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자들 창비청소년문학 76
김남중 지음 / 창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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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시기/ 2016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이 책과 함께!!)

/주제 분류/ 국내 소설

/읽은 동기/ 디스토피아 세상,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떠올랐고, 이 소설은 디스토피아를 어떻게 구성하고 이야기를 엮어나갔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디스토피아를 다룬 소설은 바로 이 시대의 문제점을 콕 집어 문제 제기하는데, 이 소설은 어떤 현실의 문제를 다뤘는지 알고 싶었다. 



내가 국내 소설을 읽은 것이 한 150만 년만인 듯!! (국내 소설이여, 그동안 소홀히 해서 미안~) 

이 소설은,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처럼 어딘가 유토피아 같으나 실상 알고 보면 무서운 디스토피아 세상을 그리고 있다. (무서워, 이런 세상이 오면 안 될 텐데!!) 잠깐, 이 소설이 왜 디스토피아인지 설명! 


『해방자들』 속에는 여러 나라가 있다. 우리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세상을 설정한다. 지구 위의 세상은 아니지만, 드넓은 우주 어딘가 지구 같은 행성이 있다면 『해방자들』 속 세상이 있을 것만도 같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라는 모두 여섯 나라. 우등한 사람만이 시민으로 대접받는 렌막, 손재주가 있어서 서비스업에 주로 종사하는 다압, 국민들이 강건하고 전투적인 도마치, 농업이 발달한 미사카, 수산업이 발달한 센탐, 그리고 공업이 발달한 살레오 이렇게 여섯 나라이다. 다압, 도마치, 미사카, 센탐, 살레오는 렌막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국가로서 다들 아등바등 힘들게 살아가고 자기 나라에서 기술을 익혀 렌막으로 건너가 일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다. 


소설의 주인공 지니는 다압 시민이다. 어린 나이에 실수로 지니를 낳은 엄마, 늘 술에 절어 살고 있다. 길을 가다가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람은 너무 흔해서 투신자살로 으스러진 시체를 봐도 놀라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 지니의 소망은, 사랑하는 투와 렌막으로 건너가 착실하게 일한 후 렌막의 시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투는 기술 시험을 무사히 치러 렌막으로 무사 입성하지만, 지니는 시험에 떨어지고 만다. 


지니는 지옥 같은 다압에서의 생활이 죽기보다 싫어서 밀항을 선택한다. 밀항에는 엄청난 대가가 따르는 법, 진나이라는 수상한 사나이에게 차용증을 쓰고 이자가 일 년에 30%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빌리게 된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빚을 지지만 어쨌든 지니는 렌막으로 건너가게 되고, 여기 우리 세상도 그러하듯이 지니도 음성적인 일을 하게 된다. 유흥업소 근무. 


하지만 우리가 아는 유흥업소와 사뭇 다르다. 음침하고 비밀스러운 곳에서 여자들이 술을 팔고, 이곳의 손님들은 렌막에서 돈 좀 번다는 중년 남성들이다. 하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으니, 손님은 직원인 여자들에겐 관심이 없고, 여직원이 안고 온 갓난아기에게만 관심이 있다. 


이유인즉슨, 렌막의 시민은 매년 복합 예방 접종이라는 백신을 맞는다. 병을 예방한다는 주사이지만 사실 성욕 억제 주사이다. 렌막이라는 나라는 철저하게 시민의 성욕을 억제하고, 문제 많고 말썽 많은 성욕을 나라가 컨트롤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사람들은 성욕은 전혀 없으나, 아이는 무척 갖고 싶어 한다. 한 가정에서 키우는 아이의 수가 곧 그 가정의 부를 가리킨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일수록 많은 아이를 가질 수 있고,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아이를 가질 수 없다. 아이를 가질 능력이 없는 사람은 배우자도 만날 수 없다. 배우자는, 아이를 키울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렌막의 시민 '소우'는 어렸을 때부터 뾰족한 것만 보면 너무 무서워서 주사조차 맞지 못 했다. 그래서 '복합 예방 접종' 주사를 수년 동안 맞지 않았다. 그로 인해, 렌막의 남자라면 누구도 하지 않는 '발정'을 한다. (이 책에선 '비뇨기 팽창'이라 함 ㅋ) 


