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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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해서 기다리고 받은 책. 벽돌책이지만 내용이 흥미롭고, 내가 좋아하는 여성작가들의 계보를 한 권에서 여러 시각으로 비교해보며 만나볼 수 있게되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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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지음, 김도연 옮김 / 1984Books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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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벼운 마음>
크리스티앙 보뱅 / 1984books

“내 첫사랑은 누런 이빨을 가지고 있다.”
책은 이렇게 강렬하게 시작한다.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그녀의 첫사랑. 늑대.

서커스단 틈에서 나고 자란 소녀는 늑대를 애인으로 친구로 여기며 늑대의 영혼을 닮는다. 늑대가 죽자 개양귀비꽃이 핀 황무지에 묻었지만, 서커스는 황무지에 머물 수 없다. 그러므로 늑대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황무지를 떠나 가출한 소녀가 헤매다가 우연히 만난 아주머니는 오늘은 ‘프륀 아망동’인 소녀를 집에서 쉬게 해준다. 그 집은 슈베르트의 노래소리가 새처럼 파닥파닥 날아다닌다.

거실에서 바그너를 틀면 <라인의 황금>이 여기저기 설치한 스피커를 통해 방들과 서재와 거실을 가득 채운다. 그녀가 말한다. 이렇게 난 음악 속에서 걷고, 먹고, 자고, 움직여. 다른 사람들은 집에 고양이나 남편이 있지만 내겐 바그너, 라벨, 슈베르트가 있어. 고양이처럼 어디에나 가볍게 존재하는 거지.

이때부터였을까, 소녀는 가출하고, 세상 속에서 그리고 사람 속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그녀에게 재앙은 비, 학교, 사랑. 그것들은 그녀가 갖지 못한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소녀는 더욱 가벼워질 수 있었고 더 가벼워지기를 바랐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자유이며 성장이다.

종달새는 깃털과 노래의 떨림 속에서 온전한 자신이 될 권리를 누리며 땅에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철창 뒤에서 졸고 있던 늑대는 나였다. 창공에서 작고 조용한 환희로 몸을 떠는 종달새는 바로 나다.

어제는 철창, 오늘은 하늘. 나는 발전하고 있다.

소녀가 다른 사람들이 품은 사랑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그녀는 사라진다. 사라지기 위해 글을 쓴다. 잉크가 아닌 가벼움으로. 그리고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수호천사>>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그녀의 직감은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준다.

소녀는 사랑으로부터 배우지만 사랑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신 “사랑이 분명한 무언가를 향해 갈 수 있도록 사랑받는 법을 배운다.” 그로써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관계로 나아가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러나 슬프지 않다. 나는 괴물에게서 나중에 더 완벽히 연주하기 위해 연주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더 이상 사랑받지 않아도 되도록, 그리고 종국에는 감정을 넘어선 그 너머 다른 곳, 감정과는 다른, 필시 사랑이 분명한 무언가를 향해 갈 수 있도록 사랑받는 법을 배운다.


그녀가 내 오른쪽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 있다. 아름다움이 내 오른쪽 어깨에 기대고 있다. 쭈글쭈글한 얼굴 위로 떠오른 미소 속에 아름다움이 있다.

책을 덮은 후의 나는 안다. 늑대가 그녀의 눈동자를 지나 어린 소녀의 마음속에 슬그머니 스며들어 구멍을 파고, 소굴을 짓고, 은신처로 삼아 가르쳐 준 것은 자유와 가벼운 마음이라는 것을. 그것이 그녀의 삶 자체라는 것을. 뤼시의 수호천사는 그녀 앞에 열린 작은 ‘틈새’를 놓치지 않고 포착하고 자유를 향해간다.

가벼움은 어디에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벼움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드물고 희박해서 찾기 힘들다면, 그 까닭은 어디에나 있는 것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기술이 우리에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진짜 단어를 찾을 수 있을까? 자신들의 인생에서 갖지 못했기에 단어 목록에 없는 유일한 언어. 자유라는 단어를.

가끔은 일단 저질러야 한다. 이해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시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그 일을 왜 했는지 깨닫게 된다.

나는 가벼움이 프랑스, 파리에만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것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고, 부러웠다. 하지만 뤼시의 말처럼 가벼움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드물고 희박’한 게 아니라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그걸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기술이 나에게 부족했던 것이지.

