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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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ister Ludi] http://pedagogics.tistory.com/110


프레드릭 베크만
,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가제본도서)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다산북스 출판사 <베어타운>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다산북스 출판사' 에서 도서(가제본)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양서를 읽을 수 있게 해 주신 다산북스측에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여기서 무슨 상품을 개발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무슨 제조업체도 아니고. 우리는 인간을 육성하고 있어요. 그 아이들은 사업 계획이나 투자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에요. 몇몇 후원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청소년 육성 프로그램은 공장이 아닙니다.”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92.

 

 

 “그럼 우리가 그 아이들한테 바라는 게 뭘까요, 라모나? 그 스포츠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뭘까요? 거기에 평생을 바쳐서 얻을 수 있는 게 기껏해야 뭘까요? 찰나의 순간들……몇 번의 승리, 우리가 실제보다 더 위대해 보이는 몇 초의 시간, 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된 것처럼 상상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 그리고 그건 거짓말이에요.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중략)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건 찰나의 순간들뿐이지. 하지만 페테르, 그런 순간들이 없으면 인생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153.

 

 

 

 베어타운, (구체적인 지역은 작품에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어느 작은 소도시로, 숲속 한 가운데 자리해 숲속마을로 불리는 이 곳에는 베어타운 아무리 즐겨도 부족한 도시 라는 문구가 적힌 과거의 유행어가 담긴, 세월의 흔적에 빛바랜 표지판이 남겨져있다. 과거만 해도 마을에 학교가 세 개씩 있었으나 이제는 단 한 학교가 남았으며, 일자리가 줄어 실업률이 늘고 인구도 점점 줄고 있으며, 해마다 숲이 폐가 한 두 채씩을 삼켜버리는 곳이다.

 그런 이 숲속마을 베어타운에서 도시를 다시 일으킬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바로 하키. 베어타운은 유소년, 청소년, A(성인팀) 의 하키팀이 있고, 그들은 이번 청소년팀 리그에서 우승하기를 소망한다. 하키스쿨이 들어오면 아이스링크가 새로 마련되고 대도시 못지않은 쇼핑몰과 컨퍼런스센터가 건립될지 모른다. 베어타운이 단순히 여러 스포츠 중 하나에 불과한, 그리고 그저 시합이지만 목숨을 걸게 만드는 이 하키라는 스포츠에는 도시를 다시 번영시키려는 희망을 넘어, 베어타운 사람들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것이다.

 때문에 베어타운 청소년팀에서 뛰고 있는 아이들은 우승하기 위해, 수많은 연습량을 감내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 싸우며 성장하곤 한다.

 

 이 작품은,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었다. 그것은 하키라는 연관성으로 얽혀 등장하는 베어타운 사람들 개개인이 모두 각기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기 때문이었다. 베어타운이 배출한 프로선수로서 다시 고향에 돌아와 베어타운 하키단 단장을 역임하고 있는 페테르, 페테르의 부인으로 능력있는 변호사지만 큰아들을 읽은 상처, 그리고 늘 아이들(마야와 레오)에 대한 죄책감을 지니고 있는 미라, 페테르와 미라의 딸로서 기타와 친구 아나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강인한 성품을 지닌 마야, 마야의 친구로 사냥꾼인 아버지와 살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아나, 열일곱 살의 천재 하키선수로, 베어타운 하키팀의 주력선수이자 장래를 짊어진 케빈, 청소년팀의 공격수이자 케빈의 절친한 친구로 많은 상처를 안고 있는 벤이, 열다섯 살이지만 열일곱 살 그 어느 선수보다 스케이팅 속도가 빠른 아맛, 베어타운 하키 A팀 코치로, 승리보다 선수들의 성장에 초점을 두는 수네, 청소년팀 코치로 오직 승리만을 추구하지만 그 이면에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지닌 다비드…….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

 

 

하키를 왜 좋아하느냐고?

 

하키에는 사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57.

 

 

 

 

 

 

 이야기는 등장인물 개개인의 가족사와 내면묘사, 그리고 하키팀의 준결승 시합을 둘러싼 여러 상황과 갈등들 안에서 전개된다. 저자가 심리학을 전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만큼,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인물들 개개인의 가족사와 , 그들이 지닌 내면의 상처가 섬세하게 묘사되었다

 특히 청소년팀의 가장 유망한 선수로 그 천재성을 인정받고 있는 '케빈'은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완벽'을 요구받으며 자라왔다. 하키 뿐 아니라 학업, 일상 그 모든 면에서 '완벽'을 요구받으며 심지어 일곱 살의 어린 나이에 시간약속에 조금 늦었다는 이유로 자기 키만한 눈밭 속을 걸어와야 했던 케빈 - 탄탄대로의 장래가 펼쳐져 있으며 단 한번도 좌절을 겪지 않았을 법한 이 아이에게는 '완벽'에의 부담감이 자리한다.

 

 

우리 부모님은 하키에 관심 없어.” 벤이가 그럼 두 분은 뭐에 관심이 있느냐고 묻자 케빈은 성공이라고 대답했다. 그들이 열 살 때 나눈 대화였다.

 케빈이 거의 항상 그렇듯이 반 역사 시험에서 1등을 하고 집에서 50점 만점에 49점을 받았다고 하면 케빈의 아빠는 아무 감정 없는 목소리로 뭘 틀렸니?”라고 묻고는 그만이다. 에르달 집안에서는 완벽이 목표가 아니다. 표준이다.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68.

 

 열다섯 살로, 유소년팀 하키선수로 훈련받고 있는 아맛은 타국에서 건너와 아이스링크를 청소하는 어머니를 늘 생각하는 아들이다. 그는 가장 처음 아이스링크를 쓰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도착하기 한 시간 전부터 매일 아침 혼자 스케이팅을 연습하곤 한다. 프로 선수로 성장하여 어머니가 고생하게끔 하지 않고 싶은 아맛에게는 하키에 대한 간절함과 절실함이 자리하고, 그는 남다른 연습량으로 빚어진 그의 가장 재빠른 스케이팅 속도 덕분에 청소년팀에 합류해 함께 시합에 나갈 수 있게 된다. 베어타운 임대 아파트 지역의 할로에서 자란 난민이자 가장 왜소하고 작은 아이 아맛은 늘 그렇게 노력하고 분투하며 자라왔다.

 

그는 아이스하키장으로 간다. 팀원들과 합류한다. 그는 말을 배우기도 전에 전쟁으로 짓밟힌 모국을 떠났을지 몰라도 난민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오로지 하키를 통해서만 어떤 집단의 일원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아이가 된 기분, 뭐든 잘하는 게 생긴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479.

 

  하키를 접어야 한다는 소리를, 가망이 없다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아이가 빙판 위에 서 있다. 이번 기회를 잡으려고 그 아이보다 더 열심히 노력한 선수가 없을 텐데, 다비드가 많고 많은 날 중에 바로 오늘 그 아이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작은 소망에 불과하지만 오늘 같은 날 페테르에게는 작은 소망이 절실하다.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135.

 

 이 아이를 보세요! 어머님의 아들이 이 아이보다 더 많은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 둘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똑같은 길을 걸었을까요? 어머님의 가족이 이 아이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아이를 보세요!”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186.

