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 최신 신경생물학과 정신의학이 말하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폴 콘티 지음, 정지호 옮김 / 심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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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어떻게 삶을 파고드는가>
폴 콘티/심심

이 책의 저자인 폴 콘티는 레이디 가가의 주치의로 알려져있다. 저자는 뇌의 생리와 심리에 변화를 일으키는 트라우마의 전염성과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자 한다. 저자는 그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동생의 자살에서 비롯된 자신의 트라우마 경험을 예로 들며 트라우마를 예방하는 방법, 혹은 회복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어떻게 트라우마가 삶을 파괴하는지, 나아가 사회에 만연해있는 트라우마, 그리고 트라우마를 함께 물리치기 위한 개인의 노력과 사회적 차원의 노력 등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면적인 문제는 결코 예방할 수 없는 것이 아님을, 더불어 우리 안에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트라우마는 반드시 물리칠 수 있음을 말해준다.

📖 의과 대학 마지막 2년간 여러 과를 돌면서 사람들의 내면세계가 이들의 외면 세계를 얼마나 많이 좌지우지하는지 거듭 놀랐다. 내가 깨달은 사실은 우리가 살면서 하는 선택과 경험이 내면세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치명적인 문제도 있지만 전적으로 미리 막을 수 있는 문제가 많다는 사실에 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p.17)

💭사람의 정신과 신체를 잠식하여 파괴해나가는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인 트라우마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접적 사인이 되지 못하며, 개인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과소평가 되어왔다. 그리고 그에 따른 사회적 인식과 노력, 의료시스템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 담당 환자가 사망했을 때마다 나는 트라우마가 이들 환자에 은밀히 끼친 영향과 이들의 표면적인 사망 원인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점은 진단서에 기술된 사망 원인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공식적인 사망 원인은 동료에 의한 강간이 아닌 교통사고로, 또는 평생 모은 저축을 사기당한 것이 아닌 자살로, 또는 어린 시절 알코올 중독 부모에 의한 학대가 아닌 간경변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삶은 물론 죽음에서도 우리의 이야기를 빼앗아간다. (p.42)

💭 저자는 트라우마가 삶은 물론 죽음에서도 우리의 이야기를 빼앗아간다고 말한다. 트라우마가 세워놓은 ‘인지 가림막’과 트라우마의 공범인 ‘수치심’과 협력을 통해서 말이다.

📖 트라우마 곁의 수치심과 공범자들
수치심이 활동하면 자신에게 믿음을 갖거나, 자신감과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이 행복한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가 훨씬 힘들어진다. (p.69)

📖 트라우마의 종류
급성트라우마
만성트라우마
대리트라우마
외상 후 증후군 (PTSD)

💭 나는 트라우마나 우울증을 이야기할 때 환자 본인에 대해서만 생각해왔었는데, 저자는 “대리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환자의 주변인이나 가족들이 겪는 트라우마가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는 영화 ‘디 아워스’를 봤을 때 느꼈던 주변인의 고통을 떠올리게 했는데, 평생 신경증과 우울증을 앓아왔던 버지니아 울프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던 남편 레너드가 느꼈을 법한 고통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또 자살하지는 않을지, 잠시만 안 보여도, 끼니를 걸러도 또 신경증이 재발한 것은 아닐지 끝없이 긴장하고 함께 고통받는다. 버지니아 울프의 유서에서 유추해보건대 남편 레너드는 버지니아 울프를 돌보기 위해 본인의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트라우마는 개인의 삶과 그 주변인의 삶도 빼앗아버리는 것은 아닐까? 영화는 묻는다.‘너의 하루는 어땠느냐.’고. ‘너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 빼앗긴 이야기를 다시 찾을 때, 즉 우리가 우리의 마음의 주권을 다시 찾을 때 비로소 트라우마는 설 곳을 잃게 된다. 트라우마가 빼앗아 간 우리의 이야기들을 어떻게 하면 되찾을 수 있을까? 책에 소개한 개인적인 방법과, 사회적 차원의 해결책들에 대해 우리 모두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 이 책의 다른 장에서 언급했듯이, 트라우마는 단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어서 우리 자신이 내놓는 해결책으로는 지속적인 효과를 낼 정도로 판세를 바꾸기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모두의 노력을 합하면 우리 대부분이 갈망하고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p.317)

📖 인지 가림막 :트라우마가 세워놓은 거대한 벽
트라우마로 생기는 가장 끔찍한 여파 중 ‘가림막’이라는 것이 있다. 인지 가림막은 투라우마가 우리 뇌 속에 은밀히 세워놓은 벽으로, 우리의 뇌를 변화시켜 긍정적 경험을 막는 것이다.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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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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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 푸른숲

이 책은 여덟 건의 완전 범죄를 꿈꾸는 연쇄 살인을 다루고 있지만 선혈이 낭자한 살인에 집중되기 보다는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루는 데에 더 의미가 있다.

