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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고 미안하고 좋아해
도러시 지음, 허유영 옮김 / 나무옆의자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읽은 기간/ 2017년 1월 7일
/주제 분류/ 외국 에세이 (대만)
/읽은 동기/ 삭막하고 메마른 내 마음에, 촉촉한 단비 같은 글을 뿌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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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사람이 쓴 책은 처음 읽어 보았다. 대만 사람이 그린 그림도 처음 봄! 하지만 동양이라는 같은 문명권이라 그런지, 글쓴이의 국적을 모르고 읽었다면 그냥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인 줄 알았을 것이다.
우선 이 책은 크게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서문 ② 4개의 장(가족, 친구, 연인, 나 자신)으로 이뤄진 본문 그리고 ③ 후기. 본문에서는 각 장의 시작 부분에 글쓴이의 생각들이 적혀 있고 그다음 본문부터는, 왼쪽 페이지엔 글쓴이가 직접 그린 그림과 한두 줄 정도의 짧은 글, 그리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글쓴이의 짧은 생각이 적혀 있다. 이 단상들은, 어쩌면 시(詩)일지도 모르겠다. 시로 읽고, 시로 느껴도 충분하다.
33쪽. 사랑하는 법을 잘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미워하는 법은 너무도 잘 알고 있네요.
허업!! 어떻게 알았지, 사랑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는데 미워하는 건 전문가 수준에다 중독자 수준인데. @ㅅ@
37쪽. 우리 산책하러 공원에 갈까요? 커다란 나무 아래서 도시락을 먹고 차도 마실까요?
별거 아닌 말, 별거 아닌 구절인데도 내 마음에 콕 박혔다. 봄이 되고 날이 풀리면, 가족들, 특히 엄마와 함께 김밥이랑 유부초밥 도시락 싸들고 봄나들이 가야겠다. (다이어리에 체크-)
65쪽. 만약 우리가 이 세상에서 제일 서먹한 사이가 된다면 그건 더 이상 서로를 믿지 않기 때문일 거야.
한때 절친했던 친구와 서먹해지는 일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일이다. 나 역시 겪어 보았고, 그래서 마음도 많이 아팠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서먹한 사이가 되는 건, 도로시의 말처럼 둘의 사이에 '불신'이 끼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 이상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거야.', '날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등등. 소중했던 사이가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씁쓸하다. 계속해서 함께 하고픈 친구와 지인 사이에 불신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진심을 다 해야지.
83쪽. 자신을 사랑해야만 남도 사랑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 사랑하고 싶다면 먼저 사랑을 믿고 용감하게 사랑하세요.
나 자신에게 집착하기는 쉽지만, 진정으로 사랑하기는 어려운 법이고, 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도 용기 있게 다가가기는 힘들다. 자신에 대한 사랑 아닌 집착 때문에, 상대방에게 상처받을까 봐 뒷걸음치는 것. 진정 자신을 사랑한다면, 자신이 상처받을까 봐 상대방을 외면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을 것이다.
105쪽. 화려한 약속과 맹세는 필요 없어. 행복은 솔직한 순간에 느끼는 거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솔직한 순간, 서로가 진심을 느끼는 순간, 해탈하는 듯 자유로워짐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행복이고 사랑이며, 껍데기로부터 해방되는 순간이다. 사랑은, 이래서 더더욱 필요한 것.
이 책은 이렇게 가족에 대해 느끼는 고마움과 그리움, 학교에서 만나 함께 크고, 함께 마음을 나눈 친구들,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단상이 적혀있다. 읽으면 절로 공감되고,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글쓴이 도로시가 직접 그린 그림이 참 귀엽다. 커다란 눈망울, 순박한 그림선, 길쭉길쭉하게 뻗은 팔다리, 알록달록 입은 옷들이 귀엽다. 여성스럽고 아기자기해서 사랑스럽다. 같이 실린 단상과 연관된 그림으로써, 글의 내용을 마음에 좀 더 와 닿게 한다. 나는 <친구> 챕터에서 두 여자 친구가 서로의 머리를 하나로 땋은 그림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보면, 순간순간 느낀 생각들을 글로 적고 싶고, 그 글에 어울리는 아기자기한 그림도 그리고 싶어진다. 그림일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