 

 

 

 베어타운 아이스하키 청소년팀 케빈, 벤이, 아맛 , 단장과 코치인 페테르, 수네, 다비드…… 베어타운과 아이스하키팀에서 청소년들과 성인이 하키를 통해 함께 갈등 안에서 이를 극복해나가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릴 것이라 예상했던 소설은, 중반부에 들어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준결승에서 우승 직후 케빈이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연 파티에서, 페테르 단장의 , 마야를 성폭행하며, 이 장면을 아맛이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후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베어타운의 모습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 피해자인 마야가 이야기하는 진실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마을의 자랑, 하키팀의 촉망받는 선수인 케빈이 그럴 리가 없다고, 하키팀을 와해시키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하며 가해자를 옹호하는 양상이 펼쳐진다. 심지어 마야는 이름조차 거론되지 못하며 제대로 처신을 못한 탓으로 간주되곤 한다. 저자 프레드릭 베크만은 놀라우리만큼 성폭행을 둘러싼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2차 피해의 실상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피해자인 마야의 가족과 마야가 겪는 베어타운 마을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가해자인 케빈 가족에 대한 의견들은 현실에서 논의되는 성폭력 사건의 논의를 너무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에 더욱 아리다. 작년 한 해, 화제의 도서로 주목받았던 소설 82년생 김지영, 최근 미투 운동이 확산된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베어타운은,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 이 공동체는 성 역할에 대해 어떻게 교육하고 있는가.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져 있는가. 자성하게 된다.

 최근 방영된 TVN 드라마 라이브 10-12회의 장면에서도 성폭력에 대한 문제를 다룬 바 있는데, 과연 여성이 싫다고 외치는 하는 한 마디를 존중하고 있는 사회인가. 부당함에 대해 외치는 목소리를 충분히 수용하고 있는 사회인가에 대해 물음을 던지게 된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지점은, 이미 우리 사회가 미투 운동의 확산을 통해 확인한 바 있듯이 성폭력 사건에서 후광효과낙인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는 것이다. 케빈과 마야 역시 그렇다. 가해자로 지목된 케빈에게는 베어타운의 유지이며 하키타운의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산가인 케빈의 부친(父親), 그리고 베어타운을 다시 일으킬 청소년 하키팀의 유망주인 케빈에 대한 후광효과가 여전히 남아있는 반면, 마야에게는 마야가 여성으로서 제대로 처신하지 못한 것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후광효과와 낙인은 진실을 추구하고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 아닐 수 없다고 여긴다.

 혹여, 가해자가 케빈이 아닌 가난한 할로 출신 아이 아맛이거나, 하키팀에 중요한 선수라고 여겨지지 않는 필리프같은 아이였다면 과연 케빈과 같이 후광효과가 적용될 수 있었을까. 오히려 가해자라는 사실을 더 확신하게끔 하는 낙인이 찍히지는 않았을까 우려되기조차 한다. 마지막 순간에 결국 하키 팀에서 프로 선수로 성공해 어머니를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보다는 진실을 밝히는 일이 옳은 것임을 깨닫고 자신이 목격한 그 날의 진실을 고백한 아맛의 용기에도 불구하고 증거부족으로 케빈이 처벌받지 않은 것은 바로 이때문일지도 모른다.

 

 

 

 내가 역으로 묻겠네, 다비드. 경찰에 고발당한 아이가 케빈이 아니었다면? 다른 아이였다면? 할로 출신이었다면? 그래도 너는 지금과 똑같은 생각을 할까?”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494.

 

 

 나중에 검은 재킷의 사나이는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왜 그는 진실을 얘기하는 사람이 케빈인지 아닌지 아니면 아맛인지 고민했을까. 왜 마야의 주장으로는 부족했을까.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514.

 

가해자에게 성폭행은 몇 분이면 끝나는 행위다. 피해자에게는 그칠 줄 모르는 고통이다.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245.

 

 

 마야는 두 팔로 몸을 단단히 감싸고 있다. 간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흔들린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그런데 창밖의 길거리에서 뛰어노는 세 명의 여자아이들이 그녀의 생각을 바꿔놓는다.

 아나는 지쳐 쓰러져서 마야의 침대에서 자고 있다. 두툼한 이불 밑에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작고 연약하게 느껴진다. 마야가 자신이 아니라 남들을 보호하기 위해 케빈의 진실을 폭로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그리고 그날 아침 창가에 서 있었을 때부터 이 마을이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은 이 마을과 이 날의 실상을 보여주는 끔찍한 단면이다.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315.

 

 

 갈등이 벌어지면 우리는 제일 먼저 편을 정한다. 양쪽의 생각을 같이 하는 것보다 그러는 편이 더 쉽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에는 우리의 믿음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찾는다. 평범한 일상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위안이 될 만한 증거를 찾는다. 그런 다음에는 적에게서 인간성을 거세한다.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374.

 

 

 그녀는 이 마을의 모든 나이 먹은 남자들이 그들을 가리켜 투지가 넘치물러설 줄 모른다고 칭찬할 뿐, 여자아이가 싫다고 할 때는 정말로 싫은 거라고 가르쳐준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았느냐고 짚고 넘어가고 싶다. 이 마을의 문제는 어떤 남자아이가 어떤 여자아이를 성폭행한 수준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그 아이가 그런 짓을 하지 않은 척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남자아이들까지 그의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450-451.

 

 

 

 

 결국 케빈은 법적 처벌의 대상에서는 풀려나지만, 결국 아맛의 주장 덕분에 마야의 아버지 페테르 단장은 해임되지 않게 되며, 여전히 베어타운의 하키팀 단장 자리를 맡게 된다. 그러나 팀의 주요 멤버들은 헤드의 아이스하키팀으로 팀을 옮기게 된다.

 아무 소득 없이 수사가 종결되어 버려 삭막하기만 한 이 베어타운에서 역설적이게도 페테르가 단장 자리에서 해임되지 않은 이유, 마야의 가족이 버티어낼 수 있었던 점에서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된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랑이라는 가치였다. 열 다섯 살이라는 점 빼고는 너무도 다른 성향을 지닌 마야와 아나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 둘의 우정(친구로서의 사랑)덕분이었고, 일곱 살 시절 케빈과 벤이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열일곱 살이 되어 벤이가 케빈으로부터 떠난 것도 바로 이 사랑 때문이었다.

 특히 이미 수년 전, 큰아들 이삭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마야의 부모님 미라와 페테르가 느끼는 아이를 지켜내지 못했다는 절망감, 그리고 아이를 위해 그 어떤 것이든 해 보이겠다는 고군분투 속에서 전해져 오는 그들의 굳건한 신뢰와 사랑은 책을 읽는 저 너머, 한 사람의 독자에게까지 가슴이 뭉클해져오는 따뜻하고도 아린 감정을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부모이기에, 마야와 레오를 지켜내야겠다는, 마야를 그 이상 다치지 않게 하겠다는 사랑으로 그들 가족이 겪는 시련을 함께 견디어 올 수 있었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신기하다. 어떤 사람이건 사랑을 시자하게 된 기점이 있는데, 이 사랑만큼은 아니다. 항상 사랑했고 심지어 아이가 존재하기 전부터 그랬다. 아무리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어도 엄마와 아빠들은 감정의 파도가 그들을 치고 지나가서 완전히 나가떨어지는 충격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 사랑은 무어과도 비교할 수 없기에 불가사의하다. 평생 암실에서 지낸 사람에게 발가락 사이로 들어온 모래나 혀끝에 내려앉은 눈송이를 설명하려는 것과 같다. 그 사랑은 영혼을 비행하게 만든다.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487.

