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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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

 

- '인권 감수성'이 부재한 시대 -

 

 

 

 

  어머니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집안일과 농사일을 돕다가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서울로 올라왔다. 두 살 많은 이모는 이미 상경해 청계천 방직공장에 다니고 있었는데, 어머니도 같은 공장에 취직해 언니와 공장 언니들과 함께 두 평 남짓 벌집방에서 살게 됐다. 공장 동료들은 거의 또래의 여자아이들이었다. 나이도, 배움도, 집안 사정도 비슷비슷했다. 어린 여공들은 직장 생활이 원래 그런 건 줄 알고 제대로 잠도 못 자고,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일만 했다. 방직기계가 내뿜는 열기 때문에 덥다 못해 미칠 지경이었고, 안 그래도 짧은 스커트를 최대한 걷어 올리고 일을 해도 팔꿈치와 허벅지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시야를 가릴 정도로 뿌옇게 먼지가 날려 폐병을 얻는 이들도 많았다. 잠깨는 약을 수시로 삼켜 가며 누런 얼굴로 밤낮없이 일해서 받는 터무니없이 적은 돈은 대부분 오빠나 남동생들의 학비로 쓰였다. 아들이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고, 그게 가족 모두의 성공과 행복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딸들은 기꺼이 남자 형제들을 뒷바라지했다.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 34-35.

 

 

 

  지난 817, 격주로 진행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 조남주 작가님의 소설,82년생 김지영에 대해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정, 학교, 사회 그 모든 곳에서, 그리고 아주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남성과는 다른,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 드러난다.

성 불평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지는 임신과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과 유리천장 문제만이 아니다. 저자는 김지영씨를 통해 학창시절의 출석번호에서부터 본질적 의문을 던진다. - ‘왜 남학생의 출석번호가 늘 여학생의 앞에 놓일까?’ -

 

 

  왜 남학생부터 번호를 매기는지. 남자가 1번이고, 남자가 시작이고, 남자가 먼저인 것이 그냥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남자 아이들이 먼저 줄을 서고, 먼저 이동하고, 먼저 발표하고, 먼저 숙제검사를 받는 동안 여자이이들은 조금은 지루해하면서, 가끔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으면서 조용히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주민등록번호가 남자는 1로 시작하고 여자는 2로 시작하는 것을 그냥 그런 줄로만 알고 살 듯이.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 46.

 

  ‘가계(家系)’를 잇고, ‘제사(祭祀)’를 받든다는 명목 하에서, 남아선호사상에 이어진 일상 속의 자연스러운 차별은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이미 관행처럼 다가온다. 김지영 씨를 첫 손님으로 태운 택시기사님의 불평,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부모 앞에서 떳떳하지 못한 며느리, 어느 때고 도사리는 성범죄의 위험들 이는 비단 70-80년대에서 국한되는 과거가 아닌, 2017년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현재의 문제이다. 특히, 작품에 소개되는 김지영 씨가 겪은 일들 중 적어도 한 가지쯤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겪기 마련이라는 점은 씁쓸함을 낳는다.

최근 여성 인권이 신장되고, 성 불평등에 대해 문제를 인식하고 이러한 차별과 불평등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하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여성의 고등교육(대학교육)과 사회 활동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며, 고용할당제가 도입 되는 등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답보하고 있다. 추석을 앞둔 지금, 아직도 차례 음식 준비로 걱정하는 것은 여성(가정주부) - 어머니-들의 몫이며, 가사노동과 육아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여성들이다. 최근 여성의 병역 의무와 관련된 청원이 기사화되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는데, ‘의무를 논하기에 앞서 여성들에 대한 평등이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평등의 개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사회적 성찰과 논의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무의식적으로라도 가사와 육아 전담, 임신과 출산에 따르는 고용 불안정(경력단절과 유리천장)과 피임 등 생명에 관한 문제를 공동의 책임이 아닌 여성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던 것은 아닌지, ‘바깥 일 하는 사람이라는 데에 방점을 두며 일방적 권위를 가지려 했던 것은 아닌지.

 

 

 손목 많이 쓰지 말고 잘 쉬어. 어쩔 수 없지 뭐.”

애 보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손목을 안 쓸 수가 없어요.”

김지영 씨가 푸념하듯 낮게 말하자 할아버지 의사는 피식 웃었다.

예전에는 방망이 두드려서 빨고, 불 때서 삶고, 쭈그려서 쓸고 닦고 다 했어. 이제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다 하지 않나? 요즘 여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더러운 옷들이 스스로 세탁기에 걸어 들어가 물과 세제를 뒤집어쓰고, 세탁이 끝나면 다시 걸어 나와 건조대에 올라가지는 않아요. 청소기가 물걸레 들고 다니면서 닦고 빨고 널지도 않고요. 저 의사는 세탁기, 청소기를 써 보기는 한 걸까.

 의사는 모니터에 쓴 김지영 씨의 이전 치료 기록들을 흝어 본 후, 모유 수유를 해도 괜찮은 약들로 처방하겠다고 말하며 마우스를 몇 번 클릭했다. 예전에는 일일이 환자 서류 찾아서 손으로 기록하고 처방전 쓰고 그랬는데, 요즘 의사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종이 보고서 들고 상사 다니면서 결재 받고 그랬는데, 요즘 회사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예전에는 손으로 모심고 낫으로 벼 베고 그랬는데, 요즘 농부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라고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다. 어떤 분야든 기술은 발전하고 필요로 하는 물리적 노동력은 줄어들게 마련인데 유독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148-149.

 

 

 결국 여성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의 핵심은 내 일이 아니라는무관심과 공감의 부재 때문이 아닐까 싶다. 김지영 씨의 남편 정대현 씨를 통해, 그리고 소설의 결말부 정신과 의사의 언행을 통해 이 점이 분명히 재확인된다.

 

 

 

  그놈의 돕는다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 살림도 돕겠다, 내가 일하는 것도 돕겠다, 이 집 오빠 집 아니야? 오빠 살림 아니야? 애는 오빠 애 아니야? 그리고 내가 일하면, 그 돈은 나만 써? 왜 남의 일에 선심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해?”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145-146.

 

 

 그냥 하나 낳자. 어차피 언젠가 낳을 텐데 싫은 소리 참을 거 없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낳아서 키우자.” 정대현 씨는 마치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사자, 라든가 클림트의 키스퍼즐 액자를 걸자, 같은 말을 하는 것처럼 큰 고민 없이 가볍게 말했다. 적어도 김지영 씨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135.

 

 아내는 여전히 초등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고, 나는 아내가 그보다 더 재밌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그거밖에 할 게 없어서가 아니라 그게 꼭 하고 싶어서 하는 일. 김지영 씨도 그랬으면 좋겠다.

 

(중략)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육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여직원은

여러 가지로 곤란한 법이다. 후임은 미혼으로 알아봐야겠다.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174-175.

 

 

  결말에서 보이듯 자신의 아내가 육아문제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 내담자인 김지영씨의 어려움과 아픔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면서도 정작 직장 내 여성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그것이 차별인지도 모른 채 자연스레 행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의 언행은 씁쓸함을 낳는 한편 또한 작품의 현실성을 증대하는 역할을 한다. 가족, 친척,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의 차별에는 문제를 인식하고 공감할지 모르지만 자신이 일상과 사회 속에서 행하고 있는 만연한 차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실 파편화되고 분절된 현대 사회 안에서 타인의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행동이다. 그러나 문제를 인식하는 데에서 나아가 공감과 변화를 위한 실천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근본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가정이 있고 부모가 있다는 건, 그런 짓을 용서해 줄 이유가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 대표님 생각부터 고치세요. 그런 가치관으로 계속 사회생활하시다가는 이번 일 운 좋게 넘기더라도 비슷한 일 또 터집니다. 그동안 성희롱 예방 교육 제대로 안 한 건, 아시죠?”