어릴 때부터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던 맬컴 커쇼가 서점에서 일하면서 서점 홍보를 위해 작성한 블로그의 글이 발단이 된 일련의 사건들. 그 블로그 포스팅의 제목이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이었다. 서점원이 생각하는 완전 범죄를 다룬 소설 8권을 소개하는 이 포스팅이 누군가의 범죄에 이용되고 맬컴은 과연 이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걸까? 과연 완전 범죄란 가능할까?

맬컴의 시점에서 쓴 일기 같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우리는 과연 누가 범인일지 맬컴과 같이 추리하며 추척하게 된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나 범인의 입장이 아니라 사건에 연루 된 사람의 입장에서 실마리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맬컴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맬컴의 시점을 따라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의 인생을 엿보게 되는데, 수사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멈출 수 없는 일상이 보인다. 밥도 먹어야 하고, 서점도 운영해야 하고, 그 와중에 누군가와의 썸의 가능성도 항상 열어둔다. 추리 소설을 따라 읽어가며 수사하는 과정은 흡사 독서 모임 같기도 하다.

📖 “내가 그 소설을 리스트에 넣은 이유는 범인이 시신과 누명을 쓸 사람을 동시에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둘은 같은 사람이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범인뿐이죠.”
“어젯밤에 내가 밑줄 친 부분을 읽어도 될까요?” (p.51)

책에는 그 특유의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가 많이 등장하는데, 원작에서는 어떻게 쓰여졌을지 너무 궁금해서 꼭 찾아볼 생각이다.

📖 우리가 입은 옷은 몸의 진실을 가리지만 또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 옷은 직조이자 날조다. (p.99)

📖 나는 부엌을 둘러봤다가 타일이 깔린 아일랜드 식탁에 뚜껑이 열린 땅콩버터가 있고, 그 안에 나이프가 꽂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일레인 존슨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고독사가 고소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p.146)

📖 내가 돌아보자 브라이언이 생체공학적으로 보이는 장치 속에 편안히 자리 잡은 왼팔을 들어 올렸다.
“별거 아닐세.” 브라이언이 말했다. “일주일 전에 바로 이 스툴에서 내려오다가 떨어졌어..”
나는 레프트핸드 스타우트를 주문하고, 브라이언과 테스에게 내가 한 잔씩 사게 해달라고 설득했다. (p.177)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책 속에 등장하는 고서점이라는 배경과, 맬컴이 소개하는 책들과, 책을 사 모으는 사람들의 모습에 공감하며 책을 읽으며 또 다른 책을 한 아름 추천받고 책을 덮게 된다. 이 지적인 스릴러 소설은 고전 스릴러 소설들에 대한 오마주이자 작가 본인의 전작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 대한 오마주가 아닐까?

📖 “누군가 내 리스트를 읽고 그 방법을 따라 하기로 했다는 겁니까? 그것도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죽이면서요? 그게 당신 가설인가요?” (p.33)

작가는 중간 중간, 책 내용이나 주인공을 입을 통해 힌트를 툭 하고 던진다. 정말 아무렇게나 툭 하고 던지기 때문에 처음 읽었을 때는 모르다가 다 읽고 나서 한 번 다시 봤을 때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니까 쓰지 않기로 한다.

주인공은 수사를 해 나가면서 과대망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주변에 친했던 사람들도 믿을 수가 없게 되고 심지어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이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이 했던 일 때문이라는 것이 서글프다. 이 소설은 마구 잔인하지도, 마구 무섭지도 않았고 오히려 잔잔했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결말에 도달해보니 등장인물의 말처럼, 인생 모르는 거다. 때마침 나타난 우연들. 그것을 우연이라 부를 것인가, 필연이라 부를 것인가, 인연이라 부를 것인가, 아니면 운명이라 부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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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 푸른숲

이 책은 여덟 건의 완전 범죄를 꿈꾸는 연쇄 살인을 다루고 있지만 선혈이 낭자한 살인에 집중되기 보다는 한 사람의 인생을 다루는 데에 더 의미가 있다.

