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넘어 인문학 - 미운 오리 새끼도 행복한 어른을 꿈꾼다
조정현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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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기간/ 2017년 4월 16일
/주제 분류/ 인문
/읽은 동기/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에서 우린 모든 걸 배웠다.


책의 구성은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에 대한 이야기, 동화가 우리에게 던져 주는 메시지, 어떤 의미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고 그다음엔 그 연장선에서 그와 관련된 인문학 서적을 조분 조분한 어투로 이야기한다. 발터 벤야민, 에리히 프롬, 니체 등등. 동화는 어린이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든 메시지는 한번 곱씹어 볼 수 있고, 인문학적으로도 읽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 

나는 이 책을 읽고 참 반가웠는데, 그건 이 작가가 소설가이며 동화작가로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작가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보는 작가, 그런데 이 작가라는 직업, 글 쓰는 일은 참으로 녹록하지 않다. 처음엔 재미 삼아 쓰다가 곧잘 막히거나, 자기는 잘 썼다고 믿지만 주위의 평이 좋지 않다. 그건 내용의 깊이가 없기 때문이고, 내용의 깊이가 없는 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 가치관,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아, 어딘가에 계시는 한 작가분은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공부하고 계시구나' 싶었다. 바로 이 공부에서 던지는 질문들, 깨달음으로 좋은 작품이 써지겠지 싶어 흐뭇해졌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작가의 공부 습작이랄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 책에 실린 17편의 동화를 두고, 어떻게 읽어야 하나, 어떤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물처럼 느껴졌다. 인문학적 시각으로. 

나는 아직도 인문학이 뭔지 잘 모르겠다. 이 책에도 인문학에 대한 정의를 말하고 있지만, 그냥 대강, 맥락에 따라 지레짐작으로 파악만 할 뿐 그 정확한 의미, 이 학문의 역할이 뭔지 여전히 알쏭달쏭하다. 유명한 철학 책을 읽어보아도, 난해한 어휘에 머리가 아프고, 고쳤다 싶은 난독증이 재발하기 일쑤. 그래서 도전 안 한지 오래. 다만, 일반인이나 청소년들을 위해 쉽게 풀어쓴 교양 인문서는 꾸준히 읽고 있다. 하지만, 뭔가 쉬워서 그럴까, 내가 인문학 책을 읽은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한편의 재미난 책을 읽은 느낌이다. 

몰라, 그냥 내 생각에 인문학이라는 건, 그 학문적 분류와 분간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으나, 사람들로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스스로 의문을 가지게 하는 것. 인문학의 시작은 바로 여기가 아닌가 싶다. 그것이 한 문명으로 철학이 됐든, 사회학이 됐든, 그 뭐시기가 됐든 간에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저자의 질문과 스스로 그 질문을 해결하려고 애쓴 노력의 결실로, 동화에 대한 설명 다음에 인문학 책들을 소개하지 않았다 해도, 이 책은 인문학적 시각으로 쓰인 책인 것이다. 

읽으며 저자의 질문과 생각, 의견에 동의하는 것도 있었고,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좋았던 것은, 저자가 질문을 하고 스스로 그 질문을 해결하려는 모습이었는데, 그 태도를 따라 나 역시 동화를 읽고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보고 싶어졌다. (이미, 알게 모르게 동화책을 읽으며 해봤지만, 이렇게 책으로 결실을 맺기까지 밀어붙인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아마도 동화를 읽으며 저자와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것을 느끼며, 저자와 다른 질문을 하고, 그 답을 찾기 위해 다른 책을 떠올릴 것이며, 다른 답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이 책을 읽고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 

저자가 나를 동화의 세계로, 인문학의 세계로 이끌어 버렸다. 저자는 인문학적으로 나에게 꽤나 성공했다. 인문학의 기능이란 바로 이런 것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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