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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 학원
배명은 외 지음 / 빚은책들 / 2023년 6월
평점 :
배명은 작가님, 김선민 작가님 작품
https://blog.naver.com/sora_927/223150380555
은상 작가님, 정명섭 작가님, 김하늬 작가님 작품
https://blog.naver.com/sora_927/223150393385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것을 한 번 더 요약해서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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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도서전에서 구매하고, 작가 북토크까지 들었던 도서 <괴이학원>
6월 중에 재미있게 읽었는데, 서평은 완벽하게 쓰고 싶더라고요. 결국 지금까지 계속 미루다가, 이랬다간 내년이 되어서도 쓰지 못하겠다 싶어서 오늘 올려봅니다.
여러분은 인생에 한 번쯤은 '학원'이라는 곳에 다녀보신 적이 있으실 거에요. 내신, 수능, 취업을 위해 저도 오랫동안 학원에 다녔습니다. 배움에 대한 제 즐거움과 흥미보단, 단순히 다른 이익을 위해 다녔네요.
<괴이, 학원>은 2023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 선정작입니다. 또래 친구들과 경쟁해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곳 중 하나가 학원이라 생각해요.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들이 친구들과 놀 시간이 많이 부족해 보여서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 책은 앤솔로지(여러 작가들이 한 권의 책에 여러 작품을 내는 것) 소설입니다. 각 스토리가 끝나면 '작가의 말'도 같이 있어서, 어떠한 상상과 의도를 가지고 작품을 쓰셨는지 알 수 있었어요.
배명은 작가님은 지하1층 수학 학원 <나를 구해줘>
김선민 작가님은 1, 2층 <특별 수업>
은상 작가님은 3층 과탐 학원 <얽힘>
정명섭 작가님은 4층 보습 학원 <4층의 괴물>
김하늬 작가님은 5층 영어 학원과 옥상(작품명 <이영의 꿈>)을 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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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구해줘> 배명은
작가님이 북토크에서 '스토리의 키워드는 빙의'라고 말씀해 주신 게 기억나네요.
배경은 여름입니다. 고등학생 때의 더운 여름을 한 번 떠올려 보아요. 바다에 놀러 가고 싶지만, 내신(특히 수능)을 생각하면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스토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서울에 사는 지혁은 엄마의 결정으로 월영 시의 한 수학 학원에 다니게 됩니다. 서울에도 유명한 학원이 많을 텐데, 왜 이런 외진 곳에 왔을까? 지혁의 엄마는 성적이 갑자기 오른 학생의 어머니에게 정보를 얻었습니다. 월영 시의 이 학원은 20년간 학생들을 인서울시킨 걸로 유명하다네요. 지혁의 아버지는 자신이 의사여서 그런 것인지, 아들을 의대에 보내려 합니다. 아들의 성적과 현실을 고려한 엄마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월영 시의 수학 학원에 아이를 보내기로 한 거죠.
지혁은 학원에서 자기 또래의 여학생 혜진을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똑똑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지식을 지혁에게 가르쳐 주기까지 합니다. 제가 고등학생 때를 떠올려 보면, 다들 서로를 또 다른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지, 아님 '나는 공부를 많이 안 해도 시험 잘 보는 애야'라는 어필인지, 공부를 안 해서 이번 시험은 망했다는 이상한 거짓말을 서로 하곤 했죠. 그래서 혜진의 모습이 신기하게만 다가왔는데요. 혜진의 존재와, 그녀가 지혁에게 수학을 가르쳐 주며 왜 다가왔는지 소설로 꼭 확인해 주세요!
처음에 제목을 보고, 누가 하는 말일까 궁금했어요. 주인공인 지혁의 외침인가, 아니면 같은 학원에 다니는 혜진의 요청인가.
어느 쪽의 절규이든, 안타깝기만 합니다. 어른으로서 미안하기도 하고요.
13쪽_각종 문제지와 뜻 모를 한자로 적힌 양장 책이 빼곡한 책장 옆의 장식장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물건들로 채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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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수업> 김선민
다 읽고난 감상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피해자인 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가해자였다'라는 충격적인 사실이었달까요.
주인공은 어느 동네를 배회하다가 학원을 우연히 발견합니다. 처음에는 평범하게 논술을 배웠는데, 주인공을 유심히 지켜보던 선생님이 그에게 책을 몇 권 주십니다. 그건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었죠.
