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 세사르 바예호 시선집
세사르 바예호 지음, 고혜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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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오후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지면과 나를 데운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뒷산 한 바퀴볼일이 있어서 버스 타고 시내 한 바퀴집으로 돌아와 간단히 점심 먹고 책을 들었다며칠 전부터 짬짬이 읽었던 세사르 바예호의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시 하나시 둘시 셋.... 어느새 잠이 솔솔시 속의 시인은 고통스러워하고 있는데 나는 졸려서 고통스러웠다. ‘안 돼안 돼시인이 괴로워하고 있어시인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자면 안 돼지금 잠들면 안 돼.’ 이렇게 나를 다그쳤는데 결국 패잤다오후 1시 반쯤인가 2시 반쯤인가부터 자서 5시 반에 일어났다얼마만의 일요일 오후 낮잠인지주중에 누적된 피로와 아침부터 여기 저기 쏘다닌다고 많이 피곤했던 것 같다그래피곤함이 시인의 괴로움을 이겼다죄송해요.

 

  죄책감을 쉽게 느끼는 나는자는 동안에도 깊이 잠들지 못하고 꿈속에서 시를 썼다혹은 직전에 읽었던 세사르 바예호의 시를 꿈속에서 읊었던 걸까꿈에서 읊은 시 내용이 정확히 기억 안 나서 내가 지은 시인지 세사르 바예호의 시인지 모르겠지만난 기억력이 별로 안 좋으니까 시를 외웠을 리가 없다그냥 내 무의식이 마구잡이로 읊었던 시라 본다어쨌든 아쉽네꿈 깨서도 내가 읊었던 시를 다 기억했더라면 멋진 시 몇 편 쓸 수 있었을 텐데어쨌든 저녁 먹고 다시 읽은 시는맑은 머리로 잘 읽었다.

 

 ─



 

  세사르 바예호는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남미 문학계의 거장파블로 네루다와 쌍벽을 이뤘던 페루의 시인이다호사가들은 네루다와 바예호가 라이벌 관계였다고 하지만 정작 그 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둘의 차이는 큰데세사르 바예호가 고통과 괴로움에 대해 썼다면네루다는 즐거움을 노래했다. (물론 그들의 모든 시를 어둠과 밝음이라는 두 분위기로 수박 짜개듯 나눌 수 있는 건 아니다)

 

  세사르 바예호의 시는 고통과 괴로움외로움으로 점철되어 있다괴로움에 괴로움이 더해지고외로움에 외로움이 더해진다고립감우울감...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는데그는 지상에 마음 붙일 곳이 없었던 것 같다사랑하던 가족은 하나둘 그의 곁을 떠나고 그도 가족의 곁을 떠나고또 도망자 신세가 되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 생을 마감했으니.

 

  시인은 페루의 산촌 마을에서 태어나 학업을 위해 일찍부터 가족과 떨어진 생활을 했다주말마다 집에 돌아갔어도 향수병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주말 이틀로는 극복할 수 없었나 보다그의 시()에는 가족과 만남에 대한 기쁨보다는헤어짐에 대한 슬픔과 괴로움이 담겨 있다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아낸 분위기 때문이었을까침묵과 억지로 겨우겨우 참는 눈물들자식의 공부는 자식의 미래를 위한 것인데부모님에겐 괴로움이고힘든 순간이었나 보다이런 집안 분위기가 세사르 바예호에게 큰 영향을 준 것 같다혹은 본디 그가 어두운 사람이어서기쁨보다는 슬픔을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을 더 잘 기억하고 이를 시로 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의 인생과 그의 감정에 강렬하게 영향을 끼친 여자들그가 사랑했던 여자들에 대해 쓴 시에도 괴로움이 담겨 있다시인은 좋았던 순간을 그냥 좋았던 순간으로만 기억할 수 없었던 걸까기쁨과 즐거움도 다 고통으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는 것인가그가 어두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약했던 몸과 떼려야 뗄 수 없이 들러붙던 가난부모님사이좋았던 손위 형누나들의 잇따른 죽음그리고 모함 때문일 것이다모함은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그의 성공을 시샘한 사람들이 그를 방화범으로 몰아세우고그는 도망자 신세가 된다도망치다 붙잡혀 교도소 생활을 하는데(교도소에서의 생활그 억압에 대한 시도 이 책에 실려 있다다행히 문학 친구들과 제자들의 탄원으로 석방된다이후 시인은 페루에서의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프랑스 파리로 떠난다쫓기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긍정과 희망은 좀 먼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밝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희망도 노래했다시를 보고 추측하기로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인데예수의 희생과 사랑을 노래하고굶주리고 헐벗은 사람들을 보고 괴로워하며그들을 위해 작지만 제 몫을 떼 주고 싶어 했다.

