 그것들에 공통된 것이 바로 '패턴'인 것이다.

 

 저자는 '패턴'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하는 듯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읽고 느끼기에는 여러 분야의 개념과 상식들, 그리고 그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어우러진 잔칫상같다. 마치, 각 분야의 대표들이 모인 만찬회장에서 그들이 나누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엿듣는 것이랄까.

 추측컨대, 저자는 많은 학문분야에 걸쳐 두루 관심이 있고 해박한 것 같다. 무엇보다 그는 다방면의 대표적인 서적들을 잘 읽고 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참고서적들도 꽤나 열심히 탐독했던 듯 하다. 이 한 권의 책을 내기위해 많은 책을 읽었으리라.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다독서가인 다치바나 다카시씨는, 한 저작물을 내기 위해 저자가 읽은 참고문헌의 양을 강조한다. 아웃풋 대비 인풋이 높을 수록 질이 좋은 책이란다. 논문도 마찬가지다. 논문에서는 국내외로 최대한 많은 참고문헌을 두루 섭렵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질을 보장하는 듯한 느낌을 은연중에 준다. 이를 중점적인 기준으로 논문심사를 하는 교수도 있다고 하니 알 만하다.

 스노가 말한 '두 개의 문화'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것은 저자의 이력을 보면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문체도 매우 간결하고 쉬운 편이라 술술 읽었던 듯 하다. 

 난해하게 쓰는 것쯤은 조금만 책을 읽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대개 어설픈 초보들이나 어리석은 중수들이 이런 경향을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미천한 능력과 재주를 가리기 위해, 박식함을 내보이기 위한 그들 뇌의 선택이 애처롭다. 그들의 뇌는 제대로 '소화'하지 못함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 미처 소화해내지 못한 내용을 그런 식으로 토해내는 것이다. 전문용어야 어쩔 수 없이 쓴다지만, 나머지 용어들이야 굳이 현학적인 체 쓸 필요는 없다. 고수뿐만 아니라 심지어 실력있는 초보의 눈에도 그들의 실력과 밑천은 금세 드러난다. 읽고 해석하면 사실 별 내용도 아님을, 즉 속빈 강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은 비교적 난해하게 글을 쓰는 유형의 사람들과 비슷한 또 다른 바보들일 것이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물고 물리며 서로의 무지와 비천한 실력을 감춘다.

 그에 비해 저자는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썼다. 읽을 땐 본인도 시간을 들였겠지만, 그 중의 핵심되는 내용 또는 중요한 내용은 잘 뽑아냈다. 물론 그렇지 않고 곁다리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에둘러낸 것도 있다. 독자들을 위한 배려라고 본다. 최대한 불필요한 내용을 배제하고 쓴 탁월한 글재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서평이니만큼 이쯤에서 책이야기를 해본다.

 모두 다 재미있고 관심가는 것들이었기에 다 언급하면 좋겠지만, 그건 독자의 몫이고 저자에겐 실례니 자제하겠다. 영화관람에서 스포일러처럼 예비 관람객과 제작자를 함께 짜증나게 만드는 것도 드물 것이다. 무작위로 일부만 발췌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p.50 이하의 외젠 프랑수아와 비도크라는 인물이 흥미롭다. 그는 널리 알려진 추리소설의 주인공 괴도 뤼팽의 실제 모델이었다고 한다.《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 등의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범죄로 달인의 경지에 오른 그가 등을 돌려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데 주력하면 뛰어난 사설탐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또한 패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겠다.

 

 p.119 이하는 직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천재들 -심지어 과학자들도- 사실은 이성적인 논리나 수학적 언어보다 직관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감을 수식으로 정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수학에 취약해, 그의 유명한 이론을 논문으로 정리할 때 수학을 잘하던 아내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언어적 사고에는 취약한반면 이미지적, 공간적 사고에는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고 한다.

 근데 이는 사실상 황농문 교수가 말하는 '몰입'과 맥락이 닿은 부분이 많아 보인다. 어떤 문제에 몰입하다보면 그에 대한 해답이 시나브로 익어가며 갑작스레 떠오르는 것! 그건 몰입의 효과가 아닐까.

 

 p.173 이하에서는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바보같은 결정을 하게 되는 이유가 흥미롭다. 또, 해박한 지식보다 경험과 관망이 더 나을 때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는 천재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수 많은 흐름에서 한발짝 물러나 분석하며 단순화하여 패턴을 읽어내는 힘은 천재의 무기가 아닐런지.