 

 

 어른이면 누구나 완전히 진이 빠진 것처럼 느껴지는 날들을 겪는다. 뭐 하러 그 많은 시간을 들여서 싸웠는지 알 수 없을 때, 현실과 일상의 근심에 압도당할 때,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 그렇다. 놀라운 사실이 있다면 우리가 무너지지 않고, 그런 날들을 생각보다 더 많이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끔찍한 사실이 있다면 얼마나 더 많이 견딜 수 있을지 정확하게는 모른다는 것이다.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88.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아빠?”

그래, 말랭아.”

저도 하키 좋아해요.”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나도 그래, 말랭아. 나도 그래.”

제가 뭐 하나만 부탁해도 돼요?”

뭐든.”

더 훌륭한 아이스하키단을 만들어주세요. 그 자리에 남아서 하키의 발전을 이끌어주세요.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525-526.

 

 

 

 

 결국 저자 프레드릭 베크만이 그의 신작 베어타운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조심스럽지만, 나는 그것을 공동체가 지닌 가치관에서 발견했다. 사회의 문화는 결국 어떤 가치관을 지니고, 그 가치관을 어떻게 후대들에게 심어주는가에서 기인한다고 여긴다. 대부분의 베어타운 사람들이 하키를 목숨처럼 생각하며 청소년팀의 시합에 모든 것을 건 이유는 바로 결과’, ‘우승’, ‘성공 뒤에 따르는 경제적인 이득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베어타운이라는 그 공동체는 지금 과연 행복한가?

 아이들이 자라나며 아이로서의 모습을 상실한다면, 향유해야 할 가치와 수단으로서 사용해야 할 가치가 전도된다면, 아무리 하키팀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 해도 과연 그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그들은 진정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야의 가족이 겪은 시련도, 케빈과 벤이의 우정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었던 것도, 모두 베어타운 공동체의 어른들이 그들의 욕심을 아이들에게 전가했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베어타운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라났다면 케빈은 결과만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았을지 모르며, 벤이는 자유롭게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페테르와 미라는 마야가 그런 일을 당하지 않게끔 지켜낼 수 있었을지 모른다.

 베어타운의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베어타운의 어른들이 하키에 대한 개개인의 열정과 사랑을 정치와 경제의 문제로 변질시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벚나무 냄새가 나야 할 자리에서 왜 벚나무 냄새가 나지 않겠는가.

 

 

 수네는 빙판을 내다보며 코로 몇 차례 심호흡을 한다. 상대 팀 선수 몇 명이 몸을 풀러 나온다. 원래 겁에 질린 사람들이 일찌감치 준비하기 마련이다.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수네는 거기서 위안을 느낀다. 사장실에 모인 남자들이 어떤 식으로 바꾸려고 애를 쓰는지 몰라도 이건 여전히 운동경기일 뿐이다. 한 개의 배, 두 개의 골대, 열정으로 가득한 심장. 하키를 종교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착각이다. 하키는 믿음과 같다. 종교는 나와 타인들 간의 문제고 해석과 이론과 견해도 가득하다. 하지만 믿음은…… 나와 신 사이의 문제다. 심판이 센터 서클로 미끄러지듯 나와서 두 선수 사이에 설 때, 스틱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까만 원판이 그 사이로 떨어지는 게 보일 때 느껴지는 무엇이다. 바로 그 때 그것은 나와 하키만의 문제가 된다. 돈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반면, 벚나무에서는 항상 벚나무 냄새가 나지 않는가.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178.

 

 

 

 프레드릭 베크만의 전작인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있다중에서는오베라는 남자를 완독했으며 아직 나머지 두 권은 미처 완독하지 못했다. 사실상 그의 책 중에서 두 번째로 읽는 작품이었는데, 오베라는 남자를 읽으며 오베의 까칠한 행동 속에 숨어있는 내면의 따뜻한 심성을 읽어낼 수 있어 마음이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베어타운을 읽으며, 책의 행간 사이로 계속 봄과 겨울을 넘나들었다. 베어타운이라는 숲속 마을은 정지용 시인의 시() 유리창에 등장하는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구절을 연상시키는 마을이었다. 너무나도 고요하고 아름다운, 황홀함마저 깃드는 숲속마을이지만 그 깊은 곳에는 마을 사람들 개개인의 외로움과 슬픔이 깃들어있는 마음.

 결말부가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저자는 베어타운에, 베어타운 하키팀에 여전히 남아있기로 선택한 사람들을 통해 그들의 선택이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그려내고 있다. 마음 속에 곰을 한 마리씩 지니고 있는 베어타운 사람들. 베어타운이라는 도시와 하키를 마음 깊이 사랑하는(애정을 가진) 그들이 베어타운의 새로운 지향을 새로이 지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엄청난 두께의 장편소설이었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작품의 화두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아름답고도 마음 한 켠이 아려오는 이 소설을, 마음 깊이 되새기며, 처음 읽을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여러 메시지와 복선들을 따라가며 몇 번이고 재독하고 싶다.

 

 

  베어타운은 단순히 청소년을 위한 성장소설(교양소설)에서 그치지 않고 성폭력, 동성애 등 사회적 이슈에 화두를 던지는 한편 가족 간의 사랑, 청소년들 사이의 우정에 대한 내면 묘사를 탁월하게 하고 있는 이 작품은, 문장의 행간 속에 사람과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애정을 담은 수작이었다.

 

 

카시아는 해가 바뀌고 벤이가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동생이 다른 삶을 살 수 있길 바랐다. 다른 곳, 다른 시대에 태어났다면 동생은 다르게 자랐을지 모른다. 좀 더 순하고 불안하지 않은 아이로 자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베어타운에서는 그럴 수 없다. 여기에서는 그 아이가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짐을 너무 많이 짊어지고 있고 거기다 하키가 있다. , 동료들, 케빈. 그들이 그 아이의 모든 것이기에 그 아이는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끔찍하다.

사랑하는 사람들조차 모르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야 하니 말이다.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241.

 

케브, 네가 그걸 찾을 수 있길 바랄게.”

케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린다. 바람이 케빈의 눈꺼풀을 간질인다.

?”

벤이는 목발로 눈을 짚는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친했던 단짝 친구를 두고 한 발로 천천히 바위를 뛰어 넘어가며 숲속으로 멀어진다. 그들의 섬에서 멀어진다.

그거라니? 뭘 찾을 수 있길 바란다는 거야?” 케빈이 벤이의 뒤통수에 대고 외친다.

벤이의 목소리가 어찌나 고요한지 바람이 방향을 바꾸어서 그의 대답을 호수 저편으로 실어 나르는 듯이 느껴질 정도다.

네가 찾는 네 모습.”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528.

 

 

 공동체는 우리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고,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서로의 역할을 존중한다는 뜻이지. 가치는 우리가 서로 신뢰한다는 뜻이고. 서로 사랑한다는 뜻.” 다비드는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을 하고 난 뒤에 다시 물었다. “그럼 문화는요?” 수네는 좀 더 진지한 표정으로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문화에선 어떤 걸 허용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게 어떤 걸 권장하는가라고 본다.”

 다비드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수네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회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아. 사회에서 허용하는 대로 하지.”

 

 

- 프레드릭 베크만, 베어타운, 다산북스, 2018,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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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부르보, 다섯 가지 상처, Angle Books, 2017.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네이버 MBTI&Health 심리 카페 <다섯 가지 상처>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Angle Books 출판사' 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마음에 입은 상처는 다친 손가락과 같다. 당신은 제대로 치료도 하지 않고 반창고만 붙인 채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상처를 들여다보기 싫어서다. 가면은 반창고다. 당신은 가면을 쓰면 상처받지 않은 듯 살아갈 수 있다고 믿지만 그러긴 힘들 것이다. 여전히 상처는 아프고, 당신 안에 고스란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 리즈 부르보, 다섯 가지 상처, Angle Books, 2017, 33.