어릴 때부터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던 맬컴 커쇼가 서점에서 일하면서 서점 홍보를 위해 작성한 블로그의 글이 발단이 된 일련의 사건들. 그 블로그 포스팅의 제목이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이었다. 서점원이 생각하는 완전 범죄를 다룬 소설 8권을 소개하는 이 포스팅이 누군가의 범죄에 이용되고 맬컴은 과연 이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는걸까? 과연 완전 범죄란 가능할까?

맬컴의 시점에서 쓴 일기 같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우리는 과연 누가 범인일지 맬컴과 같이 추리하며 추척하게 된다.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나 범인의 입장이 아니라 사건에 연루 된 사람의 입장에서 실마리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맬컴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맬컴의 시점을 따라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의 인생을 엿보게 되는데, 수사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멈출 수 없는 일상이 보인다. 밥도 먹어야 하고, 서점도 운영해야 하고, 그 와중에 누군가와의 썸의 가능성도 항상 열어둔다. 추리 소설을 따라 읽어가며 수사하는 과정은 흡사 독서 모임 같기도 하다.

📖 “내가 그 소설을 리스트에 넣은 이유는 범인이 시신과 누명을 쓸 사람을 동시에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둘은 같은 사람이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범인뿐이죠.”
“어젯밤에 내가 밑줄 친 부분을 읽어도 될까요?” (p.51)

책에는 그 특유의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가 많이 등장하는데, 원작에서는 어떻게 쓰여졌을지 너무 궁금해서 꼭 찾아볼 생각이다.

📖 우리가 입은 옷은 몸의 진실을 가리지만 또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준다. 옷은 직조이자 날조다. (p.99)

📖 나는 부엌을 둘러봤다가 타일이 깔린 아일랜드 식탁에 뚜껑이 열린 땅콩버터가 있고, 그 안에 나이프가 꽂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일레인 존슨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고독사가 고소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p.146)

📖 내가 돌아보자 브라이언이 생체공학적으로 보이는 장치 속에 편안히 자리 잡은 왼팔을 들어 올렸다.
“별거 아닐세.” 브라이언이 말했다. “일주일 전에 바로 이 스툴에서 내려오다가 떨어졌어..”
나는 레프트핸드 스타우트를 주문하고, 브라이언과 테스에게 내가 한 잔씩 사게 해달라고 설득했다. (p.177)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책 속에 등장하는 고서점이라는 배경과, 맬컴이 소개하는 책들과, 책을 사 모으는 사람들의 모습에 공감하며 책을 읽으며 또 다른 책을 한 아름 추천받고 책을 덮게 된다. 이 지적인 스릴러 소설은 고전 스릴러 소설들에 대한 오마주이자 작가 본인의 전작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 대한 오마주가 아닐까?

📖 “누군가 내 리스트를 읽고 그 방법을 따라 하기로 했다는 겁니까? 그것도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죽이면서요? 그게 당신 가설인가요?” (p.33)

작가는 중간 중간, 책 내용이나 주인공을 입을 통해 힌트를 툭 하고 던진다. 정말 아무렇게나 툭 하고 던지기 때문에 처음 읽었을 때는 모르다가 다 읽고 나서 한 번 다시 봤을 때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니까 쓰지 않기로 한다.