고양이처럼 어디에나 가볍게 존재하기 위해 나는, 왜 나의 마음이 무거운지,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지, 어떻게 가벼워지고 싶은지 자문해본다.

나는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아직 완전히 그렇지는 않지만 그 마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내 마음은 티타티티타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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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뤼아르 시 선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21
폴 엘뤼아르 지음, 조윤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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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엘뤼아르는 자유와 사랑을 노래한 프랑스 초현실주의의 대표적 시인이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란 등을 겪으면서 초기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서정시와 후기 치열하고 투쟁적인 실천시 등을 다채롭게 썼다고 한다. 삶이란 것이 원체 그렇게 서정적이고도 치열한 것이 아닐까.

그의 평화와 자유에 대한 시도 좋았지만, 인류애와 연대를 노래한 시들도 인상적이었다. 나와 너를 종합하여 우리에 도달하는 것. 나와 너는 개인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현실과 이상이 될 수도, 내면과 외면의 자아가 될 수도 있는 무한 확장 가능한 것이며 이는 때로는 각각, 때로는 함께 작용하여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일으킨다.

『고뇌의 수도』, 1926
<조르주 브라크> 중

태양에 의해 부서져 거둬들인 조개껍질들.
그래라고 말하는 숲속의 모든 나뭇잎,
나뭇잎들은 그래라고만 말할 수 있지,
모든 질문, 모든 대답에
그래서 이슬방울은 이런 그래 한가운데로 흐른다.


시적 표현 중에 가장 좋았던 부분은 “그래서 이슬방울은 이런 그래 한가운데로 흐른다.” 부분이다. “그래”라는 단어를 명사화하고 형상화하여 마치 한가운데를 거쳐 흐를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준다.


『당장의 삶』, 1932

<아름답고 닮은 여자> 중

하루가 저물 무렵 얼굴 하나
하루의 낙엽 속 요람 하나
발가벗은 비의 꽃다발 하나
숨겨진 태양 전부
물 밑바닥에 있는 샘물 중에서 샘물 전부
거울 중에서 깨진 거울 전부
침묵의 저울 속 얼굴 하나
하루의 마지막 빛들을 쏘기 위한
다른 조약돌 가운데 조약돌 하나
잊힌 모든 얼굴과 닮은 얼굴 하나.

그리고 이 시는 윤동주의 <별 헤는 밤>도 생각이 나고, <자화상>도 생각이 난다. 하나이기도 하고 모든 것이기도 한, 일부이기도 하고 전부이기도 한 그 어떤 것.


<그러나 빛은 내게 주었지> 중

그러나 빛은 내게 우리의 만남이 새긴 음화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주었지. 나는 여러 존재 중에서 너를 알아보았어, 내가 그들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을 때, 그중 다른 한 존재만이 그 이름들을 증명했지, 그것은 항상 같은 이름, 네 이름이었어, 나는 존재들을 변화시켰지, 충만한 빛 속에서 내가 너를 변모시켰듯이, 누군가가 유리컵 안에 담아 샘물을 변모시키듯이, 누군가가 타인 손을 잡아 제 손을 변모시키듯이.

위 시는 가장 와닿았던 시이다. 샘물을 유리컵에 담는 행위가 샘물에 한계를 두고 그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 새로운 형태를 얻게 되는 것, 긍정적인 변화로 해석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요즘 나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서로 영향을 주며 닮아 가고 있음을 긍정하는 마음.



『열린 책 I』, 1940

<이곳에 살기 위하여> 중
우리는 험난한 산과 바다를 지나간다
미친 나무들은 맹세하는 내 손과 맞선다
떠도는 짐승들은 내게 그들 삶의 토막들을 제공한다
무슨 상관인가 내 이미지가 늘어났던 것이
무슨 상관인가 자연과 거울이 흐려졌던 것이
무슨 상관인가 하늘이 비어 있던 것이 나는 혼자가 아닌 것을.


『시와 진실 1942』, 1942
<자유> 중

들판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리고 그림자 드리운 물레방아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

욕망 없는 부재 위에
헐벗은 고독 위에
죽음의 계단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되찾은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 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생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너를 알기 위해 태어났다
네 이름을 부르기 위해

자유여.

