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재미있는 책이라면 - 청소년을 위한 독서 유발 인문학 강독회
박현희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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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기간/ 2016년 12월 23~24일
/주제 분류/ 청소년 인문/사회
/읽은 동기/ 독서에 유혹되기 위해!! 
이 책은 책 읽기를 '권유'하는 책이 아니다. 독서하기를 '유혹'하는 책이다. 독서라면 난 이미 유혹될 준비가 된 몸, 날 가져요, 책이여. ♡ε♡


2016년 겨울 초입, 시간적 여유가 생긴 나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여러 불안이 나를 산만하게 만들었고, 자꾸 엉뚱한 데로 나를 몰아붙였다. 걱정과 잡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책 읽고자 하는 열망은 강했지만, 책 읽는 습관이 그동안 옅어졌기 때문에 독서 습관을 다시 몸에 익혀야 했다. 일단 스마트폰에 깔린 쇼핑 어플부터 지웠다. 그다음 아무 생각 없이 보는 포털 뉴스나 가십 소식은 웬만하면 보지 않으려고 애썼고, 꼭 연락을 받아야 할 건이 없을 땐 핸드폰은 집에 놔두고 외출을 했다. 그리고 평일 저녁에는 가급적 일찍 잘 준비를 하여 책을 읽었다. 읽고 또 읽었다. 손 닿는 대로. 집에 있는 책도 읽고, 도서관에 있는 책도 읽고, 카페나 출판사 이벤트 책도 읽으며 마구잡이로 닥치는 대로 읽었다.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내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였다. 나 자신에 대한 갈증, 여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갈망이 독서로 나를 이끌었다. 

2달 동안, 매달 20권 남짓한 책을 읽었다. 많다면 많은 책, 적다면 적은 책. (생각보다 독서에 완전히 집중하며 지내진 않았기 때문) 아무튼, 마구잡이로 읽어도 뭔가 갈증이 해소가 되지 않는다. 독서에 어떤 기준이 있어야 할 것 같았고, 그리고 갈망으로 읽는다고 해도, 책 읽는 재미가 있어야 했다. 재미없는 건 완전 질색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으면 재미를 만들어 내야 한다. 재미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재미를 느끼며 책 읽는 사람을 그저 보고 따라 하면 된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었다. 글쓴이가 초등학생 때 적금으로 모은 돈으로 서점에 가서 셜록 홈즈 전집을 질렀다는 사람이라니, 책 읽는 재미를 알고 있을 테고, 독서의 재미를 아는 사람의 말엔 언제나 귀 기울일 만하다. 애독가는 매혹적이다. 언제나 난 그 사람들의 말에 유혹될 준비가 되어 있다!



고등학교 사회 교사인 글쓴이는,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칭 타칭 '독서클럽 전도사'!!!! 현재 교사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은 물론 성인 대상으로도 여러 독서클럽을 이끌어 나가고 있단다. 이 책,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라면』은 모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했던 강독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총 8챕터, 각 챕터마다 한 권의 선정해 소개하면서, 그 책이 쓰였던 시대적 배경, 작가, 책 내용 등을 다루고 있다. 

01. 우리는 모두 위대한 여행자 : 오이디푸스 왕
기똥찬 운명의 오이디푸스 왕, 오이디푸스 왕의 기구한 운명을 이야기하면서, 책 읽기를 더 맛깔나게 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배경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소포클레스는 왜 그리스 사람이라면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을 왜 또 희곡으로 만들었는지, 당시 그리스는 어떤 세상이었는지, 그리고 소포클레스가 이 이야기를 통해 아테네인들의 어떤 정신을 고취시켰는지 설명한다. 

02. 대체불가 캐릭터의 탄생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전집 1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셜록 홈즈. 글쓴이 역시 셜록 홈즈를 사랑해 마지않았던 셜록키언. 글쓴이는 이 책을 이야기하면서 추리 소설의 효시와 어떻게 추리 소설이 당시 19세기 영국에서 붐이 일었는지 설명한다. (한마디로 근대화와 산업화 흐름으로 대 히트를 쳤다는!) 그리고 매력 있는 캐릭터의 탄생도 설명. (셜록 홈즈의 성격은 한마디로 괴짜!) 