 

  시를 쓰는 사람은 영적으로도 깨어있는지세사르 바예호는 꿈에서 자신이 어떻게 죽을 것인지 똑똑히 보았다다른 사람들은 그건 꿈이라고헛것을 본 거라고 말했지만 바예호는 자신이 본 것을 믿었다자신이 본 대로 죽을 것이라 믿었고우연의 일치인지무의식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인지 그는 그가 꿈에서 본 대로 죽었다어느 비 오는 목요일낯선 여인 곁에서.

 

  나는 시를 모르고중남미 시는 더더욱 모르지만어딘가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이 시에 배어있다썩 유쾌하진 않는뭔가 찜찜하고모호한 그런 꿈그들의 피눈물 나는 역사 때문일까그들의 자연 환경 때문일까그들의 문화 때문일까이유가 뭔지 모르겠지만 그러하다예전에 영화의 전당에서 중남미 영화를 며칠에 걸쳐 여러 편 본 적이 있는데하나같이 세사르 바예호의 시에서 느낀 그런 모호함찜찜함이 깊이 배어 있었다영화감독들이 세사르 바예호의 후예라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중남미 작가들의 작품은 나의 무의식에 깔린 꿈과 욕망을 쿡쿡 찌른다.

 

  죽은 바예호는 하늘에 가서는 자신의 고통괴로움 다 털어내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즐겁게 잘 살고 있을까그러하길 바란다.


시를 읽습니다그다음 옮긴이의 해설을 읽습니다그런 후 다시 세사르 바예호의 시를 읽습니다그러면 처음 시를 읽을 때와 완전히 다른 느낌일 겁니다우선 시부터그다음 옮긴이의 해설그리고 또다시 시를 읽기를 추천합니다



LXXV


너희들은 죽었다.

 

너무도 이상하게 죽어 있는 너희들누구나 죽지 않았다고 말하겠지그러나 실은너희들은 죽었다.

 

하늘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드리운 저 얇은 막 뒤로 헛되이 떠다니는 너희들이 황혼에서 저 황혼으로 표류하면서아픔도 못 느끼는 상처 앞에서 요란 떠는 너희들내 너희들에게 말하노니삶은 거울 안에 있고그대들의 죽음바로 그 자체이니라.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 속에서인간을 얼마나 아무렇지도 않게 죽어 있을 수 있단 말인가해안에 밀려온 물결이 부서지고 접히고 또 접힐 때에야 비로소 죽었음을 실감하고 너희들의 모습을 변화시킨다여섯 번째 현을 감지하지만이미 그것은 너희 것이 아니다.

 

너희들은 죽었다그전에도 결코 살아본 적이 없었지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살아 있었노라고 누구나 다 그렇게 말할 것이다그러나 사실은 결코 살아본 적이 없었던 삶의 시신에 불과했던 것이다서글픈 운명항상 죽어 있었던 존재의 운명푸르렀던 적이 없었는데이미 마른 잎이 되어버린 운명고아 중의 고아.

 

그러나 죽은 자는 아직 살아보지 않은 삶의 시신이 아니며그렇게 될 수도 없는 법이다그들은 산 채로 죽은 거다.

 

너희들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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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휘게 - 가장 따뜻한 것, 편안한 것, 자연스러운 것
샬럿 에이브러햄스 지음, 홍승원 옮김 / 미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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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변하는 세상 속에서 그냥 흐름에 따라, 아무 의문 없이, 아무 지향점 없이 사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일까’, ‘일상 속에서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하며 사는 삶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어떤 삶을 살든 본인의 선택이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만족스럽고, 먼 훗날 뒤돌아 봤을 때 뿌듯하고 기분 좋은 삶이 좋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삶을 조직하고, 구성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의 의지로 일상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만드는 국민이 많은 나라는 바로 ‘덴마크’다. 덴마크 사람들이 일상에서 행복한 이유는, 이 나라에 '휘게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휘게가 뭔가요?│


이 단어를 적확하게 번역하고 설명할 말이 우리말엔 없다. 그나마 번역해 보자면 '아늑함', '안전함', '편안함', '인위적이지 않음', '위화감 없음', '포근함' 등등이다. 이미지로 떠올려 보자면, 춥고 눈보라 치는 추운 크리스마스이브 밤, 벽난로에 따뜻하게 불을 피우고, 집주인은 물론 초대된 사람 모두 서로가 서로를 돕고, 이윽고 식탁 위엔 맛있는 음식 한가득 차려진다,  식탁 주위로 사람들이 가까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즐기며 이야기하는 것이 딱 '휘게'에 맞는 분위기다. 크리스마스이브 느낌 바로 그것. 아늑함, 편안함, 행복함, 기분 좋음, 즐거움. 

