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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 2015 제3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3월
평점 :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을 읽고
‘내 밖에 있는 나 아닌 모든 것은 나에 대한 침입자이기 때문이며 그것의 내면에 무엇이 들었거나 말았거나 어떤 사연이 얽혀있는지는 물론 어떤 경로를 통해 여기 도달했는지도 관심 가질 까닭은 없었고, 문제라면 그것이 그 자리에 조용히 머물러주면서 가능한 한 내게 고통과 불편을 덜 줄 것인지의 여부일 뿐이다.’ (P210)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은 구병모 작가가 2011년부터 2014년 까지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을 모은 단편집이다. 위 문장은 「이물(異物)」의 한 대목인데, 이 문장이야 말로 구병모 작가의 이 단편집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부분이 아닌가 싶다.
단편집의 개별 작품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 문제인 갑을관계, 이기주의, 아동학대, 빈부격차,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해 비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단지 추상적인 비유에서 끝나지 않고 현실 문제를 잘 녹여내면서도 담담한 어조로 이러한 현실 문제를 그려내고 있다.
기실 작가의 단편집 속에 표현된 사회의 문제들은 모두 다른 작품으로서, 다른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고 주인공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여덟 편의 작품들은 모두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모두 공통적으로 사람을 목적 그 자체로 대하지 못하고 수단으로서 이용하는 현실을, 내 옆의 누군가를 철저히 타자화 하는 현실을 비유적으로 그려내어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 ‘각성’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이들은 사회의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현실- 그 모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어도 정작 함부로 도왔다가 오히려 내게 피해가 오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모든 문제를 쉽게 외면하고 만다. 그저 ‘나’에게 그 어떤 불이익이 오지 않기를 바라며 – 자신에게 당면한 문제가 아니라면 누군가 고통 받고 피해를 받든 모른 척 하며 자신의 삶만을 살아낼 뿐이다.
모두들 알고 있지만 외면하는 것에 동의한 암묵적 합의 – 동시에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외면하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기를’ 바라는 소망이 공존하는 것은 아닐까.
모순적인 소망을 해결하고 우리의 기은 내면에 소망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실현하기를 원한다면, 그 방법은 ‘나와 그것(타자)’이에서 벗어나 ‘나-너’의 관계로 방향을 전환해 Martin Buber가 말하듯 ‘만남’을 통한 실존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있지 않은가 싶다. 사람을 도구나 수단이 아닌 그 자체의 목적으로 대하고, 고유한 가치와 가능성을 지닌 개인과 개인 사이에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분명 가능할 것이다.
사회문제를 비유적으로 제시한 구병모의 단편집『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은 각성을 제공하고 사회의 올바른 방향성과 가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