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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에게나

아무에게도 선뜻 내보일 수 없는

비밀스런 붉은 비단보 하나쯤은 있는 것일까.

 

그 내밀함의 힘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던

조선 여인, 예인, 항아는

길지 않은 생애의 말년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가진 비밀의 놀라운 힘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 그것마저도 나 자신인데...라며

뒤늦게 불길 속에서, 자신의 흔적을 구해내려던

항아의 몸짓은 공감하는 바 크다.

 

항아는, 그녀는, 예藝의 힘으로

태생적인 허기와 좌절된 사랑의 결핍감을

평생 견뎌냈다.

그러나 그이처럼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나같은 이는

무엇으로 그 끈질긴 허기를 채우나.

그저 예藝의 세계를,

예藝를 행하는 이들의 삶을 기웃거리는 것으로

만족할 도리밖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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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내가 가지고 있던 꿈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만든 책.
(밥벌이에 상관없이) 내가 사랑하는 것들과 나를 매료시키는 것들
나를 살아있게 하는 꿈들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 시간.
 
어떤 부분, 너무나도 맞춤처럼 닮아 있어서 쓴 웃음이 나오는
작가의 성향과 인생의 사건들.
 
하지만 이대로라면... 해피엔딩도 닮을 수 있을까.
 
떠나고 싶다.
 
 
 
피아노 배우기.
 
세비야, 그라나다 혹은 과테말라 과달라하라에서 스페인어 배우기.

 
몸에 꼭 맞는 원피스에 아찔한 굽의 구두를 신고 살사 배우기.
누구의 눈도, 나 자신의 검열도 무시하고 오로지 본능만을 일깨운 채 춤추기.
 
가장 완벽하고 가장 고립돼 있고 가장 아름다운 섬에 들어가서
온전히 혼자임을 견딜 수 있을 때까지 머물기.
 
마흔을 넘기기 전에 '나'에 대해 정리하기.
 
용서하기; 나를 떠난 이별과 내가 떠나온 모든 이별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마음속 깊이 용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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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의 지혜 - 삶을 치유하고 변화시키는 마음의 힘
에크하르트 톨레 지음, 진우기 옮김 / 김영사 / 200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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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는, 그러니까 좁혀 말하자면, 고향 집에서 '국민학교'를 다니던 그 무렵에는 마음에 여백

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가졌었다. 내 심연 가득 고요가 내려앉는 날도 많았고, 그 고요를 응시하는 방

법도 알고 있었던 듯하다. 햇볕이 내려앉는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을 만큼, 그 시절의 나는 오롯했고,

혼자서도 의연했다. 물론 외로움을 타긴 했지만, 그로부터 억지로 달아나려는 노력 따위는 하지 않았

다는 뜻이다.

 

오히려 어른이 된 지금은 고요함을 감당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할 필요가 없는 순간적

인 진공의 상태를 견디지 못해 끊임없이 타인과의 접속을 시도한다. 혼자이고 싶어 하면서도 혼자이

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거다. 왜일까? 무엇이 그 본능의 힘을 앗아간 것일까?

 

에크하르트 톨레의 이 짧은 글은 그 본능의 힘을 되찾으라고 말한다. 내가 갖고 있는 과도한 생각의

함정을 벗어날 것을 그리하여 진정한 자유를 찾을 것을 강조한다.  구구절절이 소중한 말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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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1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만가만 사랑해야지 이 작은 것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7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은 책을 펴 보기도 전, 뒷표지에 적힌 작가의 말에 반해 버렸어.

 

세상에 그림이나 글을 띄우고 살다 보니 제일 무서운 게, "넌 잘 살어?"라는 힐문입니다.

거친 말 함부로 한 것이야 사과하고 야단을 들으면 되지만 고상하고 순수한 이야기를 저질러놓고

나면 말 감당이 쉽지 않습니다.

 

매일 저녁 책상머리에 앉아 한 장씩 적어 보낸 메일 엽서를 꺼내놓고 남의 글처럼 다시 읽어보니

제 안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질문이 다름 아닌 그 말씀이었습니다.

