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선물하는 남자 (리커버 에디션) - 남다른 생각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가?
김태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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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출판된 『생각을 선물하는 남자』 리커버 버전.

9년 전 책 표지는 저자 김태원 씨가 전면에 있다. 그 당시 유행하던 표지. 요즘에도 이런 표지를 내는 곳이 있긴 하지만 요즘엔 대체로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내 어릴 때 유행하던 그림체 같기도 하고.. 약간 뉴트로의 느낌이 든다. 어쨌든 리커버는 환영이에요. 10년 전 표지는 확실히 지금 보니 올드한 느낌이 든다.

책 내용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구글에 입사한 젊은 형(?), 젊은 오빠가 방황하고 고민하는 대학생의 멘토가 되어 그들에게 유익한 조언을 주는 듯한 느낌으로 쓰여 있다.


2010년,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이라는, 작지만 놀라운 기계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아이폰 출시 이후 2~3년 만에 세상은 거의 완전히 바뀌었고 세상은 새로운 사람, 새로운 조언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조언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한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연륜 있는 분이었지만, 이제는 IT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주 젊은 사람이 되었다. 상전벽해. 하지만 이 분야는 워낙 시간이 빨리 흐르다 보니, 젊다고 해도 IT 발전 속도에 맞춰 보면 젊은 사람이라 해도 결코 경험이나 지식, 지혜가 설익다고는 할 수 없다. 뭐든 그 분야의 시간에 맞춰 바라봐야 한다.

사회는 신기하게도 어떤 분기점에 접어들면 항상 '창의력', '상상력'을 중시한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발칵 뒤집었을 때도 우리 사회 화두는 '창의력'과 '상상력'이었다. 거의 모든 학부모와 신문지 상의 칼럼들은 천편일률적이고 주입식 한국 공교육이 문제라며 들끓었다. 이 책은 그래서 당시 사람들이 요구하던 바에 맞춰 쓰였다.





남다른 생각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가?

그래요, 남다른 생각은 어디에서부터 나오는 것이죠?

인터넷 유저들이 어떤 UI를 접하느냐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거든요. (...) 세상이 점점 더 온라인으로 옮겨갈수록 우리는 의사결정을 할 때 UI 영향을 많이 받게 됩니다. (- 18쪽) 

우리는 UI를 바꾸기보다는 UI에 순응하거나 이끌려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UI가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끼쳤다면, 반대로 여러분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게 UI를 적극적으로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 19쪽)

우리가 어떤 프레임, 어떤 구성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의식과 선택은 달라진다. UI도 그렇고 똑같은 그래프 자료라 하더라도, 앞 위 어떤 맥락에 놓느냐에 따라 우리의 자료 해석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책의 초반에 저자가 UI에 대해서 먼저 말하는 것이 의미심장한데, 우리 인간은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낯선 것을 싫어한다. 뇌는 도전보다 안주하기를 좋아하고, 늘 알던 것만 알기를 원한다. 새로운 것은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크기 때문이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 오늘과 똑같을 내일.

뇌에게는 이것만큼 안온하고 평화로운 선택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지내도 되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이 책의 핵심은, <상관 없어 보이는 이것과 저것의 연결이다>. 새로운 생각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는 뭔가 엄청나고 새로운 영감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다만 기존의 것들을 연결해서 새로운 의미를 뽑아내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고자 하는 것도 이와 관련된 것들이고, 이 책에서도 잠깐 언급되지만 스티브 잡스가 IT와 인문학의 만남을 말한 것도 이와 상통한다. 기존에 존재하는 이것과 저것의 '만남'. 그리고 '연결'. 바로 여기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이 탄생한다. 창의력 지수는 어쩌면 기존의 것을 새롭게 연결하는 지능 지수일지도 모르겠다.

