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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공부지능 - 3세부터 13세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공부 잘하는 머리의 비밀
민성원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9월
평점 :
│IQ, 즉 머리가 좋은 학생들'만' 명문대에 갈 수 있을까?│
Nope! 이 책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평균 수준의 지능도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IQ가 높으면 공부를 잘할 가능성 높다. 다만, IQ, EQ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공부 실력은 유전적 요인, 가정환경, 주변 환경, 아이의 의지, 동기, 목표 등 다양한 변수로 좌우되는데 부모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 이끌어 준다면 충분히 명문대 진학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공부 지능'이란?│
공부 지능이란, 이 책의 저자가 직접 만든 용어로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나타낸 것이다. 그렇다고 IQ나 EQ처럼 테스트나 지수를 개발한 것은 아니고, 우리에게 익숙한 <IQ, EQ, 집중력, 창의력>을 합한 것을 '공부 지수'라고 명명한 것이다.

책에 실린 <공부지능의 구성> 표
│'공부 지능'인 IQ, EQ, 집중력, 창의력란 무엇인가?│
1. IQ(Intelligence quotient)
IQ는 우리말로 ‘지능지수’인데, 지능의 발달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계산은, 테스트 받은 사람의 정신연령(MA)에 실제 또래의 생활연령(CA)을 나누고 여기에 100을 곱한다. 수치 값이 100보다 크다(MA>CA)면 실제 나이보다 정신연령이 높은 것이다. 그러니까 아이큐 100에서 ±10 정도는 그냥 보통, 평균 지능이다. IQ가 90대라고 의기소침할 필요 없으며, 100을 넘는다고 우쭐할 것도 없다.
IQ가 낮아도 충분히 공부 잘할 수 있고, IQ가 높아도 공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IQ가 높으면 공부하는데 유리하니 IQ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게 좋다.
2. EQ(Emotional quotient)
EQ는 우리말로 ‘감성지수’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다. 이 지수를 대인관계나 팀워크 등의 능력을 측정한다. 자기 통제력의 정도도 이 EQ에 해당하는 사항, 자기 통제력이 뛰어나면 자신을 믿고 꾸준히 공부를 할 수 있다. 공부도, 인생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8할을 차지하는 듯. 자신을 불신하고, 미래에 어떤 기대도 없는데 공부 잘하기는 힘들다. EQ가 높아야만 공부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EQ도 IQ처럼 높으면 높을수록 공부에 유리하다.
3. 집중력
집중력은 누구나 알다시피, 어떤 일을 하거나 과제를 해결할 때의 집중 정도, 몰입의 정도이다. 보통 아이들은, 게임할 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지만 저자는 이런 집중력은 집중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4. 창의력
창의력은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능력을 말한다. 저자는 창의력이 유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몰입을 잘해야 창의력도 높일 수 있도록 한다.
공부 지능 = IQ+EQ+집중력+창의력
이렇게 저자는 공부 실력에 영향 미치는 여러 요소들을 짚고, 공부 지능에 속하는 IQ, EQ, 집중력, 창의력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이 지능을 높일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소개한다. 부모가 아이의 공부를 위해 어떤 방향을 잡고,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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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귀여운 뇌 단면도는 처음이야 >ㅁ<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마음이 상당히 복잡해졌다. 저자의 말/의견이 타당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동의하는 건 아니다. 저자가 제시한 방법도 마찬가지. 교육문제는 사람마다, 각자의 입장마다 의견이 다르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아무튼, 내가 이 책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공부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 책엔 없기 때문이다. 바로, 아이의 행복과 부모의 행복에 대한 이야기. 행복과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근본적 성찰 없이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공부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이다. 나는 어쩌면 이 책의 저자보다도 더, 사람들이 공부를 기필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IQ가 테스트하는 어휘력, 암기력, 공간지각력, 추론력 등 이런 능력들은 세상을 보다 잘 이해하고, 세상에 산적한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올바른 해법을 찾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다. 이런 능력이 좋아 공부를 잘하면,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해도 복잡한 세상을 좀 더 간명하고 이해하고, 문제의 해법도 제대로 제시할 수 있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문제를 풀어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것이다.
인생에 뚜렷한 목표가 있고,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으면 아이는, 공부하지 말라고 말려도 한다. 스스로 공부 잘하는 방법을 만들고, 주어진 과제를 잘 풀어낸다. 이때 느끼는 희열, 이 희열을 부모가 자식에게 맛보게 해줘야 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공부’가 지상 과제인 듯, ‘명문대 진학’이 삶의 최종 목표인 듯 설정하고 아이 인생을 설계하려 들면 아이는 정말 그것밖에 안 되는 삶을 살 뿐이다.
공부는 자녀에게 ‘시키는 게’ 아니고, 자녀와 부모가 ‘함께 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와 함께 공부하고, 함께 성장하며, 자기 인생과 가족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우선 부모부터 자신의 행복과 인생부터 깊이 생각하고, 자기 자식은 어떤 삶을 살면 좋을지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 본다.
이 책은 제목에 너무 충실해서, 아이의 '공부지능'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공부는 궁극적으로 왜 해야 하는지, 어떤 삶이 옳은 삶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어서 아쉬웠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우선 행복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신 분, 그래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이 확고하고 삶의 목적과 목표가 뚜렷한 학부모가 이 책을 읽으셨으면 합니다. 그런 후에야 이 책을 읽고 공부에 있어 애로 사항이나 부족분, 몰랐던 사항을 체크하고 아이 학습 방향을 부모가 잡아 준다면, 아이가 많은 도움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①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이론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여러 에세이집들. 그의 아버지가 자신을 어떻게 가르쳤는지 잘 나온다. (고마운 마음이 한가득, 담뿍 담겨 있다) 파인만의 아버지는 세상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얼마나 재밌는지, 유대인식 교육법인 '대화'로 이 세상과 과학을 가르쳐준다.
② 20세기 지성, 장 폴 사르트르의 『말』. 사르트르의 자전적 글로, 소르본 대학교 교수였던 외할아버지의 서재가 그의 놀이터였고,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해도 귀 기울여 들어준 어머니 이야기가 적혀있다. 집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의 수준', 아이의 말을 '귀담아 잘 들어주는 부모'가 세기의 천재를 만든다. (이건, 리처드 파인만도 마찬가지)
③ 가수에서 변호사로 변신한 이소은 씨의 로스쿨 수기 『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 - 이 책은 로스쿨 수기인지, 자신을 믿어준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의 책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이 많이 적혀 있는데, 이소은 씨 부모님은 억지로 공부 시키지 않고, 가수하고 싶다고 하면 가수하도록, 공부하고 싶다고 하면 공부하도록 도와준다. 언제든 네 편이라고. 자신을 진정으로 믿고 사랑해 주는 부모가 있으면, 자식은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없다.
│덧붙임 말│
공부는 진정 원하는 삶,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이자, 통과의례 일뿐이며, 이를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부모는 뒤에서 믿어주고, 앞에서 이끌어 함께 공부하며 나아가야 한다. 그러면 아이의 IQ, EQ, 집중력, 창의력은 절로 키워진다.
이러지 않고 돈 벌기 바쁘다고, 함께 공부하거나 대화하기 귀찮고 어렵다고 학교로, 학원으로 아이 교육에 대한 책임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면, 나중에 그 아이도 커서 부모가 자신에게 했던 그대로 돈 벌기 바쁘다고, 함께 지내기 귀찮고 어렵다고 부모를 요양원으로, 양로원으로 보내버릴 것이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고, 한창 자랄 나이의 아이 머릿속 '거울 뉴런'은 그 어느 시기보다 활발히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