 

 p.266 이하에서는 고대 '르네상스인'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단선적 논리가 흥미롭다. 그는 동양으로 따지면 노자나 장자가 이야기하는 바를 전혀 납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천재였기에 이해는 했겠지만, 그의 뇌 구조상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으리라. 그의 헤라클레이토스를 향한 비판은 매우 독하다. 그러나 현대서양철학의 관점에서만 봐도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 애처롭다. 서양의 지적 소산에 그가 끼친 영향력이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그가 말한 지식 가운데 실제와 효용성면에서 깨뜨려진 것이 많다. 그것은 당대에 그가 힘주어 말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제는 잘못된 지식의 사례로 각 학문의 사적(史的)연구와 소개에 쓰이고 있다. 재미있는 일이다.

 

 전반적으로 패턴보다 내용에 휩쓸리며 읽은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기에 저자가 힘주어 말하는 바를 놓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재미있음 하나만으로 이 책을 집어들기에 충분할만큼 재미있었다. 그래서 저자의 다음 저작도 기다려지는 게 아닐런지.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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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 한 권으로 읽는 모든 것의 역사
데이비드 크리스천 & 밥 베인 지음, 조지형 옮김 / 해나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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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인 "한 권으로 읽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어울리는 책이다. 이 한 권에 우주와 지구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물론, 방대한 내용을 한 권에 집어넣은 결과 많은 것이 생략되고 누락되었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의 일부만 넣었다.

 

 빅히스토리는 하나의 융합학문이다. 거대사에 대한 연구와 담론이 주를 이룬다. 굳이 역사 또는 역사학이라고 하면 되는 데 '빅 히스토리'라고 한 이유는 무얼까. 

 그것은 기존 역사학이 인간의 역사(주로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한 시대)를 중심으로 탐구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존재가 어디서 왔을까.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을, 인간을 둘러싼 환경 -넓게 보면 이 우주- 속에서 되물을 필요가 있다. 사실상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숨쉬고, 살고, 생각하는 '날 것'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이어져 있으며 한 덩어리라 할만하다. 우주 단위로 보면 그렇다. 하지만, 이를 인간은 인공적으로 필요한만큼만 쪼개어 놓고 연구를 감행했다. 적어도 서양에서 발달된 분과학문은 그러했다. 그러나, 이것은 진리와 연구의 한계를 인위적으로 명백히 그어놓는, 너무나도 불완전하고 사려깊지 못한 태도다. 

 이제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학문'이란 도구를 통합적으로 사용하여 체계짓고 접근하며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역사를 중심으로 이것이 감행된 것이 바로 '빅 히스토리'라 할 수 있겠다.

 

 옮긴이에 따르면 "이 책은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가 지원하는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의 기본 텍스트를 번역하여 엮은 것이다. 10부로 구성된 빅 히스토리 프로젝트는 내용의 규모에 따라 2~3개의 장이 있고, 각 장에는 한 개의 기본 텍스트와 이 기본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영상 강의가 있다. 영상 강의는 학생들이 필요할 때 언제나 쉽게 보고 반복적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5~6분의 길이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 말은 이 책의 성격과 구성 등을 잘 설명해준다.

 

 우선 이 책은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하는 한편, 서술에 있어 필요하고도 중요한 이론(빅뱅 이론,  몇가지를 토대로 설명을 이어나간다.

 사건은 무엇이냐? 빅 히스토리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갖는 1장을 제외하면, 2장~10장까지는 '여덟 가지 임계국면'으로 빅 히스토리를 살펴보는데, 이 임계국면들이 이 책 또는 빅 히스토리 강의에서 주목하는 커다란 사건이라 할 수 있다(그렇다고 임계국면과 사건이 정확히 대칭되는 개념은 아니다).

 


  "복잡성의 증가는 빅 히스토리의 주요 주제 가운데 하나다 … 새로운 형태의 존재는 출현 조건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면 기존의 존재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여 나타났다. 우리는 이것을 '복잡성 증가의 임계국면'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많은 임계국면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강의에서는 여덟 가지로 간추려 설명한다."

  

  그 8가지란 ① 빅뱅, ② 별의 출현, ③ 원소의 출현, ④  태양계와 지구의 생성, ⑤ 지구 상의 생명의 시작, ⑥ 집단 학습(인류의 역사), ⑦ 농경의 시작, ⑧ 근대 산업 혁명(과 그 이후)이다.

 

 또, 영상 강의와 기본 텍스트를 기반으로 했기에 이 책에서 텍스트의 분량은 많지 않다. 그 대신 시원시원한 편집과 충분한 여백, 넘쳐나는 갖가지 그래픽 자료가 독자의 시선을 대신 채운다.

