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페미니즘의 여러 주요 개념들을 백과사전적 구성으로 묶은 책으로 읽는 내내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들을 던져준다. 페미니즘을 다룬 몇권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건 책을 통해 얻은 정보들이 지식의 외연을 넓여주긴 하지만 어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건 결국 비판적 사고와 논리라는 거였는데, 가령 트위터를 켜면 언제나 타임라인에 차고 넘치는 수많은 젠더관련 논쟁과 정보에 대해 즉흥적인 감정으로 간단히 리트윗을 누르며 동의를 표하거나 부화뇌동해 우르르 몰려가 비난을 퍼붓긴 매우 쉽지만 한발짝 뒤로 물러나 실제로 내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를 명료하게 정리하려고 시도해 보면 그게 의외로 그리 녹록치가 않다는 걸 알게된다. 그럼에도 자신의 선택한 입장을 비판적으로 헤아리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 해야 한다고 믿는데, 감정만을 따르다가는 어느샌가 스스로 괴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의 대부분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지만 몇몇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었는데 이를테면 ‘젠더’ 챕터에서, 존재에서 당위를 도출하는 잘못은 너무나 빈번해서 자연주의의 오류란 이름이 붙여져 있을 정도인데 페미니스트들은 그들이 우려하는 생물학적 결정론과 구분짓는 이 얇은 막을 왜 견디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한 ‘코라’ 챕터는 읽으면 읽을수록 이건 아예 황당무계해서 ‘에테르`나 ‘플로지스톤’ 정도로 밖에는 생각이 안들었다. 이미 수명이 다했으나 철학자들의 지적유희를 위해 심폐소생술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그 밖에도 몇가지가 더 있지만 이정도로… 이 책에서 설명하는 수 많은 개념과 용어들 그 자체는 도전 골든벨에 나갈 것도 아닌데 모조리 암기 해야할 필요는 없지만 그것들을 붙들고 머릿속에서 이렇게 저렇게 씨름을 하는 과정자체가 사고의 근육을 키우는데는 매우 도움이 되었음은 분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