 

사실 김은실 팀장도 두렵고 지쳐 있었다. 김은실 팀장도, 강혜수 씨도, 함께 고민하고 있는 피해자들 모두 일이 빨리 마무리되어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가해자들이 작은 것 하나라도 잃을까 전전긍긍하는 동안 피해자들은 모든 것을 잃을 각오를 해야 했다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156.

 

 

  작품에서 유일하게 공감과 실천적 노력을 병행하는 이가 바로 김은실 팀장이다. 물론 직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당연한 권리까지도 포기하는 모습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김은실 팀장은 자신의 일이 아닌, 김지영씨의 일임에도 두려움과 피해를 감수하고 불합리한 상황에 저항하기까지 한다.

여성/남성을 막론하고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반응하기 위해서는 약자(소수자)에 대한 인권감수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인권감수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유년시절부터 타인의 아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생명교육 공감능력의 교육 가치관의 질서를 확립하는 교육(인격교육)을 우선하는 교육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특히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통해 발레리노’(발레를 하는 남성)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에 대해 논의하거나 <앨저넌에게 꽃을>과 같은 문학작품을 읽고 지적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 등을 떠올리는 등, 이 과정에서 좋은 문학작품과 영화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이러한 교육방법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

  92년생인 내가 지금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며, 내가 경험한 여성에 대한 차별에 고개를 끄덕이며 결혼 이후 찾아올 수 있는 육아 문제 등에 대해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는것과는 달리, 2002년생, 2012년생이 20, 30대가 되어 이 소설을 읽을 때 즈음에는 이런 시대도 있었냐며 반문하는 사회가 되기를 진실로 소망한다.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그 안의 소소한 규칙이나 약속이나 습관들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김지영 씨는 혼인신고를 하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는 정대현 씨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었다.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

 

-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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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저넌에게 꽃을
대니얼 키스 지음, 구자언 옮김 / 황금부엉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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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키스, 『앨저넌에게 꽃을』, 황금부엉이, 2017

 

 http://pedagogics.tistory.com/94 [Magister Ludi]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네이버 카페 '북카페 책과 콩나무' 서평 이벤트 활동의 일환으로황금부엉이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내가 예전과 다르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어요. 사람들이 저를 빵가게에 못 들어오게 하는 것처럼 저도 찰리의 자리를 빼앗고 못 들어오게 했던 거예요. 그러니까 제 말은 찰리 고든이 존재하던 시간은 과거이지만, 그 과거가 현실이라는 거예요. 오래된 건물을 허물어야 그곳에 건물을 새로 지어 올릴 수 있는데, 과거의 찰리는 지울 수가 없어요. 찰리는 지금도 존재해요. 처음에 저는 찰리를 찾고 있었어요. 찰리의 – 나의 – 아버지를 보러 갔죠. 찰리가 과거에 한 인간으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그저 증명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저 자신의 존재도 정당화할 수 있을 테니까요. 니머 교수가 저를 창조했다고 말했을 때, 저는 모욕감을 느꼈어요. 그런데 찰리가 과거에 존재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제 안에, 제 주위에 말이에요. (후략)”


- 4부 이변,「제발 인격을 존중해줘요」, 299쪽.

 

 우리 모두는 현재를,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 여기’에 발을 딛고 살아간다. 카뮈의 ‘시지프스  신화’에서 역설하는 것처럼, 무거운 돌을 열심히 굴려 산을 오르던 과거의 ‘나’와 정상에 오른 현재의 ‘나’는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다른’ 사람이다. 그러나 분절적인 관념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한 사람을 바라볼 때 과연 그 과거를 논하지 않고 그의 삶 전체를 이해할 수 있으며 그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지적장애인이었던 찰리 고든이 똑똑해지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지능이 높아지는 수술을 받은 전후 3월부터 11월까지 변화의 과정 속에 자신이 경험하며 느낀 것을 기록한 경과보고서(일기)의 형식을 취하며 독자 자신이 찰리의 경험과 삶, 감정을 통해 이와 같은 질문에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나는 이 작품을 꼭 11년 만에 다시 만났다. 2006년 중학 3학년 시절, 1학년 때부터 존경하며 따르던 은사님(국어 선생님)의 소개로 찰리 고든을 접하게 되었고 그 때 구입한 ‘동서문화사’ 판본을 아직도 소장중이다. 그때와는 다른 출판사, 다른 역자에 표지도 아름답게 디자인되어 작품이 재출간 되었다는 사실에 기뻤고, 무엇보다 내 마음 한 가운데 아름다운 청년으로 자리하고 있던 ‘찰리 고든’을 다시 만난다는 사실에 무척 설레며 책장을 넘겼다. 작품 초반부를 읽으며 독자인 나 자신이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성장하고 변화했다는 사실을 분병히 체감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11년 전 작품을 읽을 때 로샤검사(로흐샤흐 검사)와 주제통각검사(TAT) 검사 등 투사검사가 등장하는 것도 몰랐던 중학생이 ,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국어국문-국어교육과 더불어)한 후 청소년상담사 자격을 취득하여, 소설 속에 다양한 심리 검사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에 반갑고도 놀라워했으니 말이다. 이와 같은 자그마한 성장과 변화, 10년 사이에 이루어진 지식의 확대와 넓어진 이해에도 놀랍기만 한데 그 모든 것을 단지 9개월 만에 경험한 찰리는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싶다. 특히 초반부 경과보고서에서 맞춤법이 맞지 않고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에서 수술 후 폭발적으로 변화하여 180이 넘는 지능을 갖추고 몇 개국어를 하며 번역되지 않은 논문을 읽기도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지능을 따라가지 못하며 혼란을 느끼는 모습들에서 찰리의 혼란이 s 분명히 전해진다.
 ‘똑똑해지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지녔기에 찰리 고든은 비크맨대학교 심리학 실험실의 실험에 참여하게 되어 지능을 높이는 수술을 받게 된다. 분명 스트라우스 박사님이나 니머 교수님, 그리고 심지어는 찰리가 따르던 ‘지적장애성인센터’에서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교육을 담당하는 키니언 선생님까지도 찰리의 이러한 ‘동기’와 열망을 ‘다른 지적장애인들에게서 발견할 수 없는 좋은 것’이라면서 칭찬한다. 그러나 찰리가 깨달았듯이, 자신의 장애를 부정하던 어머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로, 빵집의 여러 사람들과 진정한 친구로서 ‘인정’받기 위하여 그러한 강렬한 동기가 자리했기 때문에 그의 그런 강렬한 열망이 참으로 아프게 여겨졌다. 기실 (중요한)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인정’받고 싶고 기대에 ‘부응’하고픈 욕구는 누구나 어느정도 지니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중요한 심리 정서적 문제인데 – 이 글을 쓰는 나 자신도 결코 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그렇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관계에 있어 인정받고 수용되는 경험을 지니고 있으며, 이런 감정을 나눌 이들이 주변에 자리하기도 한다. 그러나 찰리는 온전히 인정받고 수용된 경험도, 또 진실되이 자신의 문제를 나눌 수 있는 이도(적어도 수술 전에는-) 없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처절히 노력해왔어야만 했으며 그 스스로가 자신의 장애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고쳐야만 하는 것’, ‘없어져야만 하는 것’으로 인식해왔다. 한 사람이라도 주위 누군가가 찰리가 장애를 겪고 있어도, 똑똑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다면, 내면을 어루만져주는 ‘상담자’의 역할을 하는 이가 주변에 있었다면, 과연 찰리가 그토록 강렬한 열망을 지닌 채 스스로 실험에 자원했을까.
              

