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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만나요 - 1950년대 ㅣ 생생 현대사 동화
고재현 지음, 김민지 그림 / 별숲 / 2023년 8월
평점 :
1950년대를 생각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시작된 6.25전쟁이 떠오르시죠!
전쟁이 시작되었고 3년의 전쟁 끝에 휴전이 되었습니다.
전쟁에 대한 기록만 알고, 얼마나 처참히 싸웠는지..
전쟁 끝난 후 지금의 경제 발전을 이룩한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이 정도로만 알고 있었어요.
고향을 떠나 피난길에 올라야 했던 사람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그저 남으로 남으로 걸어가며 견뎌야 했던 슬픔들..
폭격을 맞아 가족을 잃고, 배고픔과 막막함, 두려움으로 버티던 날들.
이런 것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부산으로 피난 온 강이네 이야기 들려드릴게요.

팔도 피란민들이 모여 사는 부산 영주동 산동네.
고성에 살던 강이는 메는 가방에 크고 작은 보따리들을 담습니다.
앞이 안 보이는 할머니를 뒤로한 채 울며 짐을 꾸립니다.
남쪽으로 피란을 갈 거라고. 할머니에게 아범하고 금방 돌아온다 합니다.
1951년 1월 엄마와 열 살 강이, 네 살 은이, 10개월 구화를 데리고 피란 길에 오릅니다.
커다란 짐을 지고 모두 한 방향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뒤에서 포탄 터지는 소리가 들렸고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연달아 들리는 비행기 소리. 땅이 흔들리고, 귀청이 찢어질 듯한 큰 소리.
매운 연기에 눈과 코에서 눈물이 쏟아집니다.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며 이름을 부르고..
강이가 업고 있던 동생 구화는 .. 파편에 맞아.. 죽었습니다.
등 뒤에서 손을 꼼지락거리던 작고 따뜻했던 동생.. 강이와 은이는 소리 내서 울었습니다.
"엄마, 왜 전쟁이 난 거야?"
"전쟁은 언제 끝나?"
엄마도 모릅니다. 이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언제 끝날지...
부산으로 가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향했습니다.
부산의 피란민 판자촌에 집을 하나 얻었습니다.
집이라고 하기엔 어설프지만, 엄마의 가락지 대신 얻은 집입니다.
"그래, 여기선 폭격 맞아 죽을 일은 없다. 그것만으로도 우린 이제 살았다."
엄마는 매일 일을 찾아 나섰고 그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쉽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몸은 점점 약해져갔습니다.
영주동 판자촌에 사는 이웃들.
다들 고향을 떠나 피란을 왔습니다.
흥남부두에서 아내와 며느리, 손자, 손녀를 놓친 종수 할아버지.
끊어진 대동강 철교를 지나다 남편을 잃은 평양댁.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팔도 다치고 갈 곳이 없는 양철이.
사연 없는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모였습니다.
몸과 마음을 다친 사람들.
고향을 떠나 피난 온 사람들.
이곳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도와가며 삽니다.
이게 사는 정이 아닐까요?
고아도 많고 아빠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모두 전쟁터로 갔기 때문이죠.
3년여의 전쟁이 끝나고 휴전이 되었습니다.
누구를 위한 휴전일까요?

휴전만이 답이었을까요?
휴전 후 판자촌에서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가족들이 생깁니다.
부산에 새로 정착한 사람들.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들.
부산은 매일 이별이 이루어집니다.
강이와 은이도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그래, 가자."

살아있으면 언젠가 만난다!
우리 꼭 다시 만나요!
전쟁의 표면적 의미만 알고 있다가 피란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피란민들의 삶.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
전쟁 속에서도 서로 돕고 살피던 피란민들의 따듯함과 생존의지!
휴전이 아닌 종전을 위해 시위했던 이들이 있었구나!
나라를 위해 싸웠지만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고, 고향도 가족도 잃어버린 이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피란 길에서 가족을 잃은 슬픔은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왜 이 전쟁이 시작되었는지.. 누구 하나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왜 휴전을 하는지 몰랐습니다.
지금이야 '민족 전쟁' , '이념 전쟁' 임을 알지만 그때 피란민들에게 설명해 주는 이가 있었을까요?
쌀을 얻어먹기 위해 이름을 적고 가입했던 단체를 빌미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
책을 읽으며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이렇게 처참하고 암담할 수가요.
강이는 작가님의 어머님이 겪으신 피란민으로써의 삶을 토대로 작성하셨어요.
실제라니 더 마음이 아픕니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겪지 않아도 되는 일들.
가족과 생이별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종수 할아버지는 말씀하십니다.
이 전쟁은 기억해야 한다고!
이 전쟁이 왜 일어났고, 이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어떻게 가족을 파괴했고, 이 전쟁이 왜 우리의 뜻과 상관없이 끝이 났는지!
"억울하고 고통스러워도 왜 말하지 못하고 벙어리처럼 살아야 했는지를 기억해야 함네다."
제가 겪지 않은 일이라.. 너무나 소설 속 일 같아서 모르던 일들을 ..
책을 통해 조금씩 알아갑니다.
이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반복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6.25전쟁 때 부산 판자촌을 배경으로 한 생생한 증언들..
이 책을 통해 역사에 한 걸음 다가갑니다.
아이들이 지식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꼈으면 하는 책!
초등학생 친구들에게 추천합니다.
이 도서는 출판사의 도서 지원으로 읽고 적은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