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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강철의 숲
미야시타 나츠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읽은 기간/ 2016년 12월 28일~29일
/주제 분류/ 일본 소설
/읽은 동기/ 이것이 광고의 힘인가. 스쳐지나가는 블로그에서도, 인터넷 서점에서도 하도 많이 노출되어 이 책을 직접 봤을 때 꺼내 읽을 수밖에 없었다. 아, 광고천국/소비사회의 노예가 된 나 자신이여! 처음 이 책을 봤을 때 표지가 정말 마음에 안 들었고, 제목도 이상해서 내가 읽을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광고 때문에 호기심 동해서 나도 모르게 이 책을 집어 들고 말았다.... (책 표지는 지금도 마음에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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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인물/
⦁ 도무라 : 화자이자 주인공. 학교 체육관에서 이타도리가 조율한 피아노 소리를 듣고 조율사의 꿈을 키운다.
⦁ 이타도리 : 피아니스트의 기량을 전부 드러나 보이도록 피아노를 조율하는, 예술가 수준의 조율사.
⦁ 야나기 : 친절하고 상냥한 도무라의 사수
⦁ 아키노 : 피아니스트의 길을 포기하고 조율사로 전향. 매사 삐딱하고, 대충대충 일하고, 고객을 깔보는 듯 보이나, 실은 피아노에 엄청난 애정을 가진 실력의 조율사,
⦁ 가즈네 (쌍둥이 자매 언니) : 동생 유니와 피아노를 배우다, 유니가 더이상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되자,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결심한다. 도무라는 가즈네의 연주를 듣고 강한 인상을 받는다.
⦁ 유니 (쌍둥이 자매 동생) : 알기 쉬운 감동을 주는 피아노를 치는 유니. 어느 날 피아노 앞에 앉으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병에 걸려 피아니스트의 길을 포기한다. 도무라의 조율을 보고, 조율사의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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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털의 해머로 강철 현을 때린다.
그것이 음악이 된다.
제목만 보고는 이 소설이 대체 무슨 소설인지 알 수 없다. '믱? 양과 강철은 무슨 상관이고, 뜬금없이 숲은 무슨 숲?! ' 이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차분히 읽어나가다 보면, 이 세 개의 조합이, 피아노 하나로 귀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11쪽. 숲 냄새가 났다. 밤에 가까운 시간, 숲 입구. 나는 그 숲속으로 가려다가 그만 두었다. 해가 완전히 저문 뒤의 숲은 위험하니까.
모두 하교하고 혼자 교실에 남았던 도무라, 담임 선생님의 부탁으로 학교 손님을 체육관으로 안내한다. 교실로 돌아가려는 도무라, 그때 뒤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숲 냄새가 났다. 그 숲의 냄새는, 고향 집 바로 뒤에 있는 숲의 냄새였다. 조율사의 이름은 이타도리였다, 이타도리가 조율을 하고 난 후, 연습으로 쳐 본 피아노 소리가, 도무라를 고향 숲 입구로 이끌었다.
14쪽. "보세요, 이 현을 헤머가 두드리고 있죠. 이 헤머를 펠트로 만듭니다."
시골 산골에 살았던 도무라는, 고등학교가 없는 고향에서 시내로 올라와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시골 집의 옆집은 양 목장을 하고 있었다. 숲과 양. 이 모든 것이 요인이 되어 이타도리의 피아노 소리를 들었을 때 고향 숲이 떠올랐던 것이다.
피아노는, 건반마다 양털(펠트)로 만든 망치가 달려 있고 이 양털 망치가 쇠로 된 줄을 쳐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그리고 숲에 있던 나무를 잘라 케이스를 만든다. 양과 강철 그리고 숲. 양과 강철의 조합으로, 듣는 사람의 머리와 마음 속에 숲을 불러 일으킨다.