 똑똑해지고 싶다는 흔치 않은 욕구를 강하게 지닌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누구든지 무척 놀라워하는데, 그런 욕구가 어디서 생겨났는지를 이제는 나도 알 것 같다. 로즈 고든은 평생을 그것에 매달려 살았다. 찰리가 저능아라는 사실에서 공포와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뭔가를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누구의 잘못이었을까? 로즈의 잘못인가? 아니면 매트의 잘못인가? 이런 물음들이 따라다녔다. 노마를 낳은 뒤에야 로즈는 자신도 정상적인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장애아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는 나를 바꾸려는 노력도 그만두었다. 그렇지만 정작 나는 엄마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엄마가 바랐던 똑똑한 아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그만둔 적이 없었던 것 같다.

 
- 3부 고독, 「배울수록 이상한 점」, 218-219쪽.


 그에게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이렇게 가게에 앉아서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착한 아이구나” 라고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부조리한가. 나는 인정받기를 원했고, 오래전에 내가 신발 끈을 묶고 스웨터의 단추를 채우는 법을 익혔을 때, 만족스러워하던 그의 얼굴에 떠오르던 환한 표정을 보고 싶었다. 그 표정을 보고 싶어서 여기에 왔지만, 끝내 볼 수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 3부 고독, 「혹시 그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277쪽.

 엄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항상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자신이나 가족들보다 겉으로 비친 모습에 집착했다. 그리고 그것이 옳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매트는 몇 번이고, 살면서 가장 중요한 일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건 아니라고 말해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노마는 옷을 잘 입어야 했고, 집에는 좋은 가구를 두어야 했으며, 다른 사람들이 잘못된 점을 알지 못하도록 찰리는 집 안에 있어야 했다.

- 5부 회귀, 「우리는 누군가가 필요했어」, 382쪽.


 그러나 그 열망을 이루어 지능이 높아져 천재가 되어 세상과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과 인지능력이 생기자, 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역차별’이다. 지능이 높아져 친구들과 대화하고 어울리고 싶었던 찰리에게 과거의 조롱에 비견할 ‘비난’과 ‘소외’가 찾아온다. 왜 그런 수술을 받아 자연을 거스르는지 지적하며 천재가 된 찰리가 자신들에게는 부담스럽다는 것을, 이질적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즉 지능이 매우 뛰어나든, 혹은 지능이 매우 낮든 정규분포표의 양 극단(양 끝)에 있는 ‘특별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에 편입되기를 거부하면서 ‘소외’하고 ‘배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지.” 패니가 말했다. “찰리, 네가 뭔가 아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야. 네가 변한 방식 말이야! 나도 모르겠어. 예전에 넌 착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어. 아주 똑똑하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평범하고 솔직했어. 그런데 갑자기 똑똑해지려고 네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어. 다들 그렇게 얘기해. 그건 옳지 않다고 말이야.”


 “하지만 더 똑똑해지고, 지식을 얻고,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기를 원하는 게 도대체 뭐가 잘못이야?”

 

-  2부 혼돈,「어둠속의 소년」, 164쪽.

 

 “그럼 제가 어떤 모습이기를 바랐던 거죠? 제가 여전히 순종하는 강아지처럼 지내면서 꼬리를 흔들고 나를 걷어차는 발을 핥기를 바라는 거예요? 분명히 이 모든 것은 나를 바꿔놓았고 내가 나 자신을 생각하는 방식도 바꿔놓았죠. 더 이상 사람들이 내게 건네준 쓰레기를 받아먹을 필요가 없다고요.”
 “사람들이 찰리에게 그렇게 심하게 대하진 않았어요.”


 “선생님이 뭘 알아요? 잘 들어요. 그중에서 가장 나은 사람들도 잘난체하면서 자비라도 베푸는 것처럼 생색을 냈죠. 자신들이 우월해 보이면서 부족한 점을 감출 수 있도록 저를 써먹으면서 말이죠. 누구든지 바보 곁에 있으면 자신이 똑똑한 것처럼 느껴지죠.”

-3부 고독, 「나는 왜 벌을 받고 싶었던 걸까?」, 188-189쪽. 


  더욱이 비크맨대학교의 심리학 교수로서 찰리의 실험을 주도한 니머 교수는 수술 전의 찰리 고든을 ‘부정’하곤 한다. 수술 후 찰리가 사람이 되었으며 ‘새로 태어났다.’고 표현한다. 그는 ‘지적장애인’ 시절 찰리의 인격, 찰리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다. 즉 지능이 낮은 지적장애인인 찰리 고든은 세상과 타인, 그리고 자신의 삶을 이해할 만한 능력이 부재했기에, 자신과 같은 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으나 지능이 생긴 후 세상에 대한 인지능력이 갖춰졌으니 이제사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니머 교수가 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비록 ‘니머 교수’라는 한 개인이 작품에서 문제가 되었으나 찰리에 대한 니머 교수의 시선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는 비단 찰리를 포함한 지적장애인 뿐 아니라,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 장애인 분들, 이방인(외국인) 등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인권감수성을 지니고 소수자와 약자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는가? 청소년상담사 연수 때 네팔 이주배경 여성 ‘찬드라 꾸마리’씨가 겪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주노동자인 그녀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잠시 인근마을에 외출을 갔는데, 지갑을 두고 나오는 바람에 식사 후 값을 지불하지 못했고,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한국인과 너무 닮았다는 점에만 포착해 네팔에서 온 이주노동자라고 주장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채 정신병원에 감금해, 그녀는 그 곳에서 6년을 보냈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약자와 소수자들에 대해 단지 그들이 우리와는 다르고(이질적이고), 우리와 같은 삶을 영위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이미 우리 내부에서 그들에 대한 가치관을 낙인찍은 후 우리가 행동양식이나 가치관 면에서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이 힘겹게 내려는 목소리를 억누른 것이 아닌지,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통제하려고 하며 정작 그들이 필요로 하는, 소망하는 것에는 ‘경청’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과리노 박사에 대한 재미난 사실. 그가 내게 했던 것에 대해. 로즈와 매트를 속인 것에 대해 나는 마땅히 그에게 화를 내야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 첫날 이후로 그는 항상 나를 즐겁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항상 어깨를 토닥여주고, 미소를 지어주고, 용기를 주는 말을 했는데, 나는 그런 것들을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것이다.
 과리노 박사는 그때 나를 한 인간으로 대했던 것이다.
배은망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내가 화가 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나를 실험동물로 취급하는 태도이다. 니머 교수는 자신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계속해서 언급하거나 언젠가 앞으로 나와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지만 진짜 인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니머 교수가 나를 창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과연 어떻게 그에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그는 다른 사람들이 지적장애인을 보며 웃을 때와 똑같은 잘못을 저지른다. 그들은 인간의 감정이 개입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니머 교수는 이곳에 오기 전에 이미 내가 한 사람의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 3부 고독, 「배울수록 이상한 점」, 219쪽.