또 이 책에서는 데이터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도 주요 화두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해석하는 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조금 달리 볼 것인가를 화두로 던진다. 이는 김태원 씨가 구글이라는 검색 엔진 회사에 다녀서 더욱 와닿았다. 하루에도 어마어마하게 쌓이는 검색어들. 이 검색어들만 모아두고 통계를 내도 이 사회의 많은 부분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이 나온 지도 9년. 이 9년 동안 빅데이터가 엄청나게 발달했고, 시너지 효과로 인공지능이나 사물 인터넷 분야도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데이터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의미 있게 재활용할 것인지가 진짜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9년 전보다도 더. (근데 이것도 위에 말한, '이것'과 '저것'의 연결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든 산다.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살아간다. 문제는 정말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 책에도 잠깐 나오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나가는 사람, 멋진 사람을 동경하면서도 그 사람처럼 멋있기 위한 실제적인 노력은 크게 하지 않는다. 김태원 씨가 이 책을 쓰고 조금 특별한 위치에서 많은 사람들의 멘토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실행력'이 아닐까 한다. 사실 김태원 씨가 이 책에서 말 그대로 '생각을 선물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알려주고, 본인이 일상에서 어떻게 하는지 그 비법을 친절히 가르쳐 주는데 문제는 그 비법을 따라 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책의 초반에 언급되는 UI 문제로 다시 되돌아간다. 사람들은, 자극을 받아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은 자극도 일순간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UI, 익숙한 본인의 삶의 패턴으로 곧장 돌아가기 때문에 늘 비슷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본인 혼자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대를 이어간다. 싫다던 부모처럼 본인이 살고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본인의 모습 그대로 자식들이 사는 것이다. 우리 뇌는 충분히 다른 가능성은 알지만, 보이는 대로 익숙한 대로 살기를 택한다. 그러므로 가볍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자기만의 익숙한 UI를 바꿔야 한다. 정말 별것 아닌데, 뇌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이럴 경우 뇌에 당근을 줘가며, 변화를 주는 건 재미난 게임과 같다고 달래고 얼러야 한다. 어떻게 보면 엄청 힘든데, 어떻게 보면 재밌는 게임처럼 가볍고 즐거운 변화로 뇌에 인식시켜야 한다.

어쨌거나 이 책을 읽고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실행'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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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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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당한 만큼 갚아줘야지! 생산적 복수!!

일본 명문, 게이오 대학에서 졸업을 앞둔 한자와 나오키('한자'와 '나오키'가 아니고 그냥 한 명의 이름이 '한자와 나오키다'). 한자와는 제조업 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를 보면서, 기업과 은행의 관계에 깊은 인상을 받고 금융계에 결심을 한다. 때는 마침 일본이 버블 경제의 최정점을 찍었던 때다. 활황이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은 갈 데도 많았고, 오라는 데도 많았다. 하지만 넘쳐나는 일자리에도 양질의 일자리엔 경쟁률이 높다. 특히 은행 자리가 그랬는데, 그럼에도 한자와 나오키는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에 무난하게 은행에 취직한다.

시간이 흘렀고 한자와는 융자 과장이 되었다. 결혼을 해서 아내와 아이도 있다. 그런데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마음에 들진 않지만 지점장이 막무가내로 대출을 해 주라던 회사(서부오사카철강)에 뒤늦게 분식회계가 있다는 소식.

한자와는 처음부터 서부오사카철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점장이 한자와에게 이 회사의 사장을 만나고 오라고 해서 갔던 첫날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직원들이 빈둥빈둥 놀거나 담배를 피우고 있고, 어디선가 계속 전화 울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아 벨소리만 날카롭게 울린다. 직원이 한자와를 대하는 태도도 영 마음에 안 든다. 간단한 인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상사인 지점장의 지시가 있고 하니, 사장을 만나 대출 관련 대화를 하는데 이 사장의 태도도 기고만장이다. 은행원이라고 무시하고, 한자와가 담당 직원이 준 명함을 그 자리에서 찢어버린다. 그럼에도 교묘하게, 대출을 완강하게 거절하는 기색은 없다. 은행원들의 기는 팍, 죽이면서도 대출받을 수 있는 여지는 두는 것이다.