 이러한 특성은 이 책이 입문서 내지는 개론서 역할에 충실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방대한 분량의 세밀한 연구와 학습거리는 배제하거나 줄임으로써, 큰 그림을 그리며 얼개를 만들어나가거나 기존 자신의 지식을 정리할 수 있게 한다. 한편, 이해의 바탕이 될 생각거리를 던져주준다. 지구과학 + 화학 + 생물학 + 지리학 + 일반 사회학 + 역사학을 쉬운 내용으로 적절히 섞어두었기에 중등학교 수준에서 읽기에 최적합한 책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 중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중세시대 인류의 모습 등 일부 시대에 대한 기술은 거의 빠져 있는 것은 이책이 중점을 두는 것이나 분량 등을 고려해봤을 때 어쩔 수 없었으리라. 근데, 오히려 그랬기에 긴장감을 유지하며 있었던 것을 아닐까 한다.

 강의식 구어를 그대로 옮겨오는 한편, 사진 자료를 풍부히 실어두어 책에서도 강의시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 지구, 나아가 우주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개괄하며 조명하는 것이 마치 잘 만들어진 한편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감상하는 것 같았다고 할까.

 

 물론 구체적인 내용을 읽어보면 상당수가 일반인들도 비교적 그런대로 알고 있거나 책이나 잡지, 그 외 각종 미디어, 인터넷 등지에서 접해본 것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특정 주제나 시기가 아니라 전체 역사를 훑어보는 데 이만한 책도 없지 않을까. 

 무엇보다 빅 히스토리를 알게 된 것, 그래서 지식의 가지를 뻗어나가기 전에 뿌리부터 심어둘 수 있게 해준 것이 큰 소득이었던 듯 하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북 리뷰 메이트>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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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릴리언트 2 - The Brilliant Thinking 브릴리언트 시리즈 2
조병학.이소영 지음 / 인사이트앤뷰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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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 《브릴리언트》는 소설  형식을 통해 창조적 생각의 원천과 이를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와 달리 이 책에서는 소설형식은 배제하였다. 그러나 전작과 구성이 흡사하다. 전작에서는 본문 각장의 말미에 <생각노트>를 두어 추가적인 내용을 기술하거나 정리했는데, 2권에서 역시 <Big Question (& Answer)>을 두어 그와 비슷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1권과 2권의 차이점에 대해서 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1권의 경우 "생각의 기본 구조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반면, 2권은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실제로 그런 것인가?'를 확인하도록 구성했다"고. 확실히 2권에서는 전작의 <생각노트>와 비슷하지만 양적으로는 그보다 훨씬 풍부한 사례를 본문에서 들어 설명할 것들을 풀어나간다.

 

 0~7장, 총 8장의 내용은 이러하다.

 0장에서는 인간의 활동의 밑바탕이 되는 정신(육체적으로는 이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은 '뇌'다. 비슷한 말로 '마음'이 있다)과 육체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는 달리 보면 변연계, 구피질, 그리고 신피질, 이 3자간의 묘한 역학관계나 긴장 상태, 작용 실태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0장의 내용은 사실상 이 책의 내용을 통괄하고 있다.

 현재에 안주하고자 하는 육체에서 벗어나, '미래의 생존'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정신'을 만족시키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 그런데, '정신' 역시 '육체의 판단 기준'이나 소통 도구인 '언어 또는 이미지'의 한계에 갇혀있기 쉬우므로 학습을 통해 인식의 이들 한계를 넘어서자는 것이다. 퇴화로 이어지는 '육체'의 과거 회귀적 본성에 대항하여 '정신'의 명령을 따른다면, 끊임없는 '새로움'의 추구를 통해 창조의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1장에서는 감각에 대해서 말한다. 감각을 다듬고 다스려야 하는 것은, 이것이 이성과 감성의 주재료이기 때문이다. 이성과 감성은 창조성을 이루는 거대한 축이다. - "창조성의 구성요소는 감각, 이성, 감성, 언어와 이미지다."(p.96)

 2장에서는 학습과 경험의 결과물인 이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흔히 창조성에 있어서 논리적인 '이성'은 방해물 내지 억제기제로 여기기 쉬우나 이 책에서는 '이성'은 창조성의 훌륭한 토대임을 간접적으로 알수 있다. 논리, 기억, 기호에 대한 해석과 사용,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과 경험없이는 '창조성'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3장에서는 감성에 대해 말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감성'은 '직관'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봄이 옳다.

 4장에서는 생각의 주요 도구인 '언어와 이미지'에 대해서 살펴본다. 이 장을 읽고나면 각자의 정신세계속에 탑재된 언어와 이미지의 양과 질이, 그들 각자가 지니거나 발현할 생각의 양과 질을 보증함을 알 수 있다.

