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돌이에요
지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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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따가운 햇살.
나비의 떨림.



여름 장대비에 떨어진 떡갈나무 이파리.
태어난 지 십일 된 애벌레의 꿈틀거림.
작은 이끼의 초록빛.


지나가던 개의 오줌 세례.
잘 여문 강낭콩에서 떨어진 자줏빛 꼬투리.
아흔아홉 번째 소나무의 쉰두 번째 솔방울.



어느 돌 하나가 맞은 백만 번째 평범한 아침입니다.



얼마나 많은 것들이 돌을 스쳐갔을까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았을까요?



나보다 더 오랜 세월을 산 돌.
나보다 짧은 생을 산 돌은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신 적 있으세요?


전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작가님의 그림책에서
처음으로 돌의 생을 느껴보았어요.



어릴 적
차기 지나가면 뿌연 흙먼지를 날리는 길에서
마음에 드는 이쁜 돌들을 주었어요.
비 오는 날이면 더 좋았어요.
돌들이 깨끗해져 있었거든요.


색깔이 입혀진 돌, 반짝반짝 빛나는 돌.
보석먀냥 돌을 주어왔어요.


돌을 주우려면 돌아서 더 걸어야 했지만
토요일 오후, 비 오는 날이면 그쪽으로 걸어갔어요.
(그땐 토요일도 학교 다녔던 거 기억하시죠?) ㅋㅋㅋ


그때가 생각나며 잠깐 추억놀이했어요.




작가님의 그림책에서
백만 년이나 살았음에도 순간순간을 새롭게 보는 돌이 느껴져요.


나는 발이 없지만
오늘을 살아요.
조금씩
오르락내리락..
나는 온몸으로 살아요.


기적 - 기특한 발자취.
돌의 기적.
돌이 남기고 간 기특한 발자취.



나의 시간은 어떤 기적을 만들어내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돌 만큼만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ㅋㅋㅋㅋㅋ




제가 본 그림책 중
가장 아름다운 빗방울이 담긴 그림책이에요.
글자마저 그림이 되고 기적이 되는 그림책.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 돌을 통해
시간과 인생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기적을 만들어가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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