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행성서비스센터, 정상 영업합니다 네오픽션 ON시리즈 4
곽재식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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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행성서비스센터, 정상 영업합니다>는 곽재식 교수님의 2021년 출간작 <미영과 양식의 은하행성서비스센터>에 이은 신간으로, 월간 잡지 독서평설에 2020년도에 연재한 12편의 단편을 실었다. 독서평설의 주요 독자는 고등학생이지만, 청소년을 염두에 두고 쓴 이야기는 아니다. 청소년 소설 같은 느낌도, 학습적인 분위기도 없는 풍자적이고 독특한 SF 단편 소설이다.

12개의 행성에 방문하는 12편의 이야기는 “아무래도 이런 일은 우리가 사업을 시작할 때 세운 목적과는 안 맞는 것 같은데요.”라는 양식의 이의제기와 함께 시작한다. 끝까지 은하행성서비스센터의 설립 목적은 나오지 않는데(누가 제보 좀. 다른 책엔 나오나요?), 어쨌든 다양한 이유로 신기한 행성에 방문한다.



행성들은 전부 뚜렷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종류도 광범위한데, 철학적인 행성도 있고, 과학기술과 관련된 행성도 있고, 사회 풍자적인 행성도 있다. 곳곳에 다양한 문제의식을 숨겨두고, 과학 윤리나 사회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초고 항속 비행으로 우주를 여행하며 다양한 미래 기술들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풀어놓으면서도 각각의 이야기에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거나 올바른 판단을 의도한다기보다는, 유쾌한 이야기 속에 살짝씩 생각할 거리를 끼워 넣어 두었기에, 이야기를 나누기에 열린 소재가 행성 개수 x n 개가 있는 것과 같다.

재미있었던 행성으로 제6행성 ‘생명 행성’이 기억에 남는다. 구조가 필요한 긴박한 스토리에 흥미로운 가치 판단을 제시하고 있는데, 문제 제기가 가볍고도 기발했다. 한 사람의 목숨 vs. 네 사람의 목숨(단, 네 사람은 미래의 알코올중독자가 됨). 한 사람의 목숨 vs. 10억 마리의 옹옹이의 목숨(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아름다운 생명, 개나 원숭이보다 지능이 좋음). 한 사람의 목숨 vs. 진화 중인 세균들(수백억 년에 한번 일어날 만한 우연으로 놀라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음. 먼 훗날 진화해서 나타날 동물은 상상도 못 할 만큼 놀라운 문명을 이루어서 전 우주의 모든 생명체를 다 구할 수 있음(p. 104). 전단은 ‘한 사람’으로 통일하고 후단과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스토리 속 ‘한 사람’의 선택들에는 반전이 있었고, 결국은 우습고 재미있게 마무리된다.

그 외에도, 뇌에 이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발된다면 무엇을 잘 할 수 있을지 상상해 볼 수 있었던 ‘기억 행성’의 소재도 재밌다. 뇌에 프로그램을 잘 이식할 수 있다면, 계산은 일단 잘 하게 되려나? 어떤 방식으로? 백과사전을 읽으면 전부 기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저작권은?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할까? 상상에서 한 발씩 한 발씩 더 나아가며 유쾌하고 신나는 이야기가 된 여러 행성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었다.

📑p. 51
그냥 막연히 꿈꾸면서 마법처럼 좋다고 생각한 일도 막상 실제로 현실이 되고 보면 이것저것 골치 아픈 문제가 가득할 때가 많거든. 원래 세상일이 다 그래요.


더 많은 행성을 원하며 책을 덮었다. 실험적인 소행성에서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했다. 아마 곽재식 교수님은 더 많은 행성들을 찾아내지 않으셨을까? 우주에서 뭔가를 찾고 싶다면 은하행성서비스센터에게 부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 출판사 제공 도서

그냥 막연히 꿈꾸면서 마법처럼 좋다고 생각한 일도 막상 실제로 현실이 되고 보면 이것저것 골치 아픈 문제가 가득할 때가 많거든. 원래 세상일이 다 그래요.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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