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얻는 지혜 (국내 최초 스페인어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6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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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얻는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사람을 얻는 지혜>는 300개의 크고 작은 지혜가 실린 격언집이다. 각 격언은 한 문장으로 된 제목과 한 페이지 분량의 해설 내지는 첨언이 있다. 제목에 이어지는 문장이 해설 또는 첨언이기 때문에, 제목에 국한되지 않고 독자적인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즉, 제목이 일종의 색인이 되기 보다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지혜의 일부가 된다.

60. 경험과 이성으로 변덕을 피하라

89p

예를 들어, ‘60. 경험과 이성으로 변덕을 피하라’(89p)라는 표제에 이어지는 이야기는 경험이 늘면서 이성이 성숙해지면, 아주 적절한 판단을 내리며, 변덕을 싫어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또한 이들은 모두 변덕을 싫어하며, 변덕은 지혜를 유혹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이처럼 나이가 들고 성숙하여 국가적 문제에 변덕을 피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국가를 통치하거나 자문하거나, 국가의 수장의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다는 내용까지 전개된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변덕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것을 경계하게 될 뿐 아니라, 경험이 많아질 수록, 즉, 나이가 들수록 이성적이 성숙해지며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국가의 원수의 자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데,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다. 비판적으로 생각해 볼 여지도 있다. 변덕을 줄이는게 항상 옳은 지, 나이가 들수록 생기는 고집과 연관시켜 생각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경험과 더불어 강조하고 있는 ‘이성의 성숙’으로 경험에서만 오는 아집과 고집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변덕은 지혜를 유혹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내용도 의미 심장하다. 지혜를 유혹할 뿐인 변덕스러움을 경험과 이성으로 피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 원수의 자질까지 언급한 바, 변덕스러운 정치적 결정을 검토하는 방법으로, 지혜를 현혹시킬 뿐인 결정인지, 경험과 성숙한 이성으로 생각했을 때, 변덕을 피해야 할 결정인지를 검토해 볼 수도 있다.

지식이 실용적이지 않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따라서 오늘날 살아가는 법을 아는 것이 참된 지식이다.

p. 274

실용적인 지식이야 말로 참된 지식이라고 한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600년 뒤 사람이 자신의 책을 읽는다면 뭐라고 생각했을까? 그는 당대의 탁월한 사람들에게 배우라고 했다(243p). 하지만 탁월한 사람이 얼마나 없는지도 알았기에, 안쓰럽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600년 전 지혜는 이렇게 책으로 이어지지만 개개인은 각자의 성숙을 새로이 도모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유용한 책이다. 단점이라면, 좀 무게를 잡고있고, 진지함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 하지만, 지혜의 원전은 활용해 시대를 초월한 성숙을 도모하길 원하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 지원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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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예찬 - 라틴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5
에라스무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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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예찬

에라스무스 |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우신예찬>은 시종일관 우습다. 재미에 푹 빠져서 읽으며 맞장구 칠 수 있는 책이다. 우신은 ‘어리석음의 신’인데, 아버지는 부와 재물의 신, 어머니는 ‘생기발랄’ 요정이다. 유모 ‘만취’와 ‘무지’의 손에서 자랐고, ‘자아도취’, ‘아부’, ‘망각’, ‘태만’, ‘쾌락’, ‘경솔’, ‘방탕’, ‘광란’, ‘깊은 잠’이라는 아주 충직한 가솔들을 두고 있다. 우신은 열심히 자화자찬하며 자신이야 말로 최고의 신임을 설파하고 있다.


우신예찬의 전개방식 : 해학 - 풍자 - 역설

우신은 먼저 개인적인 영역에서 남녀관계, 우정, 결혼 등에서 자신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해학으로 유쾌하게 풀어나가며 일반 대중의 마음을 얻는다. 내가 없었으면, 누가 결혼을 했겠소, 어떻게 사랑을 하겠소, 바로 내가 있어야 생명을 잉태하는 것 아니겠소! 실소가 나오기도 하고, 깔깔 웃기기도 하는데,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부조리와 어리석음, 억지로 하는 인내와 마땅이 용인해야 하는 것들의 긴장을 완화시킨다. 그러고는 슬슬 사회 풍자에 시동을 건다.

하지만 의심할 여지 없이 확실한 진실을 왜 내가 말해서는 안 됩니까?

p. 93

우신은 현자는 사람이 아니라며, 지긋지긋하다고 한다. 이어서 선생, 시인, 저술가, 법률가, 철학자, 신학자, 귀족 등을 신나게 풍자하는데, 당시의 우스운 세태를 효과적으로 비웃는다. 좋은 광기로 사냥꾼과 건축가, 화학자, 노름꾼을 한꺼번에 비약하며(120~123p), 귀족들의 특권의식에 빠진 사냥과 적당한 선 없이 재산을 탕진하는 건축가, 허황된 희망에 실험을 거듭하는 화학자, 바보같은 노름꾼을 풍자하는데, 이는 그 시대의 여러 폐단을 드러내고 있다.



해학과 풍자를 넘어, 에라스무스는 마침내 성경이 우신을 칭송하는 역설적인 예를 들면서, 신학자의 면모도 드러낸다. 아슬아슬 하지만 자신의 영역에서 꼭 비판해야 할 점을 드러내는 용기로 보인다. 해학과 풍자의 멋진 막을 내리는 셈이다. 나는 우신이고 여자여서 그러려니 감안해 달라며, 술취한 자의 이야기를 다 기억하는 사람은 질색인 것 처럼 자신의 말을 다 기억할 거냐고, 질색하며 퇴장하는 우신은 끝까지 웃기다. 쏙 빠져들어서 속이 시원해지는 연설이다.


