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긍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김영신 옮김 / 불란서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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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슬픔의 긍지>를 읽고,
“서정 속에 감춰진 다채로운 고독”
**스포일있음주의**
콜레트의 <슬픔의 긍지>는 깊은 내면의 이야기와 섬세한 문체가 돋보이는 산문집이다. 첫 번째 「포도 덩굴손」에서 시작된 자연의 감각적 묘사는 마치 ‘시’를 읽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다행히도 독자는 이 작품에 감춰진 내면의 갈등을 금세 감지할 수 있다.
첫 산문 「포도 덩굴손」은 포도 덩굴이 자라는 동안 잠들지 않겠다는 듯, 밤새 노래하는 밤꾀꼬리처럼, 콜레트의 내면의 문을 연다. 내가 독자로서 걱정되는 건, 처음 「포도 덩굴손」만 보고, 이 책을 섣불리 판단할까 봐, 이 글을 쓴다. <슬픔의 긍지>는 생각보다 매우 ‘다채로운 콜레트의 글쓰기’로 가득 차 있다.
“넌 내게 발톱 없는 꽃들을 주었어”
-<슬픔의 긍지> 「하얀 밤」 중에서
관능과 욕망의 공간을 상징하는 침대는 감정과 욕망을 깊이 들여다보는 장소로 변모한다. “발톱 없는 꽃”이라는 표현처럼, 「하얀 밤」는 그 어떤 공격성도 없이 온화한 사람과의 순수한 밀애를 그린다. 야한 단어 하나 없이 어쩜 이렇게 물감이 물에 퍼지듯 썼을까 하고 감탄했다.
「흐린 날」이라는 산문은 마치 콜레트의 페이스북을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일기 같으면서도 그녀의 다짐이 담긴 글이었다. 처음에는 담요로 자신을 감싸달라고 하다가, 마지막에는 그 담요를 짓누르는 억압으로 느껴 벗어던지고자 하는 구절이 나온다. 히스테리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처음에는 보호를 원하다가 결국 그것이 자신을 억압한다고 느껴 벗어던지려는 자유의 갈망처럼 느껴졌다. 영화 『콜레트』를 보고 이 책을 읽으니, 그녀의 첫 번째 남편, 그녀에게 심한 가스라이팅을 하던 ‘윌리’라는 작자가 떠올랐다.
내용은 연륜이 느껴지는데 문체는 스레드인 산문도 있었다. 「마지막 불」에서는 불의 시각과 촉각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불나방 같은 사랑이 나른한 목신의 오후처럼 꺼져가는 순간을 슬픔이 아닌 수용의 감정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책 중반부에 나오는 「사랑」, 「어떤 꿈」, 그리고 「토비, 개가 말하다」에서는 개와 고양이의 대화를 통해 콜레트의 솔직하고 다중적인 내면을 드러낸다. 이 산문들은 위트가 있고 희곡적 성격을 띠며, 마치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느껴진다. 특히 「토비, 개가 말하다」에서는 “슬픔”과 “긍지”라는 단어를 불독인 토비가 직접 말한다.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화장」과 「나팔꽃」이었다. 화장을 통해 변하지 않는 외모를 유지하려는 욕망은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자아로 재탄생하고자 하는 우리의 욕구를 직시하게 한다. 이러한 모순적인 욕망이 불러오는 내적 갈등을 그녀는 솔직하고 담담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삶의 무상함도 함께 생각 거리를 제공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은 작품은 「나팔꽃」이었다. 콜레트는 말벌이 꿀을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친구가 티타임에 찾아온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더는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린다. 남친 말로는, 화장하고 가짜 머리를 붙인 여성보다 있는 그대로를 원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예술가였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성의 놀라운 허영, 맹목적인 오만, 언제나 무의식적으로 남자를 만족시키려 드는 그들의 우매한 자만”이라고. 그런데 콜레트는 속으로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콜레트가 공감해 주지 않자, 그녀는 실망한 듯했으나, 남친에게 다시 연락이 올 것이라고 말하니, 희망에 찬 모습으로 가더라는 것이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 이 이야기에는 ‘나팔꽃’이 언급되지 않지만, 제목은 “나팔꽃”이다. 이것이 콜레트만의 흥미로운 시적 도약이며, 이 산문 말고도 곳곳에 상징이 숨겨져 있다. 나팔꽃은 아침에 피고 해가 지면 금방 시드는 꽃이다.
「어떻게 보일까?」에서도 「나팔꽃」에 등장했던 친구 발랑틴이 다시 등장한다. 그녀는 사회적 기대와 자신의 외적 평가에 매우 신경을 쓰고, 사교적 언변에 능하다. 그런 그녀를 맞춰주며 느끼는 콜레트의 생각을 담은 글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의 「쏨므 만에서」, 그녀의 풍경 묘사가 절정을 이루고, 「뮤직홀」에서는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예술가들의 일상적 삶을 냉정하면서도 세밀하게 묘사하며 책이 마무리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추천사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 처음엔 와닿지 않았던 강정의 문장들이 이제야 한올 한올 직조되어, 그 형상을 드러내는 기분이 들었다.
외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내면의 섬세함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분명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낭독하기 참 좋은 책’이다. 당신만의 슬픔의 긍지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나는 분명하고 날카롭게 나 자신을 기억해요. 나 자신을 속이지 않는 우수와 함께요.”
–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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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오진원 지음, 원승연 사진 / 오늘산책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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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화음챔버 음악평론집을 편집하면서 마지막 장을 장식한 에르완의 포토 에세이를 접한 일이 있었다. 외국인의 시선이 담긴 한국의 풍경 사진과 짧은 글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매력을 디자인 작업하며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포토 에세이 서적과는 전혀 인연이 없을 것 같았는데... 며칠 전, 또 다른 포토 에세이를 구매했고 집에 도착해 있었다. 책을 펼치자, 시와 수필, 사진이 깔끔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이른 아침 독서로 참 좋은 책을 선택했다. 밖에선 매미 소리가 합창을 벌이는 가운데, 내 옆 선풍기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다.

