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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위해서 일한다는 거짓말 - 한국 공직사회는 왜 그토록 무능해졌는가
노한동 지음 / 사이드웨이 / 2024년 12월
평점 :
❛영리해서 무능한 이상한 세계❜
한숨 한 번 쉬고 가실게요 😫😖😤
서울대학교 재학 중 행정고등고시(5급)에 합격해 문체부에서 출판, 체육, 저작권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을 담당했던 노한동 작가. 그는 2023년 서기관으로승진하자마자 공무원을 그만둔다. 10년 간 공직사회에 몸 담았던 그가 돌연 사표를 던진 까닭은 무엇인가?
❝10년 간 경험하고 관찰한 무능과 무기력, 헛짓거리를 사람들에게 정확히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내부고발자가 되겠다는 것인가?
나라의 녹을 먹겠다고 시험에 통과해서 들어온 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무능과 무기력에 찌든 이들이 되는지 담겨 있다. 공직사회에 10년 간 몸담은 이만이 쓸 수 있는 글일 것이다. 너무 모르지도 않고 완전 푹 젖어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니까.
보고서 한 장에 목숨을 거는 모습에는 웃음이 나온다. 핵심만 간단하게, 깔끔한 문서 작성에 방점을 둔 1장짜리 보고서에 무엇이 담길 수 있을까? 노한동 저자는 그것을 “의도적으로 평탄화하는 것”이라 말한다. 평탄화된 문제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문제들이 보이지 않는다. 표면적인 문제에 대한 답만 제시하면 되는 것. 그러니 탁상공론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은가.
순환보직, 연공서열, 무사안일, 가짜노동, 윗사람 심기 맞추기 등 일과 무관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에도 일침을 가한다. 개개인의 능력은 출중하지만 그들은 누구도 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위계에 따른 상명하복 구조가 서로를 공고하게 떠받치고 있다. 그것을 흔드는 이를 누가 이쁘게 볼 것인가. 능력이 있는가?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가? 당신은 출세에서 멀어질 것이니!!
자연스레 양산되는 무능과 무기력. 영리한 사람은 더 빠르게 적응한다. 그렇게 출세의 길로 달린다. 영리해서 무능한 이 역설은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다고 노한동 작가는 말한다.
책을 읽는 내내 한숨이 나온다. 공직사회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이 편견이 아니구나 싶었다. 물론 공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공직자가 있을 것이다. 그분들까지 싸잡아 욕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 되지만, 공직사회에 만연해 했는 경직성과 관성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공직사회는 역설로 가득 찬 곳이다. 복잡한 현실을 5분 만에 읽을 수 있는 한 장의 보고서로 이해하려 하고, 현장과 갈수록 멀어지면서도 술자리에서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을 외친다. 입만 열면 ‘적극 행정'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그저 '존버'를 잘한 순서 대로 승진시키고, 국민의 공복을 자처하지만 그 누구보다 권력자에게 약하고 국민에게 강하다.❞ p.8
어떤 소설, 영화보다 흥미로웠다. 공무원이 되려는 분들, 정치인들이 읽었음면 좋겠다. 또한 공무원의 세계가 궁금한 이들에게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