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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마야 막스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0년 4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 오늘은 문득 여태까지와는 다른 종류의 우울함이 밀려왔다 여태까지는 거의 두가지 종류의 우울함이 전부였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 외롭다는 한가지. 그 외의 기타 주위 다른 일들로 인한 우울함 한가지. 이런 류의 우울함은 대체 뭘까.. 하늘도 자주색 물감에 물을 풀어 놓은 듯한 보랏빛이고 항상 듣는 재즈도 오늘은 마음까지 밀려오질 않고 내 귓전에서 그저 앵앵 맴돌 뿐이었다.
외롭지도 않았고, 가끔씩 뒤통수를 치는듯 한 서늘한 두통이 밀려왔다. 딱히 무언가 하고 싶은 것도,하기 싫은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환여동 거리를 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가끔씩 난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이상야릇한 기분은 만들어 냈다. 아주 오랜 시간전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쩌면 너무도 오랜시간 전의 나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있을 수 없는 상상속의 이야기 인것만도 같다.
일본 소설은 그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데 바나나의 소설 역시 알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하다. 언젠가 이런 문체의 글을 쓸 수 있으려면 모든 것을 감정적으로, 그리고 매 순간순간을 놓치 않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어쩌면 피곤하겠지, 그렇지만 여태까지 내가 너무나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휭하니 지나쳐 보내버린 대단한 일들이 새삼 후회로 떠오르기도 한다.
예를들면 고등학교 2학년 어느 날 수업시간 쉬는시간 가리지 않고 하루종일 학교에서 울었던 것 같은... 그 때 내가 조금만 더 영리 했더라면 그 일 하나로 소설 한권은 쓸 수 있었을텐데. 하는 우스운 생각이 문득 드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