- 스스로 잘 살면서 그 말씀하셨던가?

씩씩하고 간단하게,

- 예!

- 물론입니다!

- 당연히!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되지요.

(중략)

 

세상은 날이 갈수록 각박해져서 나를 지켜 담백하게 살기보다는 세상과 타협하고 적응해 살기가

오히려 손쉬운 형편입니다.

혼자 마음에 새기는 약속보다는 미더운 이웃이나 아름답게 잘 살아가는 사람들과 나눈 약조가 더

큰 힘이 됩니다. 그 힘을 빌어서라도 판화와 글에 책임을 지고 살아보자고 다짐합니다.

 

이제, 그 사람이 쓴 글이, 그 사람 됨됨이의 전부이진 않다는 걸, 그럴 수도 없다는 걸 알아버린

나이니 새삼 그런 완전성을 바라지도 않아. 그런데도 스스로 거울을 들여다보듯 묻고 있는 작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귀엽더라구. 글처럼 그림처럼 일관되게 살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매 순간

뒤돌아보며 노력은 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멈추지도 뒤돌아보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가 누리고 있는 소박한 생활에 반하고, 그가 풀어낸 여유로운 마음에 반했어.

세상은 온갖 자극적인 것들이 난무하는데, 모처럼 그의 나뭇잎 편지 안에서 평화를 얻었달까.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 냄새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난다는 말이 있지?

나는 어떤 종이가 될 것인가, 고민해 봤는데...

길지도 않은 인생, 비린내 풍기며 살기엔 아깝지 않아?

좋은 것, 부드러운 것, 아름다운 것들과 가까이하며 살아야겠다, 다짐해.

 

............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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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의심이란 그런 것이다.
행동을 의심하게 되고 행동에 꼬투리 잡을 것이 없으면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의도마저도 결백이 입증되면 그다음에는 무의식을 의심하게 된다.
무의식을 의심해서 어쩌겠다고?
뭘 어쩌기 위해 무의식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의심의 메커니즘이 그런 것이다.
 

- 본문 중에서 -

이런 발칙한 제목이 있나.

이거 분명히 요즘 인터넷에서 흔히 말하는 '낚시질'일 거야.

내가 이 맛나 보이는 미끼를 무나 봐라, 하고 있었는데 추석 때 언니가 들고 왔다. 

결국 덥썩 물었다.

절반의 절반도 못 되게 미끼를 뜯어 먹은 나는 뒷맛이 궁금해 서점으로 향했고,

장장 세 시간에 걸친 도둑독서 끝에 종내는 돈을 지불하고 사고야 말았다.

근래 들어 이렇게 깔깔거리며 텍스트에 몰입해 보기는 드문 일이다.

상당히 재치있고,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정직한 작가이다.

무슨 논문처럼 모든 참고문헌을 책 말미에 밝혀 두었다.


얘기는 두 가지다.

일처다부제를 몸소 실천하시는(?) 아내와 그런 아내에게 끌려갈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아내의 두번째 남편 '그놈'에 얽힌 결혼제도에 관한 고소한 풍자가 하나요, 

이 세 사람 관계의 시작이 된 공통의 관심사인 '축구'가 둘이다.



작가는 축구의 룰과 스타와 각 팀의 역대 전적 등의 흥미로운 얘깃거리에

세 사람의 결혼문제를 정말 절묘하게도 버무려놓아서

때론 폭소가 터지게도 하고, 무릎을 탁 치며 감탄하게도 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가 쏠쏠하겠지만, 남자가 축첩하는 건 그럴 수 있어도 

여자가 남자 둘을 거느리는 꼴은 죽어도 못 보겠다는 사람은

보다가 상당히 혈압이 오를 위험이 있다. ㅋㅋ



뭐, 다 좋다. 일처다부든 일부다처든 일부일처든 비구속적 다자간사랑이든, 다 좋다고 쳐. 

근데 어떻게 사랑이 2등분, 3등분이 가능하지?

ㅡㅡ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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