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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작은 살림 - 북유럽 잡화 콜렉터의 잇 아이템 100
오사다 유카리 지음, 노인향 옮김 / 위즈덤스타일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읽은 기간/ 2017년 2월 10일
/주제 분류/ 살림, 인테리어
/읽은 동기/ 북유럽 소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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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었던 하기와라 겐타로의 『교양 물건』과 똑같은 소재, 거의 비슷한 콘셉트의 책이다. 『교양 물건』은 사진 보는 재미만 쏠쏠했으나, 『북유럽 작은 살림』은 사진 보는 재미 + 글 읽는 재미까지 가미된 책이었다.
│교양 물건
이 책도 좋긴 좋았다. 물건 하나하나를 주인공으로 해서 정갈한 듯, 무심한 듯 사진을 찍었는데(실은 정말 신경을 많이 쓴 배치) 사진의 주인공인 북유럽 각각의 소품들이 너무 예뻐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글쓴이의 글이 너무 지엽적이어서 북유럽 소품 디자이너나 회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읽는데 애먹기 십상이었다(제가 그랬어요!). 그들의 존재를 이제 막 알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지엽적인 역사를 설명해봤자 내 머리에 들어올까.
│북유럽 작은 살림
하지만 『북유럽 작은 살림』은, 내가 『교양 물건』을 읽으며 느꼈던 답답함, 불쾌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글쓴이가 여자여서 그런지(위의 책은 글쓴이가 남자인 것 같다), 북유럽 소품 디자인을 설명하거나, 자기가 어디서 이 제품을 만났는지 그 추억담과 간혹 작가를 알기라도 하면 그 작가의 공방에 찾아가 작가의 많은 작품은 물론, 작가와 함께 사진을 찍기도 하고 그들의 작업실도 보여 주어서 정말 좋았다, 작가의 약력도 쉽고 짧게 언급하여 북유럽 소품에 이제 막 눈 뜬 사람도 읽기에 전혀 무리 없었다. 북유럽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의 디자인을 만들고 발전시켰는지, 그리고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쉽고 흥미롭게 알려 준다.
그리고 글쓴이가 일본에서 '스푼풀'이라는 북유럽 엔티크 제품이나, 신제품을 수입해 파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데다가, 한 가정의 살림을 꾸리는 사람이다(결혼했는지 안 했는지는 안 나오지만 살림은 함). 살림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에 실린 물건들을 집 어디에 놓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간단히 언급(이런 설명은 『교양 물건』엔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내가 불만이었지!) 하는데 나도 그렇게 내 집안을 꾸미고, 예쁘고 깜찍한 북유럽 소품들을 직접 사용하면 어떨까 상상했다. 분명 기분 좋을 거라고 결론 내림!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는데, 바다가 보이는 언덕(아, 통영이 떠올라요 ♡ㅅ♡ 부산이라면, 동구나 기장이 좋겠고요), 80년 대 지어진 2층짜리 양옥 주택을 사서, 그 주택의 오래된 맛, 그 형태는 제대로 살리고,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살기 편하게 리모델링 하고 싶어졌다. 통풍 원활, 방수는 기본, 단열도 중요! 샷시도 좋은 걸로. 부엌은 동선을 편리하게 설계하고 조리대와 조리 공간은 최대한 넉넉히 잡는다! 자그마한 다용도실 겸 보조 조리방이 있으면 금상첨화! (냄새나고 연기나는 음식은 여기서 하게요) 부엌에 수납장도 예쁘고 정갈하게 짜넣고, 꼭 북유럽 주방 도구는 아니더라도 그런 스타일의 최대한 깔끔하고, 최대한 귀여운 그런 주방 도구들로 수납장을 채우고 싶다! 히잉 ♡ 언젠가 내가 결혼이라는 걸 하게 된다면, 이런 집에서, 이렇게 꾸며서 살고 싶어졌다.(영화 『와니와 준하』의 영향도 있습니다.) ^-^ 햐, 생각만 해도 설렌다. 이제 남자만 있으면 되겠네. ㅠㅅㅜ
이 책을 보니, 북유럽 소품 디자이너들은 처음부터 관련 학과를 전공해 프로 디자이너로서 제품을 만든 작가도 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다른 본업이 있는데 저녁에 소일거리를 찾다가(혹은 은퇴 후 밥벌이를 위해) 수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한 작가가 많은 듯했다. 이런 분들은 고령이신 분들이 많은데, 아마 죽을 때까지 작업 활동하실 것 같았다. 정말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자기 인생을 온전히, 올곧게 사시는 것 같아 본받고 싶었다. 북유럽 디자인 자체가 기본 구조, 형태에 충실하고, 재료와 소재에 대한 안목이 높아서 고령인 디자이너들도 세련되고 말끔한 작품들을 만들더라. 참으로 본받을 만하다. 우리나라가 이제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는데, 북유럽의 이런 건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본다. 은퇴자들 돈벌이도 되고, 현대적 디자인 감각도 익히거나 숨은 재능, 욕구를 발현하고(젊은 사람들이 무시하지 않겠지!), 디자인을 궁리하다 보면 머리도 쓰고, 수공예품은 손을 계속 써야 하니까 치매 예방도 될 듯하다. 창조 경제란 바로 이런 게 창조 경제다. +ㅁ+
일단 내 인생을, 내 미래를 생각해 봤을 때 북유럽 디자이너들처럼 살고 싶어졌다. (꿈도 목표도 다른 누군가를 보아야만 샘솟는 것이죠)
예쁘고 기발한 100가지의 북유럽 소품 보는 재미 쏠쏠, 일본인들이 얼마큼 북유럽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자기들 삶과 문화에 녹아내려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우리 역시 북유럽 스타일(이 책에 실린 상품/작품을 넘어서)을 우리 역시 하나의 대안적 삶, 충분히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라이프 스타일로 여겨서 연구하고, 그들의 좋은 점을 우리 문화에도 녹여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북유럽 소품을 소개하는 책이지만, 의외로 나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 준 참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