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잡이꾼
린 램지 감독, 토미 플래너건 출연 / 키노필름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내용적으로 정확하게 정리가 안 된다.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별다른 사건이 없어서 그냥 사소해 보일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사소함이 뭉쳤을때 이 영화의 주인공 소년의 삶이 제대로 표현된다. 그는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간다. 쥐를 잡고 동네를 기웃거리고 아버지의 눈치를 보고 빵구난 엄마의 스타킹을 덮어주고 마가렛 앤을 만나고 버스를 타고 짓다만 집에 가보고 다시 집에서 잠든다. 영화의 도입부에 소년이 친구를 죽이면서 시작되는 부분이 이 영화의 전체적인 뉘앙스를 만들어 낸다. 친구의 죽음은 소년의 잘못일 수 있지만 그는 그 죄책감에 시달린다기보다 그것을 외면하려고 한다. 그 모습이 이 영화의 주요테마다. 소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한계가 있지만 소년은 책임을 회피하듯 그의 역할을 외면한다. 마가렛의 안경을 주워주려고 노력은 하나 성취하지는 않고 엄마의 빵꾸난 스타킹을 덮어주기는 하나 미봉책에 불과하다. 술과 담배에 손을 대고 단지 욕조 딸린 집으로 이사가기를 바란다. 그 소년의 삶이 그 시대와 그 주민들에게 확장된다. 그들은 청소노동자파업에 방관하고 방치한다. 개천이 썩어 흘러나가도 나몰라라하고 악취가 올라와도 신경쓰지 않는다. 죽은 친구의 엄마처럼 다른 사람의 탓을 돌린다. 그리고 그 상황을 즐긴다. 인간의 삶은 그렇게 외면과 회피로 이루어진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면서 그는 그렇게 성장한다. 그리고 그의 삶은 무기력하다. 그리고 그렇게 가라앉는다. 우리 인생의 성장과 종말에 대해 매혹적으로 그려내는 감독의 솜씨가 놀랍다. 그리고 림 랜지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아닌 현실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추상적인 삶의 느낌들을 잘 잡아낸다. 리얼타임과 슬로우의 속도감을 이렇게 정교하게 엮어내는 사람은 처음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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