 

 

상처를 치유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자신에게 상처가 있음을 깨닫고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똑바로 응시하고 관찰하는 것이다.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며 상처받고 고통스러운 것은 당신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 리즈 부르보, 다섯 가지 상처, Angle Books, 2017, 234.

 

 

 

 

 

 최근 프랑스에서 최고의 심리 치유서라 불리며 사랑받고 있는 심리학 서적 다섯 가지 상처』. 심리학 전공자로서도, 그리고 전공 여부를 떠나 내면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20대로서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고, 마침내 좋은 기회가 닿아 책을 일독할 수 있었다. 저자는 사람들 저마다 생애 초기 동성이나 이성 부모와의 관계에서 입은 다섯 가지 상처가 존재하며, 상처의 유형에 따라 이에 대한 각각의 반응양식으로서 필요한 가면을 쓰고 행동한 다고 말한다. 상처에는 ‘거부’, ‘버림받음’, ‘모욕’, ‘배신’, ‘부당함의 다섯 가지 상처가 있으며, 이는 각각 도피하는 사람의 가면, ‘의존하는 사람의 가면, ‘마조히스트의 가면, ‘지배하는 사람의 가면, ‘완고한 사람의 가면에 대응된다.

 

 

 

 

 

 각각의 상처에 따라 필요한 가면을 쓰고 반응양식을 보인다는 저자의 주장은 분명 흥미롭게 다가왔다. 특히 개인의 반응양식 뿐 아니라 가면을 쓴 사람들이 보이는 신체적 특성, 식습관, 빈번하게 사용하는 언어 등을 포함하고 있어 혹 자신에게 나타나는 특징들이 없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거절에 민감하여, ‘거부의 상처에 해당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막상 반응양식을 살펴보니 꼭 거부에 해당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실제로 해당 비록 거부의 상처를 입고 의존하는 사람으로 반응하기도 하며, ‘버림받음의 상처를 입고 도피하는 사람으로 반응하기도 하는 등, 저자 또한 상처와 반응이 무조건 대응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온전한 나로서 기능하기 위해 자신의 상처와 반응양식을 점검한다는 이 책의 기본적인 취지는 대상관계에서 말하는 내적 작동 모델을 떠올리게 했다. 모든 개개인은 자기 표상과 대상 표상을 지니고 있는데, 생애 초기의 중요한 대상과의 관계가 생애 전반을 걸쳐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실제로 나도 갈등 상황- 특히 상대의 거절-에 부딪힐 대 유사한 관계 패턴이 나타나기 때문에 늘 이를 조절하려고 노력 중인데, 이 책을 통해 혹 내가 버림받음의 상처를 거부의 상처로 오인하는 것이 아닌지, 나의 상처를 자아가 오인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고 성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책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생애 초기부터 부모님(혹은 중요한 대상)과 맺어 온 관계를 진지하게 탐색해 나가야 할 필요로 느꼈다.

 그러나 다만 아쉬운 것은, 상처의 유형이 동성의 부모나 이성의 부모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프로이트의 결정론을 따르고 있으며, 더욱이 그 어느 유형도 딱 들어맞지 않아 내가 지닌 상처와 반응양식에 대해 혼란이 가중되었다는 점이다. 때문에 자신의 진정한 상처와 가면을 되돌아보기 위해서는 상처와 가면(반응 유형)에 대한 지식적인 이해 뿐 아니라 타인의 피드백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개인상담, 집단상담 등이 중요한 방법으로 작용할 것이다. - 저자에게 개인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부에 자리해 있는 상처와 가면을 일독만으로 모두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조급히 생각하지는 않으려 한다. 자신의 상처를 진정으로 마주하는 것에는 오랜 이해와 수용의 과정이 필요하기에. 어쩌면 지금의 혼란도 오롯이 대면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지 않을까.

빠르게 한 번 읽고 흘려 둘 책이 아닌, 평생 곁에 두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내면의 지도와 같이 여겨져 가치 있는 책이었다.

 

 

 사람의 내면에는 실로 다양한 믿음이 존재하는데 그것들이 한데 모여 자아를 이룬다. 그리고 이 자아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게 방해를 한다. 몇 번이고 같은 경험을 되풀이하는 이유는 바로 이 자아를 떨쳐내기 위해서다.

 

- 리즈 부르보, 다섯 가지 상처, Angle Books, 2017, 26-27.

 

 우리는 모두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만이 삶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영원히 자아의 지배를 받으면서 살아갈지 아니면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될지는 오롯이 당신에게 달렸다. 물론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거듭된 삶 속에 쌓인 묵은 상처를 헤집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견디기 힘들 정도로 아플 것이다. 특정한 상황과 사람 때문에 받는 고통은 그것이 깊을수록 문제의 뿌리가 아주 먼 과거로부터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리즈 부르보, 다섯 가지 상처, Angle Books, 2017, 29.

 

 

 

 

 

진정한 사랑이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 리즈 부르보, 다섯 가지 상처, Angle Books, 2017, 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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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 클래식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송아리 옮김 / F(에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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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 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출판사, 2017.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네이버 E-book cafe <네 안에살해된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자책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에프(f) 출판사' 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일을 했고, 인간의 근심들에 대해 알고 있었다. 우리는 바람과 별들과 밤과 모래와 바다와 접촉했다. 우리는 자연적인 힘들과 속과 속이며 지혜를 가렸다. 우리는 봄을 기다리는 정원사처럼 새벽을 기다렸다. 우리는 약속의 땅처럼 기항지를 기다렸고, 별들에게서 진실을 찾았다.

 

 

- 생텍쥐 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출판사, 2017, E-book 164.(페이퍼 프로 기준)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설가 생텍쥐 페리. 기실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이미 너무나 위대한 고전이 되어버린 어린왕자만은 기억할 것이다. 2017년의 마지막 달에 접한 이 책은 짧은 생을 살다 간 어린왕자의 저자, ‘생텍쥐 페리의 삶과 영혼이 담긴 그의 자전적인 산문(수필)이다. 프랑스에서는 인간의 대지, Terre deshommes, 미국에서는 바람과 모래와 별들 Wind, Sand and Stars 이라는 제목으로 1939년 출간된 이 책은, 미약하게나마 생텍쥐페리의 인간관과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기실 아직 그의 책을 읽은 것은 어린왕자단 한 편뿐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언젠가 남방우편기야간비행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기에, 생텍쥐페리가 우편비행사로 일해 왔던 것에 대한 사소한 배경지식과 그의 소설 어린왕자에 대한 기억을 지니고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생텍쥐페리가 살아가던 그 시절, 그가 선택한 우편비행사라는 직업은 현대의 파일럿(비행기 조종사)보다도 더 큰 위험을 담보하고 있는 직업이었다. 비행기가 어떤 고장이 나거나 악천후를 만나 어떤 문제가 생기든, 어디에 불시착하든 생존은 오로지 조종사들 그들에게 달려있었고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그가 카사블랑카에서 출발한 비행을 할 당시, 단지 위험한 순간을 피하기 위해 비행기의 진로를 변경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항로변경에 관해 징계에 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이 이러한 직업적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게 위험성을 가득 안고 있는 직업이기에 메르모즈나 기요메와 같은 인물에 대해 그가 지니는 동료애, 유대의식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서로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에. 불시착, 죽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비행기를 조종해 우편을 배달하는 그들의 책임의식과 소명은 매우 숭고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의 위대함은 스스로 책임을 느끼는 데 있다. 그건 자기 자신과 우편물 그리고 기다리는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이다. 그들의 고통 혹은 기쁨이 그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그건 저기 살아 있는 자들이 날마다 새로이 쌓아 가는 책임이고, 그 자신도 분담해야 하는 책임이다. 자신의 위치라는 한도 내에서 인간의 운명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잎사귀로 넓은 지평을 덮어 주는 큰 인물들에 속하다. 그것은 제 탓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비참함 앞에서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그것은 동료들이 거둔 승리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돌을 놓으면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 생텍쥐 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출판사, 2017, E-book 48.(페이퍼 프로 기준)

