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편견에 대하여
저스틴 그레그 지음, 김아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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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전에는 종잡을 수 없었던, 니체 - 일각돌고래. 읽는 내내 즐거운 호기심이 유지되며 끝까지 흥미롭게 읽었다. 종을 넘나드는 지성, 인지능력, 추론 능력, 지각 능력에 대한 이야기와 인간 지성의 어마 무시한 과오와 대비되는 동물행동학에서 밝혀지는 동물들의 명석함이 놀라웠다.




니체가 인용된 이유


니체는 매 장 처음을 열어주는 철학자로 등장한다. 니체는 동물을 부러워하기도 했던 고통받는 영혼의 소유자였다. 그는 말년에 길에서 채찍질 당하는 말을 보고서 거의 미쳐버려 회복하지 못한다.


니체와 같이 사유하는 인간의 세계는 과연 동물들이 인식하는 세계보다 행복할까? 우월할까?



흥미로운 질문들


이 책은 여러 의문을 제기한다.


지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적 우월함이란?

인간의 인식 능력과 추론 능력, 인지 능력은 과연 동물보다 유용한가?

그래서 인간은 더 행복할까?

인간은 다른 종들보다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각 장의 제목만 읽어보아도 재미있는 주제들!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고, 그 능력에 매몰되어 특별히 더 불행하게, 서로를 헐뜯으며, 인간만이 가진 치명적인 단점으로 더 빨리 자멸할 수 있다는 걸 이 책은 조목조목 풀어낸다.


일례로, 인간에게는 거짓말 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는데, 심지어 언어를 사용할 수 있어서 잘 속일 수 있고, 황당하게도 속이기보다 속는 걸 더 잘한다. 그렇다면 동물들은 거짓말을 못할까? 동물들은 모습까지 바꾸고, 감쪽같이 행동하며, 강자에게 대항하고 죽을 고비를 넘긴다. 동물의 능력은 이렇게나 뛰어나고 효과적인데, 인간의 거짓말 하는 능력은 부수적이고 소모적일 뿐이다.


또한 침팬지는 무척 흉포하고 잔인할 때가 있는데, 인간은 몇 배는 더 잔인하고 특히 '도덕성' 때문에 더 그렇다. 이런 도덕성에 힘입어 식민지 지배, 유대인 학살, 소수자 억압 등 다양한 폭력이 일어났다.



동물과 인간 인지능력의 비교


이 책은 인간의 인지 능력과 동물의 인지 능력이 서로 비교할 수 없음을 강조한다. 인간은 언어와 과학, 수학 같은 복잡한 인지 도구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잘못 사용하면 치명적인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학기술의 오용은 환경 파괴나 인류의 생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동물들은 훨씬 단순한 의사결정 전략을 사용하여 생존한다. 동물들은 복잡한 사회 구조 없이도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하고, 생존과 번식에 성공한다. 이 단순함이 오히려 효율적이고 실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동물들은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며, 이는 인간의 복잡한 전략보다 오히려 더 성공적일 수 있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지능이 항상 우월한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예지적 근시와 잘못된 인지 전략


인간은 예지적 근시를 가지고 있어 미래의 고통에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이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큰 장애가 된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 문제에서 인간은 당장의 이익에 집중하여 장기적인 피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무관심은 결국 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동물들은 현재의 생존에 집중하며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한다. 인간은 복잡한 인지 전략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종종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로 인해 개인적,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동물의 단순한 전략이 오히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는 점은 인간의 복잡한 지능이 항상 최선이 아님을 시사한다.




✨✨✨

인간의 여러 능력은 양날의 칼과 같아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인간 지성의 한계를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동물을 더- 사랑해야 하는 이유. 자연과 공존하며 배우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많이 발견함. 

인간의 지성을 과신하지 말고, 단순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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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편
모드 방튀라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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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 사랑이야기, 신인작가, 여성작가, 모두 너무 재미있을 것 같은 조합이다. 게다가 집착적인 사랑. 내 남편이라니, 기대되는 소설이다. 두꺼웠으면, 글씨 작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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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열린책들 세계문학 289
에밀리 브론테 지음, 전승희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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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무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또 그래서 새 번역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비극적인 사랑이 더 생생이 살아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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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을 입고 - 오은의 5월 시의적절 5
오은 지음 / 난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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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시인님을 만담가로 알았다거나 한 건 아니라고 해야겠지만, 에세이로 만나니 역시 더 신이 난다. 5월 1일 부터 하루에 하나 씩 아껴 읽었어야 했는데, 신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펼치는 대로 술술 읽으면서도 여운이 남는 독특한 책이었다.



싱그러운 초록

요 며칠 추운 날도 많았지만, 표지 때문인지 맑고 화창한 날 더 손이 많이 갔다. 오은님은 스스로 비를 좋아한다고 하시지만 그다지 비와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 시인님의 매일의 성실한 기록은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심지어 비오는 날의 기록들도.



