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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 아무 일 없듯 오늘을 살아내는 나에게
가와이 하야오 지음, 전경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가와이 하야오, 『왈칵 마음이 쏟아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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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게시물은 네이버 카페 MBTI&Health 서평 이벤트 활동의 일환으로, 예담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 느낌, 감각에 둘러싸여 있는데, 그것들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왈칵 쏟아져 나와서 일상에 제동을 걸기도 합니다. 이렇듯 마음이란 우리 삶에 관련되어 나타납니다.’
-P12.
‘마음의 실체는 눈으로 볼 수 없기에 때때로 다양한 모양과 상태를 가진 날씨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마음이 날씨와 같다면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바람도, 눈보라도 일어나지 않는 잔잔한 상태를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폭풍우, 천둥, 번개, 안개, 눈, 소나기 전부 포함해야 날씨가 되는 것입니다. 눈부시게 햇빛이 비치면 그런 날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1년 내내 햇빛이 쏟아진다면 마냥 좋다고 할 수 없습니다. 땅이 메마르고 농작물이제대로 자라지 못해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겠지요. 그런데도 우리의 생각은 한가지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P15.
이 책은 일본의 칼 융 학파 정신분석자로서 분석심리학을 일본에 최초로 소개한 가와이 하야오의 연재 글을 엮어 출간된 책이다. 저자는 담담한 어조로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 갈등, 그리고 인간관계의 문제를 기술하고 있다.
대인관계에서 갈등이 있어 마음이 혼란스럽거나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에 괴로워하고 있는, 사람 간의 문제로, 혹은 자기 내면의 무의식을 탐색하는 등 수많은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격려와 지지를 보내고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는 독자에게 책은 마치 활자 너머의 가와이 하야오가 직접 마주해 건네주는 이야기로 다가와, 상담에 대한 간접 경험을 제공한다.
한편, 책 중후반 즈음에는 저자가 꿈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서술되는데, 요컨대 확고한 과학주의자였던 저자는 학업과정 중 지도교수와 수없이 논쟁을 거치기도 했으나, 자신의 꿈에 대한 분석을 받으며 꿈이 내면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과정에서 꿈과 마음의 관계에 대해 매료되고 소명을 느꼈다고 한다. 또한 저자 뿐 아니라 분석심리학을 확대 및 공고화시킨 칼 융 그 자신 또한 목사인 부친과 신경장애를 앓았던 모친의 사이에서 집안의 종교적 영향을 받으며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그리고 기묘하고 끔찍한 꿈들로 인해 신경쇠약을 앓으며 학창시절 학업을 잠시 쉴 정도로 고독하고 불안했던 그가 대학에서 정신의학을 공부하며 내부의 문제들을 해소해 간 것을 상기한다면,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내적인 갈등과 고민, 불안, 정신세계, 무의식 등의 요소를 이해 수 있을 때 자기를 인식해 통합된 인격을 갖추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융은 완전한 자기실현을 달성하는 것보다는 자기를 인식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권한다. 자기 인식은 자기실현으로 가는 길이다. 이는 중요한 구분이다. 자신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자기실현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들은 즉각적인 완성을 원해서 순식간에 완전히 자기를 실현한 사람이 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하지만 실제로 이것은 끊임없는 수련과 지속적인 노력, 최고의 책임과 지혜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사람의 인생에서 직면하는 가장 어려운 일이다’. -『융 심리학 입문』E-book, 문예출판사, P77.
비록 저자가 직접적으로 융의 정신분석학 – 아니마, 아니무스, 그림자, 원형, 무의식(집단 무의식), 개성화 등 –의 이론에 대해 설명하고는 있지 않으나, 결국 융이 정신분석학의 여러 개념들을 통해 실현시키고자 했던, 개인의 ‘개성화’를 통한 ‘자기 인식’의 지평을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독자에게 충분히 유의미한 가치를 제공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만 25년 가까이 살아오며 대인관계에 있어 갈등상황에 대한 불안, 거절민감성이 적지 않게 자리했던 편인 내게 실패나 좌절로 끝난 대인관계는 마음 한켠에 늘 아쉽게 자리해 왔는데 다음 문장을 통해 내가 대인관계에서 범했던 본질적 문제의 해결 가능성을 제공해 준 바 있는데, 바로 평가와 같은 인지적 과정을 배제한 채 그저 ‘들어주어야’한다는 점이 그러했다.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대인관계에서 상대의 고민을 들으며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도와주어야겠다는 문제와 더불어 ‘오해하고 있는 부분, 모르고 있는 부분에 대해 가르쳐주고 정정해 주어야겠다’는 생각- 어쩌면 상대에게는 자신을 평가하는 것과 같이 여겨질 수 있는 생각을 해 왔기 때문이다. 대학시절부터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문학(국어교육)과 상담이라는 두 전공을 모두 살려 학교현장에서 교육자로, 상담자로 자리하고자 학업을 지속하며 준비 중인 내게, 가와이 하야오의 이 책은 결국 개인적인 대인관계의 고민을 해소해 주는 상담자가 되기도 했고 앞으로 상담을 지속하려는 젊은이에게 수퍼바이저의 기능까지 제공해 주었다.
개개인의 독자마다, 처한 상황이나 환경 및 심리적 문제, 배경지식, 독서 동기 등에 따라 이 책을 펼치는 심경은 다르겠으나, 독자들 개개인에게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웃으로, 내담자의 문제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존중과 격려를 보내는 상담자로, 상담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수퍼바이저가 되어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는 책이다.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내가 ‘들어준다’는 느낌으로 이해하면 상하관계의 입장이 됩니다. 상담은 진지하게 받아들일수록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 즉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선생이나 부모가 학생과 자식을 대할 때도 자신이 어른이고 위에 있기 때문에 아래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고 가르쳐준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친구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담하는 사람이 상담 받는 사람과 같은 위치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말에 귀 기울여야 진정한 관계가 싹틉니다. 그런 관계는 생각보다 찾기 힘듭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속에서는 가르쳐주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학문은 가르쳐줄 수 있지만 인생은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고독할 정도로 서로가 다른 ‘개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P 22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