 


│일상 속 소박한 행복, 휘게│


휘게는 휘황찬란한 것이 아니고, 남에게 과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편한 마음으로 일상을 즐기는 것, 자신을 둘러싼 공간인 집을 아늑하게 꾸미는 것이 휘게다. 의식적이지 않은, 상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면서 상당히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이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신경 쓰는데, 신경 쓰지 않은 듯한 그런 느낌이 휘게다. 


덴마크는 위치상 춥고, 어둡고, 습한 겨울이 아주아주 길다. 겨울이 되면 아침 해는 오전 9시가 넘어서야 겨우 뜨고, 오후가 한창일쯤에 해가 져 버린다. 그래서 덴마크에서는 야외활동보다는 실내 활동, 특히 집안에서 많이 활동한다. 외식보다는 가까운 사람을 초대해 집에서 함께 식사하고, 대화나 간단한 게임, 티비 보기 등등 취미 생활을 같이 한다. 


그래서 집에 놓이는 가구와 조명 디자인이 상당히 발달했다. 덴마크 디자인은 자연친화적이며, 사람의 사소한 습과, 신체, 비율 등등 모든 것을 세심하게 고려했다. 그들의 디자인 철학은 확고하다. 자연에 가깝게, 사람을 향하여 열린 디자인 철학!


자연친화적, 사람을 배려한 디자인에 둘러 싸여 사는 사람은, 확실히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르다. 그래서 덴마크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좀 더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행복함을 더 잘 느낀다. 



│저자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인으로 디자인 및 예술 관련 칼럼을 쓰는 프리랜서이자 큐레이터이다. 삶에의 불만족 혹은 삶에 변화를 주고자, 덴마크의 휘게를 받아들여 자신의 인생을 변화 시켰다. (그리 큰 변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이 책에 보면 그녀의 삶은 2번의 이혼으로 그다지 평범하지 않은 가족 구성을 이루고 있다. 아들의 생일날이나 크리스마스 때 상당히 희한한 풍경이 저자의 집에서 펼쳐진다. 전남편 원, 투, 친아들 원, 투, 양아들 몇 명, 시부모님, 현재 남자친구, 친어머니, 양아버지, 이복형제들 등등. 뭔가 상당히 카오스적 가족 구성원이다. 이때 싸움이 안 나는 게 외려 이상하다.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뭔가 말할 수 없는 불편함도 종종 일어나지만, 그녀의 휘게적 노력으로 나름 균형을 잡아가며 가족 모임을 성공적으로 이끈 때도 있었다. 


어쨌든 그녀에겐 '휘게'든 뭐든, 정식적으로 의지할 만한 라이프 스타일이 필요한 건 맞다. 시트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가족들을 갖고 있는데, 일상 속에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면(혹 종교에 매달리거나 ㅋㅋ) 무너지고 말 것이다. 저자의 가족 사항을 읽으니, 프랑스 영화 《컬러풀 웨딩》이 떠올랐다. 똑같은 가족 구성은 아니지만, 둘 다 보통의 가족 구성은 아니고, 둘 다 코믹하다. (본인들은 골 빠개질 듯 아프겠지만.. >ㅁ<)



│책 소개해주세요│


위에 쓴 것처럼 저자는 2번의 이혼으로 자기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느껴졌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때 접한 것이 '휘게', 그녀는 '휘게'가 뭔지 공부하고(그렇다, 진짜 저자는 휘게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했다), 자신의 삶, 일상에 휘게를 조금씩 조금씩 접목시키고, 일상의 기쁨, 소박한 만족을 느낀 경험담이다. 그리고 휘게가 뭔지, 덴마크 사람들이 휘게를 어떻게 생각하고 일상에서 즐기는지 영국인 저자가, 외국인의 시각으로 소개해 주는 책이다. 



│책은 어땠어요?│


주제는 '휘게', 하나로 모아지지만, 글 하나하나는 상당히 이질적이었고, 각기 다른 사람이 쓴 것 같은 다양한 기사가 실린 것 같은 잡지를 읽는 것 같았다.


① 에세이처럼 저자의 가족 이야기, 실제 경험, 생각, 휘게적 시도의 성공 혹은 실패담

② 휘게 책에서 나온 내용 인용

③ 뭔가 길고, 복잡하고, 추상적 제목의 휘게 논문 내용이라든지, 이 논문에서 발췌한 글들

④ (데니쉬한-덴마크적) 휘게 디자인 가구, 조명에 대한 소개와 디자이너, 건축가 소개


등등 에세이 내용도 있고, 휘게와 덴마크를 소개하는 특집 기사 같은 내용도 있으며, 인테리어 잡지를 읽는 느낌도 나고, 행복학, 인생학 글을 읽는 느낌도 들어 정말 잡지 같음! 