 


 그때, 니머 교수가 정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비크맨 대학교에서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 우리들은 우리의 신기술로 자연이 낳은 오류를 우수한 인간으로 창조해낸 사실을 알게 되어서 만족스럽습니다. 찰리가 우리에게 왔을 때 그는 사회에서 벗어나 있었고, 돌봐줄 친구나 친척도 없이 대도시에서 홀로 지내고 있었으며,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정신적 능력도 없었습니다. 과거도 기억하지 못했고, 현재와도 동떨어져 있었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었습니다. 실험하기 전에는 찰리 고든이라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자기들의 개인금고에 넣어둔 새로운  귀중품처럼 취급할 때 왜 그토록 분노가 치밀어 올랐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확신하건대, 우리가 시카고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내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맴돌며 메아리치던 바로 그 생가이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모든 사람들에게 니머 교수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나도 사람이에요, 사람. 부모도 있고, 지난 일도 기억하고, 과거도 있어요. 그리고 당신들이 저 수술실로 옮기기 전부터 난 존재했다고요!”

 

- 3부 고독,「나만의 공간」, 241-242쪽.

 
 "자넨 말도 안 되는 비난을 하고 있군. 늘 그랬지만, 우리가 항상 잘 대해주었다는 건 자네도 알잖아?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모든 걸 하셨지만, 저를 한 명의 인간으로 대하진 않으셨죠. 제가 실험에 참여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당신은 몇 번이나 큰소리를 쳤죠. 네, 저도 압니다. 그렇게 말하면 당신이 날 만들었다는 뜻이 될 테고, 주인님에 창조주까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매순간마다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시는군요. 교수님이 믿든 안 믿든, 저는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를 위해 한 일이 – 아무리 근사한 것이더라도 – 저를 실험실 동물처럼 다룰 권리는 없습니다. 지금 제가 한 인간이듯이 실험실에 걸어 들어오기 전부터 찰리도 한 인간이었죠. 충격을 받으셨나 보군요! 네, 제가 사람이 아닌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갑자기 알게 되었군요. 훨씬 전부터 사람이었죠. 그런데 이런 진실을 아이큐가 100을 넘지 않는 사람은 생각할 가치조차 없다는 교수님의 믿음에 이의를 제기하는 겁니다. 니머 교수님, 저를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찔리실 겁니다.”

 

- 4부, 이변,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364-365쪽. 

 
 
 ‘인권감수성’, 개개인이 타인의 감정과 정서에, 타인치 처한 환경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려면 그 개인의 성격이나 기질보다도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뒷받침 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이 1959년에 출간된 것을 고려했을 때, 아마 저자는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학문중심 교육과정이 등장하면서 학문과 이성, 지능을 우선시하면서, 심리학 실험에서도 개개인의 인권을 도외시하는 미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1959년의 미국 사회와 그리 다르지 않은 길을 2017년의 한국 사회는 여전히 걸어가고 있다. 학교 성적이 뛰어난 우등생이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밝혀지는 상황은 여전히 성적, 결과를 지향하며 ‘인권감수성’, ‘공감능력’에 대한 교육 더욱 진전하지 못하고 답보하고 있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대변한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혐오(비하)하는 단어들이 사용되어 오고 있으며 특정성별이나 소수자, 약자에 대한 혐오발화 등이 인터넷 상에서 수없이 양산되고 있다는 것도 인권감수성 부재의 심각한 문제라 여겨진다. 특히 세월 호 사건 당시 유족들을 비하했던, 혹은 아직도 그 얘기냐고 하던 사람들과 같이 타인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수없이 많은 것은 이를 환기하게 한다. 특히 세월호로 인해 가족을 잃은 초등생에 대해 같은 반 친구들이 조롱했다는 기사는 정서적, 심리적인 지원과 교육이 가장 강조되어야 할 유년시절 공감교육, 가치관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다시금 확인케 한다.        


 진정한 공감/가치관 교육은 학교에서 교과서로, 전공서로 이론을 배우며 머릿속을 ‘이론적 지식’이라는 내용물 만으로 채워가는 것이 아니며,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경험적으로 실천’하고, 직접 그들과 만나 대화하며 찾아가는 등 ‘소통과 교류’라는 내용물로 채울 때 가능한 것이라 여긴다.
 가장 낮은 곳이라 여겨지는 – 성매매 여성들에게도 찾아가 위로와 격려, 공감적 한 마디를 건넨 김수환 추기경님이나 수단의 톤즈 아이들의 교육과 의료를 위해 한 평생을 바치신 이태석 신부님과 같은 분들이 이러한 분들이시며, 작품의 후반부에 찰리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찾아간 워렌 주립보호소의 윈슬로우와 같은 이를 주목할 만하다.

 


 "돈과 물질적인 것을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시간을 내서 애정을 주는 사람은 아주 드물죠. 그런 뜻에서 하는 말이죠." 그의 목소리가 점점 날카로워졌고, 그는 방을 가로질러 선반 위에 놓인 빈 아기 우윳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병이 보이시죠?"
우리가 사무실에 들어올 때부터 궁금했다고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다 자란 남자를 두 팔로 안고, 저 병으로 달래줄 수 있는 사람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요? 그리고 환자들이 누는 오줌과 똥을 뒤집어 쓸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은 말이죠? 제 말에 놀라신 것 같군요.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저 고상하고 높다란 상아탑에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우리 환자들처럼 모든 인간의 경험에서 차단되어 떨어져있는 것에 대해서 당신이 도대체 뭘 알죠?"
나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고, 내 웃음을 오해했는지 그는 갑자기 대화를 끝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여기에 돌아와 머물게 되면, 그리고 내가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를 듣게 된다면, 그는 틀림없이 이해할 것이다. 그는 그런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 4부 이변, 「희망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338-339쪽.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도- 심지어 찰리와 같은 지적장애인 분들 또한 스스로 자신의 지능이 다른 사람들보다 낮음을 인지하신다고 한다. - 자신만의 개성과 가치관을 분명히 지니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을 애니메이션처럼>의 주인공 ‘오웬 서스킨드’ 씨 또한 자폐성 장애를 지니고 있으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상에 이야기를 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살아가고 계시며 그 가치관과 철학으로 아름다운 삶을 꾸려가며 성장해 나가고 계신 분이다. 나와 다른 이들 – 장애인, 외국인, 성 소수자 등 –의 존엄성과 인격, 고유한 능력과 개성을 존중할 수 있는 ‘공감능력’은 지능과 더불어 가장 고귀한 능력임에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없다. 자신과 같은 수술을 받아 ‘실험실’에서 인간의 손에 고통 받고 있는 생쥐 앨저넌의 상황과 행동을 이해하고, 그의 무덤에 ‘꽃을’ 놓아달라는 그 아름다운 부탁을 전하는 찰리를, 그 어느 누가 지능이 떨어진다 하여 무시할 수 있을까.

 

 

 앨저넌은 멋진 쥐이다. 털은 솜처럼 부드럽다. 눈을 깜빡이는대 눈을 뜨면 눈동자는 검정색이고 둘레가 분홍색이다. 앨저넌에게 먹이를 줘도 좃냐고 난 버트에게 물어따. 왜냐하면 그를 이겨서 난 기분이 좋지 아나꼬 상냥하게 대하고 친구가 되고 시퍼끼 때문이다. 버트는 안 된다고 해따. 앨저넌은 나처럼 수술을 바든 무척 특별한 쥐라고 해따. 앨저넌은 노픈 지능을 그토록 오랫동안 유지한 최초의 동물이라고 버트가 말해꼬, 아주 똑똑해서 밥을 먹으러 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자물쇠의 비밀번호가 앨저넌이 들어갈 때마다 바뀌기 때문에 앨저넌이 뭔가 새로운 것을 배워야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해따. 버트의 말을 드꼬 난 슬펐는대 앨저넌이 뭔가를 배우지 모타면 먹을 수 없어서 배고플 거시기 때문이다. 시험을 통과해야만 먹을 수 있는 건 올치 안타고 생가칸다. 버트라면 입장을 바꿔서 뭔가를 머글 때마다 시험을 치고 시플까. 난 앨저넌과 친구가 될 생각이다.