위 시는 제2차세계대전 중, 독일 점령기에 비밀리에 인쇄되어 영국 공군의 비행기에 실려 프랑스 전역에 뿌려졌고, 이를 읽은 프랑스인들에게 크나큰 용기와 희망을 고취 시켰다고한다. 시가 직접적인 효용성을 갖기를 바랬다는 시인. 시대별로 선별된 시집을 읽으며 시대에 따른 변화를 뚜렷이 볼 수 있었다.

시인은 “핵심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말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모든 말이 필요하다”라는 말을 자주 강조했다. 전반기의 시들에서 간결한 시어로 핵심을 표현하고자 노력했고, 후반기의 시들에서는 열거법과 반복의 기법을 즐겨 사용하면서 다채로운 시어로 이를 현실화, 대중화시키는 데 주력했다. - 작품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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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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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 크레타

이 책의 첫 번째 과제는 나의 내면아이에게 이름 지어주기. "내가 한 번도 되어본 적 없는, 그런 눈부시게 빛나는 존재의 이름"을 붙여주는 일이다. 정말 고민이 되었다.

나의 내면아이 이름은 '윤슬'이다.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이라는 예쁜 뜻. 한 번도 되어본 적 없는 눈부시게 빛나는 이름.

책 속 루나의 내면아이가 하는 말들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 "너의 문제는 친구가 없는 게 아니야. 넌 너 자신과도 친구가 되지 못했잖아. 넌 너의 편이 아니잖아."

나는 살면서 나의 편이었던가? 과연 온전히 나의 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다른 사람 말고 나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했던 적이 있었던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온전히 나만 생각하고 결정지었던 적은? 내가 나의 친구가 되어주지 못했던 것이었구나.

그래놓고는 내가 지금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와 살고 있는 이유에 온갖 핑계를 대고 있었다.

📖 "넌 뭐가 이렇게 안 되는 게 많니? 체력이 안 된다, 준비가 안 되었다, 그럴 기분이 아니다, 너무 안 되는 게 많잖아. 그게 어른이 되는 거야?안 되는 게 너무 맣ㄴ아서 결국 원래 하고 싶은 것도 못 하는 상태가 되는 것?"

시간이 안 되고, 상황이 안 되고. 아마도 어른이 되면서 책임져야할 일들이 많아지고 그 때문에 움츠러 든 나의 내면아이는 이렇게 답답하다고 울부짓고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살면 또 내가 내 할 일로인해 바쁘다는 핑계로, '내 시간'을 갖겠다는 욕심으로 내 아이를 밀어내고 그 아이의 내면아이를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양가감정은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 "하루 종일 아저씨처럼 '나는 중요한 일 때문에 바빠'라고 중얼거리면서 말이야."

나의 내면아이도 안아주며, 내 아이들의 내면아이도 같이 안아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 어떤 떠돌이 별 위에, 아니 내가 사는 별, 이 지구 위에 내가 달래주어야 할 어린 왕자가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를 두 팔로 껴안아 부드럽게 달래면서 말했다. "너의 소중한 장미는 위험하지 않을거야. 네 양에게 씌울 입마대를 그려줄게. 꽃에는 갑옷을 그려주고. 그리고..."

우리는 매일매일 바쁘면서도 그 많은 바쁜 일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어린 왕자의 말 처럼 우리는 "장미꽃 한 송이에도 물 한모금에서도 찾을 수 있는" 것들을 말이다.

📖 "아저씨네 별 사람들은 정원 하나에 오천 송이나 되는 장미꽃을 가꾸지만 자기들이 찾는 걸 거기서 얻어내지 못해."

밤 하늘에 떠 있는 별들 중에 어느 별에 나의 어린 왕자가 있는지 모를 때 모든 별들이 다 의미가 있어 보이는 것처럼, 그런 불확실성이 주는 기쁨도 분명 있을 것이다. 모든 별은 말이 없다.

📖 "아저씨는 누구도 갖지 못한 별들을 갖게 될 거야."

우리는 그 불확실성에서 웃을 줄 아는 별들을 발견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갖지 못한 나만의 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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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 하 을유세계문학전집 120
제프리 초서 지음, 최예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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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캔터베리 이야기>제프리 초서 /을유문화사

✍️ (하)권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면죄부 판매인의 이야기>였고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초서 자신이 이야기한 것으로 보이는 <토파스 경 이야기>와 <멜리비 이야기>였다.