73쪽. 이 해머가 연동해서 수직으로 뻗은 현을 쳐 소리를 내는 구조다. 해머는 양털로 굳힌 펠트로 만드는데, 너무 딱딱해도 떠 너무 부드러워도 좋지 않다. 딱딱하면 쇳소리가 나고 부드러우면 힘 빠진 소리가 난다. 해머 상태를 조정하려면 눈이 촘촘한 줄로 갈거나 바늘로 찔러 탄성력을 높여주어야 하는데, 이런 작업이 정음의 관건이다. 이 작업이 핵심이다. 결정권을 쥔 만큼 어렵다. 줄로 가는 것도, 바늘로 찌르는 것도 아주 근소한 가늠으로 이뤄진다. 갈고 질러야 할 특정 포인트와 어느 정도 할지는 손으로 배울 수밖에 없다. 만들고자 하는 소리의 이미지에 맞춰 하나하나 상태가 다른 피아노의, 역시 하나하나 상태가 다른 해머를 줄로 갈고 펠트를 바늘로 찌른다. 시간과 노력이 드는 작업이다. 손길이 어긋나면 그 해머는 망가진다. 피곤하겠다고 생각하는 반면에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나 강렬한 체험을 한 도무라는, 그 순간 자신의 미래를 결정한다. 조율사가 되는 것. 이전에는 결코 피아노에 관심 없었고, 음악에 대해서도 아무 것도 몰랐지만 이타도리가 조율한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자신의 직업, 자신의 꿈을 정하고 만 것이다. 그만큼, 체육관에서의 경험, 그 체험은 강렬했다.
도무라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고민도 없이 '조율사 양성 전문학교'에 입학한다. 도무라는 학교에서 실력이 제일이라고 할 수 없었으나,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다. 학교 졸업 후, 이타도리가 일하는 가게에 취직한다. 피아노 등 악기를 팔고, 몇 명의 조율사가 있는 작은 규모의 회사다.
5개월 간 사무실 인턴으로 근무한 후 수습 사원으로 진급, 사수인 야나기와 함께 현장 실습을 한다. 도무라가 야나기와 처음 방문한 집은 바로 가즈네, 유니 쌍둥이 자매 집이다. 똑같이 생겼지만, 어떻게 저렇게 달리 연주를 할 수 있을까, 놀랍다. 사람들은 밝고 명랑한 유니의 연주를 더 좋아하지만, 도무라는 왠지 모르게 언니인 가즈네의 연주가 더 마음에 든다.
강렬하고 애착가는 첫 고객, 쌍둥이 자매집 방문을 비롯해서 도무라는 하루하루 성실히 일하고, 공부하고 배워나간다. 그러다가 수습 사원이 된 지 1여 녀 만에, 두근두근 처음으로 정식 조율사로 혼자 고객의 집을 방문한다, 초짜라 실수도 하고, 거들먹거리는 고객에게 이유 없이 야박 당하고, 무시 당하기도 하지만, 이것도 다 경험이고 배움이라는 생각에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배움의 열정을 불태운다.
108쪽. 나는 아직 한참 멀었다. 그래도 그 소리를 목표로 하지 않으면 영원히 도달하지 못하리라.
138쪽. 숲에는 지름길이 없다.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며 한 걸음씩 나아갈 수밖에 없다.
143쪽. 재능이라는 단어로 도망치면 안 된다. 포기할 구실로 삼아서는 안 된다. 경험이나 훈련, 노력이나 지혜, 재치, 끈기, 그리고 정열. 재능이 부족하다면 그런 것들로 대신하자.
143쪽. "재능이란 무지막지하게 좋아하는 감정이 아닐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대상에서 떨어지지 않는 집념이나 투지나, 그 비슷한 무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해." 야나기 씨가 차분하게 말했다.
194쪽. 지금 고집을 부린다거나 애라는 말을 듣고야 알았다. 나는 대부분의 것에 대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해 왔다. 고집을 부릴 대상이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고집을 부리고 싶을 때는 자신을 조금 더 믿어도 된다. 고집을 끝까지 부려도 된다. 내 안의 아이가 그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217쪽. 길이 험준하다. 저 앞까지 너무 멀어서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 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처음은 의지, 마지막도 의지. 그 사이에 있는 것은 분발이거나 노력이거나, 혹은 분발도 노력도 아닌 다른 무언가이거나.
도무라는, 이타도리가 조율한 피아노 소리를 듣고 운명적으로 자기 길을 찾았지만 이후로는 분투의 연속이다. 강한 인상, 노력만으로는 한순간에 도무라가 꿈꾸는 조율사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재능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위 발췌문에도 적혀 있듯이 이 책의 작가가 말하고자 한 진정한 재능은, 실력 그 자체 보다도 '좋아하는 감정' 그 자체이고, 끈기있게 자신의 꿈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재능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기를, 처음도 의지, 마지막도 의지. 얼마나 걸리더라도. 끊임 없이 공부하고, 부딪히고 배우길 권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자신의 꿈과 목표가 명확해 지고, 결국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고 한다.