주인공은 수사를 해 나가면서 과대망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주변에 친했던 사람들도 믿을 수가 없게 되고 심지어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이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 그것이 바로 자신이 했던 일 때문이라는 것이 서글프다. 이 소설은 마구 잔인하지도, 마구 무섭지도 않았고 오히려 잔잔했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결말에 도달해보니 등장인물의 말처럼, 인생 모르는 거다. 때마침 나타난 우연들. 그것을 우연이라 부를 것인가, 필연이라 부를 것인가, 인연이라 부를 것인가, 아니면 운명이라 부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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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 즐거운 일을 시작했다 - 퇴직 이후 새로운 직업을 선택한 아홉 명의 이야기
이보영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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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고 즐거운 일을 시작했다>
이보영 / 동녘라이프
퇴직 이후 새로운 직업을 선택한 아홉 명의 이야기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다가 청소년 상담사가 되거나, 전 직장의 경력을 반대로 활용해 금융소비자연맹에서 일하거나, 취미였던 와인 전문가가 되거나, 귀농을 하거나, 사회공헌을 택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각자 퇴직한 이유도 다르고, 하고 싶었던 일고, 할 수 있는 일도 달랐지만 '돈이 되는 일' 이라는 것보다 중요했던 것은 '사회적 자아로서의 일' 이었던 것 같다. 퇴사 후, 앞으로 남은 생애 동안 어떤일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많은 시기에 이 책을 만났다. 책은 아홉명의 인생 2막 이야기와 더불어 제2의 인생을 위한 팁과 정보들이 자세히 실려 있다. 퇴사 후에 어디에서 직업에 대한, 창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막막한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 같다.

1. 중장년층의 재취업을 위한 정부 취업 지원 프로그램
2. 창업을 위한 중비 과정별 지원 제도
3. 귀농 귀촌을 위한 준비 과정과 지원 제도
4. 사회공헌 일자리

나는 책 중에서 퇴사 후 서점을 창업한 이야기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단순하게 로망으로 여겼던 일을 실제로 준비하고 4년간 운영해온 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실제로 고민하고 궁금했던 부분들을 알 수가 있었다. 특히 1인 독립서점의 고충과, 동네서점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등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 해주었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일에서 찾을 수 있는 보람도 빠지지 않는다.

"임대료만 낼 수 있다면 나도 해 보고 싶어요." 그들에게 그는 진지하게 되묻곤 한다. 임대료 외에 필요한 다른 비용들,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노동과 심리적 비용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느냐고 말이다. "관리비, 인건비는 물론이고 냅킨 한 장과 물 한 잔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수많은 의사결정의 연속이에요.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더군요."

모든 창업과 취준에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이 없는 휴식은,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는 말 처럼 백세 시대의 우리게엔 일과 휴식의 조화가 절실한 것 같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퇴직이라는 통조림을 딴 당신에게
시작에는 언제나 끝이 있다. '일'의 시작에서 우리는 모두 유통기한이 찍인 통조림을 하나 받는다. (...) 통조림 속 내용물엔 쇠 맛이 배어든다. 유통기한은 다가오고, 멈추거나 변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이 책은 평생을 해왔던 일을 마치고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한 아홉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퇴직이 그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일이 단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중요한 사회적 자아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퇴직 후 인생 2막의 '성공 수기'나 바람직한 은퇴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길잡이가 아니다. 만족스러운 삶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고, 세상은 여러 요인에 의해 계속 변화하고 있으니 말이다.

통조림을 개봉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그것이 두 번째든, 혹은 세 번째든,
무슨 요리가 될지 기대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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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식물상담소 - 식물들이 당신에게 건네는 이야기
신혜우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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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신혜우는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이다. 식물분류학자이자 화가이다. <식물학자의 노트>로 한 저자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반려동물들인 마들이와 순무의 사진으로 시작해서 해외의 오지에서 찍은 험난한 여정의 사진들을 보면 식물학자라는 말보다는 산악가, 혹은 자연인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책은 과학서가 아닌 직접 ‘식물상담소’를 운영하고 그 이야기들을 엮은 에세이이다. 나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작가가 쓴 소설 말고 에세이를 읽다보면 그 사람의 가치관을 볼 수 있어 그 사람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 신혜우 작가 역시 전작도 너무 좋았지만, 이번 작품도 개인적인 면을 느낄 수 있어 굉장히 따뜻하고 좋았다. 저자는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글쓰기’를 목표로 한다. 그의 글에서는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상처받지 않는다. 그 점이 나는 가장 좋았다.

이 책에 앞서 출판한 <식물학자의 노트>는 과학책입니다. 저는 글을 쓸 때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글쓰기’를 목표로 합니다. 그에 맞는 가장 좋은 글은 과학 논문이라고 생각했었죠. 실험과 이론으로 객관적 사실만을 담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p.10 서문)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잘 관찰하고 지켜보고 공부해야 한다. 사람을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관찰하고 어떤 성향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알아가는 것. 하지만 식물이 사람과 다른 것은, 그래서 때론 사람보다 위로가 되는 것은, 사람들처럼 나를 그때그때의‘기분’으로 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식물들은 한번 친해지면 그 다음은 쉽다. 그러니 일방적으로 사랑을 주어도 안심이 되는 존재인 것 같다.
저자는 식물상담소를 운영하며 만난 여러 상담자들과의 일화를 통해, 식물뿐만 아니라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식물을 통해 얻은 지혜와 위로에 대해 이야기한다.