 

 작품에 등장하는 일화(7, 사막 한가운데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생택쥐 페리는 그의 동료 프레보와의 비행 중 사막 지대에 불시착하고 말았다. 물론 위험천만한 사고에도 생존할 수 있었음이 가장 기적적이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생존해 다시 돌아가기 위해 사막의 지독한 갈증과 허기를 견디는 고통스런 나날이 이어진다. 계속해서 신기루를 보기도 하지만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버티는 생텍쥐페리와 동료 프레보의 여정을 보면서 함께 고통에 빠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한 잔의 물에, 한 개의 오렌지에 행복을 느끼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극한의 상황에서 아주 작은 것으로도 잠시나마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삶의 단면을 통해 정신적인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결국 그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리비아의 사막지대에서 한 배두인을 만나 갈증을 해소하고, 구출되는데 구출의 순간을 묘사한 생텍쥐페리의 글을 통해 그의 인간관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성서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떠오르게 하는 이 구절은, 모든 인류에 대한 사랑과 박애를 담아내고 있었다.

 

 

 우리를 구해 준 리비아의 베두인이여, 그럼에도 당신은 내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질 것이다. 나는 당신 얼굴을 결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내게 인간이고 그렇기에 모든 인간의 얼굴을 동시에 하고 나타난다. 당신은 단 한 번도 내 얼굴을 유심히 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우리를 알아보았다. 당신은 가장 사랑하는 형제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모든 사람에게서 당신을 알아보리라. 당신은 고귀함과 자비를 두르고 마실 것을 내려 주는 귀인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당신 안에 있는 내 모든 벗들, 내 모든 적들이 내게로 걸어온다. 그러니, 이제 나는 세상에 적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다.

 

 

 

- 생텍쥐 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출판사, 2017, E-book 172-173.(페이퍼 프로 기준)

 

 

 

 

 

 

 특히 그 어느 일화보다도, 그가 무어인들에게 1000프랑을 주는 대가로 흑인 노예 바로크를 인계받고 그를 노예 신분에서 해방 될 수 있게 도와 준 일화(6, 사막에서)가 가장 마음에 남았는데, 그것은 바로 바로크라는 인물, 바로크에 대한 생텍쥐페리의 인식 때문이었다. 그가 비록 노예의 신분에 놓여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유로운 목자로 살던 과거를 늘 잊지 않고 있었으며 늘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는 그 자신이 지닌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인격을 늘 지니고 있었으며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에게 삶의 주인으로서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가치였다. 그 자신 또한 소유한 바가 많지 않았음에도 가죽신, 장난감, 팔찌 등 귀중품을 기꺼이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준 바르크의 행동은 삶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이의 모습이었으며,

생텍쥐 페리는 그런 바로크의 모습으로부터 깊은 감응을 얻었으리라 생각하고 이는 나 또한 그렇다. 그리고 바로크를 통해 얻은 생택쥐페리의 가치관이 그의 작품 어린왕자에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자유로웠기에 기본적인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 사랑받을 권리, 남으로든 북으로든 돌아다닐 권리, 손이 수고한 대로 먹을 권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깟 돈이 무슨 소용이랴……. 우리가 심한 배고픔을 느낄 때처럼, 그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삶들 사이에서 사람이 될 강렬한 필요를 느꼈다.

(중략)

 

 그에게는 발목을 잡는 인간관계의 무게, 눈물, 이별, 비난, 기쁨 등 한 인간이 어떤 몸짓을 할 때마다 어루만지거나 상처를 내는 모든 것, 그를 다른 이들과 이어 주고 그에게 무게를 부여하는 수많은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바르크에게는 수많은 희망의 무게가 생겼다.

 

- 생텍쥐 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출판사, 2017, E-book 114-115.(페이퍼 프로 기준)

 

 

 

 

 

 

 

 

 ‘저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들, 왕이나 허영심 많은 사람이나 술꾼, 혹은 실업가 같은 사람들에게 멸시받을 테지. 하지만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는 사람은 저 사람뿐이야. 그건 저 사람이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일에 전념하기 때문일 거야.

 

- 생텍쥐 페리, 어린왕자, 문예출판사, 1999, 54.

 

어린 왕자가 여러 별들에서 만난 물질, 명예를 추구하는 어른들. 지구에는 그런 어른들이 이미 도처해 있지만 그가 다섯 번째 별에서 만난 가로등을 끄는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했던 까닭은 그는 자기 자신의 허영을 채우고자 하는 외면적인 대상에 신경 쓰지 않고 그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본다면 바로크도, ‘생각과 행동의 자유의 가치를 분명히 인지하고 살아가는, 삶에 충실한 인물이었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비행기를 몰았던 생텍쥐페리와 그의 동료들도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부족한 지식과 만연체의 문장에 이해하기에 다소 난해한 작품이었던지라, 작품의 감상에 오독이 있었는지 우려되긴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내면에 깃든 가치라는 것이다. 추구해야 할 그 무엇. 그것이 삶의 가치관이든, 지식(학문에 대한 진리)이든, 내면화된 태도이든. 마치 호그와트의 네 기숙사에서 추구하고 있는 그러한 가치들과 같이. (정의, 진리, 용기, 재능) 그런 의미에서 해석한다면 이 작품의 가장 후반부에 등장한 마지막 문구를 이해할 수 있다. ‘모차르트는 바로 우리 개개인의 내면의 깃들어있는 가치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우리가 장미와 같은 식물들을 정성껏 가꾸듯, 이러한 인간 내면의 가치 또한 중히 여기고 귀히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하는 노력들을 할 때, 세속적인 가치에 전도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며 각자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힘쓸 때에 비로소 인간 삶이 진정으로 실존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텍쥐페리가 작품 전반을 통해 계속해서 전하고자 했던 것은 바로 이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 개개인의 내면에서 모차르트가 살해되는 일이 없기를 바랐던 생텍쥐페리의 소망. 1944731일 마지막 비행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열정과 책임의식이라는 가치를 잃지 않고 살았던, 그 자신의 모차르트를 소중히 대했던 생텍쥐페리와 같이, 내 안에도 과연 아직도 모차르트가 살아있을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 준, 그의 이토록 아름답고 순수한 글에 매우 깊은 감명을 느낀다. 추후 내면의 여유를 지니고 다시 천천히 재독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나는 어떤 부부 앞에 앉았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아이가 겨우 비집고 잠들어 있었다. 아이가 잠결에 뒤척였을 때, 그의 얼굴이 등불에 드러났다. ! 얼마나 사랑스러운 얼굴인가! 저 부부로부터 이런 황금빛 열매 같은 아이가 태어났다니, 저 무거운 누더기 더미에서 이토록 매력적이고 우아한 걸작이 태어났다니. 나는 그 매끈한 이마, 뾰로통하게 내민 부드러운 입술 위로 몸을 숙이며 생각했다. 이건 음악가의 얼굴이야. 여기 어린 모차르트가 있구나. 여기 생명의 아름다운 약속이 있구나. 그는 전설 속에 등장하는 어린 왕자들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었다. 보호해 주고, 사랑해 주고, 교양을 가르친다면 이 아이가 무엇인들 못 되겠는가! 정원에 돌연변이로 어떤 새로운 장미가 피어나면 모든 정원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 장미를 따로 떼어 내어 가꾸며 특별한 정성을 쏟는다. 그러나 인간을 위한 정원사는 어디에도 없다. 어린 모차르트도 다른 이들처럼 금형 기계에 찍힐 테지. 그리고 모차르트는 악취가 나는 라이브 카페에서 썩어빠진 음악을 최고의 기쁨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그러면 모차르트도 죽은 것과 다름없다.