│책에 대한 느낌은요?│


변화가 필요한 위기의 중년 여성이 휘게를 접하고, 연구, 자기 일상에 녹여 내는 책인데, 좋았다. 성공적인 것도 있고, 실패한 부분도 있지만 뭔가 애써서 행복을 느끼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느껴졌다. 책 자체는 그다지 휘게리하지 않지만. >ㅁ< 


각 장마다 이질적인 문체와 내용들 때문에 휘게리 하지 못했던 건데, 책 구성, 책 목차를 좀 더 깔끔히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에세이 부분에 좀 더 할애하고 휘게에 대한 설명은 양념 정도로 넣었더라면 책이 산만하지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재미난 에세이집 한 편 읽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혹은  분량은 동등하게 하고, 에세이를 한쪽으로, 휘게에 대한 저자의 연구나 공부, 디자인 소개도 한쪽으로 모아 각각 따로 적었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 이 책은 뭔가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휘게에 대한 잡지 같은 책. 그래도, 휘게는 휘게니까 좋았다. 


휘게를 따라 한다고 해서 우리가 덴마크 사람처럼 살 수는 없고, 덴마크인들도 다 행복한 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의 실내 활동이 두드러지는 휘게 문화는 이방인, 다른 문화를 배척하는 하기도 한다. 그리고 덴마크인들이 부자 혹은 뽐 내기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경멸은, 천박한 졸부가 자기 부를 과시하는 것과 똑같이 추한 면이 있다. 


그래도, 우리는 일상의 만족, 일상을 좀 더 쾌적하고 기분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생각하지 못했다. 했다고 해도 옛날 옛적 시대가 평화로울 때 양반이나 선비가 즐겼던 유유자적 정도 있으려나.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소중한 것(여유, 소박함, 일상의 소중함, 편안한 분위기 만끽)을 우리도 덴마크 사람처럼 의식적으로 되찾아야 한다. 


휘게는 하나의 문화이자 의식이다. 우리 아니 나 역시 나만의 이런 문화, 이런 의식을 만들어야겠다고 이 책을 읽으며 또! 또! 다짐했다. 인간은, 똑똑하지만 모르는 것도 많은 피조물이기에 행복에 대해서, 만족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여야만 티끌만 한 행복, 티끌만 한 만족을 누릴 수 있다. 그러면서도 가볍게 가볍게 즐기는 마음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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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휘게 - 가장 따뜻한 것, 편안한 것, 자연스러운 것
샬럿 에이브러햄스 지음, 홍승원 옮김 / 미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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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계속 변하는 세상 속에서 그냥 흐름에 따라, 아무 의문 없이, 아무 지향점 없이 사는 것과 ‘행복이란 무엇일까’, ‘일상 속에서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생각하며 사는 삶은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어떤 삶을 살든 본인의 선택이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만족스럽고, 먼 훗날 뒤돌아 봤을 때 뿌듯하고 기분 좋은 삶이 좋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삶을 조직하고, 구성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의 의지로 일상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만드는 국민이 많은 나라는 바로 ‘덴마크’다. 덴마크 사람들이 일상에서 행복한 이유는, 이 나라에 '휘게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휘게가 뭔가요?│
이 단어를 적확하게 번역하고 설명할 말이 우리말엔 없다. 그나마 번역해 보자면 '아늑함', '안전함', '편안함', '인위적이지 않음', '위화감 없음', '포근함' 등등이다. 이미지로 떠올려 보자면, 춥고 눈보라 치는 추운 크리스마스이브 밤, 벽난로에 따뜻하게 불을 피우고, 집주인은 물론 초대된 사람 모두 서로가 서로를 돕고, 이윽고 식탁 위엔 맛있는 음식 한가득 차려진다,  식탁 주위로 사람들이 가까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즐기며 이야기하는 것이 딱 '휘게'에 맞는 분위기다. 크리스마스이브 느낌 바로 그것. 아늑함, 편안함, 행복함, 기분 좋음, 즐거움. 
 

│일상 속 소박한 행복, 휘게│
휘게는 휘황찬란한 것이 아니고, 남에게 과시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편한 마음으로 일상을 즐기는 것, 자신을 둘러싼 공간인 집을 아늑하게 꾸미는 것이 휘게다. 의식적이지 않은, 상당히 자연스러운 행동이면서 상당히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이다. 하나하나 섬세하게 신경 쓰는데, 신경 쓰지 않은 듯한 그런 느낌이 휘게다. 

덴마크는 위치상 춥고, 어둡고, 습한 겨울이 아주아주 길다. 겨울이 되면 아침 해는 오전 9시가 넘어서야 겨우 뜨고, 오후가 한창일쯤에 해가 져 버린다. 그래서 덴마크에서는 야외활동보다는 실내 활동, 특히 집안에서 많이 활동한다. 외식보다는 가까운 사람을 초대해 집에서 함께 식사하고, 대화나 간단한 게임, 티비 보기 등등 취미 생활을 같이 한다. 

