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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가만 사랑해야지 이 작은 것들 ㅣ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7
이철수 지음 / 삼인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은 책을 펴 보기도 전, 뒷표지에 적힌 작가의 말에 반해 버렸어.
세상에 그림이나 글을 띄우고 살다 보니 제일 무서운 게, "넌 잘 살어?"라는 힐문입니다.
거친 말 함부로 한 것이야 사과하고 야단을 들으면 되지만 고상하고 순수한 이야기를 저질러놓고
나면 말 감당이 쉽지 않습니다.
매일 저녁 책상머리에 앉아 한 장씩 적어 보낸 메일 엽서를 꺼내놓고 남의 글처럼 다시 읽어보니
제 안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질문이 다름 아닌 그 말씀이었습니다.
- 스스로 잘 살면서 그 말씀하셨던가?
씩씩하고 간단하게,
- 예!
- 물론입니다!
- 당연히!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되지요.
(중략)
세상은 날이 갈수록 각박해져서 나를 지켜 담백하게 살기보다는 세상과 타협하고 적응해 살기가
오히려 손쉬운 형편입니다.
혼자 마음에 새기는 약속보다는 미더운 이웃이나 아름답게 잘 살아가는 사람들과 나눈 약조가 더
큰 힘이 됩니다. 그 힘을 빌어서라도 판화와 글에 책임을 지고 살아보자고 다짐합니다.
이제, 그 사람이 쓴 글이, 그 사람 됨됨이의 전부이진 않다는 걸, 그럴 수도 없다는 걸 알아버린
나이니 새삼 그런 완전성을 바라지도 않아. 그런데도 스스로 거울을 들여다보듯 묻고 있는 작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 귀엽더라구. 글처럼 그림처럼 일관되게 살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매 순간
뒤돌아보며 노력은 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멈추지도 뒤돌아보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가 누리고 있는 소박한 생활에 반하고, 그가 풀어낸 여유로운 마음에 반했어.
세상은 온갖 자극적인 것들이 난무하는데, 모처럼 그의 나뭇잎 편지 안에서 평화를 얻었달까.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 냄새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난다는 말이 있지?
나는 어떤 종이가 될 것인가, 고민해 봤는데...
길지도 않은 인생, 비린내 풍기며 살기엔 아깝지 않아?
좋은 것, 부드러운 것, 아름다운 것들과 가까이하며 살아야겠다, 다짐해.
............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