이 비뇨기 팽창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정말 친했던 '킴'에게 욕정을 느낀 소우는 어느 날, 주체할 수 없는 욕정에 킴에게 키스를 해버리고 마는데 이 때문에 렌막에서 살기 힘들어짐을 느낀다. 그러다 우연히 지니와 만나게 되고, 진다이에게 같이 붙잡혀 렌막과 좀 떨어진 중앙 내륙 자치 구역인 스파다인으로 끌려간다. 스파다인은 렌막에서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기술 노동자, 즉, 렌막의 본 시민이 아니라 다른 나라 기술자들이 오랜 시간 렌막에서 일하고 은퇴하면 이주해 사는 곳이었다. 


이 스파다인에서 소우와 지니는, 유토피아처럼 여겨졌던 나라 '렌막'이 얼마나 어이없고 무서운 곳인지 알게 된다. 성욕을 억제하여 사랑까지 말살한 인정 없고 비정상적인 나라가 바로 렌막이었던 것이다. 


소우와 지니는 서로 죽을 고비도 같이 넘기고, 밤 하늘의 별똥별을 보면서 우정을 넘어서 사랑을 싹 틔우고 부조리한 렌막과 렌막의 용병이었던 도마치 출신 할아버지들과 끝까지 맞서싸운다. 



이 소설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인 소설이고, 몇 가지 알레고리가 등장한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시작해서 중, 고등학생 때 성욕이 절정에 이르는데 이때 아이들은 성에 관련해서 여러 가치관이 충돌한다. 몸은 이렇게 말하는데, 우리 사회는 그 몸의 말을 무시하고 억누르라고 말한다. 그냥 자세한 설명 없이 무조건 눌러야 한다고. 그래서 청소년들이 성에 관해 고민하고, 방황도 하는데, 특히 남자아이들은 죄의식 같은 것에 종종 시달리기도 한다. (뭐, 안 그런 아이들도 많지만) 이 책은 성욕은 자연스러우며 억압해서는 안 된다는 걸, 이 디스토피아 세계를 빗대어 청소년들에게 말하고 있다. 음... 새로운 시도랄까. 난 이런 유의 소설을 지금껏 한 번도 읽어보지 못 해서... 


그리고 우리가 경멸하는 가난, 미래 없음을 이 소설에서도 여과 없이 가난의 비참함을 보여주고 우리나라에서 말 많고 탈 많은 소위 LPG 통 할아버지들을 좀 비꼬는 것도 같았다. 맹목적으로 용맹한 할아버지들, 자기가 믿는 것, 자기가 믿고 살아온 것에 반(反)하는 것은 무조건 비난하고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앞뒤 꽉 막혀 위험한 사람들. 현재 우리 사회에 문제점이라 꼽힐 수 있는 것들을 렌막, 다압, 도마치라는 국가들로 비유해 냈다. 


아이들의 감정 변화가 내 기준에선 좀 설득력 떨어지고, 캐릭터의 개성과 전형성도 조금 설득력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재밌게 잘 읽었다. 청소년의 성 관련 고민을 이런 식으로도 풀 수 있구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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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미있는 책이라면 - 청소년을 위한 독서 유발 인문학 강독회
박현희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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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기간/ 2016년 12월 23~24일
/주제 분류/ 청소년 인문/사회
/읽은 동기/ 독서에 유혹되기 위해!! 
이 책은 책 읽기를 '권유'하는 책이 아니다. 독서하기를 '유혹'하는 책이다. 독서라면 난 이미 유혹될 준비가 된 몸, 날 가져요, 책이여. ♡ε♡


