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슬픔과 희망의 사유’라는 평이한 수식어는 이 책에 어울리지 않다. 영혼을 파괴하는 혐오스러운 범죄 때문에 분노하게 되고, 읽기조차 힘들게 느껴지는 실재하는 지옥을 배경으로, 기저의 무관심, 역사적 망각, 폄하, 인종주의, 전쟁, 약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폐해가 얼룩져 있기 때문이다.
제목 <그들의 슬픔을 껴안을 수밖에>는 어떤 글의 한 구절이었는데, 의외의 맥락에서 나온다. (📖87p) 누구의 슬픔을 어떻게 껴안은 건지 그 구절을 읽기 전엔 그토록 처절하게 와닿지 않았다. 나의 슬픔에 몸을 가눌 수 없지만, 그들의 슬픔을 알기에,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을 나의 고통으로 껴안는 건 절절히 비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