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턴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다 - 어떻게 세상은 움직이는가?
이영직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재미있다. 여러가지 영양소가 담긴 균형적인 식단의 식사를 한 뒤와 같다. 더구나 맛도 다양하다.

 물론 이 책은 서명에 나오듯, -독자와 함께- "패턴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어보는 책이다. '패턴'의 사전적인 정의는 "어떤 형태, 유형, 양식 등이 만들어내는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현상"이다. 자연계와 인간계, 인간이 고안해낸 사유의 체계 등에서 인간이 중요시 여기는 것이 바로 패턴이다. 고수는 이 패턴을 간파하고 이를 공식 또는 이미지나 음, 문장, 율동 따위로 표현한다.

 이렇게 개념화 또는 표현된 패턴들을 7가지 주제하에 분류하여 대표적인 것을 소개하고 있는 게 이 책이다.

 즉, 인간의 사유 또는 그것을 통해 도출된 것들을 소개하고, 이를 이야기해준다. 근데 저자가 소개하고 설명해주는 그것들에 공통된 것이 바로 '패턴'인 것이다.

 

 저자는 '패턴'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하는 듯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읽고 느끼기에는 여러 분야의 개념과 상식들, 그리고 그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어우러진 잔칫상같다. 마치, 각 분야의 대표들이 모인 만찬회장에서 그들이 나누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엿듣는 것이랄까.

 추측컨대, 저자는 많은 학문분야에 걸쳐 두루 관심이 있고 해박한 것 같다. 무엇보다 그는 다방면의 대표적인 서적들을 잘 읽고 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참고서적들도 꽤나 열심히 탐독했던 듯 하다. 이 한 권의 책을 내기위해 많은 책을 읽었으리라.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다독서가인 다치바나 다카시씨는, 한 저작물을 내기 위해 저자가 읽은 참고문헌의 양을 강조한다. 아웃풋 대비 인풋이 높을 수록 질이 좋은 책이란다. 논문도 마찬가지다. 논문에서는 국내외로 최대한 많은 참고문헌을 두루 섭렵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질을 보장하는 듯한 느낌을 은연중에 준다. 이를 중점적인 기준으로 논문심사를 하는 교수도 있다고 하니 알 만하다.

 스노가 말한 '두 개의 문화'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것은 저자의 이력을 보면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문체도 매우 간결하고 쉬운 편이라 술술 읽었던 듯 하다. 

 난해하게 쓰는 것쯤은 조금만 책을 읽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대개 어설픈 초보들이나 어리석은 중수들이 이런 경향을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미천한 능력과 재주를 가리기 위해, 박식함을 내보이기 위한 그들 뇌의 선택이 애처롭다. 그들의 뇌는 제대로 '소화'하지 못함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다. 미처 소화해내지 못한 내용을 그런 식으로 토해내는 것이다. 전문용어야 어쩔 수 없이 쓴다지만, 나머지 용어들이야 굳이 현학적인 체 쓸 필요는 없다. 고수뿐만 아니라 심지어 실력있는 초보의 눈에도 그들의 실력과 밑천은 금세 드러난다. 읽고 해석하면 사실 별 내용도 아님을, 즉 속빈 강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은 비교적 난해하게 글을 쓰는 유형의 사람들과 비슷한 또 다른 바보들일 것이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물고 물리며 서로의 무지와 비천한 실력을 감춘다.

 그에 비해 저자는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썼다. 읽을 땐 본인도 시간을 들였겠지만, 그 중의 핵심되는 내용 또는 중요한 내용은 잘 뽑아냈다. 물론 그렇지 않고 곁다리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에둘러낸 것도 있다. 독자들을 위한 배려라고 본다. 최대한 불필요한 내용을 배제하고 쓴 탁월한 글재주를 감상할 수 있었다.

 

 서평이니만큼 이쯤에서 책이야기를 해본다.

 모두 다 재미있고 관심가는 것들이었기에 다 언급하면 좋겠지만, 그건 독자의 몫이고 저자에겐 실례니 자제하겠다. 영화관람에서 스포일러처럼 예비 관람객과 제작자를 함께 짜증나게 만드는 것도 드물 것이다. 무작위로 일부만 발췌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p.50 이하의 외젠 프랑수아와 비도크라는 인물이 흥미롭다. 그는 널리 알려진 추리소설의 주인공 괴도 뤼팽의 실제 모델이었다고 한다.《레미제라블》의 작가 빅토르 위고 등의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범죄로 달인의 경지에 오른 그가 등을 돌려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데 주력하면 뛰어난 사설탐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이 또한 패턴의 한 형태로 볼 수 있겠다.

 

 p.119 이하는 직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널리 알려진 천재들 -심지어 과학자들도- 사실은 이성적인 논리나 수학적 언어보다 직관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감을 수식으로 정리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도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는 수학에 취약해, 그의 유명한 이론을 논문으로 정리할 때 수학을 잘하던 아내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언어적 사고에는 취약한반면 이미지적, 공간적 사고에는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다고 한다.

 근데 이는 사실상 황농문 교수가 말하는 '몰입'과 맥락이 닿은 부분이 많아 보인다. 어떤 문제에 몰입하다보면 그에 대한 해답이 시나브로 익어가며 갑작스레 떠오르는 것! 그건 몰입의 효과가 아닐까.

 

 p.173 이하에서는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바보같은 결정을 하게 되는 이유가 흥미롭다. 또, 해박한 지식보다 경험과 관망이 더 나을 때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는 천재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고, 수 많은 흐름에서 한발짝 물러나 분석하며 단순화하여 패턴을 읽어내는 힘은 천재의 무기가 아닐런지.

 

 p.266 이하에서는 고대 '르네상스인'이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단선적 논리가 흥미롭다. 그는 동양으로 따지면 노자나 장자가 이야기하는 바를 전혀 납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천재였기에 이해는 했겠지만, 그의 뇌 구조상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으리라. 그의 헤라클레이토스를 향한 비판은 매우 독하다. 그러나 현대서양철학의 관점에서만 봐도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 애처롭다. 서양의 지적 소산에 그가 끼친 영향력이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그가 말한 지식 가운데 실제와 효용성면에서 깨뜨려진 것이 많다. 그것은 당대에 그가 힘주어 말한 것들이다. 그리고 이제는 잘못된 지식의 사례로 각 학문의 사적(史的)연구와 소개에 쓰이고 있다. 재미있는 일이다.

 

 전반적으로 패턴보다 내용에 휩쓸리며 읽은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기에 저자가 힘주어 말하는 바를 놓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재미있음 하나만으로 이 책을 집어들기에 충분할만큼 재미있었다. 그래서 저자의 다음 저작도 기다려지는 게 아닐런지.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