2016년 겨울 초입, 시간적 여유가 생긴 나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불안이 나를 산만하게 만들었고, 자꾸 엉뚱한 데로 나를 몰아붙였다. 걱정과 잡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책 읽고자 하는 열망은 강했지만, 책 읽는 습관이 그동안 옅어졌기 때문에 독서 습관을 다시 몸에 익혀야 했다. 일단 스마트폰에 깔린 쇼핑 어플부터 지웠다. 그다음 아무 생각 없이 보는 포털 뉴스나 가십 소식은 웬만하면 보지 않으려고 애썼고, 꼭 연락을 받아야 할 건이 없을 땐 핸드폰은 집에 놔두고 외출을 했다. 그리고 평일 저녁에는 가급적 일찍 잘 준비를 하여 책을 읽었다. 읽고 또 읽었다. 손 닿는 대로. 집에 있는 책도 읽고, 도서관에 있는 책도 읽고, 카페나 출판사 이벤트 책도 읽으며 마구잡이로 닥치는 대로 읽었다.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내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였다. 나 자신에 대한 갈증, 여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갈망이 독서로 나를 이끌었다. 

2달 동안, 매달 20권 남짓한 책을 읽었다. 많다면 많은 책, 적다면 적은 책. (생각보다 독서에 완전히 집중하며 지내진 않았기 때문) 아무튼, 마구잡이로 읽어도 뭔가 갈증이 해소가 되지 않는다. 독서에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할 것 같았고, 그리고 갈망으로 읽는다고 해도, 책 읽는 재미가 있어야 했다. 재미없는 건 완전 질색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으면 재미를 만들어 내야 한다. 재미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재미를 느끼며 책 읽는 사람을 그저 보고 따라 하면 된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었다. 글쓴이가 초등학생 때 적금으로 모은 돈으로 서점에 가서 셜록 홈즈 전집을 질렀다는 사람이라니, 책 읽는 재미를 알고 있을 테고, 독서의 재미를 아는 사람의 말엔 언제나 귀 기울일 만하다. 애독가는 매혹적이다. 언제나 난 그 사람들의 말에 유혹될 준비가 되어 있다!



고등학교 사회 교사인 글쓴이는,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칭 타칭 '독서클럽 전도사'!!!! 현재 교사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은 물론 성인 대상으로도 여러 독서클럽을 이끌어 나가고 있단다. 이 책,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라면』은 모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했던 강독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총 8챕터, 각 챕터마다 한 권의 선정해 소개하면서, 그 책이 쓰였던 시대적 배경, 작가, 책 내용 등을 다루고 있다. 

01. 우리는 모두 위대한 여행자 : 오이디푸스 왕
기똥찬 운명의 오이디푸스 왕, 오이디푸스 왕의 기구한 운명을 이야기하면서, 책 읽기를 더 맛깔나게 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배경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소포클레스는 왜 그리스 사람이라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을 왜 또 희곡으로 만들었는지, 당시 그리스는 어떤 세상이었는지, 그리고 소포클레스가 이 이야기를 통해 아테네인들의 어떤 정신을 고취시켰는지 설명한다. 

02. 대체불가 캐릭터의 탄생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전집 1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셜록 홈즈. 글쓴이 역시 셜록 홈즈를 사랑해 마지않았던 셜록키언. 글쓴이는 이 책을 이야기하면서 추리 소설의 효시와 어떻게 추리 소설이 당시 19세기 영국에서 붐이 일었는지 설명한다. (한마디로 근대화와 산업화 흐름으로 대 히트를 쳤다는!) 그리고 매력 있는 캐릭터의 탄생도 설명. (셜록 홈즈의 성격은 한마디로 괴짜!) 