(중략)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울퉁불퉁한 저 사람들도, 저 추함도 아니다.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은 각자의 내면에서 살해당한 모차르트이다.

 

 

 

- 생텍쥐 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출판사, 2017, E-book 199-200.(페이퍼 프로 기준)

 

 

 

 

 

 

 

내 비밀은 이런 거야. 그것은 아주 단순하지. 오로지 마음으로만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가 되뇌었다.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만드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 때문이란다.”

…… 내가 내 장미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 때문이란다……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그 진리를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걸 잊으면 안 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지. 너는 네 장미꽃에 책임이 있어……

나는 내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잘 기억하기 위해 어린왕자는 되뇌었다.

 

 

- 생텍쥐 페리, 어린왕자, 문예출판사, 1999, 76-78.

 

 

 

 사람들은 급행열차에 올라타지만 그들이 찾으러 가는 게 무엇인지 몰라. 그래서 초조해 하며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어……어린 왕자가 말했다.

 

 

- 생텍쥐 페리, 어린왕자, 문예출판사, 1999, 83

 

 나는 이제 더는 통근 열차를 탄 저들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을 인간이라고 믿고 있는 인간들. 그렇지만 마치 개미처럼 오직 사용되어지기 위해 자가하지 못하는 어떤 압력 따위에 굴복한 인간들. 저들은 쉴 때마저 그들의 불합리한 짧은 휴일을 무엇으로 보내는가?”

 

- 생텍쥐 페리, 네 안에 살해된 어린 모차르트가 있다, 에프출판사, 2017, E-book 164.(페이퍼 프로 기준)

 

 

 

사람들에 따라 별들은 서로 다른 존재야. 여행하는 사람에겐 별은 길잡이지. 또 어떤 사람들에겐 그저 조그만 빛일 뿐이고. 학자에게는 연구해야 할 대상이고. 내가 만난 사업가에겐 금이지. 하지만 그런 별들은 모두 침묵을 지키고 있어. 아저씬 어는 누구도 갖지 못한 별들을 가지게 될 거야……

 

- 생텍쥐 페리, 어린왕자, 문예출판사, 1999,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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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읽는 시간 - 관계와 감정이 편해지는 심리학 공부
변지영 지음 / 더퀘스트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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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지영,내 마음을 읽는 시간, 더퀘스트, 2017.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더퀘스트 출판사 <내 마음을 읽는 시간>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더스토리 출판사' 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http://pedagogics.tistory.com/100 [Magister Ludi]

 

 

 

 

 

 

 

앞으로 나아가려면 당신은 알아야만 한다.

그때 당신이 왜 그렇게 느꼈는지, 그리고

왜 더 이상은 그렇게 느낄 필요가 없는지를.

_미치 앨봄

 

- 변지영,내 마음을 읽는 시간, 더퀘스트, 2017, 88.

 

 심리학 전공자로서 심리학에 관련한 다양한 전문서적(전공서), 교양서를 가리지 않고 다방면으로 읽는 편이다. 이 책은 심리학 교양서적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출판시장에 널려있는 흔한 심리학 교양서 - 언뜻 심리학 서적같이 보이지만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에 그치고 마는 -와는 달리, 저자는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이 타인과의 관계에, 그리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 깊이있는 통찰을 할 수 있도록 전문적 언어와 검사도구를 활용해 조력한다. 나아가 현대 심리학에서 주목받는 한 분야인 마음챙김자기자비’, 그리고 조망수용을 실천적 사례로 제시하여 독자들이 관계와 감정을 보다 폭넓게 이해하고 이를 능동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데에까지 나아가고 있다.

 사실 심리학을 전공했음에도 자기분화애착의 문제는 아직까지 내게 있어서 미해결과제임을 부정할 수 없다. 단적이 사례이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나가야 하며 개별적인 단독자로 , 온전한 성인으로서 성장해 나가야 하는 시기임이 마땅하지만 아직도 내 내면 속 어린아이는 부모님께 의존하고 싶어하는 마음 또한 분명히 지니고 있다. 즉 의존과 독립 사이에서 그 경계점을 아직 완벽히 구축하지 못했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자리한다.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뿐 아니라, 중요한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대부분 타인에게 거절 당하지 않기 위해 가능한 타인에 자신을 맞추려 노력하지만 한 번 내세운 강력한 자기주장이 관계에 악영향을 끼친 적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기분화란 한마디로 자율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로 나에게 중요한 타인과 친밀감을 나눌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나를 희생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자, 입장과 다른 사람의 입장은 다르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내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것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잘 분리되었는지 여부를 뜻합니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지만, 직장이나 일반적인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 변지영,내 마음을 읽는 시간, 더퀘스트, 2017, 34.

 

 

 

 

 

 

 

 

 

  3-4장에 제시된 저자의 조력을 통해 이러한 심리적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를 조금이나마 통찰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감정의 인식/구분과거가 아닌 현재에의 머무름’(지금-여기)의 중요성에 있었다. 이는 단지 감정정서’, ‘기분의 사소한 개념 차이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인지하고(알고) 표현하는 데에 그 핵심이 있다. 나는 대인관계에서 당황스럽거나 곤혹스러운 순간에 마주하거나 취약한 상황에 그대로 마주하게 될 경우 제대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얼어붙게 되어 나의 감정도, 그리고 타인의 감정도 제대로 알고 조절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곤 하는데,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심호흡을 통해 자신을 안정시키고, 지금-여기에서 느끼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대인관계에서의 갈등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중요한 방법임을 재삼 깨달았다.

 또한 지나간 과거에 머무르며 계속 과거를 반추하고 곱씹는 일, 즉 지나간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에 관해 지나치게 깊이 반추하는 것이 결코 현재의 정서를 인지하고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우울이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내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청소년상담사 3급 자격연수 당시 집단상담 실습 중 게슈탈트 기법으로 자신이 지각한 것을 표현할 기회가 있었을 때, 내 발화 화법이 과거에 닿아있는 것을 알아차리기도 했다. - 때문에, 과거의 사건이나 자신의 낮은 자존감, 약점,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상기하기보다는 현재’, 지금-여기에서 벌어지는 자신의 감정에 주목하는 연습이 내 자신에게(나의 내면에) 가장 중요한 일임을 통찰할 수 있었다.

 

 

 자기에 관한 정보에 주의가 쏠려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울하고 불행한 기분을 자주 느낀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신의 가치에 대해 판단하는 자존감에 연연하기보다는 오히려 담담해지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겠지요.