책을 읽다가 나는 예전에 적었던 문구와 너무도 흡사하지만 동시에 전혀 다른 문장을 발견했다.

“꽃이 피는 건 필 수 있다는 꽃의 믿음 때문이었을 겁니다.” -진심의 온도 중,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

나는 예전에 “꽃이 피는 건 꽃의 의지 때문이다”라고 적었던 기억이 있다. 믿음과 의지, 이 차이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잘 쓸 수 없는 것 같다. 에세이는 자신의 아픔을 드러낼 용기와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담아내는 예술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책 속 선정된 사진들을 보며 적절한 쉼표처럼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페북 중독자답게 "우리는 외로운데 왜 '좋아요'만 누를까요"라는 챕터에 가장 큰 공감을 느꼈고, 그러다 문득 "엄마"라는 시를 만났다. 이 시는 단 두 줄뿐이지만, 나처럼 메마른 사람의 감수성의 문을 열어져쳤다.

<엄마>

태어나기 전부터  
사랑했어요.

장황하게 잘 쓰는 사람도 재능이지만, 짧은 시에서 느껴지는 깊은 애정은, 그 어느 긴 글보다도 나의 마음을 강하게 울렸다. 

제목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오늘이 왔어>는 그녀와 그녀의 오빠 에피소드를 보면 ”오늘“의 깊은 의미가 먹먹하게 다가올 거다. 저자는 엄마도 보내드렸나 보다. ‘엄마, 이다음엔 나로 태어나요’, ‘엄마, 이다음엔 나로 태어나요.’ 라는 글귀를 보고 눈이 시큰해져 혼났다.

