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
디제이 아오이 지음, 김윤경 옮김 / 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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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연애 상담을 해주는 디제이 아오이의 책입니다. 이 책은 제목대로 이별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 각기 다른 사정, 각기 다른 이유를 가졌지만 이별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만남 후 이별'을 했다는 공통점, 그래서 '힘들다'는 공통점.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공통점. 이런 분들은 평상시 똑똑해도 연애에 관해서라면 생각이 무딜 때가 있어요. 주위 사람들 눈엔 뻔히 보이는 걸, 연애하는 당사자는 모르는 그런 것들요. 디제이 아오이는 그게 뭔지, 설령 당사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일지라도(일부러 외면하고자 했던 것일지언정) 핵심을 콕, 집어 말해줍니다.  "언니, 엉엉... 나 가슴 아프다고. 꼭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ㅅ;" 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에 빠진 사람들도 눈에 콩깍지가 씌듯 이별한 사람, 그래서 슬퍼하는 사람들 눈에도 콩깍지가 쓰여있어 본질을 잘 못 볼 때가 있죠. 마음 아프더라도, 가끔은 이렇게 핵심을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죠. 



회자정리, 개인적으로 회자정리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모든 관계가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사는 동안 잘 만나도록 노력해야 하고, 헤어지는 것도 만나는 것과 똑같이 잘 헤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 이 책에서 저자가 고민 상담자에게 주로 하는 이야기는, 잘 헤어졌다, 당신은 강하니까 헤어졌다, 그리고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회자정리'라는 말은, 어떤 '강함'이 배어있는 것 같아서 좋아해요.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져서 헤어지게 된 경우 말고는, 어느 정도 헤어짐엔 아픔이 수반됩니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에 화가 나서 헤어져도, 어떤 오해가 생겨 헤어져도 헤어짐에는 필연적으로 '강해져야 함'이 뒤따라와야 한다고 봅니다. 




세상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인생을 가볍게, 가볍게 살고 싶어요. 헤어짐으로 무거운 마음을 안고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헤어지는 것도 만나는 것보다 나으니까 '이별'을 선택했을 테죠. 그러면 홀가분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안녕~'이라 인사한 후 휘적휘적 휘파람을 불며 제 갈 길을 걷고 싶어요. 이런 경지가 되려면 꽤 많은 내공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만남에 마침표 찍을 수 있는 상대방을 만나야 하기도 하고요. 


다행이랄지, 불행이랄지, 점점 헤어짐이 무겁지 않고 점점 가벼워지고 있어요(이러다간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때문에 공기보다 더 가벼워져 삶의 낙이라곤 혹은 삶의 슬픔이라곤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상담 내용들이 10대, 혹은 20대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이별이 꼭 슬플 필욘 없고, 마음 아플 필요도 없죠. 그렇다고 헤어진 상대방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생각하진 않아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행복을 바란다거나 이런 마음 없이) '잘 가, 그동안 즐겁게 잘 만났어'라고 웃으며 손을 흔들 수 있길 바라는 거죠. 그런데 뭐, 제 마음같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네요. 


어쨌거나 제일 중요한 건 자존감, 같습니다. 만남에도 헤어짐에도,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필요해요. (나도 나도 자존감!!) 본인을 사랑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제대로 사랑할 수 없으니까요. 이 책에서도 많은 답변들이 '자존감'에 대한 말이에요. 쓰인 단어, 답변의 말은 조금씩 달라도, '자존감', 'Love yourself!'로 귀결됩니다. 


헤어짐, 혹은 누군가를 만나는 동안 현격히 자존감이 떨어졌다면 이 책 추천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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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4차 산업혁명 -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 블록체인 등이 불러올 부의 이동
강규일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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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출판되는 모든 책을 다 읽은 순 없고, 기회가 닿는 대로 많이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 책도 좋은 기회가 닿아서 읽게 되었다. 