어쨌거나 지점장이 닦달하여 한자와는 서부오사카철강에 대출을 해준다. 대출하기 전에 융자 과장인 한자와가 해당 회사의 회계 자료를 꼼꼼히 검토해야 하는데 한자와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지점장이 날림으로 결재하고 넘긴 것이다. 한자와는 화가 났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분식회계 증거가 드러났고, 한자와가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해당 회사의 사장은 교묘하게 피해 다닌다. 그러다 이 회사는 부도가 났다.

한자와는 회계 장부를 조작하고 5년 전부터 회사 경영이 악화되었음에도 이를 속이고, 큰소리를 떵떵 친 사장에게 화가 났다. 하지만 더 화가 난 것은, 모든 걸 지점장이 독단으로 밀어붙였으면서 철강 회사가 부도를 내자 모든 일을 한자와의 책임으로 돌린 것이다. 지점장은 지점장인 만큼 인맥이 두툼했다. 또 자리가 높다 보니, 권세가 있는 사람을 두루 알고 있었고 여러 방면에서 한자와의 목을 죈다.

모든 게 한자와의 책임으로 흘러갔다. 한자와는 억울했다. 야근도 밥 먹듯 했다. 집에 가면, 많은 것을 희생하고 같이 전근을 따라온 아내가 날카로운 질문 공세를 펼쳤고 한자와는 집에서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어쨌거나 모든 화살은 자기에게로 겨누워져 있고, 이를 한자와 스스로 타개해야 했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장르가 탐정물 혹은 형사물처럼 된다. (물론 주인공의 직업이 탐정이나 형사가 아니므로 그 결이 좀 다른데... 그럼 이 장르물을 뭐라고 해야 하지? 은행원물?! 대출물? @ㅅ@)

한자와는 처음부터 이상했던 철강 회사의 사장의 뒤를 캐기 시작하고, 또 나중에는 사장과 연결되어 있는 또 다른 인물에 대해 파고든다. 하나씩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 한자와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고, 의도적으로 부도를 낸 사장과 공범을 찾을 수 있을까!!!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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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 이케이도 준은 게이오 법대를 졸업했고, 버블 시기에 미쓰비시 은행에서 일을 했다. 7년 동안 은행에서 근무한 뒤 창업을 했고 이후 책의 집필에 힘을 쏟았다. 미스터리 장르를 평소 좋아해서, 자신이 은행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편의 미스터리 장르물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미스터리 장르는 아니다. 치열한 직장인의 하루하루의 일과는 날것 그대로의 것이라, 신비함과 모호함을 자아내는 미스터리의 속성을 완벽히 지닐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저자의 의도는 좋았고, 책도 군더더기 없이 굉장히 잘 쓰였다고 본다. 이야기의 짜임새도 쫀쫀! 원작이 탄탄하다 보니, 동명의 일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가 대 성공을 거둔 듯하다.

은행의 대출 업무와 관련해서 생각보다 자세히 묘사되어 있으나 저자는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잘 풀어썼고,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모르는 부분은 그냥 아, 이런 게 있구나 하며 넘어가면 된다. 이야기 흐름에서는 지엽적인 부분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핵심은 이 부도가 의도적이냐 아니야, 그렇다면 사장은 돈을 빼돌렸냐 아니냐, 또 그에게 공범이 있을랑가, 혹 그 사장이나 공범에게 약점이 될 건 무엇이냐 이런 것-

이 책을 읽고 흥미로웠던 게 많았는데, 이야기 자체도 물론 흥미롭고 재밌었지만 그 외의 다른 문화적인 부분... 이것도 참 인상 깊었다. 이 책을 읽고 깨달은 바, 어느 회사나 비슷하다- 우리나라 회사나 일본 회사나 똑같구나. 상사는 옳은 소리는 잘하지만 막상 실천은 잘 못하고, 성과에 집착하여 부하 직원들을 닦달하면서 어떤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책임을 부하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태도. 그래요, 조직은 조직인 것이죠. 조직은 비슷한 면이 있는 것이다. 특히 상하 관계가 뚜렷한 관료제는 뭔가 판에 박은 듯 비슷하다.