그래서 집에 놓이는 가구와 조명 디자인이 상당히 발달했다. 덴마크 디자인은 자연친화적이며, 사람의 사소한 습과, 신체, 비율 등등 모든 것을 세심하게 고려했다. 그들의 디자인 철학은 확고하다. 자연에 가깝게, 사람을 향하여 열린 디자인 철학!

자연친화적, 사람을 배려한 디자인에 둘러 싸여 사는 사람은, 확실히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르다. 그래서 덴마크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좀 더 의식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행복함을 더 잘 느낀다. 


│저자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이 책의 저자는 영국인으로 디자인 및 예술 관련 칼럼을 쓰는 프리랜서이자 큐레이터이다. 삶에의 불만족 혹은 삶에 변화를 주고자, 덴마크의 휘게를 받아들여 자신의 인생을 변화 시켰다. (그리 큰 변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이 책에 보면 그녀의 삶은 2번의 이혼으로 그다지 평범하지 않은 가족 구성을 이루고 있다. 아들의 생일날이나 크리스마스 때 상당히 희한한 풍경이 저자의 집에서 펼쳐진다. 전남편 원, 투, 친아들 원, 투, 양아들 몇 명, 시부모님, 현재 남자친구, 친어머니, 양아버지, 이복형제들 등등. 뭔가 상당히 카오스적 가족 구성원이다. 이때 싸움이 안 나는 게 외려 이상하다.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뭔가 말할 수 없는 불편함도 종종 일어나지만, 그녀의 휘게적 노력으로 나름 균형을 잡아가며 가족 모임을 성공적으로 이끈 때도 있었다. 

어쨌든 그녀에겐 '휘게'든 뭐든, 정식적으로 의지할 만한 라이프 스타일이 필요한 건 맞다. 시트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가족들을 갖고 있는데, 일상 속에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면(혹 종교에 매달리거나 ㅋㅋ) 무너지고 말 것이다. 저자의 가족 사항을 읽으니, 프랑스 영화 《컬러풀 웨딩》이 떠올랐다. 똑같은 가족 구성은 아니지만, 둘 다 보통의 가족 구성은 아니고, 둘 다 코믹하다. (본인들은 골 빠개질 듯 아프겠지만.. >ㅁ<)


│책 소개해주세요│
위에 쓴 것처럼 저자는 2번의 이혼으로 자기 인생이 실패한 것처럼 느껴졌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때 접한 것이 '휘게', 그녀는 '휘게'가 뭔지 공부하고(그렇다, 진짜 저자는 휘게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했다), 자신의 삶, 일상에 휘게를 조금씩 조금씩 접목시키고, 일상의 기쁨, 소박한 만족을 느낀 경험담이다. 그리고 휘게가 뭔지, 덴마크 사람들이 휘게를 어떻게 생각하고 일상에서 즐기는지 영국인 저자가, 외국인의 시각으로 소개해 주는 책이다. 


│책은 어땠어요?│
주제는 '휘게', 하나로 모아지지만, 글 하나하나는 상당히 이질적이었고, 각기 다른 사람이 쓴 것 같은 다양한 기사가 실린 것 같은 잡지를 읽는 것 같았다.

① 에세이처럼 저자의 가족 이야기, 실제 경험, 생각, 휘게적 시도의 성공 혹은 실패담
② 휘게 책에서 나온 내용 인용
③ 뭔가 길고, 복잡하고, 추상적 제목의 휘게 논문 내용이라든지, 이 논문에서 발췌한 글들
④ (데니쉬한-덴마크적) 휘게 디자인 가구, 조명에 대한 소개와 디자이너, 건축가 소개

등등 에세이 내용도 있고, 휘게와 덴마크를 소개하는 특집 기사 같은 내용도 있으며, 인테리어 잡지를 읽는 느낌도 나고, 행복학, 인생학 글을 읽는 느낌도 들어 정말 잡지 같음! 


│책에 대한 느낌은요?│
변화가 필요한 위기의 중년 여성이 휘게를 접하고, 연구, 자기 일상에 녹여 내는 책인데, 좋았다. 성공적인 것도 있고, 실패한 부분도 있지만 뭔가 애써서 행복을 느끼겠다는 저자의 의지가 느껴졌다. 책 자체는 그다지 휘게리하지 않지만. >ㅁ< 

각 장마다 이질적인 문체와 내용들 때문에 휘게리 하지 못했던 건데, 책 구성, 책 목차를 좀 더 깔끔히 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에세이 부분에 좀 더 할애하고 휘게에 대한 설명은 양념 정도로 넣었더라면 책이 산만하지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재미난 에세이집 한 편 읽은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혹은  분량은 동등하게 하고, 에세이를 한쪽으로, 휘게에 대한 저자의 연구나 공부, 디자인 소개도 한쪽으로 모아 각각 따로 적었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 이 책은 뭔가 전체적으로 부드럽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휘게에 대한 잡지 같은 책. 그래도, 휘게는 휘게니까 좋았다. 

