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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도둑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5
junaida 지음, 송태욱 옮김 / 비룡소 / 2026년 2월
평점 :
[도서협찬] 채울수록 비워지는 마음, 단 한 사람으로 온전해지는 세계
마을 도둑을 읽다 잠시 멈췄다.
페이지 위에 남겨진 한 아이 때문이었다.
우리는 외로우면 무언가를 더 곁에 둔다.
물건을 사고, 사람을 부르고, 공간을 채운다.
많아지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으면서.
이 책 속 거인도 그랬다.
모든 것이 풍족한 산 위에서, 단 하나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밤마다 ‘가져오는 일’을 반복한다.
집이 늘어나고, 사람도 늘어난다.
산 위는 북적이지만 거인의 마음은 이상하게 더 조용해진다.
많음이 깊음을 대신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푸른 장면 속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그리고 그 장면.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소년.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홀로 남겨진 아이를 보는 순간,
나는 책장을 바로 넘기지 못했다.
거인은 사람들 속에서 외로웠고,
소년은 사람들 곁에서 외로웠다.
닮은 두 고독이 마주 보는 그 기척이
이야기의 결을 바꿔 놓는다.
거인이 원했던 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군중이 아니라
자신을 바라봐 주는 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책의 색감도 그에 맞춰 숨을 바꾼다.
차가운 푸른 기운이 걷히고,
조금 더 밝은 공기가 스민다.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이 작은 책은 물성과 장면으로 마음의 변화를 보여 준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빨리 끝난다.
조금 더 보고 싶어 아쉬웠다.
그들의 시간이 한 장쯤 더 이어졌다면 하고.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거인에게 필요했던 건 긴 서사가 아니라
단 한 번의 진짜 눈맞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자주 채우는 일에 몰두한다.
정말로 필요한 건 ‘더 많은 것’이 맞는지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세계를 온전하게 만드는 건
단 하나의 닿음일지도 모른다.
읽고 덮은 뒤에도 한동안
푸른빛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푸른빛은,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
도서를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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