어쨌거나 사건의 전말은 이 책에서 다 밝혀졌다. 그런데 『한자와 나오키』는 총 4권이란다. 그럼 다음 권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1권의 마지막을 읽으면, 한자와가 학생일 때 어려웠던 아버지 회사에 등을 돌린 은행 직원에 대한 복수극이 펼쳐질 것 같다. 이 인물은 1권에서도 잠깐 나오는데, 이때도 한자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과연, 한자와는 앞으로 어떻게 복수를 할지, 궁금하다. 완전히, 제대로, 복수하면 좋겠는데. 상대방에게 해코지하는 복수는 반대다. 대신에 복수하는 사람이 비약적인 성장을 해서 상대방을 완전히 기(氣)로 제압하는 복수를 좋아한다. 마음으로 굴복할 수밖에 없는 복수! 과연 이런 복수극이 펼쳐 질는지, 사뭇 기대됨. 2권도 필히 읽어야겠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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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 구글, 아마존, 애플, 테슬라가 그리는 10년 후 미래
W. 데이비드 스티븐슨 지음, 김정아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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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읽은 책.


이 책은 간단히 말해서 IoT로 연결된 세상을 다루고 있다. 아직 우리에게 와닿지 않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IoT로 변하고 있는 세상과 기업들을 예로 드는데 잘 모르던 이야기라서 더욱 흥미진진, 재미재미잼잼.


신문 기사를 읽을 때 소위 4차산업혁명 관련해서 자주 언급되는 회사는 대부분 벤처기업들이다. 혹은 구글이나 아마존처럼 글로벌 기업이기는 하지만 설립된 지 크게 오래 안 된 IT 기업들이 많다. 그런데 중간에 꼭 빠지지 않는 기업이 있으니 그 기업은 바로, GE와 지멘스다.


GE는 몰라도 에디슨은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 알텐데 왜냐하며 어렸을 때 위인전으로 에디슨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달걀을 품고 있으면 병아리가 된다고 해서 품고 있어요." 그리고 지멘스는 요즘 기업의 조상님 뻘로 지멘스 창업주 에른스트 베르너 폰 지멘스는 다이얼 전신기를 만든 사람이다. 19세기 때 기차 만들로 레일 깔던 기업. 이 지멘스에 비하면 GE는 한참 동생이다. 한 세대 아래.


어쨌거나 GE와 지멘스는 19세기 기업으로 아주아주 오래된 기업인데 현재 IT 기업보다도 더 최첨단 기업으로 잘 나가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 분야에서는 현재 지멘스와 GE를 따라올 회사가 거의 없는 듯한데, 이 책에 자세한 설명이 있어 좋았다. 이 기업들이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좀 가늠이 되고 그랬다.




앞으로 어떤 세상이 도래할까.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쨌거나 거의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처럼 단순히 컴퓨터나 스마트폰 기기의 연결이 아니라, 사물간의 연결이 되는 세상. 사람이 일일이 접속하지 않아도 그냥 사물이 알아서 서로 접속하고 정보를 주고 받는 세상, 이런 세상될 듯하다. 이런 변화는 위에 말한 GE와 지멘스가 이끌고 있고, 산업분야(제조업)에서 이런 변화가 확연히 일어나고 있다. 물론 제조업에서도 회사마다 격차가 클 테지만, 중요한 건 이런 경향이 순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이란 것!