휘게를 따라 한다고 해서 우리가 덴마크 사람처럼 살 수는 없고, 덴마크인들도 다 행복한 건 아니다. 그리고 그들의 실내 활동이 두드러지는 휘게 문화는 이방인, 다른 문화를 배척하는 하기도 한다. 그리고 덴마크인들이 부자 혹은 뽐 내기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경멸은, 천박한 졸부가 자기 부를 과시하는 것과 똑같이 추한 면이 있다. 

그래도, 우리는 일상의 만족, 일상을 좀 더 쾌적하고 기분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생각하지 못했다. 했다고 해도 옛날 옛적 시대가 평화로울 때 양반이나 선비가 즐겼던 유유자적 정도 있으려나. 그동안 숨 가쁘게 달려오느라 잊어버리고 잃어버린 소중한 것(여유, 소박함, 일상의 소중함, 편안한 분위기 만끽)을 우리도 덴마크 사람처럼 의식적으로 되찾아야 한다. 

휘게는 하나의 문화이자 의식이다. 우리 아니 나 역시 나만의 이런 문화, 이런 의식을 만들어야겠다고 이 책을 읽으며 또! 또! 다짐했다. 인간은, 똑똑하지만 모르는 것도 많은 피조물이기에 행복에 대해서, 만족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여야만 티끌만 한 행복, 티끌만 한 만족을 누릴 수 있다. 그러면서도 가볍게 가볍게 즐기는 마음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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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공부지능 - 3세부터 13세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공부 잘하는 머리의 비밀
민성원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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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즉 머리가 좋은 학생들'만' 명문대에 갈 수 있을까?│

Nope! 이 책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평균 수준의 지능도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IQ가 높으면 공부를 잘할 가능성 높다. 다만, IQ, EQ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공부 실력은 유전적 요인, 가정환경, 주변 환경, 아이의 의지, 동기, 목표 등 다양한 변수로 좌우되는데 부모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 이끌어 준다면 충분히 명문대 진학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공부 지능'이란?│
공부 지능이란, 이 책의 저자가 직접 만든 용어로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나타낸 것이다.  그렇다고 IQ나 EQ처럼 테스트나 지수를 개발한 것은 아니고, 우리에게 익숙한 <IQ, EQ, 집중력, 창의력>을 합한 것을 '공부 지수'라고 명명한 것이다. 

책에 실린 <공부지능의 구성> 표




│'공부 지능'인 IQ, EQ, 집중력, 창의력란 무엇인가?│

1. IQ(Intelligence quotient)
IQ는 우리말로 ‘지능지수’인데, 지능의 발달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계산은, 테스트 받은 사람의 정신연령(MA)에 실제 또래의 생활연령(CA)을 나누고 여기에 100을 곱한다. 수치 값이 100보다 크다(MA>CA)면 실제 나이보다 정신연령이 높은 것이다. 그러니까 아이큐 100에서 ±10 정도는 그냥 보통, 평균 지능이다. IQ가 90대라고 의기소침할 필요 없으며, 100을 넘는다고 우쭐할 것도 없다. 
  
IQ가 낮아도 충분히 공부 잘할 수 있고, IQ가 높아도 공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IQ가 높으면 공부하는데 유리하니 IQ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게 좋다. 
  
2. EQ(Emotional quotient)
EQ는 우리말로 ‘감성지수’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이 지수를 대인관계나 팀워크 등의 능력을 측정한다. 자기 통제력의 정도도 이 EQ에 해당하는 사항, 자기 통제력이 뛰어나면 자신을 믿고 꾸준히 공부를 할 수 있다. 공부도, 인생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8할을 차지하는 듯. 자신을 불신하고, 미래에 어떤 기대도 없는데 공부 잘하기는 힘들다. EQ가 높아야만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EQ도 IQ처럼 높으면 높을수록 공부에 유리하다. 

3. 집중력
집중력은 누구나 알다시피, 어떤 일을 하거나 과제를 해결할 때의 집중 정도, 몰입의 정도이다. 보통 아이들은, 게임할 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지만 저자는 이런 집중력은 집중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4. 창의력
창의력은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능력을 말한다. 저자는 창의력이 유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몰입을 잘해야 창의력도 높일 수 있도록 한다.