 5장에서는 사물의 본질을, 6장에서는 공감각과 개성, 꿈을, 7장에서는 감각의 종말, 창조성의 선천성과 후천성, 의심, 호기심과 배움, 새로움과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중 6~7장은, 하나의 묶음이 어색하리만치, 소주제간의 흐름이 그다지 매끄럽지 않게 이어진다. 냉정하게 보자면 각개격파식으로 생각을 풀어나가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작에 이어 '창조성'에 대하여 저자들의 이야깃거리는 풍성해졌다. 그러면서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재미'는 놓치지 않았다. 사례와 함께 읽으니 술술 읽어나가면서도 잘 이해가 되었던 게 아닐까.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훑어보자면 '창조성'에 대해 전반적인 면을 이해시키려고 한 노력은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은 아마 저자의 신념이 된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 <멋진 신세계>의 작가)의 다음과 같은 말에 충실하려고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아는 것은 수동적인 것이며, 이해한다는 것은 아는 것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 <책좋사>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기에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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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바꾸는 생각 - 창의력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 마이클 미칼코의 최신작!
마이클 미칼코 지음, 박종하 옮김 / 끌리는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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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따른 생산력의 증대는 인류에게 풍요와 부, 여유를 안겨주었다. 그와 더불어, 인간에게 숙제를 던져주었다.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리는 것이 이제 더 이상 경쟁력이 되지 못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미래에 대한 해답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것은 바로 '창의력'이다.

 

 하지만 기존의 고답적 사고, 패턴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어 날아갈 때 그의 세포는 애벌레의 세포에서 나비의 세포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단순한 발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진화'의 수준이 요청된다.

 책은, 창의적인 천재들의 이야기, 뇌과학 등 여러가지 지식을 토대로, 이러한 진화를 이끌 여러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그러한 의식적인 노력(의도 또는 소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실천'을 전제하는 것이다. 생각이 아무리 진화하더라도 생각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가 필요하다. 뇌는 잘 속는다. 자신이 그러리라 마음먹은 것을 표현하는 순간 머리는 그대로 따라가게 된다.

 이에서 출발하여, '생각을 바꾸는 생각'에 대해 책은 10가지 주제 하에 설명을 이끌어나간다.

 

 모든 사람은 창의적이었으나, 제도권의 교육에 의해 내면화된 사고패턴은 우리의 창의성을 억제시키고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많이 알수록 더 적게 보인다"는 역설적인 표현을 사용한다.

 그럼 어떻게 이러한 족쇄를 풀고 창의성의 하늘을 훨훨 날아갈 수 있을까?

 그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즉, 관련없어 보이는 것 사이의 연결이나 융화, 스스로 문제속으로 들어가 문아일체(問我一體)가 되어보기, 자연에서 배우기, 연관성 찾기, 흥미로운 것을 수집하고 저장하기, 디자인적 사고, 다른 방법으로 보기(또는 관점을 뒤바꿔서 보기), 비유적 사고, 뒤집어 생각해보기(역설적 사고), 예상밖인데다 말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상상해보기, 잠재의식의 활용 등이 책에서 제시되고 있다. 책은 이러한 방법과 관련하여 그래픽 데이터를 동원하면서까지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트레이닝 방법을 보여준다.

 

 책을 읽어나가다보면, 논리에만 기반한 사고의 영역과 더불어, 논리를 뛰어넘는 사고 영역을 우리 머리 속에 마련해놓아야 함을 알게 된다. 이는 책에서 말하는 '역설적 사고'라 할 수 있겠다. 

 이 두가지 상반된 영역이 우리에게 동시에 탑재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다. 반대되는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의 것이 사실상 우리 삶에 있어서는 한몸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를 늘 간과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다시 돌아가 논리와 상상(또는 상상을 이용한 창의)의 혼재에 대해 살펴보면, 양자의 혼재는 필연적임을 알게된다. 즉, 논리에만 얽매이면 사고의 한계에 갇힐 수가 있고, 상상만 끌어안고 날아다니다보면 현실감각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양 날개를 갖출 때 우리는 진정 이 세계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으리라.

 

 다만 이 책은 창의력과 관련한 날개를 유독 강조하는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오랫동안 제도권 교육에 주입된 사고패턴에 익숙한 우리를 깨부실 또 다른 망치의 역할로서 이 책을 받아들임이 옳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잃어버린 우리의 한 날개를 다시 찾을 해법을 모색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물론, 재미는 덤이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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