전반적으로 가독성도 좋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서 재밌게 잘 읽었다. 굳이 4차 혁명이니 거창하게 말할 필요는 없고 지금과 앞으로 기업 환경과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신 분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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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순례길이다 - 지친 영혼의 위로, 대성당에서 대성당까지
김희곤 지음 / 오브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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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김희곤의 산티아고 순례를 담은 기행문.


예수의 12 사도 중 최초로 신앙을 위해 순교한 사도 야고보. 그의 무덤이 스페인 산티아고 대성당에 위치한다. 산티아고는 사도 야고보의 스페인 식 말이다. 이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가는 길을 '산티아고의 길'이라고 부르는데 흔히 '산티아고 순례길'로 불린다.


9세기,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향하는 순례길이 처음 생겼다. 이 길은 시간이 흐를수록 차츰차츰 길어져 어느덧 프랑스 파리까지 닿게 되었다. 이후 많은 순례자들이 이 '프랑스의 길'을 따라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떠났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에 길이 험해 서기도 하고, 시대가 험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나는 길이었다.


스페인은 우리가 보기에는 그냥 유럽의 나라로 생각되지만, 그 지리적 위치와 역사 때문에 유럽에서도 스페인은 상당히 독특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유럽인 데다가, 보통의 유럽보다 더 보수적인 유럽이면서 이슬람 문화와 정서 또한 상당히 가지고 있다. 오랜 기간 이슬람에 지배 당하면서 쌓여온 악심과 원한, 국토 회복의 염원 때문에 유럽의 어느 곳보다도 가톨릭 색채가 짙으면서 또한 이슬람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지라 다층적인 면을 지니게 된 것이다.


프랑스 파리나 영국의 런던, 독일의 베를린 같은 유럽 중심 도시의 화려한 건축에만 익숙한 분이라면 순례길 위의 건물들이 대체로 투박해 보일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거의 대부분의 성당이나 건물도 그렇다. 가끔 '대'성당이라고 이름 붙여진 건물들만 화려하다.


어쨌거나 대체로 스페인은 투박하다. 세련된 유럽 중심과 동떨어진 변두리에 위치하고, 또 한때는 이슬람의 변두리이기도 했던 데다가 사막과 바다가 있어 세련미는 크게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느닷없이 마주치게 되는 유서 깊은 대성당이랄지, 유명 건축가가 지은 현대 건축을 만날 때면 갑자기 시공간을 초월한 듯 어리둥절하다가 곧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김희곤 교수는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부터 출발한다. 차츰차츰 프랑스를 내려와 스페인에 도착하고, 산티아고 대성당을 둘러본 후 유라시아 대륙의 끝 피스테라로까지 여정을 지속한다.


이 프랑스 길을 따라 떠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은 다층적 시간과 공간의 만남이다. 중세와 현재의 만남이며, 유럽 대륙이 굽이굽이 다양하게 주름진 길의 만남이기도 하다. 유럽은 대체로 유물과 유적은 그대로 보존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 세기 전의 성당이나 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물론 그동안 증축과 개보수는 지속되었다. 유럽의 성당이나 성은 어떤 면에서는 나무 테라고 해야 할지, 조개껍데기의 늘어나는 주름이라고 해야 할지 시간의 다층성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따라서 건축을 전공한 저자에게 이 산티아고의 순례길이 얼마나 좋았을까. 각 지역과 성당에 대한 간단한 역사와 건축적 특징을 설렘으로 설명한다. (건축가에겐 산티아고 순례길이 천국의 길이 아닐까) 그런데 건축에 대한 소양이 별로 없는 나로서는 저자의 말을 완벽히 잘 이해하진 못했다. 다만, '이 성당에는 이런 특성이 있고 그래서 유의미하구나', 체크하며 넘어갔다. 건축에 나름 관심이 있어 K-MOOC로 건축 강의도 들었는데 일반인에게는 건축이 역시나 어렵다. 하긴, 고도의 전문 분야가 아닌가.


