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장석준.김민섭 지음 / 갈라파고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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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민섭 작가님의 강연을 망원역 <카페엠>에서 듣고왔다.

가장 첫 작품인 <지방시>( #나는지방대시간강사다 ) 부터, 최근작 중 하나인, #당신이잘되면좋겠습니다 까지.. 대학원을 나와 맥도날드 알바를 하며 건강보험을 보장받다가 책 출간 후 대리운전을 통해 두번째 책을 쓰는 이야기에서부터 최근 유퀴즈에도 등장한 93년생 김민섭씨를 후쿠오카에 보내는 일까지..

특히 지방시와 맥도날드에서의 모습은 북토크 직전 한 책방에서 완독한,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에 너무 잘 묘사되어 있다.

김민섭작가님의 자전적 소설인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에는 지방대학에서 학생회장을 하며 고군분투하는 지훈이나, 대학 시간강사와 맥도날드 알바 일을 병행하는 오름(김민섭 작가님의 모습을 반영한 인물)이 나오지만... 사실 지방대 안에서만 능력주의의 현실 앞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임용 시험 앞에서, 취업 시장 안에서 능력주의 앞에 좌절을 경험한다.
김민섭작가님께서 작품에 표현하셨듯, W대학의 캠퍼스에서는 소속변경이나 이중전공을 갈구하며 그에 도달하지 못할 때 자신을 패배자로 낙인찍기도 하지만... 실제로 나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사범대학 최저등급을 맞추지 못해 더 빠르게 교원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 나에 좌절하느라 대학 1-2학년에 좋은 학점에만 매몰된 학생이었고, 교직이수에 아깝게 탈락해 교원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 나에 대해 좌절감에 빠져있다.
그리고 교원자격증을 두개나 취득해버린 지금은 기간제교사라는 불안정한 신분에 처해져 있어 다소간의 좌절감을 늘 느낀다. (기실 이것도 누군가에게는 안정적인 직업일 것이리라.)

그래서일까 , 오늘 강연 후반부에 나온 ‘다정한 경쟁‘ 이라는 표현이 참 좋았다.
경쟁사회 속 승자는 자신의 승리가 온전히 자신의 것만은 주변의 조력과 운이 더해진 것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패자는 자신에게 자율성과 더성이 있으며 이 한번의 경쟁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당당함을 지닐 수 있기를..
그리하여 경쟁을 하더라도 ‘다정한 경쟁‘에 이를 수 있기를 진실로 바란다.

또한 유퀴즈 장면 속 93년생 김민섭씨의 표현을 평생 마음에 간직하며 살아가고 싶다.

‘온전히 나만 잘 되는 길을 선택할 때 머뭇거려지긴 해요.‘

때로는 나만 잘되는 길을, 때로는 다같이 잘 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는 존재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한번쯤 머뭇거려지는 사람으로 자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완벽한 소속변경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걸까. 아니, 애초에 그러한 가능성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는 있는 걸까. 어쩌면 이것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패자부활전인지도 모른다.‘

-<유령들의 패자부활전>,222쪽.

‘그때 오름은 그에게 안아달라고 말했다.그만큼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 돌아보면, 그때 윤은 윤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자기 삶을 증명하고픈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도 본교로의 소속 변경이든, 학생회 활동이든 연애든 그 무엇이든....... 그건 존중받을 만한 하나의 일이었음을 인정받고 싶었을 뿐이다.사람은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윤을 이해하고 오롯이 응원한 주변인은 없었다. 모두가 그의길이어딘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조금씩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믿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 <같은 책>, 243쪽.


이전까지 그는 주로 앞에 앉은 학생들에게 줄곧 눈길을 주었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해 모여 앉은, 그러니까 소속변경이라든가 장학금이라든가 취업을 위해서라든가 하는 이유로 앞자리를 채운 그들이었다. 무슨 말을 하든 호의적인 눈빛과 밝은 대답과 힘찬 고갯집으로 답해 왔다. 오름도 그들이 조금 더 나은 인간이라는 태도를 은연중에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맥도널드에서 퇴근한 오름의 눈길은 그들뿐만이 아닌 강의실에 앉은 모두를 향해 동시에 닿았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다만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그에게 생기고 있었다.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담긴 부드러운 눈빛이었다.

- <같은 책>,255쪽.



- 논픽션 파트의 #장석준 선생님이 쓰신 #능력주의가장한국적인계급지도 도 마저 읽고 책을 완독 후 다시 서평 남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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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17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특한 컨셉의 책이네요. 두명의 작가가 같은 주제를 전혀 다른 형식으로 펴내는..... 저도 일단 킵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