잡초라는 개념과 절화, 원예종, 침입종 같은 것들은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이다. 자연속에서 인간은 오히려 잡초이며 침입종이다. 인간만 없으면 다른 종들은 편하게 살 수 있다. 저자는 ‘채널예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너무 이 지구를 차지하지는 않겠다는 마인드를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나도 다른 종들처럼 좀 있다가 사라지는 개체일 뿐인데, 강아지풀은 평생 사는 동안 지구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반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내 생활은 어떤가 등 여러 생각을 하게 돼요.” 자연의 일부일뿐인 우리가 마치 주인인 양 착각하고 있는 우리가 뒤에 남기게 될 것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죽음을 생각하면 무언가를 결정할 때 좀 더 선명했다. 집에 물건을 적게 두는 것, 부끄러운 걸 남겨두지 않는 것, 죽고 나서의 정리,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의 양도 꼼꼼히 생각하게 되었다. 생물은 태어나면 모두 죽게 되어 있으니까.
병이 내게 준 또 다른 중요한 가르침은 평온한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살구나무의 살구를 관찰하는 그런 평화로운 직업을 가져야겠다 다짐했다. (p.33)

분무기로 잎에 물을 뿌려 식물의 갈증을 해소해주려는 건 헛된 사랑 표현이다. 구석구석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 것보다 차라리 가끔 한 컵의 물을 흙에 부어주는 게 낫다. 자주 잎을 닦거나 어루만지는 것도 식물에겐 스트레스가 된다.
만약 식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부질없는 사랑 표현만 계속하고 있다면 이건 분명 짝사랑일거다. 슬픈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p.53)

지금 키우고 있는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다면 사랑을 줄여보길 권한다. 그토록 기다리던 아름다운 꽃을 보게되지 않을까? 살아가며 우리가 겪는 많은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랑한다며 나 자신을 좀먹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도 많다. 사랑을 조금 줄여보면 우리 인생에도 관계에도 기다리던 꽃이 필지 모를 일이다. (p.59)

식물을 오래 키운 사람들은 품에 안고 있다고 식물이 잘 자라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안다. 그리고 식물은 물건이 아니라 생명이라는 걸 깊이 깨달아서 식물을 위한 게 무엇인지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정확히 표현할 수 없지만 '내려놓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 같다. (p.161)

나만 알고 있는 미국나팔꽃의 모습처럼 나에게 소중하고 감격스러운 작은 순간들이 무언가를 좋아하게되는 큰 이유가 되기도 한다. 식물과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각자 좋아하는 다양한 이유를 나눌 수 있다면 그 수업이 가장 좋은 수업이 되지 않을까? (p.81)

혼자만 좋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건 행운일지도 모른다. 당장은 함께 좋아할 사람이 없어 외로울 수 있지만, 그 길을 꿋꿋이 가다 보면 어디선가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좋아하는 것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해지면 나는 그것을 나눠주는 사람도 될 수 있다. 그런 때 만나는 사람들은 또 다른 모습의 큰 기쁨과 즐거움이다. 좋아하는 것을 붙잡고 가는 건 특별한 꿈을 이루는 지름길이기도 하지 않을까? (p.117)

화분에 담겨 성장이 지연된 채 지내는 열대식물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자신에게 맞는 자리에서 크고 멋지게 자라는 열대식물처럼 우리도 각자에게 맞는 자리에서 비로소 멋진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것 아닐까?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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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 개정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이혜승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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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코프의 러시아 문학 강의> 와 <체호프 희곡선> 함께 읽기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을유문화사

평소 영미 문학과 한국 문학을 주로 접했던 나에게 낯선 분야였던 러시아 문학. 이 책을 통해 러시아 문학의 특성과 개요를 파악할 수 있었다. 19세기에 급격히 발전했던 제정 러시아의 문학과 러시아 혁명 이후 1922년 소비에트 연방 탄생 이후의 문학적 특징을 비교 설명한다. 그리고 러시아 문학을 는 독자의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보코프는 “자유를 누리며, 영혼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곳에서 나고 자란 이들은 먼 나라에서 죄수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방금 그곳에서 뛰쳐나온 도망자들이 퍼뜨린 과장일 뿐이라고 치부해 버릴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 말에서 나는 당대 러시아 작가들의 자유롭지 못함을 먼 발치에서나마 짐작하기만 할 뿐이다.

