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도 휘게 - 가장 따뜻한 것, 편안한 것, 자연스러운 것
샬럿 에이브러햄스 지음, 홍승원 옮김 / 미호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계속 변하는 세상 속에서 그냥 흐름에 따라, 아무 의문 없이, 아무 지향점 없이 사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일까’, ‘일상 속에서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하며 사는 삶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어떤 삶을 살든 본인의 선택이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만족스럽고, 먼 훗날 뒤돌아 봤을 때 뿌듯하고 기분 좋은 삶이 좋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삶을 조직하고, 구성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의 의지로 일상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만드는 국민이 많은 나라는 바로 ‘덴마크’다. 덴마크 사람들이 일상에서 행복한 이유는, 이 나라에 '휘게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휘게가 뭔가요?│
이 단어를 적확하게 번역하고 설명할 말이 우리말엔 없다. 그나마 번역해 보자면 '아늑함', '안전함', '편안함', '인위적이지 않음', '위화감 없음', '포근함' 등등이다. 이미지로 떠올려 보자면, 춥고 눈보라 치는 추운 크리스마스이브 밤, 벽난로에 따뜻하게 불을 피우고, 집주인은 물론 초대된 사람 모두 서로가 서로를 돕고, 이윽고 식탁 위엔 맛있는 음식 한가득 차려진다, 식탁 주위로 사람들이 가까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즐기며 이야기하는 것이 딱 '휘게'에 맞는 분위기다. 크리스마스이브 느낌 바로 그것. 아늑함, 편안함, 행복함, 기분 좋음, 즐거움.
│일상 속 소박한 행복, 휘게│
휘게는 휘황찬란한 것이 아니고, 남에게 과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편한 마음으로 일상을 즐기는 것, 자신을 둘러싼 공간인 집을 아늑하게 꾸미는 것이 휘게다. 의식적이지 않은, 상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면서 상당히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이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신경 쓰는데, 신경 쓰지 않은 듯한 그런 느낌이 휘게다.
덴마크는 위치상 춥고, 어둡고, 습한 겨울이 아주아주 길다. 겨울이 되면 아침 해는 오전 9시가 넘어서야 겨우 뜨고, 오후가 한창일쯤에 해가 져 버린다. 그래서 덴마크에서는 야외활동보다는 실내 활동, 특히 집안에서 많이 활동한다. 외식보다는 가까운 사람을 초대해 집에서 함께 식사하고, 대화나 간단한 게임, 티비 보기 등등 취미 생활을 같이 한다.
그래서 집에 놓이는 가구와 조명 디자인이 상당히 발달했다. 덴마크 디자인은 자연친화적이며, 사람의 사소한 습과, 신체, 비율 등등 모든 것을 세심하게 고려했다. 그들의 디자인 철학은 확고하다. 자연에 가깝게, 사람을 향하여 열린 디자인 철학!
자연친화적, 사람을 배려한 디자인에 둘러 싸여 사는 사람은, 확실히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르다. 그래서 덴마크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좀 더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행복함을 더 잘 느낀다.
│저자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인으로 디자인 및 예술 관련 칼럼을 쓰는 프리랜서이자 큐레이터이다. 삶에의 불만족 혹은 삶에 변화를 주고자, 덴마크의 휘게를 받아들여 자신의 인생을 변화 시켰다. (그리 큰 변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이 책에 보면 그녀의 삶은 2번의 이혼으로 그다지 평범하지 않은 가족 구성을 이루고 있다. 아들의 생일날이나 크리스마스 때 상당히 희한한 풍경이 저자의 집에서 펼쳐진다. 전남편 원, 투, 친아들 원, 투, 양아들 몇 명, 시부모님, 현재 남자친구, 친어머니, 양아버지, 이복형제들 등등. 뭔가 상당히 카오스적 가족 구성원이다. 이때 싸움이 안 나는 게 외려 이상하다.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뭔가 말할 수 없는 불편함도 종종 일어나지만, 그녀의 휘게적 노력으로 나름 균형을 잡아가며 가족 모임을 성공적으로 이끈 때도 있었다.