119쪽. 뒷마당에서 바로 연결된 숲을 정처없이 걸으며 숲의 진한 냄새를 맡고 나무 잎사귀들이 스치는 소리를 듣다 보면 서서히 감정이 정리되었다. 어디에 있으면 좋을지 모르겠는, 어디에 있어도 침착해지지 못하는 위화감은 흙과 풀을 밟는 감촉과 나무 저 높은 곳에서 들려오는 새소리나 멀리서 들리는 짐승 소리를 듣다 보면 사라졌다. 혼자 걷고 있을 때 만큼은 다 괜찮다고 느꼈다. (...) 내가 피아노 안에서 찾는 감각도 그것이다. 다 괜찮다, 세계와 조화를 이룬다. 그 감각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로는 전부 전달할 수 없으니까 소리로 표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어쩌면 피아노로 그 숲을 재연하고자 소망하는지도 모른다.
217쪽. 빙글빙글 돌며 멈추지 않았던 나침반이 우뚝 멈췄다. 숲에서, 마을에서,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수많은 피아노 앞에서 흔들리던 빨간 화살표가 일제히 한 방향을 가리켰다.
도무라는 그렇게 성실히 피아노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자기 꿈을 구체화한다. 이건 머리로만 되는 것이 아니고, 마음으로만 되는 것도 아니다. 때때로 강렬한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이 강렬한 경험은, 평상시의 노력이 없으면 결코 겪지 못하는 것). 가즈네의 피아노 연주를 들었던 것도 그 경험 중 하나다. 그리하여, 도무라는 가즈네가 피아니스트가 되면 그녀의 피아노를 조율하겠다고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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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은, 가즈네가 피아니스트가 되는 훗날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사수 야나기의 결혼식 때 가즈네가 피아노를 치고, 그 피아노를 도무라가 조율하는 것으로 긍정적인 미래의 모습을, 긍정적 열린 결말로 마무리한다. 소설에서도 몇 번 언급되는, <1만 시간의 법칙>!!! 이 법칙에 따라 도무라는 앞으로 1만시간 동안 착실하게 수없이 많고, 다양한 피아노를 조율할 것이고, 끊임없이 공부할 것이며, 조율 감각을 익힐 것이다. 그렇게 1만 시간 후, (혹은 그 전에) 카즈네에게 최고의 조율해 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타도리의 조율처럼 누군가에게 강렬한 꿈과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이미, 유니에게 그런 꿈을 선사했지만. ^-^)
⦁ 이 소설은 상당히 공감각적 소설이다. 분명 악기인 피아노를 연주하는데, 내 머릿속에는 고즈넉한 숲의 정경이 떠오르고, 한쪽에서는 목가적인 양떼 목장이 펼쳐진다. 축축하지만, 신선한 숲의 냄새, 땅 냄새도 나는 것 같다. 이 소설의 소재는 분명 피아노인데, 피아노 소리뿐만 아니라, 숲도 보이고, 목장도 보이고, 다양한 곳을 도무라와 함께 여행한 기분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제일 많이 떠오른 음악가는 바로 드뷔시였다. 드뷔시의 곡을 들을 때마다, 나는 항상 어디론가 떠난다. 익숙한 곳으로 가기도 하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곳으로도 떠난다. 특히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는, 도무라가 상상하는 딱 그 숲의 모습으로 떠오른다.
⦁ 피아노 조율사, 피아노와 상관 없는 사람에게는 낯선 직업이다. 어떻게 보면, 단순 기술자인 것도 같고, 혹은 오랜 기간 동안의 숙련과 자기만의 세계가 필요한 장인 같기도 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피아니스트와 동등한 예술가로도 느껴진다. 피아노 치는 사람이, 처음에는 어렸을 때 단순 취미로 피아노를 치다가, 돈 받고 피아노를 쳐주는 직업으로서, 그 후에 자기 기량을 더 갈고 닦아 뭇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예술가로 발돋움한다. 피아니스트의 단계가 이렇게 나눠지듯이 조율사도 그런 것 같았다. 이미 존재하는 피아노를 조율하여 그 피아노만이 낼 수 있는 음색을 내도록 하고, 피아니스트의 기량을 최대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조율! 예술가만이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미 존재하는 악보를 가지고, 자기만의 작품 해석과 표현력으로 예술가 피아니스트가 되듯 말이다.
⦁ 이 책은 여러가지를 말한다. 조율사에 대해, 그리고 근성과 의지, 끈기야 말로 바로 진정한 재능이다라고. 이 소설의 소재가 무엇이 되었든, 작가가 하고자 했던 말은 진정하고자 하는 일,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묵묵히, 끈기와 의지를 가지고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라는 것 같았다.
⦁ 주인공 도무라의 성격과 화법은 전형적인 일본인, 일본 문체였다. 일본 색채가 짙다.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분께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