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전사의 탄생 - 분쟁으로 보는 중동 현대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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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세브란스`라는 호러무비를 본 적이 있다. 젊은이들이 캠핑가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뭐랄까 사골처럼 우려먹는 호러무비의 전형적인 플롯이었는데 스포일러지만 알고보니 그건 호러무비가 아니었다. 주인공들이 쫓기는 공포의 대상이 악마나 사이코 킬러가 아니라 테러리스트였기 때문이다. 아무 이유없이 닥치는 대로 살인을 일삼는 사이코 킬러와 달리 이들에겐 ‘대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대의`란게 과연 무엇을 위한걸까.
예나 지금이나 테러리즘으로 인해 각종 미디어에 줄기차게 오르내리고 있으며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당당히 인류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 문명이지만 이상할 정도로 그들에 대해 쥐뿔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날 문득 자각하게 됐다. 그러게 정말, 쥐뿔도. 더구나 특히 그 패악과 잔혹함에 있어 전인미답의 길을 가고있는 IS를 보며 그 멘탈리티를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어떻게 이런 괴물이 탄생했나 궁금하던 차였다. 몰래 숨어 악행을 저지르고 자신의 악행을 부정하는 자들은 우리 익히 봐왔으나, 이제 참수 동영상이나 테러를 암시하는 영상물을 그것도 마치 영화 예고편처럼 감각적으로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며 스스로 나서서 자신의 악행을 광고하는 집단이 신인류처럼 도래했다. 오래전부터 우리가 체득한 직관적인 죄의식과 익숙했던 폭력의 세기는 종말을 맞이 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스티븐 핑커는 폭력의 총량이 감소해 온 역사적 경향에 대해 썼지만 이로써 폭력의 경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 들었으니 더 이상 총량에 집착하는 건 무의미 하지 않을까. 이제 ‘세브란스’ 같은 호러무비도, 나름 좀 쎄다고 생각했던 스너프 필름 따위도 이젠 시시해서 영화의 소재로도 쓰이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런 괴물이 되면서까지 그들이 위하는 그 ‘대의`란게 과연 정말 뭘까.
정말이지 강력 추천할 만한 이 책은 중동의 근현대사를 굉장히 간결하게, 큼지막한 사건 중심으로 요약하고 있다. 정말 놀란건 중동의 근현대사가 단순히 단선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 예상치 않은 바는 아니었지만 정말 상상이상으로 복잡하게 뒤얽혀 있다는 사실이었는데, 그 중심에는 역시 언제나 근본주의적 종교가 있었다. 누가누가 더 근본주의적인가, 누가누가 한 술 더 뜨나의 싸움. 정도의 차이야 있겠지만 종교는 확실히 어느 정도 이성을 마비시키는 효과가 있는 듯 싶다. 그리고 미국을 위시한 열강들의 패권다툼. 역사적인 그림을 놓고 보니 IS를 비롯 알카에다니 탈레반이니 역시 그저 단지 폭력을 위한 폭력, 감당 못할 위악을 일삼는 악당 패거리들만은 아니라는 것, 다들 저마다의 사연은 있구나 싶었다. 그러나 억하심정이 그러한 극단적인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 바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라인홀드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폭력은 그것이 정의를 위한 것일 때에도 불의를 영속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썼다.
이하동문이다. 마지막 장을 덮은 이 시점에서 그러나 다시 파리 테러를 상기해보면 과연 IS를 격퇴한다고 이 문제가 끝날지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후세인의 죽음이 그랬듯. 빈 라덴의 죽음이 그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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