03. 불행이 함께하기에 달콤한 인생 : 멋진 신세계
나도 정말 감명 깊고 충격적으로 읽은 『멋진 신세계』. 1932년 올더스 헉슬리가 발표한 『멋진 신세계』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예견한 책인데, 꽃이 만발하고 행복한 미래가 아닌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디스토피아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언뜻 보면 모든 불합리와 낭비는 존재하지 않아서 멋지고도 훌륭한 신세계처럼 보이나, 실상 완벽한 세계일수록 끔찍한 세계일 수 있다고 헉슬리는 생각한다. 글쓴이의 말마따나 세상은 불행이 함께하기에 달콤하고 재미있는 세상이 될 수 있다. 글쓴이는 『멋진 신세계』의 주제 의식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04. 책으로 사랑을 배우다 : 사랑의 기술
나는 분명 그저 그렇게 읽었던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그런데 글쓴이는 한 번 읽어 보게끔 서술하고 있다. 어쩌면은 어렸을 때라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읽기에 급급해서 일까.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고, 글쓴이가 추천한 3종 세트 독서로, 책을 섭렵하고 싶어졌다. 뭔가 게임하듯이, 나 스스로 목록과 묶음을 만들어서 읽으면 그냥 독서하는 것보다 재밌으니까. 독서욕 고취!! 

05. 지적 대화를 위한 진짜 지식 : 군주론
제목과 내용은 얼핏 알지만 한 번도 완독 안 한 고전들이 쌔고쌨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역시 그러하다. 나 또한 안 읽음.. ㅋ 냉혹한 군주에 대한 이야기인 건 알았는데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군주론』에 대해 전보다 조금 나은 지식을 쌓게 되었고, 아마도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면 이전보다 조금은 유식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아직까지는 군주론을 읽을 생각이 안 난다는. >ㅁ< 우선 집에 있는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과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부터 읽고 그러고 나서 3종 세트로 맞추기 위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어야겠다. 2권 읽으면 나머지 한 권을 읽기 위해 『군주론』을 읽을 테니.)

06. 낯선 세계에서 나를 만나다 :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제목만 들어서는 그림 동화집 같으나, 언어/인류학을 다룬 인문서적이다. 이런 유의 책은 손끝도 대지 않는데 소개한 내용이 흥미로웠다.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를 쓴 사람은 원래 언어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아마존 오지에 사는 피다한 부족이 사는 곳에 들어가 그곳에서 지내며 그들의 언어를 공부하고, 궁극적으로 무지몽매한 원주민들에게 거룩한 기독교 복음을 전파하러 갔다. 그런데 30여 년간 피다한 족과 한 솥밥 먹은 글쓴이는 결국 신을 버렸다. 왜 그랬을까. 글쓴이가 어렵사리 꺼낸 자기 어머니의 자살 이야기를 듣고 피다한 족 사람들이 "네 엄마가 자살했다고? 우하하, 참 바보 같다."라고 웃었기 때문. (헙!!!) 물론 자살 이야기를 듣고 웃었기 때문이 아니라, 글쓴이가 피다한 사람들의 가치관, 그들의 삶이라는 복음에 감명받아 신을 버렸다. (원 책보다, 박현희 님의 글이 참 맛깔나고, 생각해 볼거리를 잘 던져줘서 읽는 재미 쏠쏠했다.)

07.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 : 헬프
영화로도 나온 바로 그 『헬프』!!! 나는 책은 안 읽고 영화로만 봤다. 여기 소개 글 내용과 영화 내용이 거의 똑같았다. (사실 완전 똑같은 수준!) 요즘 사회 문제로 많이 거론되는 여성, 인종 문제를 모두 이 한 권으로 볼 수 있다. 

08. 한 권으로 읽는 13,000년의 역사 여행 : 총, 균, 쇠
작년이던가 재작년이던가, 거의 우리나라 독서 시장을 들썩거리게 했던 바로 그 『총, 균, 쇠』를 설명한다. 총과 균, 그리고 쇠로 어떻게 유럽이 막강해졌는지 서술하고, 『총, 균, 쇠』를 쓰면서 재레미 다이아몬드가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지 이 책에서 상세히 설명한다. - 나 역시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는데 아직 내키지 않는 책. 또 3종 세트로 묶어서 읽어봐?!!! 


이 책은 위에 챕터별로 소개한 여덟 권의 책 말고, 중간중간 관련된 책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언젠가 읽을 거라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하나하나 수첩에 옮겨 적었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된 책들을 다 읽으면 좋지만, 굳이 다 읽지 않아도 괜찮다. 이 책을 쓴 글쓴이가 얼마큼 책을 사랑하고 애독하는지, 이것만 느껴도 글쓴이가 이 책을 쓴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일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어떻게 읽으면 더욱 독서가 풍성하고 재밌어지는지 그걸 알려 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니까. 

글쓴이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 글도 리드미컬해서 읽는 재미가 있다. (물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독회 내용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서 더욱 그럴 수도!)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금 이 세상,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 독서는 하는데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 이왕 읽는 책 좀 더 재밌게 좀 더 머리에 남게 읽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여기 소개된 책을 읽지 않아도, 그냥 이 책 한 권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 역시, 앞으로 독서의 가닥이 잡힌 것 같다. 2017년 독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봐야겠다. 좀 더 재미있게, 좀 더 재미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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