어쨌든 그녀에겐 '휘게'든 뭐든, 정식적으로 의지할 만한 라이프 스타일이 필요한 건 맞다. 시트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가족들을 갖고 있는데, 일상 속에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면(혹 종교에 매달리거나 ㅋㅋ) 무너지고 말 것이다. 저자의 가족 사항을 읽으니, 프랑스 영화 《컬러풀 웨딩》이 떠올랐다. 똑같은 가족 구성은 아니지만, 둘 다 보통의 가족 구성은 아니고, 둘 다 코믹하다. (본인들은 골 빠개질 듯 아프겠지만.. >ㅁ<)
│책 소개해주세요│
위에 쓴 것처럼 저자는 2번의 이혼으로 자기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느껴졌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때 접한 것이 '휘게', 그녀는 '휘게'가 뭔지 공부하고(그렇다, 진짜 저자는 휘게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했다), 자신의 삶, 일상에 휘게를 조금씩 조금씩 접목시키고, 일상의 기쁨, 소박한 만족을 느낀 경험담이다. 그리고 휘게가 뭔지, 덴마크 사람들이 휘게를 어떻게 생각하고 일상에서 즐기는지 영국인 저자가, 외국인의 시각으로 소개해 주는 책이다.
│책은 어땠어요?│
주제는 '휘게', 하나로 모아지지만, 글 하나하나는 상당히 이질적이었고, 각기 다른 사람이 쓴 것 같은 다양한 기사가 실린 것 같은 잡지를 읽는 것 같았다.
① 에세이처럼 저자의 가족 이야기, 실제 경험, 생각, 휘게적 시도의 성공 혹은 실패담
② 휘게 책에서 나온 내용 인용
③ 뭔가 길고, 복잡하고, 추상적 제목의 휘게 논문 내용이라든지, 이 논문에서 발췌한 글들
④ (데니쉬한-덴마크적) 휘게 디자인 가구, 조명에 대한 소개와 디자이너, 건축가 소개
등등 에세이 내용도 있고, 휘게와 덴마크를 소개하는 특집 기사 같은 내용도 있으며, 인테리어 잡지를 읽는 느낌도 나고, 행복학, 인생학 글을 읽는 느낌도 들어 정말 잡지 같음!
│책에 대한 느낌은요?│
변화가 필요한 위기의 중년 여성이 휘게를 접하고, 연구, 자기 일상에 녹여 내는 책인데, 좋았다. 성공적인 것도 있고, 실패한 부분도 있지만 뭔가 애써서 행복을 느끼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느껴졌다. 책 자체는 그다지 휘게리하지 않지만. >ㅁ<
각 장마다 이질적인 문체와 내용들 때문에 휘게리 하지 못했던 건데, 책 구성, 책 목차를 좀 더 깔끔히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에세이 부분에 좀 더 할애하고 휘게에 대한 설명은 양념 정도로 넣었더라면 책이 산만하지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재미난 에세이집 한 편 읽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혹은 분량은 동등하게 하고, 에세이를 한쪽으로, 휘게에 대한 저자의 연구나 공부, 디자인 소개도 한쪽으로 모아 각각 따로 적었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 이 책은 뭔가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휘게에 대한 잡지 같은 책. 그래도, 휘게는 휘게니까 좋았다.
휘게를 따라 한다고 해서 우리가 덴마크 사람처럼 살 수는 없고, 덴마크인들도 다 행복한 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의 실내 활동이 두드러지는 휘게 문화는 이방인, 다른 문화를 배척하는 하기도 한다. 그리고 덴마크인들이 부자 혹은 뽐 내기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경멸은, 천박한 졸부가 자기 부를 과시하는 것과 똑같이 추한 면이 있다.
그래도, 우리는 일상의 만족, 일상을 좀 더 쾌적하고 기분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생각하지 못했다. 했다고 해도 옛날 옛적 시대가 평화로울 때 양반이나 선비가 즐겼던 유유자적 정도 있으려나.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소중한 것(여유, 소박함, 일상의 소중함, 편안한 분위기 만끽)을 우리도 덴마크 사람처럼 의식적으로 되찾아야 한다.
휘게는 하나의 문화이자 의식이다. 우리 아니 나 역시 나만의 이런 문화, 이런 의식을 만들어야겠다고 이 책을 읽으며 또! 또! 다짐했다. 인간은, 똑똑하지만 모르는 것도 많은 피조물이기에 행복에 대해서, 만족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여야만 티끌만 한 행복, 티끌만 한 만족을 누릴 수 있다. 그러면서도 가볍게 가볍게 즐기는 마음도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