 

 

- 변지영,내 마음을 읽는 시간, 더퀘스트, 2017, 214.

 

 

  내 감정을 안다는 것은 그 순간의 내 상태를 알아차린다는 것이면서 동시에 내 과거의 의미와 미래의 의도를 알아차린다는 것입니다.

 

 

 

- 변지영,내 마음을 읽는 시간, 더퀘스트, 2017, 96.

 

 

  이를 위한 대표적 기법으로 마음챙김, 자기자비, 조망수용의 마음도구들이 나오는데 물론 세 방법을 적시적소에 조화로이 활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제시된 세 도구 중 자기자비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아마도 그것이 현재의 내게 가장 핵심적 주제이기 때문이리라 여겨진다. 늘 자신을 부족하다 여기고, 내 부족함 때문에 누군가에게 거절될 것을/내쳐질 것을 두려워하는 내 자신을 판단/비판하지 않고, 가치판단을 내리지 않고 강점과 약점을 가진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 문득 과거 개인상담 때 예수님조차도 그분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인간인 우리가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을 수 있겠느냐고 하신 상담자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살면서 고통이 일어나지 않게 하거나 완전히 없애는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비는 모든 고통을 향해 친절과 공감, 평정심과 인내를 가지고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합니다. 그렇게 해서 고통을 겪는 현실에 마음을 열어 치유되게끔 하는 역량입니다. 특히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자신을 먼저 탓하는 사람, 항상 더 노력해야 한다고 자신을 채찍질하다가 지쳐버리는 사람, 습관적으로 자기비난을 하는 사람에게 자비가 꼭 필요합니다. 삶의 관점을 바꾸어 좀 더 건강한 방향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전환할 수 있게 해주니까요.

 

 

- 변지영,내 마음을 읽는 시간, 더퀘스트, 2017, 230.

 

 

자기자비는 나를 판단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를 좋아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아닙니다. 긍정적으로 보려고, 장점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도 아닙니다. 살아 있는 존재들 중 하나로 내가 이 광대한 우주에 잠시 머물러 있는데 내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고 못나 봐야 얼마나 못나겠습니까. 그런 담담한 마음으로 내가 좋든 싫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 변지영,내 마음을 읽는 시간, 더퀘스트, 2017, 240.

 

 

 

 서평이 다소 자기회상/회고 같이 흘러간 감이 다소 있지만, 이 책이 바로 그것을 의도한 게 아니었을까. 책을 통해서 나 자신의 애착유형, 자기분화의 정도, 대상관계에서의 내적작동모델을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것을 연습해야하는지도 통찰할 수 있었다. 결국 내면의 문제에는 수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함을 다시금 느꼈고, 치유와 변화의 과정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결코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오랜 시간에 걸쳐 마음의 근육을 조절하는 힘을 길러나가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해 나갈 때 천천히 변화되어 나갈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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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 지혜에 이르는 글 읽기, 삶 읽기
이제월 지음 / 항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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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월,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항해출판사, 2017.

 

 

* 모든 글은 인용 ,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 본 게시물은  네이버 해리포터 팬카페 '해리포터와 머글들의 이야기' 서평 이벤트 활동의 일환으로항해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출처: http://pedagogics.tistory.com/99 [Magister Ludi]

 

 

 

 

 

이 책을

일곱 갈래로

나누어 바칩니다.

네일에게,

제시카에게,

데이비드에게,

켄지에게,

디에게,

앤에게

그리고 당신에게.

만약 당신이

마지막 순간까지

해리와

함께했다면.

 

 

- 이제월,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항해출판사, 2017, 230-231.

 

 

 

 

 

 내가 해리포터를 처음 만난 것은 1999년이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고, 책을 무척 좋아하는 꼬마아이였다. 책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어머니께서 건네 준 책 표지에는 별로 호감이 가게 생기지 않은, 안경을 쓰고 빗자루를 탄, 왜소한 체구의 소년이 삽화로 그려져 있었다. 더군다나 작품의 내용도 다소 어렵게 느껴져 책장에 그대로 비치해 둔 채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절친한 친구가 그 책을 무척 재밌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책을 다시 펴 보았다. 그 때가 바로 나는 마법의 세계로, 해리의 이야기로 첫 여행을 떠난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꼭 18년 후,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나는 해리와 오랜 세월 여정을 함께하며 성장했고, 이미 시리즈가 완결 난 지 1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와, 해리의 삼총사와 함께하고 있다. 나는 내 자신이 롤링이 죽음의 성물헌사의 마지막 부분에 기재한 바로 그 독자임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런 내게, 저자의 신작인 이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이목을 끄는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저자는 본격적으로 작품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전, 먼저 책을 제대로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를 제공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덕분에 해리포터 시리즈의 가장 첫 장에 등장하는 롤링의 헌사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제목 및 시리즈의 각 챕터에 등장하는 소제목을 통해 어떤 내용을 기대할 수 있는지, 작품의 전체 그림을 조망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이어서 저자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부터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에 이르기까지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한 나름의 해석과,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치/의미에 대해 독자들에게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듯 서술한다.

 저자의 여러 메시지 중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해리가 찬 인물이 아니라 빈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해리가 당초부터 찬 인물이었다면 그는 완벽한 사람이었을 터이고, 전지전능한 영웅적 존재에 대해 이야기가 전개되었을지 모르지만, 평범한 사람들과 같이 사춘기를 보내고(불사조기사단과 혼혈왕자에서 특히), 감정을 조절하기보다는 가짜 용기를 무모하게 내세우다가 가장 사랑하는 인물(시리우스 블랙)에 대한 상실을 경험하기도 한 그가 빈 인물이었기에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나 알버스 덤블도어와 같이 타인/타 생명체에 대한 온전한 신뢰를 보이며 자신을 지키면서도 희생할 줄 아는 인물들이 해리가 빈 부분을 채워 성장의 계단을 밟아가는 데 기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불사조 기사단에서 해리가 시리우스가 잡혀간 꿈을 꾸고 미스터리 부서에 서둘러 가고자 하는 해리에게 이성적으로 현실을 바라볼 것을 조언하면서도,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지만 해리가 그리몰드 광장에 들를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등 조력하며 우정과 신의를 지킨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의 참된 인격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론과 헤르미온느, 덤블도어는 해리의 주변 인물이지만 이미 해리이거나 장차 해리 자신이어야 하는 인물들입니다. 즉 미래의 해리가 가질 덕목을 이미 가진 인물들입니다. 만일 이 이야기가 파괴적 비극으로 끝난다면, 끝내 주인공은 그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이룩하지 못하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주변 인물들은 결코 주인공 곁에 머물지 못할 겁니다.

 반면 이 이야기가 비극이 아니라, 극복과 해결을 향한 이야기라면, 그 여정 중에 어떤 비극의 징조가 보이더라도 이들은 해리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결국 해리를 해리답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입니다.

 

 

- 이제월,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항해출판사, 2017, 147-148.

 

 해리포터 연작은 해리를 빈 인물로 그려냄으로써, 그가 가장 상세하게 묘사되는 때조차 어떤 흐릿함을 남겨둡니다. 해리는 해석의 여지가 많은 아이입니다. 그래서 독자는 누구나 자기를 해리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작품에서 해리는 적잖이 묘사되며, 그의 성격이며 행동 방식, 습관, 외양 등이 기술되지만, 이런 겉모습이 해리가 어떤 아이라고 정확하게 지시하지는 않습니다.

