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고뇌가 탁월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
삶이 응축되어있고 특히, 인간 실존의 문제를 건드리는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집착하는 어떤 문제들보다 그가 제기하는 문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졸았지만 주인공 신부가 겪는 신앙과 삶, 관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구원할 수 없다. 진리와 믿음만이 우리를 구원하지만 우리가 겪는 현실은 죄와 의심으로 가득하다.
처음 발령받은 교구에서 사람들과 부딪치고 자신의 육체의 약함과 영혼의 가난함 때문에 번민하는 주인공. 그는 일기로 그런 생활들을 그려준다. 흥미로운 것은 문학작품 같으면서도 인간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있으며 영화의 형식적인 부분들을 이용해서 본질의 문제를 끊임없이 상기 시킨다.
결국, 죽게 된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죽음으로 흘러가는 그 순간까지 치열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처절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무슨 상관인가? 모든 게 은총인데. 인간과 하나님 사이의 간극과 화해. 그 구원의 가능성을 영화로 읊어 내는 브레송.
수작이다. 꼭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