저자는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방송국에서 pd로 일하다, 현재는 <연합뉴스> 콘텐츠 제휴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저자의 약력대로 책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 독자들에게 소개해주는 음, 뭐랄까 '기사'랄까, 그런 느낌이 강하다. 뉴스나 신문을 보다 시나브로 접하게 되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단편적 정보들을 이 책에서는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현재의 상황, 기술을 과거로 되짚어 올라가기도 하고, 미래를 조망하기도 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은 빅데이터 및 사물인터넷 이야기, 두 번째 장은 인공지능, 세 번째 장은 블록체인, 네 번째 장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증강/가상현실, 스마트 도시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책 제목대로, 소위 4차 산업혁명에 속하는 각 분야를 다루고 있다. 

내가 작년부터 4차 산업혁명 관련한 책을 짬짬이 읽어 오고 있는데, 보니까 4차 산업혁명을 다룬 책이라고 해도 이 분야가 급격히 변하는 중이기도 하고, 일반인들의 관심 정도도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급으로 바뀌는 추세라 불과 1년 전, 아니 몇 달 전에 출판된 책과 요즘 나오는 책들이 다루는 주제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세돌과 알파고 대결 이후엔 인공지능에 대한 책이 쏟아져 나왔고, 일론 머스크가 한창 주가를 날릴 땐 자율 주행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들로 도배가 됐는데, 요즘은 작년과 올해 초 떠들썩했던 비트코인 열풍 때문인지 가상화폐, 블록체인에 관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 책은 어느 정도 균형을 잡고 있고, 보다 현실적인 문제만 다루고 있다. 인공지능이나 여타 새로운 기술이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라는 위협과 공포로 겁주는 책은 아니라는 말. 

저자는 피디 출신답게 꼼꼼한 자료조사와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최신의 자료를 토대로 설명하고 있어서 4차 산업혁명의 현주소를 알고 싶은 분들께 유익할 것 같다. 가령, 클라우드 슈밥이 다루는 4차 산업혁명은 똑같은 4차 산업혁명을 다루지만 보다 통찰력 있고 좀 멀리 조망한다고 하면, 이 책은 바로 지금,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한 책은, 워낙 이 분야가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어 정보 업데이트가 빨라야 하는데, 이 책은 정보 업데이트하기에 좋다. 

지금 나는 모르지만 변화하고 발달해 가는 세상에 대해 알고 싶은 분, 4차 산업혁명에 호기심을 갖고 계신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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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비트코인 - 블록체인 3.0 시대와 디지털화폐의 미래
나카지마 마사시 지음, 이용택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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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대한민국에 비트코인의 광풍이 불었다. 어딜 가나 비트코인 이야기뿐이었는데 현재는 많이 잠잠해진 편이다. 그래도 언제 폭등할지 모르며, 언제 급락할지 모르는 미지의 상태. 그래도 여전히 비트코인이 천만 원을 밑도는 상태이니 여전히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 있다 하겠다. 그런데 가상화폐라 불리는 코인들의 거래는 활발하지만, 정작 이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그동안 금융위나 금감원, 기획재정부, 심지어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비트코인은 법정 화폐가 아니고, 법(국가)의 망에 제대로 편입되지 않은 것이므로 화폐가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버블을 조심하라며 충고하고, 규제의 제스처를 취했다. 그런데 정부 기관들의 발표를 보면, 가상화폐를 조심하라는 말만 있지, 가상화폐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는 한 번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어딘가 제대로 정의해 놓은 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한창 자료 찾아볼 때만 해도 없었음). 아마 정부도 가상화폐가 뭔지 감을 잘 잡지 못했고, 아직은 낯선 기술, 낯선 시스템이다 보니 기관 내에서도 가상화폐를 보는 시각과 이해도가 달라 국민에게 똑 부러진 설명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단지, 우리도 그게 뭔지 잘 모르니까 일단 좀 투자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식의 입장만 고수했던 듯. 




비트코인이 뭔지, 블록체인이 뭔지 너무 궁금하잖아. 궁금해서 물어보면 뭔가 말은 그럴듯하게 해도 진정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 같았다. 그래서 읽어 보았다, 요 책! 두둥!!! 

