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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비즈니스 산책 - 경쟁하지 않는 비즈니스를 만나다
하수정 지음 / 한빛비즈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읽은 기간/ 2017년 4월 14일~15일
/주제 분류/ 세계 문화 (알라딘에는 '경제 이야기'라고 되어있습니다만)
/읽은 동기/ 비즈니스 산책 시리즈는 나오는 족족 무조건 다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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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은 영국만큼 낯설고 먼 나라일까, '런던'처럼 영국의 수도명이 아니라, '북유럽'이라는, 국가 이름도 아니고 지역명으로 뭉뚱그려 발간되었다. 그래,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북유럽이 어딘지는 잘 알지만, 정확히 스칸디나비아 반도 어디쯤에 각 나라들이 위치해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아직 많을 것이다. 맨 왼쪽에 위치한 나라가 스웨덴인지 노르웨이인지, 핀란드인지 그리고 덴마크도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붙었는가, 다른데 있는가 가물가물 가물치. 그래서 이렇게 한데 뭉뚱그려 출간하는 게 옳다고 본다. 그냥 우리에게는 그들 나라가 막연히 '북유럽'이니까. 아직까지 북유럽은 <먼 나라 이웃나라>가 아니라, <먼 나라 먼 나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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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얼마 전부터 덴마크에서 불어온 '휘게, 휘게'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어디서부터 이 바람이 시작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책 좀 읽는다 하는 분,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 좀 있다 하시는 분들은 휘게 관련 책을 이미 읽어 보았을 것이고, 읽지 않았더라도 그런 책이 있다는 것은 알 것 같다. 인테리어, 혹은 잡화 관련 책을 내는 출판사는 앞다퉈 북유럽 디자인 책을 출판하고 있다.
일본에 불어온 북유럽 스타일의 유행이 어느새 우리나라에도 번졌고, 인테리어 블로그나, 리빙 앱을 보면 전신만신 북유럽 스타일이 유행이다. 정갈하고, 소박하지만, 자연친화적이고, 안락한 느낌. 곳곳에 포인트를 준 원색의 디자인들은 귀엽다. 북유럽 스타일은 일본이나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예로부터 검소하고 정갈한 문화를 추구해 온 유교문화권에는 먹힐 만한(?) 요소가 많다고 본다. 한마디로 통하는 게 많다. 지금 유행하는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 스타일과도 북유럽 스타일은 상통한다.
독자적으로 북유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어쨌거나, 뭐에 영향을 받았는지 그런 것에 구애 없이 우리 삶에 좋은 모델이 될 만한 스타일을 소개하는 책들과 여타 매체들이 늘어나 기쁘다.
북유럽 스타일이, 지나가는 깜짝 유행으로 그칠지 모르겠지만, 내가 몰랐던 좋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또 하나의 희망이 생겼다고 할까. 갈피를 잃은 내 삶의 목적성, 내 삶의 본보기를 발견하게 되어 기쁜 것이다.
사람들이, 마음은 잘 살고 싶지만 잘 살지 못하는 건, 가까이에 본받고 따라 할 좋은 라이프 모델이 없기 때문인 이유가 많은데, 나 역시 그랬었다. 그래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이 모임에도 나가보고, 저 모임에도 나가보고 여러 헛짓거리들을 많이 해 봤는데, 이제 내 삶의 가닥, 내 가치관을 어디에 둬야 할지 조금 조금씩 알겠다고 할까.
요즘에 그렇다. 경제 서적, 재테크 서적, 의/식/주 관련 서적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그들의 인생, 그들의 일생을 꾸려나가는지 읽어나가니 나 역시 내 삶의 가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알겠다.
빤딱빤딱한 새 차, 명품 옷, 가방, 평당 가격 죽여주는 멋진 아파트 그런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진짜 내가 어디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진짜 내 마음은 예전부터 무엇을 원해 왔고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원하게 될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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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요즘 북유럽에 관심이 생긴 분들에게 이 책 강추한다.
좁은 범위로 북유럽 디자인,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저자가 '지속 가능발전'을 공부하러 스웨덴에 장기간 체류해서 현지인의 실제 생활상을 기술하는 것은 물론, (정확히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연구자의 냉철한 시각과 기자의 객관적 시각도 고루고루 들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이 어렵나, 그런 건 전혀 아니다. 일단 저자가 글을 정말 잘 쓴다. 재기 발랄한 문체로 재밌으면서도 연구자 혹은 신문에 기고를 했던 분인 만큼 글 전체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
북유럽 각 나라 별 차이, 우리도 들으면 알만한 대기업 등등, 꼭 옛날 걸리버 여행기 읽는 것처럼, 새롭고 신기한 나라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덤으로 저자가 그곳에 살며 지내며 겪었던 에피소드들)
그리고 이 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가?' '개개인이 행복하기 위해 사회와 제도, 기업과 국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국가, 사회, 기업 이건 좀 스케일이 크고, 내 혼자 잘한다고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일단, 나 개인, 나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 깊은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비단 이 책뿐만 아니라,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을 다룬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생각이지만, 특히나 이 책을 읽으면 더더욱, 나 개인의 행복에 대해, 그리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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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은 계속 계속 늘어나고, 정치는 아수라장이고, 식탁 물가는 부엌 천장을 뚫고 나가버렸고, 세계정세 특히 한반도 정세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 그 자체이고, 아무것도 알 수 없어 무기력한 이때에 우리는 더더욱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그리고 어떤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나를 둘러싼 세상과 사회가 알 수 없으니, 정말 불안하니, 나만의 가치관, 내가 나아갈 길을 뚜렷이 해야 한다. 그래야 바깥이 흔들려도 나 자신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세상이 바뀌면, 그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면 될 것.
이럴 때 북유럽 스타일은 좋은 모델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복지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북유럽 사람들의 정신을 탑재하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다만, '행복'이란 게 뭔지, 그런 게 과연 세상에 존재하기나 한 건지 알쏭달쏭 한 분들에게 어떤 답을 줄 것이니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하고, 스스로 답을 찾게 해줄 좋은 모델이 바로 '북유럽'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이 책을 강추하는 바. 저자의 식견, 배경지식, 가치관, 생각의 깊이가 다 마음에 든다. 가벼운 듯 재기 발랄한 시각과 문체도. 저자의 전작도 읽어보고 싶다. 전작 제목은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 올로프 팔메』 이다. 꼭 읽어봐야지!
│추가│ 북유럽 비즈니스에 관한 내용도 있고, 비즈니스 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담뿍 들어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은 '비즈니스'보다 넓은, 북유럽 '문화'에 대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