53쪽_우리가 하는 평범한 말들, 그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기호와 상징 그리고 무의식 중에 깃든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입니다.
사이버 괴롭힘을 당하는 주인공. 가족도 선생님도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진 못 합니다. 어머니는 한 남자와 재혼했는데, 그 남성이 '얌전히 학교를 졸업하면 해외로 보내주겠다'라고 말했어요. 마치 주인공과 그 남자 사이의 계약 같죠?
'얌전히'라는 단어도 의미가 큰 표현이네요. 마치 복선 같달까, 저자의 힌트 같달까.
제가 바라본 주인공은 냉담하고 잔인한 자기중심적인 아이였어요. '내가 제일이다/신과 같은 존재다'라는 느낌도 받았고요.
생각지도 못한 결말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꼭 한 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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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힘> 은상
학원 원장 '매싸'가 학생들에게 충격적이지만, 한편으론 고개가 끄덕여지는 씁쓸한 것을 알려줍니다. 그건 경쟁의 속성이에요. 나 혼자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도 못해야 내가 그들을 누르고 위로 올라갈 수 있죠.
104쪽
"아니"
매싸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은혜는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곧 영서를 노려봤다. 영서는 이유 없는 적개심은 무시하기로 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이나 자신의 성장을 위한 공부가 아닌, 타인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공부를 가르치는 것은 아닐까.
타인과 협력하여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보단, 상대를 짓밟아야 네가 살 수 있다는 무서운 사고방식을 주입시키는 것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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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의 괴물> 정명섭
월영시의 네 악마 대현, 세규, 하영, 무진이 나옵니다. 마치 일진 같은 학생들입니다.
어느 날 대현이 '큰 돈이 되는 단기 알바' 건을 가지고 옵니다. 밤 12시 4층 보습 학원에 가서 지정된 방에서 한 시간 동안 서 있기만 하면, 한 명당 100만 원씩 준다는 파격적이고 믿기 어려운 이야기.
믿지 못하겠다는 다른 애들의 말에, 대현은 (자신이 짝사랑하는)소진이가 부탁한 일이라고 솔직하게 말을 꺼냅니다.
140쪽_"그 괴물은 어떻게 없애야 하는데?"
"아주 간단해. 몇 가지 준비물만 있으면 된다고"
히죽 웃은 대현이가 부적을 도로 챙겨 넣으면서 말했다.
배신자들의 이야기, 생각지도 못한 결말로 독자의 뒤통수를 한 대 시원하게 때려주는 작품이었어요.
'너네들, 자기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 이게 너희들의 실체다'라는 독설을 뱉어버리고 싶더군요.
한편으론 이야기를 읽으며 저도 같이 긴장을 했어요. 여러분들도 <괴이, 학원>을 읽으며 이 더운 여름을 보내시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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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의 꿈> 김하늬
170쪽_영이는 침대에 누워 꿈을 생각했다.
영어학원에서 매번 수업 전에 꿈에 대해 스피치를 시켰다고 합니다. 주인공 영이는 꿈을 꾸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도 꿈을 꾼 적이 없는데, 꿈에 대한 스피치를 해야 하다니 벌써부터 막막해지네요.
같은 학원에 다니는 '마이크'와 '일레븐'은 영이를 괴롭히곤 했어요. 옥상에서 성적인 춤을 추게 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렸죠.
175쪽_일레븐은 코피 대신 피를 토하고, 마이크의 친구들은 모두 도망가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꿈. 영이는 그런 꿈을 지어내야 했다. (중략) 그리고 영이의 노트를 옆에 앉아 있던 이영이 보았다. 영이는 그 사실을 몰랐다. 3개월 동안 옆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애. 레이첼의 이름이 김이영이라는 것도.
김이영(학원 '레이첼')은 이영의 노트를 보고, 이영도 자신처럼 자각몽을 꾼다고 오해를 합니다. 자각몽에서 마이크와 일레븐에게 복수한다고 말이죠.
현실이 아닌 꿈에서밖에 자신을 구할 수밖에 없었던 영이가, 이 스토리를 어떻게 진행시켜 나갈지. 소설로 확인해 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