이 책을 쓴 저자는 일본인으로, 오랫동안 일본은행(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은행)에 근무했고, 현재 교수로 재직하며 결제 시스템에 대한 조사, 연구를 하고 있는 분이다. 경제학 박사이자, 일본 내 결제 시스템의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좋았던 것은 비트코인의 화폐로서의 성격을 어느 글, 어느 책에서보다 속시원히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필자는 비트코인을 대표로 하는 가상화폐의 화폐로서의 성격과 미래를 분석하고, 비트코인이 사용하는 블록체인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한다. 책 구성은 심플하고,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이해가 쉬우면서도 심도 있게 잘 써놓았다. 





이 책 한 권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비트코인, 즉 가상화폐는 화폐로서는 미래가 불투명하지만 비트코인을 구현하는 블록체인 기술은 미래가 밝다고 서술해 놓았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째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화폐 기능에 대한 설명, 나머지 한 부분은 블록체인의 미래와 각 국가별로 블록체인 기술 적용 사례와 시도, 현재를 보여준다.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미래가 불투명한 것은, 실크로드 사건('실크로드'는 불법 약물 거래 사이트로 이 사이트에서 유일하게 사용된 결제 수단이 비트코인이었다)과 마운트곡스 파산 사건(일본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는데 처음엔 해커들에 의한 비트코인 탈취 사건으로 알려졌으나 알고 봤더니 마운트곡스 사장이 비트코인을 외부로 빼돌린 횡령 사건이었다), 비트코인을 요구하며 데이터를 인질로 삼는 랜섬웨어 사건 등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과 신뢰성 저하, 비트코인 보유/채굴/거래 구조의 편중(아주 극소수만이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보유한다), 발행 상한(비트코인이 최종 발행할 수 있는 양은 2100만 BTC로 정해져 있다. 그 이상 발행할 수 없다. 2017년 8월 이미 1650만 BTC가 발행되었다.), 보상의 반감기 존재(4년마다 채굴에 따른 보상이 반으로 줄어든다. 보상이 줄어들면 채굴업체의 수지 타산이 맞지 않으므로 더 이상 채굴을 안 할 수 있다) 등으로 본디 비트코인 내 단점이 있고, 비트코인 관련 기관(채굴 기관 등)의 힘겨루기(상당히 정치적이며, 비트코인 안정성을 훼손한다), 정부 개입, 버블 문제 등이 비트코인 미래의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저자는 비트코인보다 블록체인 기술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블록체인은 금융 분야에 상당히 적확할 수 있는 저장 기술이라 설명한다. 이 부분은 책의 중후반부에 나오는데, 사전에 금융지식 및 화폐, 결제 지식이 있으면 보다 수월하게 읽힐 거다. (저는 읽고 이해하는데 조금 어려웠어요.) 

저자의 말처럼 금융 분야를 비롯해서 유통, 부동산, 주식 등 신뢰성이 높아야 하는 분야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아주 각광을 받을 것 같다. 현재처럼 중앙 집중형 방식은 안정성은 담보되나, 여러모로 비효율적인 요소가 많은데, 블록체인이 보다 개발되고 확장, 정부의 인증이 있다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엔 여러 나라의 중앙은행과 기업들이 실험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아직 그 성공 여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여러모로 블록체인의 미래가 기대된다. 


비트코인이 뭔지, 블록체인이 뭔지 궁금하고 정말로 알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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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뉴욕의 맛
제시카 톰 지음, 노지양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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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응, 재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어. 책을 읽고 있을 때 나도 뉴욕의 살벌한 요식업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처럼 완전 감정이입된 채로, 내가 주인공 그 자체가 된 것마냥 읽었다. 책을 덮고 나니, 오잉, 한국에 있네. 


"그렇게 될 때까지 그런 척하기. 다른 여러 사람을 따래해보다가 그중에 가장 내 마음에 드는 걸 찾아내려고."

- 74쪽, 멜린다가 주인공 티아 먼로에게 한 말.




