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리노 나쓰오를 처음 접하게 된 책은 '잔학기'였다 일본에서 유명했던 여고생 납치사건을 토대로 쓰여진 소설. 여성작가이지만 여성의 섬세함을 잃지 않으면서 남성의 강함도 갖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했다. 기리노 나쓰오의 책들은 강한 표현들이 많이나와서 작가에 대해 모르면 남성작가의 작품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후에 읽었던 건 '아임 소리 마마'와 '그로테스크' 이 작가의 작품들은 항상 우울하고 인간의 저 밑바닥까지 드러내놓는다. 읽고 나면 우울해지지만 책을 덮을 수 없고 오랜 여운을 남겨준다. 그 유명한 '아웃'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번에 재출간된 에도가와란포상을 받은 '부드러운 볼'을 무지 기다렸다. 우선 두툼한 책이 맘에 들었고 새로 출간된 책의 표지도 마음에 들었다. 다 읽고 나서 표지와 제목을 보니 왜 표지가 복숭아에 벌레들이고 제목은 '부드러운 볼'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참 표지 잘 선택한거 같다.. 카스미는 홋카이도 출신으로 고등학생때 가출하여 홀로 도쿄로 상경한다. 그 후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제판회사에 취직.. 그 회사의 사장과 결혼하고 두 딸의 엄마가 된다. 그리고 거래처 직원인 한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게 된다. 그리고 둘의 밀회를 위해 마련했던 별장에서 카스미의 첫째딸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야기는 딸을 납치해간 범인을 쫓기보다는 납치사건으로 인한 주변인물들의 심리묘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읽는 중간에도 누가 범인이지? 보다는 작가가 이야기하는 인물들 속으로 빠져든다. 오랜만에 읽는 기리노 여사의 책인데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묵직하고 우울하지만 끊을 수 없는 마약같은 기리노 나쓰오의 이야기였다.
나는 일본 작가 중 '무라카미 하루키'와 '모리미 토미히코'를 좋아한다. 하루키는 워낙 유명한 작가라 말이 필요없지만 '모리미 토미히코'란 작가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이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된 책은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였다. 같은 이야기를 5번의 다른 상황으로 그려낸 이 책은 참신했다. 시작과 끝은 같으니 그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상황은 다르게 그려진다.. 하지만 어떤 상황을 선택해도 같은 결말이 난다는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 재미있었다. 읽으면서 실소를 금치못하게하는 '모리미 토미히코' '밤음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역시나 교토를 배경으로 순진무구한 신입여대생과 어리머리한 선배의 다소 웃긴 사랑이야기이다. 뭐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도 없는것이 이 여대생은 자꾸 나타나는 선배한테 관심은 없고 오직 즐거운 대학생활에만 집중하고 이 어리버리한 선배는 말한마디 못하고 여대생 근처에만 얼씬거린다.. 근데 그 상황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순진무구 여대생의 관심을 끌기위한 이 어리버리한 선배의 관심끌기 대작전이 예상을 뒤엎는 상황들을 만들어서 읽는 동안 푹 빠져버렸다.. 봉변을 당하면서도 한 여자의 관심을 끌기위한 고군분투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가는 교토 출신으로 한 작품 빼고는 모든 작품이 교토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 또 가고 싶은 곳이 교토인데 자주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모리미 토미히코'의 소설과 함께 달래고 있다. 읽는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뛰어난 상상력을 가진 '모리미 토미히코'의 다음 작품도 기다려본다. 우울할때 읽으면 저절로 웃음이 터질 만한 소설이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인사이트밀’을 읽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른 작품이 하루 빨리 번역되어 나와주길 기다렸을 것이다. ’인사이트밀’의 포스가 너무 강렬했기때문이다. 나도 무심코 책장을 펼쳤다가 덮기 힘들정도로 엄청난 속도감가 재미에 빠져들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번역되어 나온 ’덧 없는 양들의 축연’의 발간을 기다려왔다. 더군다나 책띠지에 있던 문구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미스테리 소설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전’이란 단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것이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상류계급의 영애들만 가입 할 수 있는 비밀스런 독서모임 ’바멜 모임’에 소속된 영애들과 그 주변인물들의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다섯편의 간결한 단편보여주면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 요 ’반전’이란 문구를 보고 좀 엄청 기대하긴 했었다. 하지만 홍보용이었는지 다 읽고 다시한번 훝어보아도 ’반전’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있었다. 다만 너무 큰 ’반전’을 기대하지 않아도 ’덧 없는 양들의 축연’은 읽어 볼 만하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책은 언제나 책을 덮지 못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내가 좀 '반전'에 집착하긴 해도 약간 속았다는 느낌을 받았어도 이 책은 재미있었다..
