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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나고 나는 더 좋아졌다
디제이 아오이 지음, 김윤경 옮김 / 놀 / 2018년 4월
평점 :
SNS에서 연애 상담을 해주는 디제이 아오이의 책입니다. 이 책은 제목대로 이별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사람, 각기 다른 사정, 각기 다른 이유를 가졌지만 이별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만남 후 이별'을 했다는 공통점, 그래서 '힘들다'는 공통점.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의 공통점. 이런 분들은 평상시 똑똑해도 연애에 관해서라면 생각이 무딜 때가 있어요. 주위 사람들 눈엔 뻔히 보이는 걸, 연애하는 당사자는 모르는 그런 것들요. 디제이 아오이는 그게 뭔지, 설령 당사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일지라도(일부러 외면하고자 했던 것일지언정) 핵심을 콕, 집어 말해줍니다. "언니, 엉엉... 나 가슴 아프다고. 꼭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잖아. ;ㅅ;" 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에 빠진 사람들도 눈에 콩깍지가 씌듯 이별한 사람, 그래서 슬퍼하는 사람들 눈에도 콩깍지가 쓰여있어 본질을 잘 못 볼 때가 있죠. 마음 아프더라도, 가끔은 이렇게 핵심을 말해줄 사람이 필요하죠.

회자정리, 개인적으로 회자정리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모든 관계가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사는 동안 잘 만나도록 노력해야 하고, 헤어지는 것도 만나는 것과 똑같이 잘 헤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봐요. 이 책에서 저자가 고민 상담자에게 주로 하는 이야기는, 잘 헤어졌다, 당신은 강하니까 헤어졌다, 그리고 더 강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회자정리'라는 말은, 어떤 '강함'이 배어있는 것 같아서 좋아해요.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져서 헤어지게 된 경우 말고는, 어느 정도 헤어짐엔 아픔이 수반됩니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에 화가 나서 헤어져도, 어떤 오해가 생겨 헤어져도 헤어짐에는 필연적으로 '강해져야 함'이 뒤따라와야 한다고 봅니다.

세상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인생을 가볍게, 가볍게 살고 싶어요. 헤어짐으로 무거운 마음을 안고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헤어지는 것도 만나는 것보다 나으니까 '이별'을 선택했을 테죠. 그러면 홀가분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안녕~'이라 인사한 후 휘적휘적 휘파람을 불며 제 갈 길을 걷고 싶어요. 이런 경지가 되려면 꽤 많은 내공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식으로 만남에 마침표 찍을 수 있는 상대방을 만나야 하기도 하고요.
다행이랄지, 불행이랄지, 점점 헤어짐이 무겁지 않고 점점 가벼워지고 있어요(이러다간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때문에 공기보다 더 가벼워져 삶의 낙이라곤 혹은 삶의 슬픔이라곤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상담 내용들이 10대, 혹은 20대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네요. 이별이 꼭 슬플 필욘 없고, 마음 아플 필요도 없죠. 그렇다고 헤어진 상대방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생각하진 않아요.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행복을 바란다거나 이런 마음 없이) '잘 가, 그동안 즐겁게 잘 만났어'라고 웃으며 손을 흔들 수 있길 바라는 거죠. 그런데 뭐, 제 마음같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네요.
어쨌거나 제일 중요한 건 자존감, 같습니다. 만남에도 헤어짐에도,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필요해요. (나도 나도 자존감!!) 본인을 사랑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제대로 사랑할 수 없으니까요. 이 책에서도 많은 답변들이 '자존감'에 대한 말이에요. 쓰인 단어, 답변의 말은 조금씩 달라도, '자존감', 'Love yourself!'로 귀결됩니다.
헤어짐, 혹은 누군가를 만나는 동안 현격히 자존감이 떨어졌다면 이 책 추천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