이 책은 단순히 순례길 위의 여행담이 아니다. 여행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적다. 대신에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만날 수 있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와 그 역사에 대해 많이 소개한다. 순례길을 떠나고자 하시는 분, 그 길에서 자신이 보는 건물이 어떤 건물인지 어떤 양식인지 등을 알고 싶은 분께 유익할 듯하다. 뭐든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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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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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심리학자이자 여러가지문제연구 소장인 김정운 박사의 본격 바닷가 작업실 마련 에세이. 이 외에도 여러가지문제연구 소장님답게, 여러 가지 문제를 다룬다. 이름만 들어서는 김정운이 누구지 했는데, 사진을 보니 알겠다. 티비에서 자주 본 분!! 티비에서 철학 이야기를 많이 하셨고, 또 내가 이 분이 쓰신 다른 철학 책을 읽었던 터라(아마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철학 교양서적이었을 것이다) 철학을 전공하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 심리학 전공자! 그 전공이나 이 전공이나, 나에게는 어렵기는 매한가지. 퓨ㅅ퓨

어쨌든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라고 하여, 그 다른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자 읽었다. 나 역시도 본가에서 독립한지 어언 1개월, 내 집에서는 다른 곳과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기에 어떤 동질감, 동감을 얻고자 읽은 것이다.

우선은 시의적절하게 이 책을 잘 읽은 것 같다. 독립한 지 얼마 안 돼 나는 공간에 새로운 눈을 떴다. 내가 어떤 공간에 있는지에 따라 나의 감정, 나의 생각 심지어 나의 기억조차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마들렌을 맛보고 옛일을 회생하는 폴, 작가 이름을 따서 어떤 맛으로 기억이 떠오르는 효과를 '프루스트 효과'라고 한다. 그런데 '맛'이나 이와 비슷한 '향' 뿐만 아니라 '장소'라는 것도 우리의 뇌에 큰 자극을 준다. 어쨌거나 이런 사실도, 익숙한 집과 가족을 떠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나는 지금 집이 참 좋은데 창문을 열면 차 소리로 좀 시끄럽고, 층간 방음이 잘 안된다는 단점만 빼면 다 좋다. 그런데 방음 문제는 별 신경 안 써진다. 이곳이 아파트이긴 해도, 전형적인 오피스텔 구조라 대부분 1~2인 가구가 입주해 있는데 그래서 거의 항상 24시간 조용하다. 다들 나 빼고 낮엔 일하러 가고, 밤에 늦게 일터에서 돌아와 쥐 죽은 듯이 잔다. 또 창문이 넓고, 북향이긴 해도 반사광이 새벽부터 잘 들어와 해가 떠있을 때는 언제나 밝다. 심지어 비가 오는 궂은 날씨 때에도 불을 켤 필요 없이 밝다. 왜냐면 하늘이 잘 보이기 때문이다.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어도 구름을 통과한 태양빛(산란광) 때문에 밝은 것이다. 왜 가게는 남향이 아니라 북향으로 구하라고 하는지 알겠다. 낮에 컴퓨터 하고 책을 주로 읽는 나에게는 직사광선이 들지 않고, 언제나 밝은 지금 집이 참 좋다. (직사광선은 책 상태와 독서에 쥐약. 참! 빨래 말리는 것이 걱정이긴 한데, 대신 선풍기를 건조기 삼아 옷을 말리고 있다)

아늑하고 조용하고(물론 문 닫으면), 문을 열면 곧 세상과 만날 수 있고... 너무 나 홀로 있지 않은 채,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이 공간이 나는 좋은 것이다. 밤이면, 저 건너편으로 보이는 아파트의 불빛도 예쁘다. 어쨌거나 지금의 나는 만족스럽다. 공간의 이동, 이것만으로도 사람은 달라질 수 있고, 느껴지는 감정이 다양하며, 어떤 새로운 가능성이 내 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모든 동물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한다. 밀집된 공간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서로 잡아먹으려고 한다. 새끼도 구별 못한다. 심지어 자기 새끼를 잡아먹기까지 한다. 더 이상 교미도 하지 않는다. 동물행동학자 존 칼훈은 이 같은 행동을 '행동 싱크'라고 불렀다. '싱크'는 음식물 쓰레기를 받는 용기처럼 온갖 쓰레기 같은 행동들의 집합을 뜻한다. (- 7쪽)