달콤한 나의 도시 이후 처음 읽게 된 정이현 작가의 소설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는 30대의 여성의 일과 사랑을 정말 달콤하게 그려서 2,30대 여성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었는데 작가의 이미지도 그렇고 달콤한 소설류를 쓸 줄 알았는데 이번 소설 '너는 모른다'는 전혀 색달랐다. 첫장면 어린아이의 시체가 떠오른다는 첫 문장에선 추리소설의 냄새가 났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추리가 아닌 소통이 필요한 한 가족의 이야기였다. 언제나 금전적으로 부족하지 않는 삶을 만들어주는 하지만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김상호, 대만국적에서 한국국적으로 바꾼 화교이자 김상호와 재혼한 영옥, 김상호 전처의 딸 은성과 혜성, 상호와 영옥 사이에서 태어난막내 유지까지... 언뜻 보기에는 화목해 보이는 가정이지만 이 가족은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고 같이 밥을먹고 생활을 하면서도 전형 소통하지 않는 그런 모습이었다. 막내 유지의 실종사건으로 인해 잠시 가족으로써 뭉치는 듯 하지만 읽는 내내 답답함을 느꼈다. 가족들간의 숨겨왔던 비밀이 들어나도 서로 알게 되지만 뭔가 아직도 부족한 소통에 이들 가족들 사이에 아직도 벽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이란 이름은 참으로 따뜻한 말이지만 소설에서의 가족은 현실을 너무 잘 나타내서 풀리지 않은 무언가 때문에 답답함이 느꼈졌을지도 모른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사방에 벽을 둔 그런 가족의 이야기이다..
츠지 히토나리의 소설은 ’우안’과 ’냉정과 열정사이’ 그리고 ’사랑을 주세요’ 세작품밖에 읽어보지 못했다.. 생각보다 작품수도 많고 인기 작가라는 사실을 최근에 ’안녕, 언제가’를 접하면서 알게되었다. 게다가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 ’사요나라, 이츠카’의 여주인공이 츠지 히토나리의 부인인 ’나카야마 미호’였다.. 안팎으로 대단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부부였던것이다... ’안녕, 언제가’는 태국의 날씨처럼 한 여름 뜨거운 사랑을 이야기한다. 처음엔 장난으로 시작된 관계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지지 않을 사랑으로 변해간다. 하지만 헤어져야만 하는 두 사람.... 4달간의 사랑으로 20년 넘는 헤어짐을 견디며 평생을 살아온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사실 이야기는 단순하다. 결말도 뻔하다. 일본소설이 그렇듯이 조금 심심함도 있고 뻔한 사랑이야기에다가 통속적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이 태국의 풍경과 잘 어울렸다. 뜨겁고 격렬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소설을 읽고 태국에 한번 가고 싶어졌다. 영화에서도 멋진 태국 풍경을 보니 원작소설과 영화를 비교해 봐야겠다. 소설은 막 추천 할 정도는 아니지만 재미있게 읽은 소설 중 하나로 생각날 듯 하다.. 사실 영화때문에 소설을 챙겨봤는데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를 거의 없어서 영화가 어떨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