티아 먼로가 시골(?)에서 올라와 촌스러움을 벗어던지고, 세계에서 가장 핫한 뉴욕에 걸맞은 사람으로 변신해 갈 때 나도 그렇게 되었다. (물론, 마음으로만) 예일대, 모범생 출신, 무슨 일이든 똑 부러지게 해내는 그녀, 하지만 화려한 인생을 사는 룸메이트, 에메랄드를 만나고 자신을 작게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뉴욕 아니, 미국에서 권위 있는 레스토랑 비평가인 마이클 잘츠와 만나게 되고 영악하고 음흉한 마이클 잘츠의 제안을 받게 된다. 마이클 잘츠의 제안은 파우스트 박사를 홀린 메피스토펠레스의 제안과도 비슷하다. '미각을 잃은 나 대신, 뉴욕 최고의 레스토랑 음식을 맛봐. 그리고 네 글을 내 글인 것처럼 신문에 실을게. 이건 누구도 알아선 안 될 너와 나의 비밀. 이 비밀만 지켜준다면, 네가 원하는 모든 걸 다 주겠어. 여자들이 못 가져서 안달인 최고급 명품 백과 옷, 구두,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한 번 가기도 두려운 최고급 레스토랑의 음식을 다 먹게 해줄게.'


티아 먼로는 삶의 목표와 열정이 있지만 그러나 아직은 한낱 대학원생일 뿐임을 안다. 그래서 그녀에겐 사다리가 필요하다. 마이클 잘츠의 달콤한 유혹을 받아들인다. 이 유혹을 받아들이는 데엔 그만큼 티아 먼로의 희생도 있었다. 성격이 뭐 같고 까다로운 마이클 잘츠의 요구받아 주고, 자기 생각, 자기 글, 자기 글인데 자기 이름으로 신문에 낼 수 없다는 자괴감. 


어쨌든 비위가 뒤틀릴 때가 있긴 했지만, 자신의 목표에 가닿기 위해 티아 먼로는 최선을 다한다. 마이클 잘츠의 방식대로 거짓말도 능수능란하게 하고, 룸메이트인 멜린다가 한 말처럼 그렇게 될 때까지 그런 척하기, 그리고 또 다른 룸메이트인 에메랄드처럼 모든 여자가 입고 싶어 하는 옷을 입고 자신의 매력을 뿜뿜 드러내기. 


그러는 동안 많은 일을 겪어야 했다.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에서 뭔가 비밀을 눈치챈 사장으로부터 모멸감을 받기도 했고, 마이클 잘츠의 위압적인 행동에 굴복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사랑했던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매력적이어서 흠뻑 빠졌던 셰프에게 이용당하고, 그의 동료들에게 걸레 취급받고....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주인공 티아 먼로는 정말로, 정말로, 각기 다른 삶, 다양한 삶을 살아보고, 지금까지 한 번도 겪지 못했던 감정, 감각을 수없이 느낀다. 뉴욕의 별 네 개짜리 레스토랑 두 개를 날려 버릴 정도로 영향력이 큰 사람이 되기도 하고, 실패도 하고, 굴욕감도 겪고, 기쁨과 환희도 겪으면서 성장해나간다. 




제일 큰 보람은 배움일 테고, 지금까지 몰랐던 수많은 감각을 깨달은 것. (생각만 하고, 저 멀리 밀쳐두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다. 돌이 살아 있는 인간이 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랄까.) 


중간중간, 똑똑한 티아 먼로가 바보 같고,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용당했을 때... 아오, 목에 솜뭉치 든 것처럼 답답함) 어쨌거나 티아 먼로는 뉴욕의 특수부대 전투 요원이랄까. 어떤 패기, 열정, 악랄함, 욕망의 화신, 그러면서 순진무구한 모습이 좋았다. 매력적이야. 내가 좋아하는 여성상. 


그리고 남들이 뭐라고 하든 일단 부딪히고 깨지는 모습도 좋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다. 일단 해보고, 욕먹으면 욕먹고, 부끄러워서 어딘가 사라지고 싶은 것도 느끼고 그러면서도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참 좋은데, 이 책의 주인공은 딱 이런 스타일. 나는 아직 이런 배짱이 없기에 뭔가 부러운 마음에서 감정이입하며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음, 결말은 너무 해피엔딩이라 좀 맥이 빠지고(뭔가 전투적인 분위기로 끝났어도 좋았을 텐데.... 이런 유의 책은 그냥 해피엔딩이죠.), 전쟁터 같은 키친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어 아쉽다(레스토랑의 전쟁터 같은 키친 이야기를 읽기 좋아해서 말아죠).  저자 '제시카 톰'을 읽고 싶은 책 목록 저자에 두고 앞으로 쭉 읽어볼 요량. 