03. 불행이 함께하기에 달콤한 인생 : 멋진 신세계
나도 정말 감명 깊고 충격적으로 읽은 『멋진 신세계』. 1932년 올더스 헉슬리가 발표한 『멋진 신세계』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예견한 책인데, 꽃이 만발하고 행복한 미래가 아닌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디스토피아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언뜻 보면 모든 불합리와 낭비는 존재하지 않아서 멋지고도 훌륭한 신세계처럼 보이나, 실상 완벽한 세계일수록 끔찍한 세계일 수 있다고 헉슬리는 생각한다. 글쓴이의 말마따나 세상은 불행이 함께하기에 달콤하고 재미있는 세상이 될 수 있다. 글쓴이는 『멋진 신세계』의 주제 의식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04. 책으로 사랑을 배우다 : 사랑의 기술
나는 분명 그저 그렇게 읽었던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그런데 글쓴이는 한 번 읽어 보게끔 서술하고 있다. 어쩌면은 어렸을 때라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읽기에 급급해서 일까.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고, 글쓴이가 추천한 3종 세트 독서로, 책을 섭렵하고 싶어졌다. 뭔가 게임하듯이, 나 스스로 목록과 묶음을 만들어서 읽으면 그냥 독서하는 것보다 재밌으니까. 독서욕 고취!! 

05. 지적 대화를 위한 진짜 지식 : 군주론
제목과 내용은 얼핏 알지만 한 번도 완독 안 한 고전들이 쌔고쌨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역시 그러하다. 나 또한 안 읽음.. ㅋ 냉혹한 군주에 대한 이야기인 건 알았는데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군주론』에 대해 전보다 조금 나은 지식을 쌓게 되었고, 아마도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면 이전보다 조금은 유식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군주론을 읽을 생각이 안 난다는. >ㅁ< 우선 집에 있는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부터 읽고 그러고 나서 3종 세트로 맞추기 위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어야겠다. 2권 읽으면 나머지 한 권을 읽기 위해 『군주론』을 읽을 테니.)

06. 낯선 세계에서 나를 만나다 :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제목만 들어서는 그림 동화집 같으나, 언어/인류학을 다룬 인문서적이다. 이런 유의 책은 손끝도 대지 않는데 소개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를 쓴 사람은 원래 언어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아마존 오지에 사는 피다한 부족이 사는 곳에 들어가 그곳에서 지내며 그들의 언어를 공부하고, 궁극적으로 무지몽매한 원주민들에게 거룩한 기독교 복음을 전파하러 갔다. 그런데 30여 년간 피다한 족과 한 솥밥 먹은 글쓴이는 결국 신을 버렸다. 왜 그랬을까. 글쓴이가 어렵사리 꺼낸 자기 어머니의 자살 이야기를 듣고 피다한 족 사람들이 "네 엄마가 자살했다고? 우하하, 참 바보 같다."라고 웃었기 때문. (헙!!!) 물론 자살 이야기를 듣고 웃었기 때문이 아니라, 글쓴이가 피다한 사람들의 가치관, 그들의 삶이라는 복음에 감명받아 신을 버렸다. (원 책보다, 박현희 님의 글이 참 맛깔나고, 생각해 볼거리를 잘 던져줘서 읽는 재미 쏠쏠했다.)

07.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 : 헬프
영화로도 나온 바로 그 『헬프』!!! 나는 책은 안 읽고 영화로만 봤다. 여기 소개 글 내용과 영화 내용이 거의 똑같았다. (사실 완전 똑같은 수준!) 요즘 사회 문제로 많이 거론되는 여성, 인종 문제를 모두 이 한 권으로 볼 수 있다. 

08. 한 권으로 읽는 13,000년의 역사 여행 : 총, 균, 쇠
작년이던가 재작년이던가, 거의 우리나라 독서 시장을 들썩거리게 했던 바로 그 『총, 균, 쇠』를 설명한다. 총과 균, 그리고 쇠로 어떻게 유럽이 막강해졌는지 서술하고, 『총, 균, 쇠』를 쓰면서 재레미 다이아몬드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지 이 책에서 상세히 설명한다. - 나 역시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는데 아직 내키지 않는 책. 또 3종 세트로 묶어서 읽어봐?!!! 


