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깜박해도 괜찮아 - 심리학자 딸과 경도인지장애 엄마의 유쾌한 동거, 2022년 문학나눔 선정도서
장유경 지음 / 딜레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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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edagogics.tistory.com/175 [Magister Ludi]



장유경, 『깜빡깜빡해도 괜찮아』, 딜레르, 2021.

 

모든 글은 인용 복사 및 변형을 불허합니다.

본 게시물은  '깜빡깜빡해도 괜찮아'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한솔수북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한솔수북(딜레르) 출판사와 저자이신 장유경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솔수북 인스타그램 : https://instagram.com/chaekdam?utm_medium=copy_link 




 

    강릉 보름살이를 이어나가던 12월 중순 어느날이던가, 한솔수북 출판사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서평단을 모집하는 글을 읽고 책에 대한 소개를 접한 후 이 책은 내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여 이후 바로 서평단을 신청했다.

  『깜빡깜빡해도 괜찮아』라는 이 책은 인지심리학을 전공한 심리학자인 딸이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고 생활을 이어나가는 어머니를 부양하는 가족돌봄에 관한 에세이이다.  나 역시 심리학 전공자로서 전문상담교사를 목표로 하는 이로서, 전문성을 지닌 저자 분께서 경도인지장애를 어떻게 설명하실지 궁금증이 앞섰다. 그러나 전공 전문성을 차치하고서라도, 나는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만 스물아홉 살의 딸로서, 장녀로서 또래 친구들보다 상대적으로 부모님의 연세가 많은 편이다. (부모님 두분의 연세가 각각 55년 양띠와 57년 닭띠이시다.)

 가장 상대적인 것이 나이라고는 하나, 벌써부터 두렵고 슬프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또래 친구들에 비해 어쩌면 닥쳐올 부모님과의 이별이 머지 않았을 수도 있고, 그 이전에 내가 30대로 진입하면서 부모님께서도 70에 가까워지시는 이 때에, 노화와 함께 인지저하를 겪으실 부모님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그려져 책소개에 그려진 내용이 남일같지 않게 느껴졌다.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어쩌면 내게 찾아올 수도 있는 부모님의 어려움을 잘 준비하고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딸이, 상담 전문가가 되고 싶어 서평단에 지원해 책을 받아보았다.

 

  책을 읽어나가며,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일상의 루틴'유지와 '사회적 접촉'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이었다. 가사노동과 같이 젊은시절부터 유지해 온 일상의 루틴을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유지해 나가는 것이 인지기능 회복에 중요한 것이기에 저자분께서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어머니께서 자연스럽게 저자분의 청소, 설거지를 조금씩이나마 보조할 수 있게끔(자연스럽게 도울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매일 꾸준히 산책할 수 있게끔 도움을 드리기도 한다.

 한편 노년기의 인지회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접촉', 즉 긴밀한 타인들과의 친밀감을 유지하고 외부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의 중요성이었는데, 이를 위해 저자께서는 어머니의 사회적 활동을 위해 센터의 미술강좌, 음악강좌에 등록하기도 하고, 친구들과의 모임에 나가시거나 카카오톡 등 연락수단을 통해 친구분들과 꾸준히 소통하실 수 있게끔 도움을 드리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 부모님만 보더라도 성당활동을 꾸준히 하시며 모임에 참여하시는 어머니, 당구 모임에 참석하시며 동창분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시고 좋아하는 스포츠를 즐기시는 아버지의 생활 속에서 더욱 건강성이 확보되는 것을 떠올리게 되는 한편,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팬데믹(코로나19) 이후 출생한 아이들의 지능이 코로나19 이전 출생한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저하되었다는 연구결과 또한 존재하는데, 이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본성에 대한 유의미한 연구가 아닌가 싶다. 영아기의 부모애착, 유아-아동기의 또래관계, 그리고 노년기의 공동체활동이 모두 인지기능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신뢰로운 친구들과의 교류와 대화가 얼마나 깊이 우리의 삶에 관여하는지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WHO에서 바람직한 노년의 모델로 제시한 '활동적 노년'(Active Aging)의 모습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활동적 노년은 심신의 건강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내 집에 살지, 요양원에 들어갈지)을 자신이 결정하고(자율성), 공동체 내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받으면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독립성) 노인이다. 


