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합정동 커피발전소의 커피를 마시고 ‘커피의 맛`이란 걸 알기 전까진 그냥 특별한 생각 없이 커피를 마셔 왔다. 그건 정말 감히 개안의 경험이라 할 만했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쭉 어느 정도의 관심만 있는 수준이었는데 요새 퇴근하고 매일 밤 선물 받은 비알레띠 모카포트를 끓여마시는데 아주 재미를 붙였다. 사먹는게 아니라 직접 끓여마시는 고런 재미. 그래서 원두라던지 이것저것 관련 정보를 찾아보다가 소위 스페셜티 커피라고 불리는 것들에 관심이 좀 생겼는데 그러던 중 우연히 이런 책이 수중에 들어와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세상에 이런 직업이 있다니. 저자는 아시아나 항공의 무려 기내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인데 세계 이곳저곳의 스페셜티 카페를 돌아 다니며 쓴 책이다. 무엇보다 읽고 있노라면 맛있는 커피 생각이 매우 간절해진다는 것. 그리고 마치 잡지처럼 아무 부담 없이 가볍게 슥슥 넘기며 읽기 좋고 사진도 많아서 여러 나라의 카페 인테리어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전문용어의 사용이 잦은데 아무런 설명이 없는것, 그리고 작가가 직접 찍은 듯이 보이는 촛점이 나간 사진들을 -그것도 여러장- 그대로 사용한 점들은 좀 무성의해 보이기도. 개인적으로 가슴 아팠던 건 작년 여름 런던에 갔을 때 일정에 쫓겨 마지막 날에야 들렀던 몬머스 커피 컴퍼니에서 커피를 맛보고는 진작 오지 않은 걸 땅을치고 후회했는데 바로 이 책 제일 첫페이지에 등장하고 있었다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