<면죄부 판매인의 이야기>는 서문이 굉장히 길다. 그만큼 면죄부 판매인에 대한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것이겠지.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면죄부가 무엇인지 보다, 면죄부 판매인이 어떤식으로 판매를 하며 교회와 면죄부 판매인이 어떤식으로 관계되어있는지에 대한 실상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 “탐욕은 만악의 뿌리이니라.” (디모데에게 보내는 편지 6장) (p.24)

✍️ 라는 것을 주제로만 설교를 하는 면죄부 판매인은 오로지 탐욕으로 이루어진 인간이다. 이 이야기에서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지만 그 배후에 있는 교회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면죄부 판매인은 흔히 말하는 ‘약장수’ 같은 면모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는 ‘교황님의 교서를 하나씩 하나씩 보여 주’고. ‘위임장에 찍힌 주교님의 인장을 제일 먼저 보여’ 주어 자신의 신뢰를 굳힌다. 그렇지만 그 스스로도 인정하듯 그가 설교하는 이유는 오직 ‘돈’ 때문이며 면죄부의 목적인 ‘죄를 회개하는 것’과 ‘죄를 사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 친애하는 남녀 여러분, 제가 한 가지 경고하겠습니다.
지금 이 성당에 계신 분들 가운데 혹시라도
너무 끔찍한 죄를 짓고
수치심 때문에 죄를 고백하지 못한 분이 계시거나,
남편 몰래 바람피운 여성분이 계시면
그분은 나이가 많든 적든 상관없이
여기 있는 이 성물에 헌금을 바칠
능력도 은혜도 얻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죄에서 자유로운 분은 누구시든 간에
앞으로 나오셔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헌금하십시오.
그러면 교황님의 위임장이 제게 허락하신 권위에 따라
제가 여러분의 죄를 사해 드리겠습니다.
이런 수법을 써서 저는
면죄부 판매인이 된 다음부터 해마다
1백 마르크 정도씩 수입을 올렸답니다. (p.26-27)

✍️ 초서는 두 개의 이야기를 하는데, 다른 화자들처럼 화자의 이름이 들어간 제목이 아니라 작중 주인공의 이름이 들어간 <토파스 경 이야기>와 <멜리비 이야기>이다.
<토파스 경 이야기>는 너무 ‘무식한 이야기’라서 못 듣겠다는 사람들에 의해 중단되고 그는 대신 “짤막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그 짤막한 이야기 <멜리비 이야기>는 무려 104~160페이지까지 이어진다.

<멜리비 이야기>에서 초서는 남자들은 충동적이고 어리석으며 계속 일깨워 주어야하는 존재로, 여자들은 현명하고 인내심이 많고 인자한 존재로 그려놓았다. 아내 프루던스는 남편 멜리비를 설득해야하는 입장이다. 기껏 설명해서 납득 시켜 놓으면 이내 말도 안되는 쪽으로 해석해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하고, 또 이해가 됐다 싶으면 또 딴소리를 하지만 아내는 참을성 있게 남편을 설득한다. 이 지난한 설득과 회유의 과정이 거의 60페이지가량 이어지는 것이다.

📖 당신은 모든 여자를 비난하고 그들의 이성적 능력을 비난하시는데요, 저는 과거에 훌륭한 여성들이 많앗고 현재도 많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의 조언이 매우 건전하고 유익했던 예를 보여 드릴 수 있어요. (p.114)

✍️ 아마도 이 두 번째 이야기가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정수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는 형식이기는 하지만, 이 안에 들어 있는 이야기는 어떻게 내 주변을 관리하고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살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말이나 다름 없다.

📖 그래서 여러분에게 청을 하나 올리겠습니다.제 이야기가 좀 다르다고 생각하시거나예를 들면 여러분이 전에 들으신 이야기보다지금 하려는 짧은 이야기 안에 속담이 더 많더라도제 주제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것입니다.그리고 여러분이 전에 들으신 것과꼭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더라도,부탁드리는데 저를 비난하지 말아 주십시오.제가 전달하려는 교훈은제가 쓰는 이 재미있는 이야기의 출처인짧은 글의 교훈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여러분은 아시게 될 것입니다.그러니 제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그리고 제가 끝까지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p.102-103)

✍️ 이 말은 마치 작가 자신이 우리에게 직접 말하는 것만 같았다.

역자의 해설도 굉장히 알차서, 작품의 시대상에서 부터 작품의 의도와 문학사적 성취에 대해서 몰랐던 부분들도 알게되어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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