이 책은 위에 챕터별로 소개한 여덟 권의 책 말고, 중간중간 관련된 책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언젠가 읽을 거라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수첩에 옮겨 적었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다 읽으면 좋지만, 굳이 다 읽지 않아도 괜찮다. 이 책을 쓴 글쓴이가 얼마큼 책을 사랑하고 애독하는지, 이것만 느껴도 글쓴이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일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어떻게 읽으면 더욱 독서가 풍성하고 재밌어지는지 그걸 알려 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니까. 

글쓴이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 글도 리드미컬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물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독회 내용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서 더욱 그럴 수도!)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이 세상,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 독서는 하는데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 이왕 읽는 책 좀 더 재밌게 좀 더 머리에 남게 읽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여기 소개된 책을 읽지 않아도, 그냥 이 책 한 권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 역시, 앞으로 독서의 가닥이 잡힌 것 같다. 2017년 독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봐야겠다. 좀 더 재미있게, 좀 더 재미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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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나에게 - 심플로 다시 피어나다
이혜리 지음 / 쉼(도서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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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명상록이었던 책.

(참고로 명상록은 자기 철학(이 책은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삶의 기술을 서술하는 책이다.)


글쓴이는 20대 때 삶에 부침을 겪다가 어느 날 뉴욕에 체류할 기회를 얻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카페로 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때로는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뉴요커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런 휴가 같은 삶, 여유 있는 삶을 통해서 글쓴이는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겪는다.


33나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것은 뉴요커들의 '단순한 생활'이었다. (...) 그들에게 느껴지는 첫인상은 건강함이었다얼굴에는 생기가 넘치며 동작에는 배려와 친절이 있었다.


133뉴요커들의 행동에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지하철 안카페계단 등 그들은 어디서든 독서를 하고 있다.


뉴요커에게서 본 '단순한 생활'에 영향을 받아서, 글쓴이는 손에 쥐고 있던 것들(방 안에 쓸 데 없이 쌓여 있는 물건들, 욕망의 거대한 찌꺼기들)을 끄집어내고 버리기 시작한다. 방 안의 물건들도 버리고, 생활 패턴도 단순하게 변화시켜서 본인에게 만족과 행복감을 줄 수 있는 하루, 하루로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과 멀었던 삶을 청산, 독서의 세계로 들어섰다.

 

이 책은 이렇게 비우는 삶을 예찬하고, 독서의 미덕을 이야기하면서 단순한 삶과 책 읽는 삶을 권유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음까지 비우기를 권한다.

 

비우면, 행복이 있다고.


52본질적인 행복의 기준은 하나다단순한 삶좀 더 심플할수록 행복의 수치가 올라가는 건 분명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도 미니멀리즘, 단순하고 소박하게 사는 삶을 예찬하는 글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라 경제가 잘 돌아가다가 한 번씩 불황 때문에 꿀렁꿀렁하고, 자본주의의 온갖 모순점들이 사회 문제로 부각될 때마다 '소박하게 사는 삶', '현실에 만족하는 삶'이 유행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10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엄청난 천재지변 한 번 겪고 나면, 인간이 그렇게 발악하며 소유하고자 했던 그 모든 것들이 한순간 덧없이 느껴진다. 요즘 지구온난화 문제도 한몫) 이후 미니멀리즘의 목소리가 커진 것 같다. 우리나라와 긴밀하고 교류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유행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에 인용된 책들을 보면,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들이 많고, 자기계발서적 부류(어떻게 하면 인간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나)의 책들이 많이 언급되어 있다. 글쓴이가 20대 때 어떤 어려운 일을 겪었는지 모르겠으나, 삶의 지향점에 대해 써 놓은 책들이 지은이에게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그래서 그 도움을 받고, 변화된 자신의 생각, 모습, 행동들을 이 책에 적어 놓은 듯하다.

 

비우는 삶을 예찬하고, 그렇게 비워서 좀 더 행복하자는.