'심리적 공간'은 '물리적 공간'이 확보되어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서구의 근대 부르주아 출현 이후에 생긴 가장 큰 주거 상의 변화는 '남자의 방'의 출현이다. 취향과 관심이 공간으로 구체화되었기 때문이다. 내 실존은 '공간'으로 확인된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자에게도 남자들처럼 '자기만의 방'이 있다면 얼마든지 창조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간이 의식을 결정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슈필라움'의 가치를 너무나 무시하고 살아왔다. 공간이 있으면 '슈필라움'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지위에 올라가도 나만의 '슈필라움'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아무리 보잘것없는 작은 공간이라도 내가 정말 즐겁고 행복한 공간, 하루 종일 혼자 있어도 전혀 지겹지 않은 공간, 온갖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그런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내 '슈필라움'이다. (11-12쪽)

막연하고 추상적인 가치에 너무 휘둘려 살아왔음을 오십 후반의 나이가 되어서야 깨닫는다. 여수라는 낯선 공간에서 혼자 좌충우돌하면서 '삶이란 지극히 구체적인 공간 경험들의 앙상블'이라고 정의 내렸다. '공간이 문화'이고, '공간이 기억'이며 '공간이야말로 내 아이덴티티'라는 이야기다. (12-13쪽)

<'삶이란 지극히 구체적인 공간 경험들의 앙상블'이라고 정의 내렸다. '공간이 문화'이고, '공간이 기억'이며 '공간이야말로 내 아이덴티티'라는 이야기다.>라는 문구가 참 와닿는다. 새로운 공간에 와보니 와닿는 말. 아마 독립하기 전이나, 혹은 독립한 지 오랜 시간이 뒤에 이 문구를 읽었더라면 이렇게 와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쩄든 이 책은 서울에서 여수로, 다시 그 아래의 섬에 정착하게 된 김정운 박사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유학하던 독일과 일본의 이야기도 짧게 담겨 있고, 여수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기차 안의 공간 이야기와 '배'라는 독특한 이동 수단의 공간 이야기도 있다. 그곳에서 보는 '해'는 다른 곳에서 보는 '해'와 참 다르다는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참, 끝에는 자주 아재식 농담이 곁들어져 있는데, 이런 농담은 내 취향 아니었음.. 으악, 아재요. 그런 농담은 그만-)

참, 이 책을 읽으며 꽤나 놀랐던 건 김정운 박사가 교수를 그만두고 일본에 가서 4년 동안 미술을 배웠다는 것,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이다. 유학파(??!)인 만큼 그림도 수준급이신데 그림 역시 2차원의 공간을 다룬다는 것에서 공간에 관한 예술이다.

공간에 관한 이야기, 흥미롭게 읽었다.(물론 아재식 개그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당황! 내 취향은 결단코 아니다!!). 어쨌든 결론은 뭐다?! 우리 모두에겐, '자기 자신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

(참, 미역창고는... 내가 봐도 배보다 배꼽이 너무나 크고, 그 부동산 중개인 말마따나 나도 그 말을 했을 것 같다.('옆 섬에 어떤 사람이 다 쓰러져가는 미역창고를 엄청 비싸게 샀다'며,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차마 나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 260쪽) 에필로그에 잠깐 언급됐듯 수조 바닥에서 물이 올라오다니... 이 물이 그냥 물도 아니고 바닷물일 텐데 정성 들여 가꾼 미역창고가 언제 또 바스러질지 걱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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