 

 

 - 1부 꿈, 「의식과 잠재의식」, 54-55쪽.

 

  추신. 혹시 기해가 있으면 뒷마당에 있는 앨저넌의 무덤에 꼿을 좀 놓아주세요

- 5부 회귀, 「혹시 기해가 있으면」, 453쪽.

 

 교육학과 문학, 심리학을 공부하는 내게 다시금 귀한 의미로 10년 만에 다시 만난 이 작품은 내면을 감응시켰다. ‘공감할 수 있는’ 고귀한 마음을 지녔기에 가장 아름다운 청년, 찰리 고든의 이야기를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자신의 전공분야인 심리학을 문학에 형상화시킨 저자 대니얼 키스의 다른 작품들 – 특히 『빌리 밀리건』- 또한 기대가 된다.

 

 

“하지만 지능 하나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 당신들의 대학에서는 지능과 교육과 지식을 모두 숭배하죠. 하지만 당신들이 모두 놓친 한 가지 사실을 이제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능과 교육도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 4부,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3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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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워크 - 강렬한 몰입, 최고의 성과
칼 뉴포트 지음, 김태훈 옮김 / 민음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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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edagogics.tistory.com/92 [Magister Ludi]

 

 

칼 뉴포트, 딥 워크, 민음사, 2017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민음북클럽 서평 이벤트-열공x열일을 위한 추천도서 활동의 일환으로,  민음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그는 바쁜 생활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무의식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고 싶어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숨가쁜 취리히의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더 깊고 신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융은 일에서 탈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진전시키기 위해 볼링겐에 안식처를 만들었다.’

 

- 칼 뉴포트, 딥 워크,민음사, 2017, 8.

 

 정신분석학자로 널리 알려진 칼 융은 취리히 대학 교수로서 강의와 연구, 상담을 지속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실상 분석심리학의 핵심인 의식과 무의식, 전의식 등의 개념을 더 폭넓게 이해하고 연구할 수 있었던 곳은 취리히대학의 연구실이 아닌, 볼링겐의 안식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도심을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머리를 맑게 하여 과로한 업무에서 벗어났기에 당연히 수반된 것이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마치 몇 년 전 방송되었던 예능 <인간의 조건>이나 나영석 PD의 예능 삼시세끼에서 그려지듯,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유유자적하며 그저 여유를 즐기는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융에게 볼링겐은 단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그가 연구에 더욱 몰입하게 해 주는 공간이었다. ‘해리 포터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조앤 롤링 역시 죽음의 성물을 집필할 당시 번잡한 환경을 피해 밸모럴 호텔에서 집필에 몰입했다고 한다.

저자 칼 뉴포트는 복잡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온전히 일에 몰입하는 것을 전문적인 용어로 딥워크(Deep Work)’라고 부른다.

 

 

딥 워크(Deep Work) :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완전한 집중의 상태에서 수행하는 직업적 . 딥 워크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능력을 향상시키며 따라하기 어렵다.

 

- 칼 뉴포트, 딥 워크,민음사, 2017, 9.

 

 

 

 칼 융과 같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자신의 일, 업무분야에 완전히 몰입하거나 몰두하여 딥 워크 상태를 누리기는 쉽지 않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본래 자신에게 주어진 일 이외에 업무를 보면서 처리해야 하는 부가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교사나 교사들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자신의 교과(학문)분야에 대한 연구 및 교재개발을 지속하는 일 외에도 과도한 행정업무를 떠맡곤 한다. 특히 한국사회는 2015년 기준으로 OECD 국가 연 평균 근로시간 중 2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본 근로시간이 결코 적지 않은데다 대부분의 직장에서 야근이나 주말 출근 등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더해 기술이 발전하면서 온라인 공간에 등장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또한 온전한 딥워크를 방해하는 대표적 요인이라 이를 수 있다. 분명 수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온라인을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SNS에 많은 시간을 소모하게 되면 SNS로부터 자신의 본래 업무로 돌아오기 힘들어 주의집중능력을 약화시키곤 한다.

 이 글을 쓰는 나만해도, 스마트폰의 등장 이전 학창시절에 여가시간 대부분을 책을 읽는 데 들인 반면, 대학 입학 후,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페이스북에 가입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틈틈이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자주 사용하다보니 페이스북에서 많은 관심사와 취미활동, 다양한 이벤트 정보 및 지인들의 소식을 확인하는 데 여가시간이 분산되어 오히려 학창시절 보다 순수하게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느낀다. 또한 많은 대학생들, 혹은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가장 유혹을 받기 쉬운 것이 스마트폰-특히 SNS의 확인에 있다.

 조지타운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칼 뉴포트또한 이러한 유혹을 물리치고 연구 과제를 무사히 수행해서 교수직의 종신재직권을 얻기 위해 그 누구보다 노력한 사람이었다. 즉 저자는 그 자신이 딥 워크의 핵심적 사고와 실천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한 결과를 독자들에게 공유한다.

 그는 딥 워크의 네 가지 방식으로 하나의 큰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도승 방식(피상적 일들을 없애거나 크게 줄임), 여러 목표를 병행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이원적 방식(칼 융과 같이, 평소에는 교수직, 상담 득 바쁜 일상업무를 수행했으나 볼링겐에 안식처를 만들어 온전히 연구와 집필에 집중한 방식), 어려운 일을 꾸준히 계속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운율적 방식(딥워크를 일상적 리듬처럼 습관화하는 것, 하루 중 특정한 시간을 딥워크를 위해 확보하는 것) 그리고 빠르게 딥 워크로 전환할 수 있는 프로를 위한 기자방식(일과 중 자유 시간이 날 때마다 딥 워크를 하는 방식) 등 네 가지 방식을 소개한다.

기실 어떤 방식을 택하느냐가 결정적인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직업 특성이나 직장 환경,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 등에 맞추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고 필요한 방식을 적절히 선택해 딥 워크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진정한 핵심은 어떤 방식을 활용하는가가 아닌, 자신이 수행하고자 하는 과제의 목표나 기준에 따라 원칙을 세우고, 자신의 시간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 있다고 여긴다. 저자는 SNS (혹은 피상적인 인터넷(이메일)작업)를 가급적 완전히 차단할 것을 요구하지만, SNS를 온전히 끊기 힘들 경우 SNS 사용시간을 스스로 통제하고 딥 워크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역설한다.

 최근 인맥 다이어트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카톡이나 SNS 등의 메신저/SNS 상에서 피상적이며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고 진정으로 중요한 관계만을 유지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피상적이며 피로감을 안겨주기도 하며 더욱 중요한 업무의 몰입을 방해하는 SNS의 단점은 과연 자신이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반추하도록 만든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서 맺은 관계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것은 아닌지, 하루의 대부분을 SNS 확인에 쏟느라 진정으로 자신에게 생산적이며 의미있는 활동 독서, 학업, 연구, 직장 내 업무 등-을 뒤로 미루며 SNS에 종속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불어 과연 SNS를 통해 맺은 관계를 진정한 관계로, SNS를 통해 확인확인하는 기사를 진실된 사회적 지식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인가. SNS를 하면서 진실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것인가?’

 그것이 과연 진짜 감정인지 가짜 감정인지, 그 경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도 SNS로부터 조금씩 빠져나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나 또한 SNS를 완전히 차단하기 어려운(여러 정보들의 파악이나 관계 면에서), 나약한 한 개인에 불과하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중요한 문제를 되짚을 수 있었으며 SNS를 차단하고 몰입시간을 확보하는 딥워크의 의미에 대해 배우고 성찰적 깨달음을 통해 딥워크를 삶에 적용하고자 조금씩 노력해 나가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책이었다.