 

방을 비우고, 걱정 근심 거리로 가득 찬 내 마음을 비우고, 소모적인 인간관계를 추려 정리해서 생겨난 여백, 그 빈자리로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고, 행복을 느끼자고 말이다.


연말이라, 얼마 전에 그동안 내가 썼던 메모들, 일기들을 좀 정리했다. 나도 글쓴이처럼 20대 후반, 30대 초에 좀 많이 힘들었었다. 앞이 깜깜하고,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모르겠을 때 매일매일 일기를 쓰면서 내 마음을 다잡곤 했었다. 그때 내가 썼던 글과 이 책의 글과 많이 비슷했다. (문체까지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부정적이고 암울한 글은 결단코 쓰고 싶지 않아서 짐짓 나에게 희망을 주는 밝고 건강한 글, 내일은 좋을 거야, 나는 이미 행복해 등의 글을 많이 썼었다. 당시 이게 내게 큰 힘이 되어 주었고, 그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니까 정신 차리고 보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터널도 끝나 있더라.

 

글쓴이가 주장하는 것에 동의한다. 내 공간을 정리하고 비워서 여백을 만들고, 내 마음속도 / 내 머릿속도 비워서 나를 편안히 해야 한다고, 또 책도 읽고, 글도 써서 갈피를 못 잡는 내 마음, 내 정신에 어떤 길을 제시하고 그 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다 동의한다. 하지만 터널을 빠져 나오면, 즉 이제 정신과 마음이 예전보다 튼튼하고 강해졌다고 생각되면 이 역시 버려야 한다. 비움이라는 것, 행복이라는 것, 계속 이 단어들만 생각하면 또 다른 강박관념이 되어 나를 억압하고 힘들 게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에세이집이 아니다. 생활하면서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거의 실려 있지 않다. (드문드문 뉴욕에서 겪은 일이나, 한국에서 지인들과의 대화가 실려있긴 하지만) 내가 볼 땐 명상록에 더 가깝고,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이라고도, 또 행복에 대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어떻게 보면, 글쓴이의 성장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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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것 행복할 것 - 루나파크 : 독립생활의 기록
홍인혜 지음 / 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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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기간/ 2016년 12월 15

/주제 분류국내 에세이

/읽은 동기/ 책 표지가 심플하고 색감이 너무 예뻐서 홀린 듯.




공감되는 내용이 많다나랑 작가님 성격성향도 비슷한 것 같았고읽어보니 얼추 나랑 나이도 비슷했다서른 주... ... .......


살면서 뭔가를 느끼는데 그걸 말로도글로도 표현하지 않고 흘려보낼 때가 많다느끼고생각하고때론 고민까지 하다가도 밥때가 되어 밥 한 끼 먹고 나면,내가 아까 뭘 느끼고 생각했는지 깡그리 잊어버린다그렇게 흘려보내기 쉬운 것들을 홍인혜 작가님은 절묘하게 캐치하여표현하고 구상한다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게 바로 이거구나'하며 고개를 끄덕끄덕끄덕끄덕.


공감되고 기억해두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마음에 드는 구절들은 따로 발췌하고 곱씹고 음미하고 싶다.




/책 내용/

우선등 따시고 내 배부르게 해주는 안락한 집을 떠나게 된 계기혼자 집을 구하고 휑뎅그렁했던 빈집을 물건들로 하나둘 채우는 과정(중고 냉장고 사기 사건 에피소드는 꼭 기억해 두어서 난 사기 안 당하도록 해야겠음), 혼자 살면서 겪게 되는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느낀 점들이 소소하게 적혀 있다중간중간에그간 익혔던 '()'도 뽐내신다그리고 귀엽지만 공감 백배 카툰도 실려 있다.




