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을 입고 - 오은의 5월 시의적절 5
오은 지음 / 난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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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시인님을 만담가로 알았다거나 한 건 아니라고 해야겠지만, 에세이로 만나니 역시 더 신이 난다. 5월 1일 부터 하루에 하나 씩 아껴 읽었어야 했는데, 신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펼치는 대로 술술 읽으면서도 여운이 남는 독특한 책이었다.



싱그러운 초록

요 며칠 추운 날도 많았지만, 표지 때문인지 맑고 화창한 날 더 손이 많이 갔다. 오은님은 스스로 비를 좋아한다고 하시지만 그다지 비와 어울리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 시인님의 매일의 성실한 기록은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심지어 비오는 날의 기록들도.



매일 하루 치의 글이 끝나면 있는 ’오.발.단‘은 ’오늘 발견한 단어‘의 약어인데, 단어의 발견도 새로웠다. 의외의 단어들을 알아 갈 수 있을 뿐더러, 비슷한 단어들로 엮여있어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건밤

📌비거스렁이

📌얼찬이

짐작도 못했던 새로운 단어들

나도 단어를 발견해 보고 싶다.

하지만, 내가 발견하는 것들은? ~



섬세하고 민감한 감성

기억에 남는 부분 중 하나,

”너는 피도 눈물도 없어.“에 대한 답변-

”그래도 나는 생각을 하잖아.“ vs. ”그래서 나는 생각을 하잖아.“

차이를 생각하다 보면 무척 민감해진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 대신에,

그래도와 그래서가 이렇게 다르니 -

’도‘ 다르고 ’서‘ 다르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나는 생각을 한다.‘라는 건 생각한다는 것으로 반론한다는 느낌이라면,

’그래서 나는 생각을 한다.‘라는 건 자신의 부족함을 채운다는 느낌이 든다.

곰곰 생각하며 음미하다가, 이어지는 오은 시인님의 사고를 따라가다 보면, 또다른 쾌감이 있다.

머릿속의 주관(主觀- 자기만의 견해나 관점)이 주관(主管-어떤 일을 책임지고 맡아 관리함)이 되고 있다. (p. 203)

‘나는 내 관점으로 모든 걸 감독하고 있었다’고 깨닫는 시점은 왜 자꾸 늦는 걸까.

이처럼 여러가지 생각들을 단어들로 응축해서 사유하는 재미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5월에만?

너무 바빴던 5월이 벌써 20일이 넘어가는데, 5월에만 읽어야 할까?

6월엔 또 다른 #시의적절 이 나를 유혹할지라도,

아직 5월을 보내기엔 미련이 남는다.

‘오.발.단’ 대신에 나는 ‘오.발.책’ 을 하고 있어 포화상태인데,

이 책은 펼칠 때 마다 시의 적절한 여운을 남겨주어서 고마운 책이다.



그럼, 오은님을 토크로, 아니 당연히 시로 또 다시 만날 날을 늘 그렇듯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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