 

 

 ‘물론 모두가 몰입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려면 노력을 통해 습관을 뜯어고쳐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신속한 이메일 교류와 소셜 미디어 활동에 따른 인위적인 분주함을 편안하게 느낀다. 그러나 몰입하는 삶을 살려면 이런 일들을 대부분 등져야 한다. 또한 능력을 다해 최선의 성과를 내려는 노력을 둘러싼 불안이 있다. 최선을 다한 결과가 (아직은) 별로 뛰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가능성에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루스벨트처럼 링에 올라 능력과 씨름하기보다 우리의 문화에 대해 의견을 내는 편이 안전하다.

  그러나 이런 편안함과 불안을 뿌리치고 온전한 지적 역량을 발휘하여 중요한 성과를 이루려 노력하면 앞서 그 길을 간 다른 사람들처럼 몰입이 생산성과 의미로 가득한 삶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 칼 뉴포트, 딥 워크,민음사, 2017,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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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유시민, 청춘의 독서, 웅진지식하우스, 2017.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네이버 카페 북카페 책과 콩나무 서평 이벤트 활동의 일환으로웅진지식하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독서는 책과 대화하는 것이다. 책은 읽는 사람의 소망과 수준에 맞게 말을 걸어주고 그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 유시민, 후기 위대한 유산에 감사 -,청춘의 독서, 2017, 웅진지식하우스, 320.

 

 

 

 

 

 

  흔히 이르길, ‘읽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을 알게 된다.’고 한다. 즉 한 개인이 읽고 있는 책을 통해 지식과 인품을 알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학치료에서는 이를 자기서사작품서사를 통해 설명한다. 모든 문학작품에 인간관계의 발달 과정과 유사한 서사가 존재하여 모든 문학은 서사를 바탕으로 성립한다는 것이 작품서사이며, ‘자기서사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서사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것이고 독자 개개인이 작품서사에 얼마나 공감하느냐에 따라 자기서사가 변화되고 개선될 수 있다.

(기초서사에는 자녀서사, 남녀서사, 부부서사, 부모서사가 있으며 이러한 기초서사들은 다시 네 개의 수준으로 나뉘어 16개의 기초서사가 존재하고 있다. 문학치료, 그리고 문학치료의 서사이론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건국대학교 서사와문학치료연구소에서 출간된 책이나 문학치료학회의 주요논문 특히 정운채 교수님의 저술 들을 읽어보시기 권한다.)

  근 일주일 동안 청춘의 독서를 읽으며, 단지 여러 작가들의 명저(名著)를 소개받고 지적인 성장을 이룬 것, 독서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떠올린 것을 넘어서 자기서사와 작품서사의 상호관계를 직접적으로 체득할 수 있었던 가치로운 시간을 보냈다. 청춘의 독서를 일독 후의 지금, ‘읽는 책을 보면 그 사람을 알게 된다.’는 말이 추상적인 문구가 아닌 직접 체험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실 유시민 작가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저 부모님과 비슷하신 연배의 이름 있는 정치인으로 알고 있었고, 어머니께서 젊은 시절 읽으셨으며 지금은 내 책장에 꽂혀있지만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두 어 권의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 아침으로 가는 길) 을 통해 글을 잘 쓰는, 지식 있는 정치인 정도로 인식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최근 애용하고 있는 전자책 서점에서 할인이벤트를 하기에 1년 대여로 구입한 유시민 작가의나의 한국현대사(유시민,나의 한국현대사, 돌베개, 2014.)를 일독했으며 이후 TVN에서 방영중인 나영석 PD님의 예능 알쓸신잡’(알고보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통해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시는 유시민 작가님의 말씀을 경청하며 유시민 작가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고, 그 분의 글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방송에서 항소이유서가 소개된 후, 전자책으로 출간된 항소이유서를 일독하니 지금의 나와 같이 고작 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 최고의 지식인으로서 안정된 삶의 여로를 걸어 나갈 수 있었을 터인데도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비판하고 저항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관과 신념을 지키고자 처절히 노력해 온 이 분의 삶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방송 회차가 거듭될수록 유시민 작가님의 그 가치관에 진실로 매료되어 있었다. 어쩌면, 작가님께서 걸어오신 여정이 너무도 험난하여 아무나 쉽게 걸어가지 못하는 길이기에, 그리고 내가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부끄러움이 공존하여, 작가님의 말과 글에서 배움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점차 커져 나갔다.

  그러던 차, 최근 유시민 작가가 2009년 집필했던 청춘의 독서가 리커버 되어 재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좋은 기회를 얻어 책을 읽고 이렇게 서평을 쓰게 되었다.

  저자는 도스토예프스키부터 E . H 카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대문호와 학자들의 작품이나 저술들이 여럿 소개한다. 죄와 벌, 인구론을 통해 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이 지속되어야만 하는가에 의문을 품고,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고 진리와 진실을 추구하고 밝히고자 하는 지식인의 소명을 재발견하던 저자의 소회가 담겨있는가 하면, 독일 소설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통해 인권에 대한 존중 없이 특종을 따내기에만 급급한 부도덕한 언론을 고발하는 하인리히 뵐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읽어내기도 한다. 언뜻 개별적으로 보이는 이 작품들은 모두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다. 바로 개별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를 바라보고, 또한 그 안에 속한 개개인을 기억하는 것이다.

  특히 이승만 정권에서 전두환 군사정권까지 이어지는 반공의 기치에 따라 내부에서 적을 만들어 부당함에 항거하는 대학생들이나 납북 어민들을 간첩으로 몰고, 부당함을 지적하는 여러 지식인과 시민들에 폭력을 행사하여 문인들의 자유로운 집필활동을 통제하고 심지어 모든 신문과 언론이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보도지침을 따라야만 했던, 자유가 통제되고 인가에 대한 존중을 기대할 수 없는 부조리하고 암울했던 사회 현실을, 러시아의 소설가 푸시킨의 삶과 그의 소설 대위의 딸을 통해, 군대노동자(군인)이나 수용소에서 헹하는 죽음정치적 노동에도 불구하고 충실히 삶을 살아나가는 소시민의 모습을 통해 전체주의를 폭로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통해, 그리고 진실을 은폐하고 허위보도를 자행하는 언론을 비판하는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등 독일문학과 러시아문학을 비롯한 세계 고전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씁쓸하게 다가왔다. 그 이후의 시대에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나도 이렇게 씁쓸한데, 그 부당한 권력이 지배하는 삶을 살며, 그에 직접적으로 항거하다 군에 끌려가며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친구를 잃은 경험이 있는 저자는, 그리고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한 그 모든 이들은 얼마나 더 처절히 괴로워하고 아파했을지,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결국 7 , 80년대 암울한 독재정권의 시기를 지나오며 올바른 삶의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한 자기서사가 청년 유시민이 애정을 가지고 읽어온, 깊은 영향을 받은 책들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를 비롯해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이 모두 지금의 우리보다 더 용감하고 비범했기에 그러한 자기서사를 지니고 부당함에 맞섰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특별한 소명을 지닌, ‘남들과는 다른이들만이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자기희생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은 죄와 벌에서 라스꼴리니꼬프가 지녔던 초인론의 연장선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방향의 삶을 살아나가기 위해 고민하며 괴로워하는 평범한 이들 다수가 함께할 때 더 좋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령, 윤동주 시인이 무장투쟁을 통해 독립운동에 직접 참여하신 것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고결한 도덕성과 맑은 영혼으로 써 오신 시가 윤동주 시인의 자기 희생정신을, 그리고 일본 제국주의의 부당함을 보여주었듯이.

