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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박경민 옮김 / 한겨레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타나토노트>, <메스> 같은 소설에 중독되어 있던
10대 중반에 <앵무새 죽이기>는
어린아이들의 평범한 일상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
재미없는 이야기로,
몇 장 읽다 덮어버릴 수 밖에 없는
두껍고 지겨운 책이었다
책꽂이에서 먼지 뒤집어 쓰고 있던 이 책이
다시 생각난 이유는
얼마 전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스티븐 킹이 언급한
'신이 글 쓰는 능력을 주셨는데 왜
책을 한권만 내고 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고 정의한 작가 들 중 한명으로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앵무새 죽이기>는
남부의 한 조용한 동네에서
아직 흑인들이 노예로 일하던 시절,
모두가 꺼리는 강간 용의자 흑인의 변호를
존경받는 백인 변호사인 아버지가 맡기 시작하면서
시작되는 아이들의 성장스토리다
둘다 아버지가 극의 주제는 아니지만
내 눈에 주로 보이던 건
'아버지'였다
어느 집안과 아이들의 성장스토리건간에
아버지의 존재감이 빠질 수는 없으니까.
어쨌거나 시간과 공간이 흐르고 흘러
흑인 노예의 역사가 그리 와닿지 않는 21세기 한국에서
이런 부모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겠구나 외에,
귀여운 꼬마의 독백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재미없을 수가 없다는 별다를 것 없는 결론이다
'아 맞아, 나도 저 때는
그렇게 생각했었지, 그런 놀이를 했었지'
라는 잔잔한 회상의 즐거움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