 

- 이제월,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항해출판사, 2017, 134-135.

 

 해리포터 연작은 처음부터 문제를 해결하고 고비를 넘길 때마다, 친구들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매번 가장 화려한 마지막 무대는 주인공이 장식하지만, 그 무대를 만드는 것은 해리의 적이거나 친구들이고, 주인공을 무대에 올려놓는 것도 언제나 그들이었습니다. 해리 포터는 대단하지만 화려하지 않고, 스스로 겸손을 유지합니다. 대체 어떤 사람이 사건을 직접 공유한 친구들에게 으스댈 수 있을까요?

 

- 이제월,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항해출판사, 2017, 136.

 

 

 작품의 등장 인물들은 서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신뢰를 보이고 자기 속내를 내비칩니다. 감정이나 기억처럼 밖으로 드러나고 훔쳐볼 수 있는 것 말고, 오직 자신의 전체로서 꺼내놓을 수 있는 생각을 직접 나눔으로써 이들은 한 사람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고, 한 사람에게 신뢰받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합니다. 그리고 이 우정과 신뢰가 불신과 적의로 뭉친 사슬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비록 사슬과 사슬의 접점은 한 점 혹은 두 점에 불과하지만, 그렇게 연결되어 퍼져나간 우정과 신뢰는 충분히 강한 것입니다.

 해리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중하고 감정을 조절하며 자신을 통제하는 헤르미온느의 노력이나, 같은 정도로 묘사도지는 않지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번복하지 않는 론과 지니, 루나, 네빌 들의 한결같은 노력이 이 사슬을 완성합니다.

 

 

- 이제월,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항해출판사, 2017, 186-187.

 

 

 그러나 이처럼 나약함을 보이기도 하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빈 인물인 해리는 결국 작품의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의 소명을 완수한다. 제임스포터와 릴리 포터의 희생을 통해, 그리고 알버스 덤블동와 스네이프의 사랑을 통해 전해진 타인에 대한 사랑과 그를 실현하기 위한 희생’. 그가 마지막 순간에 볼드모트가 자멸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희생하는 것은 그가 특별히 뛰어난 재능을 가진, 천재적인 마법사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기꺼이 의로운 행동을 믿고, 선택하는 인물이였기 때문이다.

일컨대 고전소설 중 영웅소설 소대성전에서 소대성이 영웅임에도 불구하고 미천한 신분을 지니고, 이를 극복하며 성장하는 영웅서사로 그려진 것처럼, 해리의 서사도 그러한 방식으로 이해 될 수 있으리라 여긴다.

 

 해리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응원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해리를 사랑하는 진실된 이유를 이 작품을 통해서 제대로 인지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그가 뛰어난 인물, 처음부터 꽉 찬 인물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을 통해 천천히 변화해 나가며 채워진인물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해리가 나(를 포함한 평범한 사람들)와 달리 처음부터 완벽한 인물이었다면 그에게 이처럼 공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정말로 위대하고 완전무결한 마법사로 여겨지는 알버스 덤블도어조차 과거 어둠의 마법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으며, 리무스 루핀은 마루더즈의 양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임스와 시리우스의 장난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해리포터, 그리고 해리를 둘러싼 대부분의 인물들이 나약하고 실수를 범하기도 하다가 점차 자신의 덕목들을 채워나가며 성장, 변화해나가는 인물들이었기에 해리포터와 해리의 주변 인물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제임스포터와 릴리포터, 알버스 덤블도어와 세베루스 스네이프의 사랑이 해리에게 이어지고, 그 사랑이 다시 제임스 시리우스 포터와 알버스 세베루스 포터에게로 이어지듯이 20대 중후반이 된 나에게도 그 사랑이 이어지고 있음을 체득한다. 그것은 위험한 시기를 겪는 마법사들이 순수혈통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기 보다는 머글, 혼혈, 그리고 도깨비와 집요정까지 포용하고 보호해야 하는 것과 같이 우리 사회 주변에서 소외되어 있는, 배제되어 있는 수많은 약자들과 진정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대와 유대, 사랑과 신뢰, 소통등의 가치는 시대와 환경을 막론하고 수많은 고전에 등장하는데, - 레미제라블, 몰개월의 새, 삼포가는 길 등 - 해리포터가 분명히 좋은 소설임을 반증하는 주요한 가치라 여긴다. 해리포터는 분명히 삶을, 세계를 바꿀 수 있는(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작품임이 틀림없었다.

 더욱이 개인적으로, 유년시절부터 해리포터 커뮤니티에서 활동해오며 만나온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함께 작품을 향유할 뿐 아니라 다른 참여적 활동에까지 나아가고 있는데(독서모임 등), 이것이야말로, 즉 우정과 신뢰로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고 함께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그 힘이야말로 해리포터라는 작품이 내 삶에 전해준 귀한 선물이라 믿는다.

 이것이 바로 수십 번, 수백 번이 넘도록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다시 해리포터 시리즈를 정주행할 만큼 , 아직도 해리포터의 세계를 여행하는 이유이다. (PotterHead) 

 

 여러분이 누군가의 진가를 알아보려면 잘게 쪼개서 성급하게 보지 말고, 그들을 오래도록 길게 엮어서 보아야 합니다. 마치 펜시브에서 생각을 정리하듯, 낱낱의 기억은 또렷하게 하되 이들 하나하나에 휘둘리지 말고 전체 줄거리를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그의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가 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이제월,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항해출판사, 2017, 144.

 

 

 덤블도어는 해리가 마법 모자에서 그리핀도르의 검을 뽑아든 것을 상기시키며, 그것은 진정한 그리핀도르만이 뽑을 수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이어서 우리의 진정한 모습은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해리는 5학년이 되어서도 아직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덤블도어는 다시 강조합니다. 재능이 아니라 행동이 너를 결정한다라고요. 이런 관점은 해리포터 연작을 내내 관통합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을 가장 분명하게 확신하는 인물은 덤블도어 교장과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입니다.

 

 

 

- 이제월,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항해출판사, 2017, 177-178.

 

 

  해리 포터는 밑바닥부터 점차 능력을 키우면서 자꾸 한계에 부딪쳐서 울고불고 난리지만, 그 와중에도 점차 한 사람의 어엿한 어른이자 나다운 나로 자라납니다. 그는 누군가의 기대나 우려 때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으로 하고자 하는 일을 합니다. 그의 그런 모습은 우리 모두를 기쁘게 합니다. 처음에 우리는 그가 새로운 마법을 배우고 멋지고 힘든 모험을 완수해내서 그에게 끌리는 줄로 알았지만, 사실 우리의 마음을 흔든 건 그의 능력이 아니라 그가 내린 결정들이었습니다. 그는 흔들리며 나아가는 사람입니다.

 

- 이제월,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항해출판사, 2017, 245-246.

 

해리포터 연작은 삶과 세상이 결정된 것이 아니라 결정하는 것이라고 줄기차게 이야기합니다. 또 우리가 위대한 사랑의 신비 아래서 살아가야 한다고, 우정과 신뢰로 강하게 결속해야 한다고 일러줍니다. 그렇게 사는 것은 우리 자신이고, 그렇게 살기 때문에 우리가 사람인 것이지요. 해리 포터는 한 사람의 서사로 보편을 이야기합니다. 정말 고전의 방식입니다.

 

- 이제월,만일 해리포터가 삶을 바꿀 수 있다면, 항해출판사, 2017, 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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