 

 

라스꼴리니꼬프의 초인론은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체주의 체제로 현실화되었다. 소수의 비범한 사람들인류를 구원하려는 신념을 실행하기 위해 온갖 종류의 폭력과 범죄를 저지를” “완벽한 권리를행사한 전체주의 체제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동등한 인권과 참정권을 부여하고, 그들을 대표하는 사람에게 의사결정권을 제한적으로 위임하는 민주주의 체제가 있다. 20세기 세계사는 소수의 비범한 사람들이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구원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수없이 많은 소냐와 두냐들이 좋은 세상을 만든 것이다. 만약 도스토옙스키가 20세기를 목격했다면, 그는 틀림없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선한 목적은 선한 방법으로만 이룰 수 있다.”

 

- 유시민, 01.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청춘의 독서, 2017, 웅진지식하우스, 32.

 

 

  E. H. 카가 밝혔듯 인간 능력의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역사적, 사회적 진보를 야기하는 것처럼 과거에 비해 조금 더 진보한 2010년대를 살아가는 지금, 과거와는 다른 시대의 화두가 놓여 있다. 저자와 같이, 혹은 부당함을 위해 몸을 던진 전태일 열사처럼 그 어떤 고문과 죽음을 각오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없음이 부끄럽긴 하지만, 가톨릭을 종교로 믿으며 헤르만 헤세와 김탁환 작가에게 큰 영향을 받아온, 마틴 부버의 실존주의 교육철학에 깊이 공감하며 교직과 상담에 뜻을 두고 있는 나는 적어도 다시 부당함을 외치고 누군가 희생해야만 하는 사회가 오지 않도록 청소년들이 심리적, 정서적으로 건강성을 유지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조력하며 나의 소명을 다하고픈 소망이 있다.

 성적과 입시경쟁으로 심신을 피폐하게 하는 교육, 물질과 경제적 배경에만 집착하는 욕망 등 목적과 수단의 가치전도현상.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표현을 빌리면 향유해야 할 것을 사용하고, 사용해야 할 것을 향유하는사회의 모순을 바로잡고 사람을 목적 그 자체로 향유(존중)하며 사물을 수단으로서 사용할 수 있도록청소년들의 인격교육을 위해 헌신하고픈 이상이 있다. 죄와 벌에 나오는 소냐와 두냐의 인격처럼, 약자와 소수자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마음 깊이 소망하고 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믿었던 비범한 사람들을 배경으로 놓으면 평범한 사람인 두냐는 더욱 빛난다. 속물 루쥔이 탐냈고 허무주의자 스비드리가일로프가 병적으로 집착했던 처녀, 결국 첫눈에 반한 라스꼴리니꼬프의 친구 라주미힌의 삶과 반려자로 맺어진 여인. 나는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가장 농밀한 애정을 쏟아가며 만든 인물이 바로 두냐라고 본다. 오빠의 하숙방에서 소냐를 처음 보았을 때, 두냐는 소냐가 을 파는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예의를 갖추어 정중하게 인사한다.

 

- 유시민, 01.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청춘의 독서, 2017, 웅진지식하우스, 30-31.

 

 

  그래서인지 나의 자기서사의 경향성은 유시민 작가님께서 사회 정의와 분배등 사회과학 서적의 작품서사와 교차하는 것과 달리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데미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등 독일교양소설, 교육자나 학습자에 대해 다루는 성장소설, 인류애를 보여주는 작품들 김탁환 작가님의 목격자들, 뱅크, 앵두의 시간,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와 같은 작품서사와 교차한다.

  지난 주(721) 알쓸신잡 전주편 후반부에서 논의된 바 있듯 지식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절대적 진리에 대한 경계와 일리(一理)를 수용하는 자세를 늘 염두에 두고 진정 비판해야 할 때,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내가 추구하는 소명과 지식, 가치관과 신념의 방향을 외면하지 않고 실천적으로 적용한다면, 나도 엘스버그나 리영희 선생님처럼, 아니 꼭 멀리서 찾지 않아도 내가 존경하는 실천하는 지식인의 모범인 김탁환 작가님이나 유시민 작가님과 같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사회의 진보에 조금은 기여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소망해 본다.

 

 

 

  월남 정책의 수립을 위한 조사 연구에서 시작하여 정책 수습 과정의 핵심적 지위에까지 올라갔다가 기밀문서를 전 세계에 폭로하는 대니얼 엘스버그는 햄릿적인 과정을 밟아 하나의 진리를 실천한 독특한 지성인이다. 그의 행동에 대해 우익적 여론과 군부에서는 비난과 인신공격, 중상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진실과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매머드와 한 관료 기구 속에서 자기의 임무와 정부의 정책이 부정이며 불의임을 깨달았을 때 진정한 국가이익을 위해 진실을 밝힌 용기는 고민하는 지성인의 최고의 자세인 듯하다. (……) 지성인의 최고의 덕성은 인식과 실천을 결부시킨다는 것이다. 엘스버그는 그의 객관적 인식 변천의 과정에서 로스토-맥나마라-불의 단계를 거쳐서 그 자신에 도달한 것이다. 그가 처음부터 엘스버그였던 것이 아니라 로스토에서 시작하는 사상 발전의 과정에서 가슴을 에는 수년간의 고민을 겪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의 실천의 뜻을 깊게 해 준다. 전환시대의 논리, 1920.

 

- 유시민, 02.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청춘의 독서, 2017, 웅진지식하우스, 44-45.

 

 

 

  리영희 선생은 놀랍도록 맑은 영혼을 가진 지식인이다. 지식인으로서의 바른 삶을 찾는 젊은이들에게 선생의 글이 막대한 감화력을 발휘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는 여러 차례 투옥되는 시련을 겪으면서도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잃지 않았다.

 

- 유시민, 02.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청춘의 독서, 2017, 웅진지식하우스, 45-46.

 

 

  지난 1, 영화관에서 개봉한 마틴 스콜세지의 <사일런스>를 본 후 대학 시절 읽었던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재독했던 바 있다. 침묵에 등장하는 기치지로처럼 나의 가치관과 신념을 상황에 따라 바꾸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로드리게스 신부처럼 인간적인 나약함을 지니고 있지만 그 내면에서는 신념과 가치관을 깊이 있게 보존하고자 하는지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자기서사와 작품서사의 조응을 통해, 자신이 삶에서 체득한 바를 작품 속에서 찾고, 작품 속에서 배운 바를 삶에 실천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깊이 있게 숙고해 온 청년 유시민의 삶과 같이, 나는 어떤 방향으로 신념과 가치관을 지켜가며 살아나가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게끔 자극을 준, 스물여섯 살 7월의 마지막 를 함께한 청춘의 독서를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도 20여년 후, 나의 자기서사와 작품서사 간 조응이 담긴 나만의청춘의 독서책을 세상에 소개할 수 있게 되기를, 지금의 내 청년기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기를 진실로 바란다. 더불어 그 여로에 계속 함께 해 줄 지금까지 만나왔으며, 앞으로 만날 많은 책들에 대한 기대를 가진다. 청춘의 독서뿐 아니라 유시민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앞으로의 여정에 함께하게 될 것 같다.

