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나에게 - 심플로 다시 피어나다
이혜리 지음 / 쉼(도서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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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인 줄 알았는데 명상록이었던 책.

(참고로 명상록은 자기 철학(이 책은 미니멀리즘)을 바탕으로 삶의 기술을 서술하는 책이다.)


글쓴이는 20대 때 삶에 부침을 겪다가 어느 날 뉴욕에 체류할 기회를 얻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카페로 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때로는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뉴요커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런 휴가 같은 삶, 여유 있는 삶을 통해서 글쓴이는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겪는다.


33나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준 것은 뉴요커들의 '단순한 생활'이었다. (...) 그들에게 느껴지는 첫인상은 건강함이었다얼굴에는 생기가 넘치며 동작에는 배려와 친절이 있었다.


133뉴요커들의 행동에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지하철 안카페계단 등 그들은 어디서든 독서를 하고 있다.


뉴요커에게서 본 '단순한 생활'에 영향을 받아서, 글쓴이는 손에 쥐고 있던 것들(방 안에 쓸 데 없이 쌓여 있는 물건들, 욕망의 거대한 찌꺼기들)을 끄집어내고 버리기 시작한다. 방 안의 물건들도 버리고, 생활 패턴도 단순하게 변화시켜서 본인에게 만족과 행복감을 줄 수 있는 하루, 하루로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과 멀었던 삶을 청산, 독서의 세계로 들어섰다.

 

이 책은 이렇게 비우는 삶을 예찬하고, 독서의 미덕을 이야기하면서 단순한 삶과 책 읽는 삶을 권유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음까지 비우기를 권한다.

 

비우면, 행복이 있다고.


52본질적인 행복의 기준은 하나다단순한 삶좀 더 심플할수록 행복의 수치가 올라가는 건 분명하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도 미니멀리즘, 단순하고 소박하게 사는 삶을 예찬하는 글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라 경제가 잘 돌아가다가 한 번씩 불황 때문에 꿀렁꿀렁하고, 자본주의의 온갖 모순점들이 사회 문제로 부각될 때마다 '소박하게 사는 삶', '현실에 만족하는 삶'이 유행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10년 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엄청난 천재지변 한 번 겪고 나면, 인간이 그렇게 발악하며 소유하고자 했던 그 모든 것들이 한순간 덧없이 느껴진다. 요즘 지구온난화 문제도 한몫) 이후 미니멀리즘의 목소리가 커진 것 같다. 우리나라와 긴밀하고 교류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유행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에 인용된 책들을 보면,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들이 많고, 자기계발서적 부류(어떻게 하면 인간이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나)의 책들이 많이 언급되어 있다. 글쓴이가 20대 때 어떤 어려운 일을 겪었는지 모르겠으나, 삶의 지향점에 대해 써 놓은 책들이 지은이에게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그래서 그 도움을 받고, 변화된 자신의 생각, 모습, 행동들을 이 책에 적어 놓은 듯하다.

 

비우는 삶을 예찬하고, 그렇게 비워서 좀 더 행복하자는.

 

방을 비우고, 걱정 근심 거리로 가득 찬 내 마음을 비우고, 소모적인 인간관계를 추려 정리해서 생겨난 여백, 그 빈자리로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고, 행복을 느끼자고 말이다.


연말이라, 얼마 전에 그동안 내가 썼던 메모들, 일기들을 좀 정리했다. 나도 글쓴이처럼 20대 후반, 30대 초에 좀 많이 힘들었었다. 앞이 깜깜하고,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 바를 모르겠을 때 매일매일 일기를 쓰면서 내 마음을 다잡곤 했었다. 그때 내가 썼던 글과 이 책의 글과 많이 비슷했다. (문체까지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부정적이고 암울한 글은 결단코 쓰고 싶지 않아서 짐짓 나에게 희망을 주는 밝고 건강한 글, 내일은 좋을 거야, 나는 이미 행복해 등의 글을 많이 썼었다. 당시 이게 내게 큰 힘이 되어 주었고, 그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니까 정신 차리고 보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터널도 끝나 있더라.

 

글쓴이가 주장하는 것에 동의한다. 내 공간을 정리하고 비워서 여백을 만들고, 내 마음속도 / 내 머릿속도 비워서 나를 편안히 해야 한다고, 또 책도 읽고, 글도 써서 갈피를 못 잡는 내 마음, 내 정신에 어떤 길을 제시하고 그 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다 동의한다. 하지만 터널을 빠져 나오면, 즉 이제 정신과 마음이 예전보다 튼튼하고 강해졌다고 생각되면 이 역시 버려야 한다. 비움이라는 것, 행복이라는 것, 계속 이 단어들만 생각하면 또 다른 강박관념이 되어 나를 억압하고 힘들 게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에세이집이 아니다. 생활하면서 겪은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거의 실려 있지 않다. (드문드문 뉴욕에서 겪은 일이나, 한국에서 지인들과의 대화가 실려있긴 하지만) 내가 볼 땐 명상록에 더 가깝고,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이라고도, 또 행복에 대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어떻게 보면, 글쓴이의 성장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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