<빗방울이 아프다>라는 시도 기억에 남는다. 시의 편집 디자인도 은율에 맞춰 읽으라고 음표처럼 조판한 섬세함이 좋았다. 

<다른 손가락>이라는 시는 이전 시들과 사뭇 달랐다. 서정시가 울림이라면 <다른 손가락>은 떨림 같은 시였다. 심리적 구조 이미지가 하나의 손바닥에서 나온 다른 손가락일 뿐이라는 깨달음을 주는, 그런 떨림 말이다.

나처럼 메마른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출판사 이름이 오늘산책으로 이중의 의미가
있다고 들었다. 오늘산책(Today's walk), 오늘 산 책(The book I bought today)으로. 

#오늘산책 #전하고싶은말이있어서오늘이왔어 #오진원작가 #원승연사진#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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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너의 애인이 되어줄게 나와 잘 지내는 시간 5
최희정 지음 / 구름의시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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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문 사이, 『오늘은 너의 애인이 되어줄게』 자전적 에세이를 읽고서.

삶의 애환이 담긴 에피소드를 나의 것과 비교하게 되었다. 감정이 얼마나 상대적인지, 저자가 어느 날 참담한 심정으로 “지금 힘들어하는 너를 연민하고 위로하면서, 위로받지 못했던 과거의 내가 보인 거야.”라고 쓴 문구에서 깊은 동질감을 느꼈다. 사람이 자기 자신과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팽배해질 때, 그 지점에서 와락 눈물이 터지기도 하는 것 같다.

저자가 글을 참 잘 쓴다고 느끼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 담백한 일상을 이야기하다가도, 사랑하는 이를 “애인”이라 부르며 그들을 묘사하는 순간에 마치 문체가 시로 변모하는 것 같아서. 시가 중간 중간 나오기도 하는데, 마치 위선환의 시를 읽는 듯한 리듬감이 느껴졌다. 삶과 사랑이라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한데 어우러져, 읽는 이의 마음도 어느새 그 시적인 표현에 젖어들게 된다. 저자는 진실된 삶에서 느낀 의외의 인연들을 시적으로 풀어내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감정도 되새기게 만든다. 특히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리는 부분이 많았다.

저자의 문장은 단순히 개인의 고백을 넘어서, 사랑하는 이들(애인들)과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그 순간들이 주는 애뜻함과 소소한 재미를 아름답게 그린다. 저자에게는 책에
나오는 모든 순간들 처럼... 힘든 날도, 기쁜 날도 모두 소중히 여기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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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시간, 나는 나를 브랜딩한다 - 작은 차이로 특별해지는 SNS 콘텐츠 마케팅 노하우
윤소영 지음 / 도마뱀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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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대에 한 사람이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업무를 해내는 게 보통입니다. 일이 많아질수록 관리해야 할 것도 늘어나죠.

저처럼 ”관리“가 서툴거나, 콘텐츠 제작은 꼼꼼하지만 홍보에는 망설여지시는 분들에게 '나는 나를 브랜딩한다'(약칭 '나나브')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소소한 이야기의 중요성, 세심한 배려, 그리고 작은 마케팅 노하우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브랜드를 잘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마치 1:1로 과외를 받는 것처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마케팅 꿀팁이 가득해요.

예를 들면 사업자를 섣불리 내지 말아야 할 실질적인 이유부터 정부 지원사업을 확인하는 방법이라거나 강사비를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 등
바로 옆에서 1:1 과외를 해주듯 막연했던 모든 마케팅의 노하우가 정돈이 잘 되어 있어요.

부제로 “하루 한 시간”이라고 쓰여 있는데 책 받아보고 반은 금방 읽어버릴 정도로 읽기 편해요.
아마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거예요. 그치만 자기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자주 꺼내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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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이하의 것들
조르주 페렉 지음, 김호영 옮김 / 녹색광선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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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의 힘과 시간을 기입하는 새로운 방식, 그리고 언어와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무엇보다 솔직함을 얘기하는 페렉을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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