매일 하루 치의 글이 끝나면 있는 ’오.발.단‘은 ’오늘 발견한 단어‘의 약어인데, 단어의 발견도 새로웠다. 의외의 단어들을 알아 갈 수 있을 뿐더러, 비슷한 단어들로 엮여있어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건밤

📌비거스렁이

📌얼찬이

짐작도 못했던 새로운 단어들

나도 단어를 발견해 보고 싶다.

하지만, 내가 발견하는 것들은? ~



섬세하고 민감한 감성

기억에 남는 부분 중 하나,

”너는 피도 눈물도 없어.“에 대한 답변-

”그래도 나는 생각을 하잖아.“ vs. ”그래서 나는 생각을 하잖아.“

차이를 생각하다 보면 무척 민감해진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 대신에,

그래도와 그래서가 이렇게 다르니 -

’도‘ 다르고 ’서‘ 다르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나는 생각을 한다.‘라는 건 생각한다는 것으로 반론한다는 느낌이라면,

’그래서 나는 생각을 한다.‘라는 건 자신의 부족함을 채운다는 느낌이 든다.

곰곰 생각하며 음미하다가, 이어지는 오은 시인님의 사고를 따라가다 보면, 또다른 쾌감이 있다.

머릿속의 주관(主觀- 자기만의 견해나 관점)이 주관(主管-어떤 일을 책임지고 맡아 관리함)이 되고 있다. (p. 203)

‘나는 내 관점으로 모든 걸 감독하고 있었다’고 깨닫는 시점은 왜 자꾸 늦는 걸까.

이처럼 여러가지 생각들을 단어들로 응축해서 사유하는 재미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5월에만?

너무 바빴던 5월이 벌써 20일이 넘어가는데, 5월에만 읽어야 할까?

6월엔 또 다른 #시의적절 이 나를 유혹할지라도,

아직 5월을 보내기엔 미련이 남는다.

‘오.발.단’ 대신에 나는 ‘오.발.책’ 을 하고 있어 포화상태인데,

이 책은 펼칠 때 마다 시의 적절한 여운을 남겨주어서 고마운 책이다.



그럼, 오은님을 토크로, 아니 당연히 시로 또 다시 만날 날을 늘 그렇듯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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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양장본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지 옮김 / 푸른숲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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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희망의 사유가 담긴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 - 읽을 때 마다 힘들었다. 아주 조금만 읽어도 강렬했다. 어느 날은 손이 덜덜 떨렸고, 문득 울음이 터졌다. 가슴이 저릿하다 화가나고 슬퍼서, 아니면 영문을 모른 채 눈물을 흘릴 책이다.

실재하는 지옥

사실 ‘슬픔과 희망의 사유’라는 평이한 수식어는 이 책에 어울리지 않다. 영혼을 파괴하는 혐오스러운 범죄 때문에 분노하게 되고, 읽기조차 힘들게 느껴지는 실재하는 지옥을 배경으로, 기저의 무관심, 역사적 망각, 폄하, 인종주의, 전쟁, 약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폐해가 얼룩져 있기 때문이다.

제목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는 어떤 글의 한 구절이었는데, 의외의 맥락에서 나온다. (📖87p) 누구의 슬픔을 어떻게 껴안은 건지 그 구절을 읽기 전엔 그토록 처절하게 와닿지 않았다. 나의 슬픔에 몸을 가눌 수 없지만, 그들의 슬픔을 알기에,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을 나의 고통으로 껴안는 건 절절히 비통하다.



다양한 현장의 처절한 고발

작가 이브 엔슬러가 여러 지면에 실었던 글은 다양한 현장을 고발하고 있다. 편지, 일기, 독백, 시, 때로는 전형적이지 않은 생생한 글로 직접적이고 처절한 목소리를 가감없이 낸다.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의미 없는 존재로의 전락’(📖277p)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들은 실재했고, 누구나 그들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섬뜩하다. 어디에나 삶이 있고, 사랑이 있는데, 지금 누군가는 처절하게 망가지고 있다.

가정의 보호, 국가의 보호, 국제사회의 보호, 인간으로서의 보호를 상실한 다수의 사건은 인간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그 자체를 고민하게 한다.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

그렇다면 인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토록 강렬한 책을 읽고 그냥 덮고 잊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우선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목과 인식의 지경을 넓히는 말랑함이 아니라, 역사적 망각의 대가가 무엇인지, 이기심과 권력의 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마땅한 관심과 의무로서의 다정함을 지녀야 한다.

마지막 세포 하나까지 소진해 병적 폭력 현실과 증오를 끝내기 위해 사력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173p). 그렇게 열정적으로 자신을 소모할 수는 없다면, 마지막 글에 작가의 또다른 제안이 있다. 작가 이브 엔슬러는 스스로 이름을 버리고 “V”가 되었다. “V”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인간적이다. 누구나 문화와 사회를 떠나서, 다정함을 입은 “V” 종족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옥을 보고 v종족이 되는 것은 판타지로의 도피일까? 도피라기 보다는 너무나 큰 간극을 메울 유일한 처방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기대보다 훨씬 강렬하고 충격적이었던 책.




*신청도서/출판사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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