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읽었던 로저 펜로즈의 시간의 순환에 이어 무모한 도전 두번째 되겠다. 그 말인즉슨 본문에 수식이 등장한다는 소리인데 사실 이 책의 구매를 결정하게 만든 주 요인은 내용보다도 저자의 이름과 보시다시피 핑크핑크한 표지였달까ㅎ 이 책은 그러나 결론적으론 전혀 핑크핑크하지 않을 뿐더러 우중충할 정도로 난이도 있는 책이었는데 수식도 수식이지만 물리법칙을 설명하는 파인만의 방식이 전에 없이 굉장히 낯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가령 양자역학의 유명한 이중슬릿 실험을 여러 책에서 봐왔지만 그래프로 설명하는 방식은 또 최초였던 것이었던 것이다. 파인만의 입장에서라면 이보다 더 쉽게 설명할 수 없었겠지만 수포자인 나의 입장에서라면 수학이 베이스로 깔려있는 그의 설명방식엔 어느 정도 접고 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을 수 밖엔 없었다. 그래도 이런 책을 읽는 요령을 어느정도 터득했다면 디테일은 버리고 논리만 취한다는 것인데, 이 책 역시 굳이 세세한 디테일에 집착하며 머리를 쥐어 뜯기보다 모든걸 포기하고 읽으면 외려 이론 그 자체보다 과학의 방법론에 대해 많은걸 이야기 해주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고 또 한번 정신승리해 본다.“우리가 가진 법칙들을 확신하지 못하는 영역들로 확장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는 여기에서 에너지 보존을 확인했을 뿐인데도, 어떻게 새로운 현상에 대해서도 에너지 보존법칙이 성립해야 한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일까? 여러분은 가끔 신문에서 물리학자들이 아껴온 어떤 법칙이 오류로 밝혀졌다는 기사를 읽기도 한다. 그러면 아직 관찰하지 않은 영역에서 어떤 법칙이 참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일까? 만일 아직 살펴보지 않은 영역에서 어떤 법칙이 참이라고 결코 말해서는 안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된다. 당신이 발견한 법칙들이 오직 이미 관측을 마친 것들이어야만 한다면 당신은 결코 어떤 예측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학의 유일한 효용은 앞으로 더 나아가서 추측을 시도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일은 항상 위험을 무릅쓰는 추측이며, 에너지와 관련해서 가장 그럴듯한 추측은 에너지가 다른 곳에서도 보존된다는 것이다.이는 당연히 과학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직접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에 대하여 설명하는 순간 당신은 확신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항상 보지 못한 영역에 대하여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하는 일들은 아무 쓸모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