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과 망상 - 어느 인턴의 정신병동 이야기
무거 지음, 박미진 옮김 / 호루스의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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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정신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무거'의 일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작가님께서는 대학원 시절에 정신병원의 인턴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소설적으로 재구성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양극성 정동장애, 경조증, 조현병, 다중인격, 미소우울증, 식이장애……. 사람들의 마음을 예민하게 읽는 남다른 감각을 지닌 '무거'는 이들의 치료 과정에 함께한다. 독자는 '무거'를 따라서 이들의 삶을 바라보고, 경험하고, 이해하게 된다.

책을 읽기 전에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 이 책은 자신의 경험을 소설화한 책인데, 과연 자전적인 면모가 더 클까 소설적인 더 면모가 클까 하는 궁금증. 책은 자전적이라기에는 소설적이고, 소설적이라기에는 자전적인…… 굉장히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그래도 두 가지 성격의 경중을 따지자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소설적인 면모가 더 큰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참 잘 썼다'라고 느낀 지점들이 몇 부분 있는데, 그 부분들은 '병을 앓는 사람의 시점'에서 쓰인 지점이다. 묘사를 하나하나 뜯어서 읽어보면 주인공 '무거'의 서술과는 확연히 다르다. 특정 병을 앓는 사람이 할 것만 같은 말과 행동을 오랫동안 고민해서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조현병을 앓는 인물에게는 그 사람만의 문장이 있었고, 다중인격을 앓는 인물에게는 그 사람만의 문장이 있었다. 노력을 많이 기울인 게 티가 났다.

안미옥 시인님의 <홈>이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모두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 구절이 자꾸만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저마다의 이유로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나와서, 저마다의 마음속 재난을 풀어놓는 이야기. '정신 병동'이라는 차가운 단어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류애 넘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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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 제2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김희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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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크> 서포터즈 참여를 통하여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어떠한 종교적 간섭 하나 없이, 오직 '믿는다는 행위 자체'를 위하여 만들어진 기도 공간 '탱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믿는다는 행위 자체에 대한 깊은 고찰이 돋보인다.

소설에는 저마다의 사정을 안고 사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도선, 양우, 둡둡, 부경, 영경, 규산……. 이들의 이해관계가 작위적인 부분 하나 없이 말끔하게 전개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들 어딘가에서 정말 살아있을 것만 같은 인간적인 캐릭터였다.

사실 '탱크'라는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는 제목이 너무 추상적이라고 생각했다. 확 와닿는 느낌은 아니었달까. 하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소설이 담고 있는 것들을 '탱크'가 아니라면 과연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탱크라는 거친 단어가 이렇게나 사람을 아릿하게 만들 줄은...)

만약 나의 세계에 '탱크'가 있었다면 과연 나는 사용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묻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했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yes. 왠지 사용했을 것 같다. 나는 무신론자에 가까운 무교지만, 믿음이 사람에 주는 위안을 모르지는 않는다. 어쩌면 사람에게는 다들 저마다의 '탱크'가 있을 지도 모른다. '탱크'를 맹신하는 소설 속의 인물들을 보며 나를 겹쳐 보기도 했고, 내 주변의 누군가를 겹쳐 보기도 했다.

이 소설은 사람을 가여워할 줄 아는 소설이다. 물론 모든 문학들이 근본적으로 연민을 품고 가지만, 이 소설은 그 힘이 유난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이 필요한 사람들(믿음이 필요한 사람, 믿음에 지친 사람, 앞의 두 종류의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루빨리 이 소설이 가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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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자이언트 스텝 2
김서해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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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성인이 타깃층인 소설이지만, 성인 소설의 느낌보다는 청소년 소설의 느낌이 담뿍 나는 소설이다. 아마 소설이 매우 매우 전면적으로 '청춘성장물'이라서 이렇게 느끼는 듯하다.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뭇 청소년 소설처럼 말랑말랑한 청춘성장물이라기 보다는, 얼얼함과 아릿함을 안고 있는 청춘 성장물이라고 이 소설을 정리해 보고 싶다.

2030의 청춘들이 으레 느낄 법한 오묘한 마음들이 담긴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한없이 사랑에 가까운 우정, 추잡한 열등감과 막연한 동경, 어느샌가 스며든 무자각의 사랑. 그 오묘한 마음들의 묘사를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사랑과 우정을 넘나드는 마음, 열정과 동경을 넘나드는 마음, 자각과 무자각을 넘나드는 마음. 소설은 사람의 마음이 가진 희미한 경계선을 아릿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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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의 배신 -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을까?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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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노력의 배신'을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자칫 오해할 수 있기에 미리 이야기하자면, '노력하지 않는 것에 대한 명분을 주는 책'은 아니다. 설명을 위해 책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을 빌리고 싶다. 책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대표적인 '노력 신봉 공화국' 중에 하나이다. 과할 정도로 노력을 신봉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노력이 가지고 있는 불편한 문제들과 노력의 피해자들을 조명하려하는 책이다.

책 내용 중에 이러한 내용이 있다.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 이 장의 목적이 아니다. 노력 신봉 공화국에서는 과도하게 노력을 유일신으로 숭배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을 뿐이다. 이런 신념과 믿음이 우리 사회를 더욱더 병들게 할 수 있고, 사회 구성원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책의 전반적인 맥락이 잘 정리된 문단이지 않을까 하여 적어보았다. '노력을 유일신으로 숭배'한다는 표현이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실 나 또한 노력을 유일신으로 숭배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기에... 무엇이든 적당하면 ok고 과하면 문제가 되는 것인데, 이 책은 과도한 노력주의 사회에 대하여 잘 꼬집고 있는 것 같다. 사회심리학자이며 문화심리학자이신 작가님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는 게 재미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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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서울 2023
이우 외 지음 / 몽상가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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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서울의 설립 의도와 지향점이 인상깊다. 책 내용 중에 이러한 문장이 있다. "예술적 울림은 기업과 자본이 주체가 아니라 예술가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하고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p. 59)" 예술의 주체에 대한 고민의 흔적과 깔끔한 결론이 마음을 울린다. 그러한 결론을 토대로 '문학서울'을 설립한 실행력과 결단력이 너무나 대단하다.

책에 실린 다섯 개의 소설에 대한 짧은 코멘트.

[차라리 몰랐더라면, 이우]

"차라리 몰랐더라면", "차라리 몰랐어야 했을까?", "차라리 몰랐어야 해" 등의 다양한 변주로 흘러가는 소설.

[첫사랑, 류광호]

첫사랑에 대한 아릿함을 담은 소설. 개인이 가진 (첫사랑에 대한) 기억의 성취가 곧 소설의 성취로 이어질 것만 같은 소설.

[수면 아래에서, 주얼]

수면 아래에서 피어오르듯 물기어린 소설. 지나간 서툰 사랑을 담은 문장들이 빼곡하다.

[미로, 이수현]

택배 배달 노동자에 대한 소설. 시의성이 짙다. 어쩌면 우리는 '수많은 무정 사이 한 가닥의 다정'이 그리워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걸지도.

[아홉수, 신세연]

미성년자 가정폭력 &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이야기. 첫 문장이 흡입력 있다. 무거운 소재와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반복해서 사용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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