/추천 대상/

독립하기를 고민하는 분혹은 이미 혼자 살고 계신 분들은 나처럼 고개를 끄덕끄덕이며 책을 읽으실 것이다특히 20~30대 여성분들추천요~


몇 년 전부터 갑자기 분 페미니즘 열풍이 의아했는데이 책을 읽고 페미니즘 열풍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평소에는 의식하기 힘드나가족들 품을 떠나 홀로 살다 보면 여자로서 무섭고두려운 순간을 많이 맞닥뜨린다이 책에서도 나왔듯여자는 현관에 놓인 남자 신발만도 못한 존재인 건지남자 신발 한 짝 따위에 매달려 내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지 화가 날 때가 있다이런 분노는 곧 무기력으로 이어지기 십상이걸 느꼈던 여성들이 많기 때문에(특히 혼자 사는 여성), 이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를 다시 생각하고여권 신장 운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여성 그리고 남성분들께도 추천한다. (물론 책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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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꿈꾸다, 사랑하다
티모테 드 퐁벨 지음, 김미선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읽은 기간/ 2016년 12월 8

/주제 분류/ 프랑스 소설 청소년 문학

/읽은 동기/ 제목부터 읽고픈 뽐뿌 불러일으킴


외국 소설인지 우리나라 소설인지 분간이 안 된다청소년 문학은 국경을 뛰어넘어서 어떤 공통점이 있나 보다깜짝 놀람혹은청소년 대상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국가를 떠나 청소년을 위해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등 고민이 비슷한 것일 수도.



/줄거리/

주인공 빅토리아는친구라고는 오직 책밖에 없는 소녀. '친구는 필요 없고오로지 책만 있으면 돼!'라고 생각하는 아이다.책 속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현실에서도 볼 수 있길 바라는 현실 감각 떨어지는 소녀그런 빅토리아에게 어느 날 갑자기 기묘한 일이 하나둘씩 일어난다꼭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가기 위해 9와 3/4승강장으로 가거나어느날 옷장을 열었더니 나니아 세계가 펼쳐졌더라는...까지는 아니고 환상 세계가 바로 빅토리아 목전 앞까지 와 있는 것 같은 정황이 보인다빅토리아는 가슴 두근두근설렌다나에게도 이런 일이빅토리아는 앞으로 어떤 놀랍고도 위험한 일이 닥쳐도 잘 헤쳐 나가리라 결심하고어딘지 모르게 위기에 빠진 것 같은 아버지를 구하려고 나서는데.





주의!

여기서 스포 나갑니다!!



하지만 현실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책 속 '환상 세계'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알고 봤더니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현실 세계'가 펼쳐지게 되었다이를 계기로 빅토리아는 책 속 세계에서 이 세계로 건너 오게 되고환상과 상상이 아닌 현실을 보는 눈을 뜨게 된다.

이것이 과연 빅토리아에게 좋은 것일까좋지 않은 것일까.

나는 우리 아이들도 이미 우리 현실은 다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책 속특히나 상상 이야기인 소설 속 안에서만이라도 상상 세계 속에 있기를 바랐는데어떻게 소설은 현실보다 더 잔혹한가요?! 아무리 가상 속 인물들이지만애들을 그냥 환상 속에 놔두지 그랬어요ㅠㅅㅠ (내 개인적 바람이었다...)



/좋았던 점/

우리나라 청소년 문학가나 외국 청소년 문학가나 고민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어서 흥미로웠다새로운 사실 득.


/아쉬웠던 점/

그런 만큼 소설가에서 어떤 치열한 고민이 느껴지지 않았다작가 의도나 이 소설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뭐랄까마음으로 쓰는 게 아니라 머리를 굴려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고 캐릭터를 이리저리 굴린다는 것밖에 느껴지지 않았다스토리가 완결성은 있지만치열한 고민(세계에 대한 작가의 고민과 답)은 없었다난 글이 좀 어설프고 구멍이 몇 군데 뻥뻥 나 있더라도 작가의 고민이 반영된 글이 좋더라이건 우리나라 소설을 읽으면서도 왕왕 느끼는 것아쉽다.


물론 이런저런 소설들 중에서 진짜 치열한 고민이 담긴 걸작들만 살아남아 고전으로 남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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