재밌게 잘 읽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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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찰나를 역사로 매그넘 컬렉션
장 다비드 모르방 외 지음, 실뱅 사보이아 그림, 맹슬기 옮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 / 서해문집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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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史의 한 획을 그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삶을 담은 그래픽 노블입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한 부분은 브레송의 삶을 만화로 그린 그래픽 노블 파트이고, 나머지 한 부분은 시네아스트인 토마 토드가 쓴 브레송의 해설 파트입니다. 



표지는 단단하고, 야문 양장이에요. 제본은 만족스럽습니다. 낱장으로 뜯길 일 없을 것 같아요. 본문 종이 재질은 빤질빤진할 재질(이런 종이 이름을 몰라요)인데, 해설 부분에 브레송의 사진이 실려 있어서 빤질한 종이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책 재질도 만족스럽습니다. 


그래픽 노블 파트의 시나리오는 장 다비드 모르방과 세브린 트레푸엘이 썼고 만화는 실뱅 사보이아가 그렸습니다. 그래픽 노블 내용은, 브레송 인생에 가장 중요하고 위험했던 시기인 2차 세계대전 때의 이야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학문에 꿈을 꾸지만 대학 진학 시험에 실패하고 예술 계통으로 전향합니다. 그림과 사진을 이때 접하게 되죠. 마틴 문카치의 사진을 흠모해 아프리카로 사진 여행을 떠나고, 스페인, 이탈리아, 멕시코, 미국 등 세계 각지를 누비며 인물 사진을 찍습니다. 


이 책에 실린 그래픽 노블은 1946년 5월 5일, 로버트 카파와의 대화로 시작합니다. 당시 미국 뉴욕 현대 미술관은 브레송의 유고전을 기획하고 있었는데요, 하마터면 세계 최초로 살아 있는 사진작가의 유고전에 될 뻔한 사건이죠. 어쨌든 로버트 카파와의 짧은 만남 이후 브레송은 아내와 배를 타고 미국으로 떠납니다. 





미국으로 가는 배 안에서 브레송은 자기 자신을 이끈 것은 바로 '자유'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회고합니다. 


회고는 전쟁이 시작된 1940년 5월 프랑스 동부 보주에서 그동안 자신의 눈 역할을 한 라이카를 땅에 묻은 일화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카메라를 땅에 묻고, 전쟁이 끝난 후를 기약한 것이죠. 


브레송의 소중한 라이카가 땅에 묻혀 있는 동안 브레송은 참 많은 일을 겪습니다. 


프랑스 군은 나치의 과시적인 선전 정책에 맞서 '필름과 사진'이라는 분대를 창설합니다. 저널리스트들로 구성된 분대죠. 브레송도 여기에 배치됩니다. 하지만 그가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프랑스군이 사진 부대를 지원하기엔 나치에 비해 턱없이 열세였기 때문입니다. 그 후 프랑스는 독일에 항복합니다. 


브레송은 나치의 전쟁 포로가 됩니다. 하지만 명예 포로로 대우받아, 포로이기는 하지만 나름 편안한 생활을 하죠. 물론 그 편안한 생활이라는 것이 12시간이라는 중노동이죠. 씻지 못해 악취가 나고, 12시간 허리가 끊어지고, 팔이 끊어질 듯한 노동도 사실 유대인이 당시 겪었던 대우에 비하면 안락하고 편안한 대우였습니다. (브레송은 나중에 나치의 유대인에 대한 대우를 알게 되고 나치를 혐오하게 됩니다.) 