공부 지능 = IQ+EQ+집중력+창의력
이렇게 저자는 공부 실력에 영향 미치는 여러 요소들을 짚고, 공부 지능에 속하는 IQ, EQ, 집중력, 창의력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이 지능을 높일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소개한다. 부모가 아이의 공부를 위해 어떤 방향을 잡고,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이렇게 귀여운 뇌 단면도는 처음이야 >ㅁ<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마음이 상당히 복잡해졌다. 저자의 말/의견이 타당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동의하는 건 아니다. 저자가 제시한 방법도 마찬가지. 교육문제는 사람마다, 각자의 입장마다 의견이 다르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아무튼, 내가 이 책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공부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 책엔 없기 때문이다. 바로, 아이의 행복과 부모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 행복과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 없이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공부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이다. 나는 어쩌면 이 책의 저자보다도 더, 사람들이 공부를 기필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IQ가 테스트하는 어휘력, 암기력, 공간지각력, 추론력 등 이런 능력들은 세상을 보다 잘 이해하고, 세상에 산적한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올바른 해법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다. 이런 능력이 좋아 공부를 잘하면,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해도 복잡한 세상을 좀 더 간명하고 이해하고, 문제의 해법도 제대로 제시할 수 있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문제를 풀어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것이다. 
  
인생에 뚜렷한 목표가 있고,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면 아이는, 공부하지 말라고 말려도 한다. 스스로 공부 잘하는 방법을 만들고, 주어진 과제를 잘 풀어낸다. 이때 느끼는 희열, 이 희열을 부모가 자식에게 맛보게 해줘야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공부’가 지상 과제인 듯, ‘명문대 진학’이 삶의 최종 목표인 듯 설정하고 아이 인생을 설계하려 들면 아이는 정말 그것밖에 안 되는 삶을 살 뿐이다. 

공부는 자녀에게 ‘시키는 게’ 아니고, 자녀와 부모가 ‘함께 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공부하고, 함께 성장하며, 자기 인생과 가족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우선 부모부터 자신의 행복과 인생부터 깊이 생각하고, 자기 자식은 어떤 삶을 살면 좋을지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 본다. 

이 책은 제목에 너무 충실해서, 아이의 '공부지능'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공부는 궁극적으로 왜 해야 하는지, 어떤 삶이 옳은 삶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 아쉬웠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우선 행복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신 분, 그래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이 확고하고 삶의 목적과 목표가 뚜렷한 학부모가 이 책을 읽으셨으면 합니다. 그런 후에야 이 책을 읽고 공부에 있어 애로 사항이나 부족분, 몰랐던 사항을 체크하고 아이 학습 방향을 부모가 잡아 준다면, 아이가 많은 도움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이론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여러 에세이집들. 그의 아버지가 자신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잘 나온다. (고마운 마음이 한가득, 담뿍 담겨 있다) 파인만의 아버지는 세상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얼마나 재밌는지, 유대인식 교육법인 '대화'로 이 세상과 과학을 가르쳐준다. 

② 20세기 지성, 장 폴 사르트르의 『말』. 사르트르의 자전적 글로, 소르본 대학교 교수였던 외할아버지의 서재가 그의 놀이터였고,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귀 기울여 들어준 어머니 이야기가 적혀있다. 집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의 수준', 아이의 말을 '귀담아 잘 들어주는 부모'가 세기의 천재를 만든다. (이건, 리처드 파인만도 마찬가지)
  
③ 가수에서 변호사로 변신한 이소은 씨의 로스쿨 수기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 - 이 책은 로스쿨 수기인지, 자신을 믿어준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의 책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이 많이 적혀 있는데, 이소은 씨 부모님은 억지로 공부 시키지 않고, 가수하고 싶다고 하면 가수하도록, 공부하고 싶다고 하면 공부하도록 도와준다. 언제든 네 편이라고. 자신을 진정으로 믿고 사랑해 주는 부모가 있으면, 자식은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없다.


│덧붙임 말│
공부는 진정 원하는 삶,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이자, 통과의례 일뿐이며, 이를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부모는 뒤에서 믿어주고, 앞에서 이끌어 함께 공부하며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 아이의 IQ, EQ, 집중력, 창의력은 절로 키워진다. 

이러지 않고 돈 벌기 바쁘다고, 함께 공부하거나 대화하기 귀찮고 어렵다고 학교로, 학원으로 아이 교육에 대한 책임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면, 나중에 그 아이도 커서 부모가 자신에게 했던 그대로 돈 벌기 바쁘다고, 함께 지내기 귀찮고 어렵다고 부모를 요양원으로, 양로원으로 보내버릴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고, 한창 자랄 나이의 아이 머릿속 '거울 뉴런'은 그 어느 시기보다 활발히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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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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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의 여행에 대한 에세이. 
- 여행기가 아니라, 여행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여행 에피소드가 간간이 나오지만 단무지처럼, 김치처럼 글의 흐름에 입가심 역할을 하는 밑반찬이지 메인이 아니다. 