 - 장유경, 『깜빡깜빡해도 괜찮아』, 딜레르, 2021, 240쪽.






 사회적 접촉이 많은 것은 더 건강한 생활습관의 표시일 수 있다. 사회적 접촉이 많은 사람은 지적으로, 사회적으로 더 활동적인 삶을 사는 사람일 수 있다. 물론 반대로 사회적으로 활동적이어서 사회적 접촉이 더 많아질 수도 있다. 어떠한 경우라도 사회적 접촉이 많으면 치매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사회적 위축은 치매 위험의 증가와 관계된다. 치매 진단을 받기 전에 사람들은 점점 사회적인 접촉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이것이 실제로 향후 치매 가능성에 대한 초기 신호이기도 하다.


  -  장유경, 『깜빡깜빡해도 괜찮아』, 딜레르, 2021, 188-189쪽.





  한편 또한 책을 읽어나가며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미 성장하여 독립해 살던 딸인 자녀가 어머니와 다시 함께 살면서 격는 여러 심리적인 고민과 어려움이었는데, 경도인지장애의 증상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어머니를 대하는 저자분의 모습을 통해 많은 부분을 체득할 수 있었다. 저자분에 비하면, 그리고 실제로 경도인지장애나 치매를 겪는 가족을 부양하는 많은 이들에 비하면 나의 어려움은 세발의 피이기는 하나 노화와 함께 점점 반복질문이 늘어나시고 쉬이 짜증과 분노를 내시며 감정적으로 변하시는 父의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고 나 역시 이를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기도 하는데, 조금더 차분함과 인내심을 지니고 부모님을 대할 필요성과 더불어 자기돌봄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내가 건강해야 부모님의 노화와 관련된 심리적 문제에 건강하게 대처/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2004년, 중학교 1학년 시절 치매 합병증으로 작고하신 친할아버지를 주로 부양하던 어머니께서 얼마나 내면에 어려움을 겪으셨을지,(자녀돌봄,시부모 부양, 가사노동)  노화와 더불어 사회적 활동이 극도로 줄어드시고 주로 집에서 TV시청에만 매몰하시던 친할아버지께서는 어떠한 감정을 주로 느끼셨을지, 유년시절의 나로서는 차마 다 헤아릴 수 없었던 그 모든 것을.

 그리고 대학 시절, 내가 심리학을 복수전공하게 된 계기를 떠올려본다. 교직이수에 실패해 특수교육과 복수전공이 무산되었던 20대 초반의 어느 날, 내가 심리학을 복수전공한 것은 자기이해의 욕구와 더불어 나의 주변에 자리한 부모님과 가족들의 내면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가족의 경계를 지키며 건강성을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문상담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임용을 준비하는 현재도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초심(初心)을 기억하며 자신의 심리적, 신체적 건강성과 더불어 주변 소중한 이들의 심리적 건강성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가족들의 질병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자칫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고 부정적 정서반응을 야기할 수 있는 가족들의 언행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도움을 된 책이다.

 한편 개인적인 의미를 넘어, 몇 년 전 대학원에서 학부때와는 다른 교수님께 '발달심리학' 수업을 수강하며 '노인심리학'을 강조하시던 교수님의 강의 내용이 떠올랐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노년'을 두려움의 대상, 회피의 대상으로만 여기며 노년기는 곧 삶의 종결, 무망감, 허무함과 연결되는 인식(병리적, 수동적 관점)이 팽배한데, 인간이라면 누구나 발달단계 상 노년기를 맞이하는 만큼, 자신은 어떠한 노년기를 맞이할 것인지 그리며, 전 생애를 통틀어 변화를 수용해야 하는 노년기의  중요성을 조망하는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여긴다.

 특히 인지적, 언어적 소통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만큼, (이 책에서도 등장했던)미술치료나 음악치료 등이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기는데, 전문상담교사로 평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이로서,(상담 전문자로서) 노인심리학과 관련된 연구에도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비언어적 소통이 가능한 상담도구에 더욱 관심을 갖고 전문성을 확대해 나가고자 새로운 결심을 하게된다.

 


'일상의 기적' 시 속에서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맴돈다. 오늘도 이 사소한 일상의 기적에 감사한다.


      - 장유경, 『깜빡깜빡해도 괜찮아』, 딜레르, 2021,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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