공장, 농장, 공사장 등 여러 곳에서 노동을 하며 포로 생활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언제나 자유를 추구했던 브레송에게 포로수용소의 생활은 견딜 수 없습니다. 3번의 탈출 시도 끝에 3번째에 드디어 탈출에 성공합니다. 이때가 1943년 2월 10일입니다. 이후 브레송은 MNPGD에 가담하여 탈출한 포로들을 돕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1943년 7월, 보주에 가서 3년 전 묻어두었던 자신의 라이카를 흙 속에서 꺼냅니다. 


바로 이 라이카로,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여, <찰나를 역사로> 남기기 시작합니다. 영화 작업도 했던 독일 데사우에서의 사진들이 특히 그러하죠. 이 책에도 데사우에서 찍은 사진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브레송은, 스페인 내전 때 영화를 찍었는데 다른 저널리스트에 비해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데사우에서는 영화 작업은 하되, 본인은 영화를 찍지 않고, 사진기를 들고 사진 찍기를 선택합니다. 결과는 대 성공입니다. 


본인도 몇 년 간 전쟁 포로로 생활했기 때문인지, 역사에 남을 순간을 잘 포착해 냅니다. 그의 사진은 설명이 많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잡은 순간은, 많은 것을 상상하고 생각하도록 합니다. 



책 중, 할레 독일 1945 5~6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평생 몇 가지 일을 합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다 준 사진은 물론이고 어렸을 때부터 관심 많았던 회화 그리고 장 르누아르 밑에서 일도 했을 만큼 영화에도 발을 담급니다. 회화와 영화에 대한 마음은 정말 각별했던 것 같아요. 물론 사진만큼 성공적이진 못했지만요. 


브레송은 건물이나 자연만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는 거의 인물 사진만 찍었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 활동했기 때문도 있겠지만, 스페인 내전,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그의 마음속 한가운데는 바로 '인간다움'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인간에게 좌절하지만, 결국 인간이 기대를 걸고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역시 '인간'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브레송 하면 라이카, 라이카 하면 브레송. 

사진기를 잡을 수 없었던 포로 시절엔 수정체는 렌즈를, 홍채는 조리개를, 눈꺼풀은 셔터를, 망막은 필름, 안구는 암실, 기억은 인화된 사진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엔 늘 '자유'가 자리 잡고 있었죠. 브레송에게 카메라와 사진이 어떤 의미였는지 사실 저는 브레송 본인이 아니니 잘 모르겠어요. 그의 작은 사진 속에 담긴 사람들, 그 군상들... 이 작은 틀 속에 많은 것들이 담깁니다.  자유는 작은 틀 안에 갇힐 수 없지만 그 자유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이 작은 틀 속에 가둬야만 하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브레송은 이 아이러니를 즐기며, 찰나를 위해 오래도록 기다리고 기다리며 결정적인 순간 셔터를 눌렀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순간을 담기 위해 한자리에서 오래 머물기. 뭔가 아이러니의 외줄 위에 아슬아슬 줄타기한 것 같네요. 


브레송 본인은, 사진을 통해 그 수용소든 어디든 그 분위기와 그 사람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의도였을지 몰라도 뭐든 인간이 뭔가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지 저는 의문입니다. 그의 사진을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 많은 상상과 많은 생각을 덧붙여 받아들이기 때문이죠. 



저는 아직 사진에 대해 잘 모르고, 이제 알아가고자 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브레송의 사진을 읽고 해석하기엔 무리입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기 위해 그래픽 노블인 이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은 나의 소감은, 음, '아직 사진에 대해 잘 모르겠다', '사진작가들은 뭔가 정말로 예술가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픽 노블이고 뒤의 해설도 그렇게 어려운 설명이 없는데도 제가 전혀 모르는 설명들 (저는 매그넘이 뭔지도 몰랐답니다. ㅠㅅㅠ) 때문에 즉각적인 이해는 조금 어려웠어요. 이 책으로 2차 세계대전 때 거물급으로 큰 사진작가들에 대한 이름을 접하고, 사진史에 대한 배경지식을 조금 쌓았다고 할까요. 


사진은 상당히 매력적인 매체입니다. 매일매일 수십, 수백 장의 사진을 찍는데도 사진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일상을, 가벼운 마음으로 담는 것도 좋지만 이제 조금 깊이 알아가고 싶습니다. 이 책이 그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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