이 책의 첫 출간도 특이한데, 친구들에게 보인 연설문을 친구들이 출판했다고 한다. 그리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읽다 보면 얼마나 돌려 읽고, 널리 읽히고 싶었는지 짐작이 간다. 웃기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하고, 문득 문득 우신이야 말로 진짜 최고 신이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도 든다. 대중이 열광할 만한 연설이지 않을까? 선풍적인 인기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코미디다.

좋은 책, 좋은 번역, 완벽한 구성

<우신예찬>을 이만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로는 ‘현대지성 클래식시리즈’의 좋은 번역과 수 많은 각주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이다. 장도 절도 없는 연설문에 적절히 장을 나누어 일일이 제목을 붙인 수고로움에도 감사하고 싶다. 다른 판본의 우신예찬을 읽어보면 비교가 되는데, 수많은 그리스어 비유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그시대 지성인들을 향한 연설문의 거침없는 유희를 현 시대에서 온전히 느끼기려면 많은 도움이 필요한게 사실이다.

즐겁게 읽을 수 있어서 신났던 책, 비판이되 우아하고 모든 실상을 폭로하되 듣는이가 거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게되어 놀랍고도 유쾌한 읽기였다.

* 출판사 지원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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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붓으로 전하는 위로
서정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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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굴의 의지, 고통을 승화시켜 강렬한 그림을 그린 프리다 칼로. 강한 위로와 의지가 동시에 전달되는 경험은 특별하다. 그녀의 책으로 더 깊이 알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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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지음, 강민경 옮김 / 알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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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작동원리로 경제, 사회, 기후, 전염병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새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복잡계를 좀 더 이해하고 다른 분야에 적용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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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행성서비스센터, 정상 영업합니다 네오픽션 ON시리즈 4
곽재식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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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행성서비스센터, 정상 영업합니다>는 곽재식 교수님의 2021년 출간작 <미영과 양식의 은하행성서비스센터>에 이은 신간으로, 월간 잡지 독서평설에 2020년도에 연재한 12편의 단편을 실었다. 독서평설의 주요 독자는 고등학생이지만, 청소년을 염두에 두고 쓴 이야기는 아니다. 청소년 소설 같은 느낌도, 학습적인 분위기도 없는 풍자적이고 독특한 SF 단편 소설이다.

12개의 행성에 방문하는 12편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이런 일은 우리가 사업을 시작할 때 세운 목적과는 안 맞는 것 같은데요.”라는 양식의 이의제기와 함께 시작한다. 끝까지 은하행성서비스센터의 설립 목적은 나오지 않는데(누가 제보 좀. 다른 책엔 나오나요?), 어쨌든 다양한 이유로 신기한 행성에 방문한다.



행성들은 전부 뚜렷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종류도 광범위한데, 철학적인 행성도 있고, 과학기술과 관련된 행성도 있고, 사회 풍자적인 행성도 있다. 곳곳에 다양한 문제의식을 숨겨두고, 과학 윤리나 사회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초고 항속 비행으로 우주를 여행하며 다양한 미래 기술들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놓으면서도 각각의 이야기에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거나 올바른 판단을 의도한다기보다는, 유쾌한 이야기 속에 살짝씩 생각할 거리를 끼워 넣어 두었기에, 이야기를 나누기에 열린 소재가 행성 개수 x n 개가 있는 것과 같다.

재미있었던 행성으로 제6행성 ‘생명 행성’이 기억에 남는다. 구조가 필요한 긴박한 스토리에 흥미로운 가치 판단을 제시하고 있는데, 문제 제기가 가볍고도 기발했다. 한 사람의 목숨 vs. 네 사람의 목숨(단, 네 사람은 미래의 알코올중독자가 됨). 한 사람의 목숨 vs. 10억 마리의 옹옹이의 목숨(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아름다운 생명, 개나 원숭이보다 지능이 좋음). 한 사람의 목숨 vs. 진화 중인 세균들(수백억 년에 한번 일어날 만한 우연으로 놀라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음. 먼 훗날 진화해서 나타날 동물은 상상도 못 할 만큼 놀라운 문명을 이루어서 전 우주의 모든 생명체를 다 구할 수 있음(p. 104). 전단은 ‘한 사람’으로 통일하고 후단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스토리 속 ‘한 사람’의 선택들에는 반전이 있었고, 결국은 우습고 재미있게 마무리된다.

그 외에도, 뇌에 이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된다면 무엇을 잘 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볼 수 있었던 ‘기억 행성’의 소재도 재밌다. 뇌에 프로그램을 잘 이식할 수 있다면, 계산은 일단 잘 하게 되려나? 어떤 방식으로? 백과사전을 읽으면 전부 기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저작권은?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할까? 상상에서 한 발씩 한 발씩 더 나아가며 유쾌하고 신나는 이야기가 된 여러 행성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었다.

📑p. 51
그냥 막연히 꿈꾸면서 마법처럼 좋다고 생각한 일도 막상 실제로 현실이 되고 보면 이것저것 골치 아픈 문제가 가득할 때가 많거든. 원래 세상일이 다 그래요.


더 많은 행성을 원하며 책을 덮었다. 실험적인 소행성에서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했다. 아마 곽재식 교수님은 더 많은 행성들을 찾아내지 않으셨을까? 우주에서 뭔가를 찾고 싶다면 은하행성서비스센터에게 부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 출판사 제공 도서

그냥 막연히 꿈꾸면서 마법처럼 좋다고 생각한 일도 막상 실제로 현실이 되고 보면 이것저것 골치 아픈 문제가 가득할 때가 많거든. 원래 세상일이 다 그래요.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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