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기념 개정판>20년 동안 사랑받은 그림책. 앞으로도 계속 사랑받을 그림책이다.톡 튀어나온 이마, 까진 뒷머리.발그스레한 볼.몇 살쯤 되었을까?까만 고무신 신고 야무지게 걸어간다.어디 가는 걸까?복덕방이자 마을의 유일한 슈퍼로 들어간다.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고요~넉 점 반이다.잊지 않으려 넉 점 반, 넉 점 반 중얼거리는 작은 입술.집으로 가는 길은 구경할 것들 천지다.물먹는 닭도떼지어가는 개미도담장 밑 봉숭아꽃도황금물결이는 논도고개를 숙이며 영글어가는 수수도날아가는 잠자리도다 구경거리다.아, 나에게 보여주려 한 것이구나!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주니혼자 있어도 심심할 틈이 없다.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어느새 해가 꼴딱 져버렸다.빙 둘러 어딜 갔다왔을까?해맑은 얼굴에 뭐라 할 수가 없다.시로 들려주고픈 그 시절 동심,그림으로 알려주고픈 그 시절 풍경이다.꿈엔들 잊힐리야!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향수>라는 시가 떠오른다.이 그림책과 딱 어울리는 어릴적 향수를 노래하는 시이다.어릴 적 보던 두꺼비, 잠자리, 처마 밑 기둥에 걸어놓은 옥수수,신을 벗고 올라가는 마루, 동네의 작은 슈퍼..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그것들이 그립다.나에게 보여주려 한 것이구나!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그림에 넋을 놓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