이다혜 기자에게 여행이란, 일상과 같은 것이다. 쉴 때면 집을 나서 여행을 떠난다. 그곳이 해외일 수도 있고, 국내일 수도 있다. 어디로든 떠나 걷고 바라본다. 낯선 타지이지만 마음에 들어서 자주 가 익숙해지면 그곳이 더 좋다. 갔던 곳에 또 가고, 알던 곳도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하는 그런 스타일의 여행자. 

읽다 보면 여행에 대해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아, 이런 여행 법도 있구나 싶은 부분도 많다. 뭇 여성들이 선망하는 그런 여행, 그런 삶이다. 여행기가 아니라 '저자가 생각하는 여행'에 대한 글이다 보니 읽다 보면 저절로 '내가 생각하는 여행은 뭐지?', '여행하다 정말 좋았던 순간이 언제였지?', '다른 사람과 함께 갔던 여행이 좋았나, 나 혼자 갔던 여행이 좋았나?' 이런 물음을, 이런 생각들을 다시금 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여행에 대해 생각을 안 해 볼 수가 없음!)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라캉은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라고 했다. (Le désir de l'homme, c'est le désir de l'autre. - 직역을 하자면, '인간의 욕망, 그것은 타자의 욕망이다') 인간이 욕망하는 타인의 욕망은 여러 개 있지만, 그중에 '여행'이 그 대표적이 아닐까 싶다. 여행은 무언가 젊은이의 특권같이 여겨지고, 최대한 많은 나라를 여행하고, 여행지에서 고생 꽤나 해 본 사람은 인생 좀 제대로 산 사람처럼 느껴진다. 낭만적인 느낌도 폴폴, 인생을 제법 즐길 줄 아는 그런 사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동경하고,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 같다. 

한창 학교 다닐 때 류시화 씨나 한비야 씨의 여행 에세이가 서점가를 강타했다. 한 집 건너 한 집에 이분들의 책들이 책꽂이에 꽂혀 있고, 학생이라면 대학생이 되면 꼭 배낭여행을 떠나리라 꿈을 꾸고, 다 큰 성인은 언젠가 일을 그만두게 되면 꼭 여행을 떠나니라,라는 소망을 품었다. 

해외여행이 퍽 쉬워진 요즘 긴 연휴라도 있는 달이면 사람들은 캐리어를 끌고, 혹 배낭 하나 메고 떠난다. 그리고 돌아와서 지인들에게 여행 참 좋다고, 또 떠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다들 정말 좋았으니까 좋았다고 하겠지. 하지만 그렇게 여행 자체가 좋았던 적은 없었다. 함께 간 사람과 함께 하는 그 시간들이 좋았고, 순간순간의 인상이 좋았을 뿐 그렇다고 해서 여행 자체가 좋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정확히 말해서 어딘가 떠나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고, 굳이 떠나지 않아도 일상을 살면서 순간순간 느끼게 되는 그런 순간이 좋았던 것이다. 내게 여행은 좋은 것도 아니고, 좋지 않은 것도 아니고, 가면 가는 것이고, 뭐 안 가도 전혀 상관없는 그런 것. 

여행을 가보니까 알겠더라. 내가 좋아하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 혹은 때로 혼자인 것, 좋아하는 풍경, 분위기 속에 있는 것. 이것은 굳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일상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내게는. 그러니까 나에게 여행은 타인의 욕망이었다. 

재밌고 정말 잘 쓴 여행기를 읽고 떠나고 싶은 것은 단지 저자들의 훌륭한 글빨 덕분이었다. 그 저자들이 여행기가 아닌 다른 그 무엇을 썼더라도 내 마음은 동요하고, 그들을 따라 하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나 빌 브라이슨의 글이 그렇다. 그가 쓴 여행기를 읽으면 여행을 가고 싶고, 그가 쓴 역사서나 에세이를 읽으면 꼭 나도 무언가 정리해서 글로 남기고픈 충동을 느낀다)



 
여기까지가 여행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왜 서평보다 내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무엇인지 줄줄이 쓴 이유는, 이 책을 읽고 저자에 대한 나의 화답이랄까 그렇다. 나는 여행에 대해 호불호가 딱히 없는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의 여행담은 듣는 걸 좋아하고, 여행 에세이도 참 좋아한다. 여행 다큐도 좋아해, 방송국 PD들이 뭔가 딱딱하고(평상시 그런 말투는 절대 아니겠지! ㅋ) 일반인 티가 역력히 나는 내레이션 듣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외국의 멋진 풍경이 나오면 '와, 저기 멋지네, 와, 세상에 저런 곳도 있네' 그러면서 감탄도 곧잘 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내가 여행을 가고 싶거나, 직접 보고 싶은 충동이 들 때는 극히 드물다. 분명 티비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 사이에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지만, 굳이 그 속에 내가 들어가고 싶은 욕망은 딱히 생기지 않는다. 내 취향은 그러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런 생각은 계속 들었다. 

자, 다들 이 책을 읽고 여행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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