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욕 - K-콘텐츠로 한국 욕 새로 보기
홍수경 지음 / 이응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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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기록한 리뷰입니다 .


나는 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장난으로 하는 거 말고, 진짜 각 잡고 하는 험악한 욕은 무서워하기까지 한다. 😨

그래서 한국 영화를 볼 때면 시도 때도 없이 난무하는 욕설에 귀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릴 때도 잦았다. 그나마 외국 영화를 볼 때는 알아듣는 욕설이 몇 개 되지 않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마저도 끝났다. 🤦🏻‍♀️
책 부록에 한국 욕의 영어 표현까지 너무나 친절하게(?) 실어놓으신 덕분에, 앞으로는 외화를 볼 때도 “어? 방금 욕했는데?” 하며 하나둘씩 다 알아듣게 생겼다. 정말 큰일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이 책 너무 재미있다.


<왕과 사는 남자> 엄흥도의 ‘씨♠ ’
<더 글로리>의 나이스한 ‘개♤끼’
<오징어 게임>의 ‘혁명적인 개새❥’
<마스터>의 ‘구체적으로 씹★ ♣ ’



🤔 사람들은 왜 돈까지 내면서 욕쟁이 할머니를 찾아갈까?
욕쟁이 할머니에게 찰진 욕을 듣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고 음식값까지 지불하는 사람들. 다들 욕은 싫다면서 왜 굳이 찾아가는 걸까? 내가 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누군가가 대신 해주는 대리만족. 사회적으로 터부시되는 거친 말들을 내 입이 아닌 타인의 입을 통해 듣는 순간 느껴지는 묘한 쾌감. 어쩌면 그게 욕이 주는 카타르시스인지도 모르겠다. 참 이상한 언어다.


🧠 뇌리에 꽂히는 단 하나의 단어, 욕
예전에 들었던 욕에 반응하는 뇌 실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름다운 단어들 사이에 욕을 하나 섞어 들려주면, 다른 단어는 모두 휘발되고 오직 욕만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꽃, 사랑해, 아름다워, 보고 싶어, 행복해, 18, 그리워, 엄마’ 이렇게 들려주면 뇌리에 박히는 건 결국 ‘18’이라는 단어 하나뿐이라는 것. 뇌를 망치로 때리는 듯한 충격을 준다니, 욕이 지닌 임팩트가 얼마나 강한지 짐작할 만하다.


📖 더러운 말이 아닌, 가장 솔직한 감정의 언어
제목부터 강렬한 [K-콘텐츠로 한국 욕 새로 보기 : NEW 욕]은 결코 욕을 잘하라고 가르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욕이라는 말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게 이끈다.


우리가 흔히 ‘더러운 말’이라고 치부했던 욕이, 사실은 울분이나 분노, 답답함, 억울함 같은 펄떡이는 감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언어였다는 사실.


영화와 드라마 속 욕설을 따라가다 보면, 무심코 지나쳤던 욕 한마디에도 인물의 벼랑 끝 감정과 절박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왜 저런 험한 말을 할까?’라는 불편함보다는 ‘대체 얼마나 화가 나고 미치겠으면 저럴까?’라는 연민과 공감이 먼저 피어오른다.


거기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 속 위대한 성군이신 세종대왕도 “우라질!”을 시도 때도 없이 외치지 않았던가. 아니, 세종대왕도 화날 때 썼다는데 평범한 우리라고 못 할 쏘냐! 이런 우라질! 🤬


👵 현대판 욕쟁이 할머니 같은 책
거듭 말하지만, 욕을 권하는 책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욕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책인 것만은 확실하다.


때로는 어떤 점잖은 단어로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응어리들을, 우리는 욕이라는 가장 ‘날것의 언어’를 빌려 터뜨리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욕에도 마음이 들어 있었다. 너무 화가 나서, 억울해서, 숨이 막히도록 답답해서.
그리고 누군가 내 대신 시원하게 쏟아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또 욕쟁이 할머니를 찾아갔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종이로 만들어진 ‘현대판 욕쟁이 할머니’다. 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욕이라는 글자를 두고 이렇게 길고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될 줄이야. 참으로 우라질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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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북_서재 2026-10-0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욕쟁이 할머니의 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