소비에트 연방 탄생 이전, 19세기 러시아는 자유로운 국가였다. 소비에트 시대에는 작가들에게 국가가 원하는 것을 쓰게 하기위해 책 출판을 금지하고 작가들을 유배시키고, 검열했다. 그렇기에 작가들에게 요구된 것은 사회적 메시지였고, 예술을 정치에 종속시켜버렸다.

이렇게 검열당하던 러시아 문학을 읽을 때, 훌륭한 독자는 러시아에 대한 정보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어차피 실제 러시아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훌륭한 독자는 보편적 관념보다는 개별적 상상을 좋아한다. 그로써 작품의 섬세한 디테일을 흡수하고 이해하며, 작가가 의도한 즐거움을 즐긴다.

“다시 요약해서 강조하자면, 러시아 소설에서 러시아의 정신이 아니라 천재 개개인을 찾으려 노력하자. 그리고 거작을 둘러싼 틀이나 틀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아니라 거작 자체를 보자는 것이다.” (p.46)

이 러시아 문학 강의 책에서는 19세기라는 암포라를 채우는 여섯 명의 작가를 중심으로 그들의 작품에 대한 면밀한 해석과 냉철한 평가, 방대한 인용을 담고 있어, 책을 먼저 읽지 않고도 강의 내용을 이해 하기에 충분했다.


먼저 각 작가에 대해 먼저 소개하고,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간략히 설영한 뒤 작품에 대한 분석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 지식이 없는 일반 청중(독자)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당대 학생들에게 나보코프의 강의는 단순한 경험이 아닌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나보코프는 사회적 메시지를 개입시키지 않고 관찰한 만큼의 삶을 보여주는 체호프를 높이 평가했다. 사회체제에 대한 해석은 예술작품을 왜곡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국의 셰익스피어나 제인 오스틴과 같이, 러시아의 체호프 역시 평범한 일상을 최고의 가치로 승화시켰다.

저자는 말한다. “유머를 아는 사람들에게 체호프의 작품은 슬프다. 다시 말하면, 유머 감각이 있는 독자들만이 그 슬픔을 느낄 수 있다. 킥킥거림과 하품 사이에 있는 작가들은 대부분 전문 희극 작가들이다. (...) 체호프의 유머는 이들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것은 온전히 체호프식의 유머다. 그에게 있어서 재미있는 것은 동시에 슬픈 것이기도 하다. 재미와 슬픔은 둘이 같이 얽혀 있기때문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슬픔 역시 볼 수 없다.” (p.460)

1896년 작 <갈매기>에서 체호프는 실생활에 일어날 법한 작고 엉뚱한 일들이 모여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극의 흐름을 만드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매우 현실적으로 디테일한 설정들을 가진다. 예를 들면 어떤 이가 질문을 하면 일반적인 작품에서라면 그 질문에 짝을 이루는 대답이 나와야 마땅하지만, 체호프의 작품에서는 그 질문이 대답 없이 묻힌다. 이 얼마나 일상적이고 디테일한가. 나보코프가 꼽은 체호프의 성과는 ”결정론적 인과 관계의 늪에서 벗어나 극예술을 옭아매고 있는 빗장을 어떻게 풀어헤칠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것.“(p.518)이다. 그리고 미래의 극작가들에게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천재 체호프에 기대어 그만의 독특한 방식을 답습하려 하지 말고, 연극의 자유라는 몫을 더 크게 만들어 줄 창의적 방법을 모색하고 적용해 보라.“(p.518)고 충고한다.

책에 소개된 강의 내용을 통해 19세기의 암포라 속 작가들의 작품들이 더 친근하게 다가오고, 왜 그런 작품들을 쓸수 밖에 없었는지가 이해되었다.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소개된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봐야겠다. 하지만 나보코프의 말처럼 작품들을 읽으면서 사회적인 것을 개입시키지 않고 작품 자체에 온전히 집중해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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