  더불어 알쓸신잡 감독판 마지막 화(7/28 9회 방송분)를 시청한 뒤 한 줄의 생각을 더 추가해 보자면, 결국 책을 읽는 그 본질은 지식의 함양도, 여가생활 즐거움을 위한 것도 아닌 공동체의 삶을 위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타자들과 이 세상과 교류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많은 일리들이 모여 진리를 이루기에....... 그리고 누군가의 소중한 가치들이 타인에게 전달되어 자신이 생각하는 어떠한 소중한 가치나 대상이 수많은 타자들에게까지 감응을 주며 뻗어나갈 때, 그 가치들이 전수되어 항존성을 지녀, 더욱 조화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여긴다. 바로 이것이 항존주의 교육철학에서 고전을 강조하는 이유이며 동시에 바로 여러 저자들이 책을 쓰는 이유 아닐까.

  그 무엇보다 그 어떤 조건이나 이익을 계산하지 않고 그저 사람을 귀히 여기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 ‘자유와 사회정의를 소중히 여기며 전수하고자 하신 작가님의 가치가, 나의 가치에 온전히 녹아들기를 진실로 바란다.

 

 


  결국 남은 것은 사람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아무리 혹독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는 사람. 땀 흘려 일하는 사람. 때로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이라 할지라도 인간에게 유용한 것을 만드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 그런 사람의 모습에서 얻는 감명이 25년 세월을 견디고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음을, 나는 이번에 알게 되었다.

 

- 유시민, 09. 슬픔도 힘이 될까,청춘의 독서, 2017, 웅진지식하우스,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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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그림에 담다 - 집, 나무, 사람 1장의 그림으로 보는 당신의 속마음
이샤 지음, 김지은 옮김 / 베이직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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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샤(一沙), 마음, 그림에 담다』, 베이직북스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네이버 카페 MBTI&Health 서평 이벤트 활동의 일환으로,  베이직 북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출처: http://pedagogics.tistory.com/85 [Magister Ludi]

 

 

 

 

 

 나는 드디어 빛바랜 노트를 폈다. 오래된 탓에 몇몇 부분은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한참 동안 페이지를 넘기다 마지막 부분에서 내가 찾던 단어를 발견했다. ‘, 나무, 사람.’

이샤(一沙), 마음, 그림에 담다, 베이직북스, P21.

 

 

 

 * 이 자료는 이 서평을 쓰는 필자가 대학, 대학원에서 수강한'심리검사' 강의 수업자료 중 일부입니다.

 

HTP 검사(-나무-사람 그림검사)Rorschach 로르샤흐(로샤) 검사 ·SCT(문장완성검사) · MMPI(다면적인성검사) · BGT(벤더 게스탈트 검사) · TAT(주제통각검사) · K-Wais(성인) K-wisc(청소년) (지능검사)와 함께 심리검사의 Full Battery(풀 배터리’, 종합심리검사심리검사를 시행할 때 개인의 심리적 특성이나 정신건강을 평가하기 위해 심리검사들을 묶어서 사용하는 것을 배터리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지능검사, 임상진단용 다면적 인성검사 MMPI, 투사적 성격검사 Rorschach 검사, 주제통각검사 TAT, 그리고 문장완성검사 등을 포함한다. / 박영숙·박기환 7, 최신 심리평가, 하나의학사, 2010, 172, 각주 4).)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학부 시절 심리학을 복수전공 했기 때문에 나 역시 학부 시절 심리검사수업과 대학원 시절 타전공 자유선택과목으로 수강했던 상담심리검사수업을 통해 HTP 검사의 성격과 기능, 해석 방법 등에 대해 배웠고 강의시간을 통해 직접 그려 보았기 때문에 HTP검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HTP검사가 지닌 투사적 검사(투사적 검사란 수검자의 무의식을 반영하는 검사로, HTP 검사 · 로르샤흐 검사(Rorschach ink blot test) · 주제 통각 검사(Thematic Apperception Test, TAT) · 가족화(Kinetic Family Drawing) · 문장 완성 검사(Sentence Completion Test, SCT) 등이 대표적인 투사 검사에 속한다.) 의 속성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MMPISCT 검사 등에 비해 내 무의식 속에서 HTP검사는 다소간 덜 중요하게 생각되어왔다.

기실 이 책을 읽기 전만해도 과연 HTP 검사만으로 내담자의 내면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까? HTPMMPI-2와 같은 객관적 검사와 함께 실시될 때 효과적인 것이지 단독으로 시행했을 때도 효과적일까?’ 라는 의구심이 자리했는데 이 책은 이러한 나의 의구심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최근에 청소년상담사 자격연수를 마무리 한 후, 개인상담을 받고 있었는데 개인상담 회기 중 HTP 검사를 받은 후에 책을 일독하게 되어 마음에 와 닿는 부분들이 더욱 많았다.

임상심리, 특히 그림상담분야에 경험이 많은 심리상담사/임상전문가인 저자(著者) 이샤는 그 본인의 진로 선택에 대한 갈등에서부터 실업으로 인해 맥도날드에 출근하던 청년에 이르기까지 HTP 검사를 활용해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해 나가고 내담자들 내부에 자리하고 있지만 꺼내어 바라보지 못했던 여러 심리적 문제와 가족환경, 갈등을 바라보고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있다.

이 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HTP 검사의 해석방법 가령 지평선은 안전감 결여를 보여주고 사과나무를 그린 수검자는 애정과 인정욕구를 지니고 있다는 점, 많은 창문은 개방과 외부환경에의 접촉을 소망한다는 등 그림에 대한 해석은 분명 많은 상담사와 임상 전문가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며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HTP 검사를 실시하고 활용할 때에 있어 시각태도에 있다고 여긴다. HTP 검사의 해석 방법은 이 책 뿐 아니라 심리검사와 관련된 전공 서적들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지식이지만 이 책에서 수많은 수검자들에게 실시한 HTP 검사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비록 수검자 모두 HTP 검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유사한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내담자마다 개인의 내면에 지니고 있는 각기 다른 심리적 화두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자발적 내담자들에게 부담 없는 게임이나 놀이와 같이 다가갈 수 있으며 꼭 상담 장면이 아니더라도 간단히 활용할 수 있는 HTP 검사를 통해 상담 초기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 라포를 보다 쉽게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과 효용성이 높을 수 있다는 강점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 학교현장, 혹은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곳에서 교육자이자 상담자로서 자리하고자 하는 만큼, 비자발적 청소년 내담자들을 마주할 일이 많을 것인데 이 책을 통해 얻은 HTP 검사의 강점과 본질을 기억하며 상담 장면에서 적절히 활용한다면 내담자와의 라포 형성, 그리고 내담자 내면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데 영향을 주어 상담의 방향을 긍정적으로 이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HTP 검사의 가치와 본질을 이해하고 발견할 수 있는 이 책을 주변의 수많은 교육자, 상담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상담사의 일방적인 설명과 해결방안의 제시가 HTP 검사의 목적이 아니다. 내담자의 마음 속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내담자 스스로가 마음 속 깊은 곳에 감춰 두었던 상처를 치유하게 하는 것이 바로 HTP 검사의 목적인 것이다.

 

- 이샤(一沙), 마음, 그림에 담다, 베이직북스, P161.

 

 

 이 사례를 이해하면 왜 이렇게 그렸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앞으로 HTP 검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야. 가장 핵심적으로 봐야 할 부분은 피검사자의 자기 이야기야. 안전감이 결여되어 있다고 해도 사람마다 원인은 다르니 그에 따른 결과도 다를 수밖에.”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HTP 검사를 해보니 그림이 내포하는 의미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느 곳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파악해야 해요.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는 거예요.”

- 이샤(一沙), 마음, 그림에 담다, 베이직북스,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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